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화 〉5. 내가 대체 뭘 배우고 있는 거지…?
“정신을 못 차리는구나. 난 나중에 올 테니 일단 해줄 걸 해주려무나.”
거의 멍 때리며 소개를 받은 건지 뭐한 건지, 그런 식으로 넋 놓고 있다 흠칫 정신을 차렸을 땐, 눈앞엔 단 한 사람만이 내 앞에 서있을 따름.
구릿빛 피부의 매력적인 몸매를 지닌 여성, 로메리스는 어쨌든 교육 담당(?)으로서 설명을 이어가기로 했는데, 우리가 들어선 곳은 그냥 그 자체로 사우나랄까, 아무튼 증기욕 시설 내부였던 지라 그들의 옷이 왜 얇은지 비교적 잘 이해가 갔다.
덕분에 나도 자각 못 한 사이 옷이 흠뻑 젖어 든 터라, 아무튼 그녀를 따라 넓은 독방으로 안내됐는데, 마치 호텔 방처럼 침실과 휴식을 취하며 이야기를 나누기 적당한 응접실, 욕실 등이 마련된 공간이었다.
…그냥 숙박실이라 보면 되겠다.
차이가 있다면 침실이 2군데라는 거. 방금 발견했다.
하나는 어딜 어떻게 봐도 침실보단 마사지실? 아무튼 그런 느낌을 지닌 공간이었는데 바로 옆에 욕조까지 있는 걸 보면 확실히 그쪽이 맞아 보였다.
그리고 숙면 및 수면을 위한 침실까지.
모두가 고급스럽기 그지없어 보였다.
대충 샤워하고 목욕 타월로 몸을 감싼 채 그녀와 마사지실 겸 간이 침상 쪽에 마주 앉았다.
“우선 설명에 앞서….”
그녀는 간단하게 내 성 경험 및 여타 것들을 물었고, 나는 간단하게 얼마 전에 동정을 뗐고 그 외에 세세한 건 아무것도 모른다는 식으로 답했다.
“음, 그러면 처음부터 세세하게 이야기 드려야겠네요.”
고운 목소리로, 매력적인 미소와 함께 그리 말한 그녀의 사실상 반 나체 상태에 가까웠다. 워낙 피부톤이 눈길을 끌었기에 그녀를 보는 것만으로도 벌써 호흡이 가빠질 지경. 애써 티 안 내려 애쓰려는데, 그녀는 그러지 말라 그랬다.
“다 알고 있으니까 괜찮아요. 아, 혹시 지루할 수 있는데, 그러면 말해요?”
자신의 검은 머리카락을 한 차례 쓸어 올리며, 야릇한 미소를 짓는 그녀.
내가 준비됐다고 느낀 걸까.
그녀가 한창 설명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우선적으로 알아둬야 할 건 말이죠. 저는 연애하는 법을 알려드리는 게 아니에요? 그러니까 오해하지 말고, 어떻게 우리를 기쁘게 할 것인지, 우리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그런 걸 일러드릴 거에요. 이것도 사람마다 다 다르기에 저를 포함해 아마 다른 분들 도움도 받게 될 거니 그 점도 참고를 해두고요. 그럼 시작할까요?”
나는 기대감을 안고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시작부터 옷 벗고 부대끼면서 친절히 알려준다는… 야동이나 그쪽 시나리오로 전개되진 않았지만.
“우선 애무하는 걸 일러드리기 전에 상대가 날 원하는지 아닌지를 파악하세요. 무엇보다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을 지니시고요. 아, 그보다 상대의 온도에 대해서도 파악을 하셔야해요. 자신의 온도도 어떠한지. 간단한 예로 내 손이 차가운데 몸이 뜨거운 누군가의 가슴이나 등, 은밀한 부위를 불쑥 만진다고 쳐요? 놀라고 말겠죠?”
“예, 그렇겠죠?”
“만약 그렇다고 치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제가 그걸 알았으면 여기 안 왔겠죠?
“아주 끝에서부터 시작하는 거예요. 기왕 할 거면. 그 전에 손을 녹이거나 해주면 더욱 좋겠지만요. 아, 반대로 무더운 날에 상대가 시원한 걸 원할 때 내 손이 차다거나 그러면 상대가 앞서 절 원하고 그러겠죠? 이렇듯 그때그때 달라요. 이야기를 되돌리면, 끝은 되도록 손에서 시작하는 게 좋아요. 자, 이렇게 양손을 마주 잡고 포개고….”
그녀의 양손에 내 양손을 포갠다.
은근한 열기가 이윽고 유지돼 더한 열기를 부가한다.
손등에서 느껴지는 그녀의 온기는 상당히 기분 좋은 감촉을 불러오고 있었다.
“그러면서… 몸도 이렇게….”
몸이 닿아왔는데 따뜻했고, 부드러운 살의 감촉, 더불어 알 수 없는 향기가 은은하게 흘러들어 후각을 마비시켜 왔다.
그런 식으로 그녀는 같이 부대끼는 것의 중요성을 새삼 언급했다.
“단순 육체적 관계라면 아마 이 간격이 대단히 짧을 거예요. 여자는 이런 스킨십, 애무, 감정 표현, 사소한 손짓이며 더듬고, 만져주고, 바라봐주고… 이런 걸 크게 느끼거든요. 안 그런 애들도 있고, 마찬가지로 남자들도 그런 거에 민감한 이들이 있듯 다 제각각이에요. 하지만 이건 가장 기본이에요. 손과 손, 팔, 어깨, 가슴…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입을 맞추고, 서로의 몸을 더듬고… 자연스럽게.”
그녀는 시범을 보이듯 애타는 눈으로 내 손을, 그리고 손을 타고 올라 팔, 팔꿈치를.
그쯤 되니 마치 몸을 기대오듯 상반신을 접해와 날 껴안고는 그러면서 머리카락을 쓰다듬고, 목덜미를 손으로 훑고, 입술로 귀를, 거기서 아래를 타고 턱선을 타고 올라 입술을 부드러이 터치하고는, 이어 그대로 아래로 고개를 내려 목을 거쳐 쇄골에 입술을 맞추기까지.
별 거 아닌 거 같았는데 이것만으로도 아랫도리가 폭발할 것처럼 팽창해버렸다.
“어머… 여기는 참 실하네요. 이것만 있으면 아마 쉽게… 후훗. 그래도 이걸 믿고 너무 날뛰면요, 사람들이 실망할 수도 있거든요? 그런 감정을 내 여자에게, 전해줄 순 없잖아요? 안 그래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멘트가 상당히 더디고, 간드러지는 느낌을 받은 덕에, 말을 계속 듣는 것만으로 초조감은 배가 되고 있었다.
“말도, 그러해요. 천~천…히. 말의 높낮이, 속도를 조절하는 것도 감정을 이끌고, 부리고 하는데… 아주 큰 도움이 되요. 말에는 힘이 있고, 우리는 말에 조종당하곤 하거든요. 그렇게 생각하시지요?”
“예에….”
“말은 딱 끊어서. 또박또박. 예 아니오는 확실하게 해주는 게 좋아요. 말을 끌고, 목소리가 낮아지고, 흐려지면 자신감이 떨어져 보이고, 뭔가 믿음직스럽지 않거든요. 믿음직스럽지 않은 남성을 좋아하는 여성이라면, 그건 모성애적인 요소가 강하다던가, 남자를 골탕 먹이고, 밑에 깔아뭉개길 좋아하는 여성일 거예요. 단순히 지기 싫어하는 성미를 지녔다면, 그럴 수도 있고요. 물론 그들의 호의를 사고, 그들로 하여금 적극적으로 리드하게 만들도록 유도하고자 연기를 할 생각이라면, 지금 같은 태도도 좋겠지만요, 에드릭은 그러고 싶으세요? 아니면 저 같은 여자가 당신만을 바라보고, 갈구하고, 느끼고, 그러면서 언제나 변함없이, 늘 당신을 보며 사랑을 속삭이고, 다독이고… 어느 쪽이 좋으세요?”
“으음! 저는… 둘 다 좋았으면 싶어요.”
“음? 둘 다요?”
“예. 여자하고 남자, 아무튼 맺어지는 둘 모두가 만족스러웠으면 하거든요.”
“어머….”
왜인지 로메리스가 살짝, 은근한 경탄을 입밖에 낸다.
“그거 좋네요. 나는 네가 행복해졌으면 해. 그런 거, 정말 좋아요. 그 점이 여자들의 심금을 울릴 수 있을 거예요. 모두는 아니겠지만요. 그거는 조금 있다 다른 분을 만나게 되면 아마 알게 될 테지만… 저는 좋네요. 좋아요. 음, 느낌이 좋네요.”
매력적인 미소로 그리 말하며 옆구리에 날 놓아둔 채 머리를 쓰다듬는 그녀. 그녀의 B컵 크기의 유방이 닿을 듯 말 듯 한 위치에서 흔들린 덕에 정신을 못 차릴 거 같았지만….
“무엇보다 여자와 관계를 맺을 땐 눈이에요. 눈은 감정의 창이라 하잖아요? 눈을 보며 서로 교감하고, 행위를 이어가는 건 대단히 중요해요. 물론 이것도 개인적인 차이가 있으니, 그걸 빠르게 헤아리는 것도 좋겠지요? 간혹 눈을 마주하면 부끄러워서 행위를 전면 중단하려는 분도 계시니까요.”
“예, 참고하겠습니다.”
“좋아요, 좋은 학생이네요.”
빙그레 웃는 보조개가 참 먹음직스… 크흠! 이쁘다 생각했다.
“좋아요. 그 다음은….”
그 외에 손을 어떻게 터치를 하고, 기회가 되면 속삭여줄 상냥한 멘트서부터 온갖 걸 일러줬지만 너무 많아서 도저히 다 외울 수가 없었다.
“걱정 마요. 하루 이틀 만에 익힐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마찬가지로 그녀는 내 실수 혹은 아쉬운 점에 대한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여성의 가슴의 경우는 개인차가 있긴 하지만, 보통 개발이 안 되어 있다면 가슴의 자극은 불편을 유발할 수도 있어요.”
그러면서 물론 성감대가 그곳에 몰린 경우야 그런 쪽 애무며 자극을 좋아하겠지만, 혹은 쾌락이 열을 띈 나머지 추가적인 성감대 자극을 요구하는 차원에서의 자극을 필요로 할 때도 있다는 등의, 전혀 짐작 못 할 이야기는 덤.
“가슴이 크다면 유두를 모아 빨아주고 이러는 것도 방법인데… 저는 힘들어 보이죠?”
“아, 아니에요. 그래도 로메리스는 몸이 무척 예쁘고, 선이 곱다는 느낌이 들어서… 모델이나 아무튼 예술 작품 같은 거? 그런 느낌이 들어서 무척 아름다워요.”
“고마워요. 자신감이 떨어지려 하면, 칭찬을 해주되 막연한 게 아니라 조금 더 구체적이고, 본인이 받아들이기 쉬운 말들을 해주면 좋아요. 지금은 70점 드릴게요. 노력한 점이 가상하니.”
음, 이거 참 쉬운 일이 아니군.
“그러면 이제 여기로 가볼까요? 여기서부터는 이야기해줄게 참 많아서… 집중해서 들어줬으면 해요. 흥미가 깊으니 그래도 귀에 솔솔 들어오죠?”
그러면서 침상 위에서 자신의 양다리를 벌린 그녀가 이윽고 자신의 계곡을 공개하며 그리 설명을 이어갔다.
“여기를 어떻게 하느냐가 관건이거든요. 들으실 준비는 되셨나요?”
침을 꿀꺽 삼킨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가 됐든 그녀의 그곳은, 무척이나 아름답다는 느낌을 받았다.
갈색 피부 아래로 분홍빛을 띈 그것은 무척이나 이색적인 실감을 가져다준다고 할까.
“우선 알아둬야 할 거는 여성의 몸은 그때그때 민감도, 느끼는 그런 게 많이 다르거든요. 이건 애무며 터치, 스킨십 때도 언급했지만 아닌 날에 억지로 그러거나 막 만지고 더듬는다고 느끼고 그런 게 아니라는 거 기억해둬요. 그러기에 분위기 형성이며 꾸준한 애무가 중요하다고 그랬죠? 다 이걸 위해서에요.”
그러면서 자신의 비부를 손가락을 은근히 가리키는 로메리스.
“오늘은 만져주면 기분이 좋을 수도, 어느 날은 민감에서 기분이 이상하거나 심하면 거부 반응까지 나올 수 있어요. 남성의 경우도 귀두 부위를 무조건 만지고 어떻게 한다고 기분이 좋은 건 아니잖아요? 그렇지요?”
“예, 맞아요.”
그렇게 이야기하니 금세 이해가 됐다.
“그 점들을 이해하고 들어보세요. 여성의 이곳은 그보다 더 민감하거든요. 그런데 불쑥 만지면 기분이 어떨 거 같아요?”
“음… 안 좋게 느껴질 수도 있겠네요?”
“맞아요. 남자들은 잘 이해를 못 하는데, 이러한 정보 교환이 이루어지지 않은 채 본능적인 관계만 추구하고 이러다 보면, 결국 관계가 틀어지는 것도 그런 이유에요. 아주 사소한 이유잖아요? 성의, 노력, 의지, 인내심…. 아무쪼록 이어서 설명하면, 여성도 흥분하면 남성처럼 여기가 이렇게 발기가 되거든요?”
그녀가 손가락으로 한 곳을 가리켰다.
처음엔 단순히 구멍만 보였다가 갑자기 질 구멍의 위쪽, 표피가 살짝 걷어지더니 무언가가 슬그머니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여기가 클리토리스고요.”
“……예.”
가슴이 두근두근대는 반면, 내가 대체 지금 뭘 배우는 거지 하는 황당한 심경까지.
아무튼 나는, 지금 상상도 못한 방식으로 성교육에 임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