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화 〉8. 안 박아도 천국인데 박으면…?(3)
기대감이라는 건 마치 복리 통장과도 같아서, 쌓아두고 쌓아둬서 때에 이르면 더없이 부풀어 오른다.
그 감정이 강렬할수록, 강할수록 느껴지는 희열도, 그로 인해 엄습하는 여파도 커지는 법.
동시에 그녀는, 에드릭을 먹지도 않을뿐더러, 에드릭의 욕망의 배출구로 전락할 이유도 없었기에.
그녀가 그녀의 소중한 곳을 허락한 시점에 그녀의 가치는 하락한다. 놀랍게도 그럴 리는 없지만 그렇게 된다. 사내라는 생물은 일단 여자를 먹어 치우면, 그것이 어떠한 것보다 맛있고 달콤하고 이색적이고,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 무언가임을 알면서도, 한편으론 만족하고 마는 구제불능의 생명체들이다.
물론 맛을 보았기에 그 맛을 못 잊어 미쳐가는 이들도 많을 테지만….
‘이 아이는 아니야.’
열심히 허리를 흔들며 욕망에 허우적대는 저 불쌍한 꼬맹이를 보라.
마치 늪에 빠져 허우적대는 어린 새끼 짐승을 보는 거 같지 않나.
그렇기에 좋은 거고, 그렇기 때문에 귀여운 거지만….
“크윽! 으윽!”
허리 놀림이 가속화 돼고, 처절한 신음과 함께 에드릭의 허리가 바짝 세워지자.
‘온다!’
그녀는 기대감에 순간적으로 오싹해졌다.
동시에 고개를 올려 에드릭의 얼굴 쪽을 주시했다.
쾌락에, 과도한 쾌락에 저항도 뭣도 없이 망가져 가는 저 얼굴을 보라.
남성이 여자가 자기 아래 깔려 자신의 것이 되길, 자신의 색으로 물들기를, 타락하기를, 망가지길 고대하고 기대하듯, 여자 또한 사내가 자신의 밑에서 혹은 자신의 행위에 의해, 의도에 따라 무너지고 망가져 허물어지는 모습을 비할 데 없이 사랑하곤 했다.
지금이 딱 그러했다.
신체, 물질적인 쾌락보단 이거야말로 정신적인 만족, 충족감, 쾌락에 가깝지 않을까.
물론 에드릭은 그 모두를 전부 경험하고 있었다.
비록 본능에 의식을 빼앗겨 짐승처럼 망가져 허우적댔다곤 해도, 새하얀 정액을 줄줄이 토해내며 거의 울부짖듯 쾌감에 취해 발악했다 한들!
그로 인해 체감하고 실감한 것들이, 날아간 이성 가운데서도 어렴풋이… 어쩌면 더욱 확고하면서도 선명하게 전달되온 그 뿌리 깊은 쾌감과 희열을 그는 선명하게 기억하며 동시에 극렬한 아쉬움을, 다시 없을 갈증을 또한 느끼고 있었다.
‘제대로 느끼고 싶었는데!’
이성이 날아간 덕에 본능을 해소하는 선에서 그쳤기에 그는 쾌감에 전신을 바들바들 떨면서도 한편으론 너무나도 아쉬워 호흡이 턱하고 막힐 정도로 억울했다.
‘게다가… 겨드랑이라니!’
이것도 생전 처음.
잔뜩 흥분한 상태로 키스로, 이어진 딥 키스로 이성의 장벽을 완전히 녹아내린 마리 덕분에 에드릭은 별 저항 없이 그녀가 이끄는대로 흘러가고 말았다.
그런데 이게 또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과장이 아니라 겨드랑이를 핥는데 왜인지는 몰라도 마치 보지를, 비부를 핥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심지어 거기서 흘러든 향도 왜 그렇게 좋게 느껴졌는지.
물론 그녀의 전신에선 너무나도 좋고 이상적인 향기가 줄줄 흘러나오고 있었지만, 결코 겨드랑이에서 뻗어 나간 향은 그것과는 살짝 거리가 있었는데도… 그 향이 막바지에 이성을 완벽하게 날려버리고야 말았다.
더군다나 아예 자세를 잡아 겨드랑이로 딸을 칠 수 있게끔 자세까지 잡아주니, 정말 어떠한 저항감 없이 보지에 대고 박아대듯 허리를 털어대고야 말았다.
이성이 돌아온 시점에… 앞선 상황처럼 허벅지를 핥으며 손딸로 가버린 것보다 훨씬 더 강렬한 자괴감과 탈력감에 에드릭을 한동안 말을 못 이어갈 정도였다.
좋기는 정말 오질 나게 좋았지만….
“어때? 여기도 쓸만하지?”
사정하며 줄줄이 백액을 토해내면서도 피스톤질을 멈추지 않은 덕에, 마리의 왼쪽 겨드랑이엔 그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그녀는 그것을 마치 피부 보습제처럼 발라대며 심지어 손에 묻은 흔적을 코에 대고 맡아대기까지 했다.
“엄청 뽑아댄 덕에 역시 향이 좀 옅어. 어쩔 수 없긴 한데….”
그러면소 묘하게 아쉬움을 토로하니, 그 모습에 불응기인게 맞는 건지 다시금 발기하려는 그의 아랫도리.
그 기색을 느낀 그녀가 뭔가 재미난 생각이 들었다는 듯 짖궂은 미소를 띄웠다.
“좋아, 서비스다. 아주 다시 없을 경험을 하게 해주지.”
그러면서 이번엔, 발기하기 무섭게 그대로 자신의 양 가슴 사이로 에드릭의 물건을 끼워 넣는 게 아닌가.
…이름하여 파이즈리.
이번엔 아예 작정하고 하기로 했는지 입까지 동원해 귀두를 핥고 침까지 흘려가며 에드릭의 하물을 잔뜩 적신 마리가 작정하고 양 가슴, 그 육중한 한 쌍의 가슴을 움직여 에드릭의 자지를 쥐어짜려고 작정한 듯 율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5분도 채 안 돼 다시 사정한 에드릭을 보며 마리는 재미난 듯 기꺼워했다.
“다음엔 더 좋을 걸 하자. 취향이라는 게 참~ 다양하거든? 머리에 열이 몰린다, 피가 쏠린다는 게 이제 뭔 소리인지 조금 이해가 되지?”
몇 번 싸지도 않은 거 같은데 탈진한 듯 축 늘어진 에드릭은, 고개를 주억거렴 절실히 깨우쳤다는 듯 한숨을 토해냈다.
뿌듯하고 기쁘고 엄청 좋긴 했는데, 그걸 초월하는 자괴감에 뭐랄까, 나락으로 떨어진 듯한 괴이한 기분에 사로잡힌 에드릭이었다.
‘겨드랑이… 허벅지… 크윽!’
아무래도 이러다가, 못돼먹은 버릇이, 변태적인 페티쉬(?)가 생길 것만 같은… 그런 예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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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샤워를 끝마친 직후, 물기를 씻어내며 나온 날 향해 거실에 앉아 차를 훌쩍이던 그녀가 블록으로 된 얇은 초콜릿을 건네었다.
대강 받아선 반으로 쪼개 입안에 넣으니, 단맛보단 쓴맛이 훅하고 혀를 잠식했다.
다크 초콜릿. 이건 딱 봐도… 최소 카카오 함량이 70%는 훌쩍 넘는 거 같은데? 80%까지 생각해야 되려나?
“담배 같은 거 피워?”
“아뇨.”
“잘 했어.”
뭔가 그녀도 현자 타임 비슷한 게 왔는지 이전처럼 특유의 분위기보다는 뭔가 퇴폐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고 있었다.
어느새 옷도 빨간 츄리닝에 자크까지 목까지 올린 상태.
덕분에 특유의 야한 분위기랄까, 선정적인 기색이 완전히 소거된 듯해서 왠지 좀 묘했다.
물론 가슴 쪽으로 시선을 고정하면 생각이 180도 달라졌지만, 최대한 안 보려 노력했다.
“이거 알아? 아난다 마이드(Anandamide)라는 신경 전단 물질이 있는데, 그게 활발할수록 사람이 스트레스에 덜 영향 받고, 태연하고 뭐 그런다는 거?”
“커흠!”
말문이 턱 막혔다.
여기서 이런 소리를 들을 줄이야.
“그러니 대마며 담배며 막 피워대는 건데, 그런 거에 의지해서 되겠어? 그 전에 몸에 냄새 배는 건 지긋지긋하고….”
“그걸 대용하기 위해서 이거라고요?”
나는 마저 남은 초콜릿 반쪽을 입안에 털어 넣었다.
빠각, 뽀드득.
살살 녹여 먹기엔 씁쓸함이 익숙지 않아 분질러 조각을 냈더니, 의외로 그 사이 익숙해졌는지 제법 먹을 만했다.
“이게 얼마나 만능 건강식인데? 다이어트도 좋고 스트레스도 풀어주고. 적당히 체력 보존을 위한 식사 임시 대용으로도 좋고. 초콜릿이 살찌고 이러는 건 설탕 덕지덕지 처넣어서, 설탕으로 뇌가 맛이 가서 배부른 줄 모르고 자꾸 욕구에 휘말려 입안에 뭐 털어놓고, 그런 습관 쌓이다 보니 살로 연결되는 거란다. 설탕만 멀리하면 의외로 살찔 일 없어.”
“그래도 굶는 건 안 좋아요. 설탕이야 안 먹으면 된다 지만….”
“알면서도 굶게 되더라? 내가 식욕이 없거든.”
그녀는 어딘가 현실에서 동떨어진 듯한 미소를 머금었다.
이전까지의 분위기와는 완전 다른, 마치 꿈과 희망이란 걸 모조리 잃어버린 듯한 분위기로 그녀는 소파 위에 양반다리를 한 채 츄리닝 상의 주머니에 양손을 꽂아 넣었다.
“무슨 걱정이나 고민이라도 있으신 건가요?”
“사는 거?”
그녀는 고개를 몇 차례 흔들다 한숨을 내쉬려다… 후훗 하고 혀를 차는 걸로 상황을 무마시켰다.
“가끔 이래. 막 뭔가 끓어오른다고 할까. 혹은 확 꺼진다고 할까. 그런 게 있어.”
“그래도 용케 술은 안 드시네요.”
“술은 몸을 망치니까.”
이상한 이야기를 한다.
“내 저주 중 하나가 술을 안 마신다, 정확하게는 마실 의욕 자체가 안 생기거든.”
“저주요?”
“미녀의 저주라 쳐. 삼손은 아니지만, 난 그냥 마실 의욕이 안 나.”
“그래도 마실 상황이 생긴다거나….”
“안 생겨. 생긴다 쳐도 내가 무마시켜버리니까.”
그녀는 주머니에서 초콜릿을 꺼내 입안으로 옮기곤 그걸 뽀각뽀각, 이빨로 조각내가며 말을 이어갔다.
“그래서 어땠어?”
“크흠!”
“욕망, 욕구, 충동은 사람을 미치게 하지. 그걸 이해하고, 조절하고, 또 유도할 수 있다면… 카사노바 되는 건 아무것도 아니란다? 내가 널 그렇게 만들었듯, 너도 네 여자를 그렇게 만들 수 있어야 돼. 당장은 무리여도 언젠가는.”
“저기, 제가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는 건가요?”
“두고 보면 알겠지.”
스멀스멀, 마녀가 지을 법한 희미하면서도 고혹적인 미소를 띄운 그녀는.
“옷이나 외양을 가꾸고 이런 것들도 차근차근 알려줄까 했는데… 시간이 없네. 기회가 이번 한 번일지 다음일지는 모르지만… 그땐 더 많이 일러주고, 더 나아가면 재미난 것도 해보고 그러자.”
“예, 기대하겠습니다.”
“순진한 꼬맹아. 지금 마음가짐을 잊지 마렴. 네 그 성격, 여자들이 딱 좋아하는 성격이야 너. 순진무구한 소년… 기가 막히지. 연상한테 잘 통하는 부류이긴 한데, 꼭 그런 것도 아니니.”
“저야 도통 모르겠는데요.”
“그게 좋은 거야. 순수라는 건 말이야. 유통 기한이 있어. 언젠가 닳아 없어지면… 다신 되찾지 못하는 거니까. 아! 설교하기 귀찮으니까… 다음으로 얼른 꺼져.”
“다음도 있나요?”
“그래. 엘프 아직 못 만났지?”
흠칫!
“그 녀석한테는 뭐 배우고 할 거 없어. 확실하게, 서로 즐기라고. 외적이든 내적이든. 아, 떡을 마음껏 치라는 건 아니고. 녀석이 허용한다면야 칠 수도 있겠지만… 아마 네 예상하고는 많이 틀릴 수도 있으니 참고만 해.”
“예, 알겠습니다.”
“아, 맞다 잠깐만.”
몸을 돌려 자리를 뜨려 했던 에드릭은 문득, 그녀의 제지에 어중간히 고개를 돌렸고.
그 사이, 분위기가 180도, 아니 몇백 도는 바뀐 듯한 그녀가 수줍은 듯 고개를 올린 채, 상기된 얼굴로 그를 올려다보며 다소곳하게 미소를 머금으며 말햇다.
“다음에 또 보는 거야? 오라~버니?”
“큭!”
생전 들어본 적 없는 그 무지막지한 광경에 에드릭은 척수반사라도 일으키듯 심장을 움켜쥐었다.
‘귀, 귀엽잖아!’
아니, 조금 전 분위기는 대체 어따 팔아먹었는데?!
“이것도 잊지 말고.”
다시금 특유의 고풍스런 분위기로 되돌아온 그녀가 웃으며 애교 넘치게 손을 흔들었다.
그 분위기가 너무나도 이질적이면서도 잘 어울렸는지라, 나는 귀신에 홀린 듯 숙소를 나서야만 했다.
‘말 그대로….’
천변만화(千變萬化).
천의 얼굴을 지닌 존재라 함은, 그녀를 일컫는 말이 아닐까 싶다.
익숙해지면 질린다.
그러니 나는, 단 한 순간도 질릴 일 없는 개성을, 매력을 연기하리라.
그것이 그녀라는 존재가 매력이란 의미를 숙고해 찾아낸 해답이 아닐까, 에드릭은 생각했다.
…조금 생뚱맞긴 했지만.
그나저나 끝까지 진행 안 했는데도 그 정도로 느끼다니.
안 박아도 천국이었는데 실제 그 이상 갔다면…?
“어휴!”
상상만으로도 등골이 엉큼한 의미로 오싹해진 에드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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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킹은 해뒀는데….”
언제쯤 씨앗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으려나.
에드릭이 사라진 공간에서 마리는, 어딘가 세상으로부터 격리된 듯한 표정으로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저 그렇게, 하염없이, 무표정하게 천장을 올려다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