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취직하니 떡을 침. 이세계에서 (22)화 (22/454)



〈 22화 〉7. 너, 페티쉬라고 들어는 봤니?(2)

물론 이때까지  해도, 아니 한참 동안 그녀가 왜 내게 그런 말을 했는지, 나는 알지 못했다.


“너는 남녀가 누굴 보고 반하는 기준이 뭔 줄 알고 있어?”
“잘 모르겠습니다!”
“그게 중요한 거야.”

잉?


“이성으로 머리로 보고 반하고 그런 건 의미가 없어. 모든 접근은 감성으로 시작해서 감성으로 끝내야지. 이렇게 말하면 조금 애매할 수 있는데, 보통 남자든 여자든 누군가를 봤을 때, 와 예쁘다! 멋지다! 이 말이 언제 자주 나온다고 봐?”
“……잘 생겼을 때요?”
“정답.”
“…….”



결론은 뽑기 운이라는 거냐?!
운빨좆망 인생!

“그냥 보는 즉시 잘 생겼다고 느끼고 거기에 혹하는 그런 감정들 꽤 중요해. 그게  단계고 그 다음, 상대에게 호감이 생긴 다음엔 뭘 하고 싶어져?”
“뭘요? 음… 인터넷 검색?”
“……너 혹시나 하는 말인데 아이돌이나 연애인 팬이냐?”
“아, 아뇨.”
“그런데 왜 인터넷 검색이 튀어나와 이  깡통아!”




아니, 사람이 인터넷 검색할 수도 있죠! 요즘 쳐보면  나와요! 다!



“아, 머리 아파지려 하네.”

대답이 너무 의외였는지 그녀는 멘탈에 크게 스크레치라도 난  잠시간 미간을 꾹꾹 지압했다.



“…상대에게 관심을 가면 결론은 상대를 알고 싶어지는 게 당연한 거잖아? 네가 말한 인터넷 검색도 결론은 그거고. 맞아 틀려?”
“맞습니다!”
“자 그럼 문제. 왜 상대에 대해 알고 싶어지는 걸까?”
“그야…….”
“……음?”
“…….”


갑자기  말이 궁해졌다.
아니, 당연한 거긴 한데… 으응?


“여기서부터 막히네?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이거 굉장히 단순한 문제란다?”
“그, 그렇겠지요?”
“알고서 떠들어. 백트래킹을 하려면 좀 제대로 해라.”
“예?”
“맞장구 말이야. 미러링, 백트래킹. 몰라? 지금 하고 있으면서도?”
“…….”
“하긴 미러링은 따라도 못 하고, 백트래킹도 대강대강… 어휴. 앞날이 어둡다 인간아.”


그녀는 여기서부터인가 싶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내가 널 호스트로 만들 것도 아닌데 굳이 이걸 알려줘야 되나 싶다. 아무튼 알고 있는 거니 들으면 바로 이해되겠지. 백트래킹은 맞장구 치는 건데, 그냥 오오! 예에! 맞습니다! 그렇습니까?! 이런 식으로 그냥 대답만 하는  아니라! 내가 한 말을 예시로 들면!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이거 굉장히 단순한 문제란다? 이러면, 백트래킹을 어떻게 구사해야겠어?”
“그, 그거야… 오오?”
“너 가르친 새끼가 깡통이거나 네가 잘못 배워먹었거나 둘 중 하나인데, 네가 잘못 배워 먹은 게 뻔하구나. 어휴, 답답아.”

그녀는 장탄식을 터트리며.



“그럴 때는, 아! 굉장히 단순한 문제였군요! 라는 식으로 맞장구를 쳐야지. 당연 여기엔 미러링 혹은 제스처도 추가하고.”
“저기… 미러링은 또 뭐죠?”
“미러링 영어가 뭐야?”
“스펠링이….”
“아, 됐고! 미러(mirror), 거울이란 단어에 –ing 붙인 거잖아! 맞아 틀려?!”
“맞습니다!”
“거울은 뭔데?!”
“거울은…… 거울이죠?”
“그래, 거울이지. 그러면 미러링이 뭐겠어?”
“…….”
“어디까지 깡통이냐!”

아니, 알긴 아는데 이걸 설명하라니까 이상하게… 어렵네? 뭐라 표현해야 하지?


“잘 들어라, 중생아. 예컨대 이거야.”



그러면서 그녀는 나한테 아무런 제스처 혹은 손짓, 행동을 취해보라 말했다.
무심코 왼손을 들자 그녀는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정면으로 보면 그녀는 마치 내 동작을 따라한 것처럼, 이후 손을 내리자 똑같이 내리고, 상체를 살짝 뒤로 빼자 그녀도 동일하게 그런 몸짓을 취했다.

“이제 알겠어?”
“……??”
“야아아아아!!!”


……졸지에 멘트 강의가 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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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게 들은 걸 하나씩 정리해보기로 했다.

“결론인즉, 백트래킹은 말 끝머리를 따라하여 제대로 네 말을 듣고, 공감하고 있음을 표현하여 상대의 다음 물음 및 대화를 추가적으로 이어가게 하는 테크닉이고, 미러링은 제스처를 따라해서 친근감 유도 및 상대로 하여금 내 경계심을 허물고 아이스 브레이킹….”
“뭘 그리 복잡하게 말해! 그냥 대화 편하게 잘 이어가기 위한 경청, 공감 테크닉! 하여간 꼭 모르고 이해 못 한 애들이  어렵게 쓰지. 앞길이 훤하다. 훤해!”
“…죄송합니다.”




눈물이 나려 한다.
이세계에 떨어진 이래 처음으로 구박받고 있어요! 흑흑.


“사내 새끼가 그거 가지고 침울해하지 마!”
“남자라도 침울해지고 싶을 때가 있는 겁니다!”
“어쭈? 이제 게겨?”



아차… 앙겔하고 대하던 버릇이 그대로 튀어나왔다.



“그래, 그런 반항기는 좋아.”



그런데 웬걸. 마리는 그게 더 기꺼운지 짓궂은 미소를 띄워 올린다.



“의외로 향상심은 그런 반항, 반발 심리에서 발생해 연결되는 예가 많거든. 부족함을 알기에 그 부족함을 채우고자 노력하는 거지, 처음부터 잘 났으면 노력을 하고  배우고 이럴 필요가 있겠어?”
“없겠…죠?”
“알면 됐어. 그건 그렇고… 이야기가 이상하게 흘러갔는데, 다시 돌아가면.”
“…….”
“…….”



그녀가 살포시, 한숨을 내쉬었다.


“너 때문에 까먹었잖아!”
“조, 조금 기다리면 생각날 겁니다!”
“경쾌해서 좋네! 아주 긍정적이야!”




그녀는 칭찬하는 건지 화내는 건지 모를 표현으로 날 쏘아붙였다.


“자, 어때? 여기까지 오니 슬슬 날 대하는 게 조금 편해졌지?”

그런데 갑작스레, 생기 넘치는 얼굴에서 미소가 흩어져 은은한 곡선으로, 밝게 빛나던 눈은 미세한 눈웃음을 뒤바뀌니.
순식간에 그녀의 분위기가… 일변했다.


어느덧 말투, 어조, 음색도 모조리 뒤바뀌어, 이게 동일 인물인가 순간적으로 고개를 갸웃거릴 뻔했다.



“너는  전과 같은 방식으로 대하면 긴장을 잘 풀리는 케이스지. 왜냐? 사람 간의 대화, 커뮤니케이션 경험이 적고, 무엇보다 이러한 경험조차 대부분은 실패로 장식했기에, 너를 주도해주고 네게 호의를 보여주며,  이끌어주고, 선의를 베푸는 이에게 너 자신도 모르게 무조건적인 호의  호감, 친근감을 느끼게 되거든. 어떻게 생각하니?”
“…….”
“네가 선수가 되고 싶든 아니든, 중요한 건 이거야. 상대를 잘 헤아리고 파악하여 상대가 원하는 바를  캐치해서, 내가 그걸 내줄 수 있는 존재임을 어필하는 것. 그렇게 네 존재를 상대에게 각인 시킨 다음엔, 상대로 하여금 그것이 호감이든 다른 감정에서 비롯되었든, 결국 너라는 존재에 대한 의혹, 의문, 궁금증을 부풀려 상대가 너에게 끌리게, 너에게 관심을 가지고  생각하고 궁구하고 헤아리게 만들 것. 흐음… 정말로 호스트 만들 것도 아닌데 내가 왜 이런 걸 가르쳐야 하는지. 여자도 아니고.”

살며시 혀를 차는 그녀는,  전과는 완전히 다르게 산전수전  겪은 듯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심지어 외양이 전혀 어울리지 않음에도, 거기에 대한 위화감을 뒤늦게 자각했을 정도로 말이다.


“방금 게 그거야. 분위기에 취한다. 분위기도 압도한다. 일종에 기세? 뭐 그런 거?”




그리고 이런 걸 깨달은 타이밍조차도 그녀가 의도해서 내가 알게 됐다는 사실도.



“어때? 배우면 꽤 재미있을 거 같지? 그런데 절대… 하루 아침엔 못 배우겠지?”
“……예, 그런 거 같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남들과는 다르다는 거, 특별한 기술, 능력, 재주를 지녔다는 것도 바로 매력 포인트가  수 있어.”




그녀는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외모도 중요해. 가장 최우선적 요소지. 그러나 외모, 비주얼만 뛰어나면  그대론 속빈 강정이야. 빈 깡통이라고. 그것도 결국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시간 지나면 미색은 흩어지고,  가치는 날이 갈수록 빛을 잃고 추락하고야 말지. 물론 근본이기에 잘 가꾸고 관리하는  당연. 그러나 익숙해지면… 말했지만 질린단다. 그리고 질려 버리면? 황금조차도 익숙해지면 고철과 별반 차이가 없지. 그럼에도 우린 황금을 아주 가치 있게 여기는데, 그게 비단 아름다워서 그럴까?”
“…….”
“그게 돈이라는 고유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야. 황금의 불변성을 아름다움의 기치로 삼는데, 꼭 그런  아니거든.”
“저 그런데 궁금한 게 있는데요.”
“응? 말해봐.”
“……이게 페티쉬하고 상관이 있는 건가요.”
“…….”
“…….”


갑자기 분위기가 이상해졌다.


“이제 생각났네.”



아, 여태껏 까먹어서 그냥 자기 하고 싶은 말, 가르치고 싶은 거 가르치고 계셨구나.

의외지만 나도, 표정과 눈빛을 통해 무의식적으로 그런 내색을 표현한 건지, 그녀의 고운 눈이 한가득 일그러지는 모습을 두 눈에 담을 수 있었다.



“네가 바보 멍텅구리 깡통이라서 그런 거잖아!”
“죄, 죄송합니다!”



마치 애인, 여자 친구처럼 울먹거리며 그리 외쳐온 터라, 불가항력으로 나는 고개를 숙여 사과해야만 했다.

아, 요물에게 휘둘려진다는 게 이런 거구나를… 나는 생전 처음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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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 설명으론 한계를 느꼈는지 그녀는 단순하게 가자고 했다.

그렇게 해서….

숙소 침실에 뜬금없이 옷 백여  이상이 세트로 딸려 왔다.
사내 대여섯이 10분 이상 옮겨 세팅을 끝마친 걸 보면 사전에 준비한 건가 싶을 정도로 민첩한 속도였는데….
일단 옷은 대부분이 여성 옷.

즉, 마리를 위한 옷이었다.




“네놈 옷은 나중에.”


…왜요? 저도 입히시게요? 어째서?
그녀는 무수한 옷을 일견하다 내게 물었다.

“어느 옷이 좋을까?”
“어느 옷이요?”
“네가 선택해.”
“…여기에 어떤 의미가 있나요?”
“의미야 많지.”

그녀는 날 보며 말했다.




“날 네 멋대로 꾸밀 수 있는 거라고?”

그리 말하며 살짝 상체를 앞으로  덕에, 그녀의 풍부한 가슴이 내 시야를 한가득 메웠다.

“멋대로 말이야.”

은근슬쩍 접근해오면서.
그녀의 몸에서 풍겨오는 향기에 일순 눈앞이 아찔해졌다.

막상 자각하고 나서야 깨달았지만… 그녀도 상상 이상의 미인. 절세가인 소리가 부족하지 않을 미인이 아닌가.
거기다가 몸매도… 그것에 특화된 듯한…



“침 삼키지 말고 빨리 골라봐.”


물론 이런 분위기를 내내 풍기는 게 아니라 마치 훅 들어오듯, 기습적으로 훅 찔러오기에 나는 그 매력이 무척이나… 이질적이면서도 이성으론 이해 못 하나 감성, 감정으론 이미 그녀에게 사로잡히다 못해 잡아 먹혔다는 사실을, 어느 정도 인정해야만 했다.

참 기이한 게, 반했다는 자각이 있는데 이성을 어느 정도 유지가 되는 반면, 그녀가 가끔씩 보여주는 특유의 분위기가 풍기면 좀처럼 제정신을 차리기 힘든 느낌이 들었다는 거다.

‘여자들… 선수들은 남자를 이리 골려 먹는구나.’



무수히 많은 왕후장상들이 특정 여성에게 휘둘려 나라 말아먹고 인생 말아먹는 이유를 아주 직접적으로 실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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