소설리스트

취직하니 떡을 침. 이세계에서 (15)화 (15/454)



〈 15화 〉4. 다음에 또 할 수 있겠죠?(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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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소설에서 흔히 나오는 캡슐 접속기를 진짜로, 이 시대에 볼 거라곤 생각 못 했지만, 이건 엄연한 사실.


이세계에 내가 사용 할 몸이 준비되어 있고, 거기에 접속하는 형태인데 중간 단계, 예컨대 어떻게 몸이 만들어지며 우리가 어떻게 이를 사용하냐에 대한 건 특급 기밀이라 알 필요 없단다.

그걸 알게  정도로 상당히 높으신 분 소리를 들을 직급으로 올라야 한다는데, 우리 같이 출세하고는 동떨어진 입장에선 그런 기대는 일찌감치 접고 현실에 안주하는 게 좋다는 선배의 조언이 뒤따랐다.


“공무원 마인드로 사는 거다. 더도 덜도 말고 딱 지금처럼. 아, 네 공은 내 것, 내 공도 내 것. 이 꼰대 정신은 빼고.”


아무튼  때문에 횡재해보는구나. 나 때는 거기 문턱도 구경  했는데! 하면서 기쁨을 표출하던 철영은 아바타에 접속한 다음 보자며 캡슐로 들어섰다.

처음 캡슐을 써서 에드릭으로 거듭나 다시 현실로 돌아왔을 땐 정말 느낌이 기이했다.

그리고 최초 부작용, 여타 문제가 없는지에 대한 검사를 무려 이틀 동안 정밀 검사를  덕분에 이때도 사실 엄청 피곤했었는데, 요번에 휴가를 다녀온 덕에 확실히 많이 나아진 상태였다, 재충전도 이만하면 오케이. 이젠 다시 일을 열심히 해내야겠지.

기본 급여가 아쉽기에 할 수 있다면 성과를 높이고 공을 세우는 식으로 추가 급이며 보상 등을 얻어내면 좋겠지만… 어떠려나.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환자복 비슷한 옷을 걸치고 선배와 마찬가지로 캡슐로 들어섰다.

 하필 캡슐인가.
기회가 되면 알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잠시 고민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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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렬의 대지라 불리는 사막, 거기 오아시스에 자리한 이곳은 이곳 세계에선 일종에 라스베이거스 같은 장소였다.

환락의 도시 아즈라엘.


에라힘은 바로 그곳 중 서부 구역에 자리하고 있었는데, 멀리서도 그 건물이 보일 정도로 위용이 장난 아니었다.

에드릭의 몸으로 아무튼 이곳으로 오게  나는 텔레포트 반작용으로 울렁거리는 속을 달래느라 한동안 인근 의자에 앉아 숨을 골라야만 했다.

‘으, 적응 안 되네.’


심하면 현기증에 더 심하면 시력이 일순 먹통이 돼 눈앞이 새카맣게 변하기도 한다는데, 다행스럽게도 그런 경과로 이어지진 않았다.
다만 이 은근하면서도 속을 뒤집어 놓는 기분 덕에 텔레포트 전까지만 해도 상당히 배가 고팠음에도 지금 와선 씻은 듯 소멸해버렸다.



“괜찮냐?”
“예?”




누구세요 하고 올려보다 흠칫 놀랐다.

거기엔 금발에 구릿빛 피부를 지닌, 속된 말로 금발 태닝의 청년이 싱글벙글대며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 그거 뭐냐? 나쁜 동인지에서 나쁜 역할하기 아주 딱 좋은 인상이시군요.
이유 모를 친근감과 거부감이 동시에 밀려들어 나는 뭐라 짓기 어려운 표정으로 그를 대해야만 했다.


애초에 이런 공간에서 이토록 친근감을 과시한다? 누군지 뻔하지.
사기꾼 아니면….



“외양이 독특하시네요.”
“어쩌다 보니 이렇게 만들었어. 이건 뭐냐.  나댈  쓰는 몸이거든.”


키만 해도 180이상인 터라 내 쪽에선 아득히 올려다봐야 했다.
거의 60센티가 넘게 차이가 나는데 오죽하겠나.


현대 기준에선 내 키가 나이에 비해 작은 편이겠지만, 이곳 기준에선 보통보다도  편.
그런데도 알리샤 나 에우리에에 비하면 작았지.
아무쪼록 꼬맹이 몸이다  말이었다.
아, 싫은 건 아니었지만.

“여기선 뭐라 불러드리면 될까요?”
“알푸스.”
“풋!”
“이름 내가 정하는 거 아니라 어쩔  없어. 신분증대로 이름 쓰는데 어쩌냐.”

알푸스 하니 알프스가 반사적으로 떠오르는 건 왜일까. 아니, 이게 딱히 웃긴 건 아닌데….

“그 전에 너도 옷이나 좀 갈아입어야겠다. 에라힘 가는데 이런 차림새면… 문제가  있지. 입구서부터 컷 당할 걸?”
“뒷문으로 가면 되지 않나요?”
“그럴 순 있는데, 사나이라면 한 번쯤은 에라힘 정문으로 입성을 해봐야지. 너 안 가봐서 그렇지 개쩐다?”

뭐가 그리 쩔길래 선배가 저리 호들갑을 떠는 걸까.

어쨌든 인근 옷가게로 가선 그나마 싸게 샀더라도 손발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의 금액의 옷을 겉으로 걸치자, 이제야 좀 있는 도련님 느낌이 나기 시작했다.


확실히 현실에서의 나는 뭔가 좋은 옷을 입어도 어설펐지만, 에드릭은 어찌 보면 귀티도 날고 뭔가 잘생긴  같으면서도 예쁘장한 게, 진짜 이대로만 자라면 여자깨나 울리게 생긴 외양이었다.




“잘 생긴 건 무조건 옳다!”



그런 의견을 적극 주장하며  아바타 설계에 한껏 개입한 선배의 씀씀이는 실제로 득을 보는데 일조했으니… 새삼 감사할 따름이다.



“누구나! 멋지고, 잘생겨질 수 있다! 이세계에서는!”



기분 탓은 아니겠지만, 금발 태닝의 저 잘난 선배, 알푸스도 미소년, 미청년하고는 거리가 살짝 있었지만 남자다운 외양에 선이 고운 얼굴이 묘하게  버무려진 느낌이었다.


그 탓일까. 우린 지나다니면서 제법 많은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절로 어깨에 힘이 들어갔지만, 다시 현실의 안태민 얼굴을 생각하면… 얼굴뿐인가. 몸에다 거시기 크기까지 생각하면…… 끄응!



“……후우.”


답은 이세계다.
누구나 잘생겨질 수 있다! 멋져질 수 있다! 예뻐질 수 있다!

……태생이 잘난 것들, 유전자 타고난 것들에겐 죽창이 필요했다.
그 무엇보다 단단하고 굵직한 죽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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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뿌듯함과 자괴감을 저울질하며 한참을 걸은 끝에 당도한 에라힘.
이건 뭐랄까. 마치 피라미드를 연상하게 하는 건물이었다.

멀리서 볼 때부터 어이가 없긴 했는데 가까이서 보니  그랬다.
참고로 이집트의 피라미드는 클레오파트라 시절  이미 고대 유물이었다.


그 당시에 저걸 어떻게 지었지?
저러는데 웃긴 건 현대에 와서도 저걸  시절에 어떻게 지었을까?
…이러고 있으니 세상 참 재미나게 굴러가는  싶었다.

그리고  심경을 지금 똑같이 느끼고 있었다.




“저걸 어떻게 지은 거죠?”
“낸  아냐.”

피라미드긴 한데 피라미드 끝머리에 작은 역피라미드가 또 하나 자리하고 있었다.
크기가 작긴 하니 무너지진 않겠지 싶었지만, 왠지 위태롭게 느껴져 괜스레 내 쪽이 더 불안해졌다.

지은 사람들이 알아서  지었겠지. 여기가 뭐 헬조선 반도도 아니고 설마 이런 곳에서 부실 공사를 했겠어?


노파심인지 기우인지 모를 기분을 대충 씻어내고 입구로 향하는데, 다 왔다고 느낀 건 아득한 착각이었다.


입구로 향하기까지도 상당한 거리가 뒤따랐는데, 이건 뭐랄까… 사막임에도 물이 넘쳐 흐르고 무수한 나무와 식물들, 심지어 나비가 날아다니네?! 어이가 없을 정도로 이질적인 광경일 펼쳐져 있었다.


마치 마실 나온 듯, 소풍 나오기라도 한 듯 후줄근한 옷차림으로 이리저리 오고 가는 남녀를 보자니… 뭐 사막이니 속살이 좀 많이 드러내는 거야 그러려니 해야 될까 싶었는데, 원래 사막은 옷 더 두껍게 입지 않나? 땡볕에 익을 일 있나.

무려 200미터 이상을 걸어서야 입구로 보이는 곳에 도착했는데, 키만 2미터가 넘는 근육질의 사내 둘이 문지기처럼 서있는 모습을 보니 괜스레 위축되는 기분이 들었다.


심지어 입구, 대문은 그런 둘조차 난쟁이로 만들 정도로 터무니없는 크기였는데, 그곳을 오고 가는 사람들은 거의 개미로 보일 정도로 어마어마한 규모였다.

거의 3층까지 문이 이어졌기에, 위에는 테라스와 입구가 잘 조화를 이뤄 심지어 위쪽에서 자그마한 정원 겸 휴식 공간이 펼쳐진 듯 느껴졌는데, 자세히는 잘  보였다. 구조상 위에서 올려다보면 어설프게는 보이지만 전체는 안 보이는 느낌? 멀리서 봤을 때보다 어째 근접했을 때 더  보이는 걸 보니 무슨 착시적인 뭔가가 있는 듯 보였다.




“정지.”


그런데 저런 규모면 대체 어디서 신분이며 자격을 확인하나 싶었는데, 귀신 같이 우릴 발견하곤 문 옆쪽으로 유도했다.

“처음 보는 얼굴인데….”
“그야 처음 봤겠죠.”

의아한  고개를 갸웃거리는 건… 기분 탓이 아니라 진짜 개 머리를 한 누군가였다.


저기 아누비스 님? 여긴 저승이 아닌데 왜 저희를 붙들고 가시나이까?
선배, 알푸스가 바지 주머니를 뒤적여 자그마한 팬턴트를 꺼내들었다.

“이것은?”
“예,  일이 있어서 방문했습니다.”
“크흠.  보기 드문 걸 가져왔군.”



그리 고민하던 개머리는 이윽고.


“그래도 정문은 안 되네. 자네들은 뒷문으로 가게나.”
“예? 왜요?”



개머리는 단호했다.


“본사 측 인간은 아주 극단적인 예외가 아닌  절대 에라힘 방문을 허용치 않는다. 이건 예외 중 하나이니 뒷문까진 허용하도록 할 테니 그리로 가게나.”
“왜요! 정문 로비에 파라다이스가 펼쳐져 있다 해서 애써 보려고 이렇게….”
“본사  인간은 예외가 없네. 자네보다 높으신 분들 와도 퇴짜 놓는 게 우리 일일세. 억울하면 회장님 되시던가.”
“…회장님은 가능하고요?”
“내가 알기로 회장님이 온 예는 단 한 차례도 없었네. 내로남불이 없는, 아주 훌륭하신 분이시지.”



그도 아니면.



“이곳보다 더할 하렘을 차려 놓았다거나… 주지육림을 차려 따로 노니는 곳이 있을지 누가 알리?”
“…….”



저 개 머리, 우리 세계 사람인  분명했다.

“예외를 두기 시작하면 누구나 예외를 누리고자 할 것이고, 그게  부패와 퇴락의 시작이지. 부패한 관료와 정치인 못지않게 사내 기생충들을 박멸, 아예 자라지 못하도록 관리해야 하는 게 또한 우리 모두를 위한 길 아니겠나? 특정 누군가를 비호할 바엔 모두가 억울한  차라리 위로가 된다고 회장님께서 그러셨다지? 거기서 한 말씀 더. 나보다 안 잘났으면 닥치고 따르라고도 하셨는데, 불만 있는가?”
“…아닙니다. 에휴. 그래, 내 팔자가 그렇지.”




왜 저리 슬퍼하는 걸까 싶어서, 상당한 거리가 되는 길을, 뒷문을 향하기 위해 거진 수백 미터를 걸으며 나는 선배에서 본사 회장님과 정문, 로비의 파라다이스에 대해 물었다.



“안에  들어가면 많이지, 수백명의 미녀와 미남이 줄지어 늘어서 있고 활보하고 있거든. 그 중에 마음에 드는 사람 잡아다가 동행하면 끝. 그런데 사방에 이상형, 미남미녀가 줄을 이어 있는데, 돈만 있고 자격만 허락되면 둘이고 셋이고 동행해도 문제 없거든? 심지어 여기서 결혼 대상자 만나서 나간 이들도 허다하거든?!”
“…….”
“눈이 빠질 정도로 아름답고 이쁘고 이상적인 여자들 틈바구니에 끼는  사내의 로망 아니겠냐! 나도 그걸 좀 경험해보고 싶었다고! 좀!”
“아, 네.”



나야 알리샤도 있고 에우리에도 있다 보니… 아, 애인이란  아니지만 그녀들 생각을 하니 굳이 다른  잘 떠오르진 않았다.

…팀장님도 있고.


그녀 정도 되는 절세미녀가 과연 얼마나 있을까 싶었다. 아님 단순 사내 분위기에 취해서, 정장이나 제복 페티쉬라거나.



“…….”




너무 나갔다 인마.
한쪽은 실망감, 한쪽은 그 와중에도 연신 감탄하며 아무튼 뒷문으로 향했다.

그런데….



“저기, 뒷문도 엄청나긴 한데요?”
“…그러게.”



미리 소식을 전달받았는지 대기하던 여성이 반색하며 우리에게 접근하는 모습을 보자, 어느덧 아쉬움에 착 가라앉았던 선배의 불만은 씻은 듯이 사라진지 오래.


한가득 미소를 머금고 높은 텐션으로 그녀에게 악수를 건네며 아부 멘트를 던지는 선배.


슬쩍 보니 탄탄한 몸매에 구릿빛이 인상적인 동서양의 혼합! 예컨대 이것은 헬레니즘의 정화!


그런 동서양의 이목구비 장단점을 고루 배합한 듯한 여성이 환한 미소로 우릴 마주하자, 절로 기분이 야리야리해졌다.

단순히 눈웃음만으로 아랫도리를 자극해  줄이야. 이 얼마나 선정적이고 매력적….


놀라운 건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안내인을 붙여드릴 테니 따라서 가시면 목적한 위치에 도달할 거예요.”



심지어 그녀는, 입구에 서 있는 단순 안내인이었다는 사실!
그 사실만으로도 선배는 대단히 큰 쇼크를 느낀 모양이다.


“…나름 이상형인데.”

나름은 뭡니까, 나름은?
그래도 나는 콩깍지가 씌인 덕에 그녀들도 엄청났지만 아직도 알리샤 누님하고 에우리에가….


물론 이런 내 굳건함은, 안내된 장소로 이동된 시점에 산산이 부서졌다.



“아, 어서 와요.”


우릴 안내한 소년이 퇴장하기 무섭게 내부엔 거의  하나만 걸친 네다섯의 여성이 우릴 반겨주었는데… 하나하나가 독특한 매력을 지닌 여성들이었다.
피부색들도 제각각에다가… 심지어? 심지어!

……고귀한 듯한 분위기를 풍기는 엘프가  있었다.
어디 엘프뿐인가.

뿔 달린 푸른 피부의 여성도 있었으며 구릿빛 피부의 미인과 새하얀 피부의 여성, 그리고 확실히 동양적인 느낌을 풍기는 엄청난 동안의, 그러나 가슴만큼은  해도 D컵 이상 되는 폭유 합법 로… 크흠! 아니야! 아니라고! 사탄아 물렀거라.


거기다가….



“너희가 윤미라네 아이들 맞아?”



나긋나긋한 어조로 막바지에 우릴 부른 그녀를 보곤 순간적으로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냥 이 여자는… 그냥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그냥, 미친 듯이 아름다웠다. 보자마자 입이 딱 벌어지고 넋이 나가 한참 부를 때까지 반응   정도였으니 말이다.


…제우스 맙소사. 대체 여긴 어딥니까? 천국입니까? 아님 천국이란 이름의 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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