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취직하니 떡을 침. 이세계에서 (32)화 (32/454)



〈 32화 〉10. 엘프의 길쭉한 귀를 주제로 한 미묘한 고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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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게, 이성의 촉을 세워 진행하면 크게 문제  게 없었지만….
아무래도 사람이고, 남성이다 보니 의식을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침착하게, 최대한 이성의 끈을 바짝 붙든  귀 청소를 진행하고자 했던 에드릭.

바깥과 안쪽 일부를 수건으로 훑어낸 에드릭은 이후 쇠로 이루어진 귀이개를 짚어 들었다.


 구조상 천장을 바라보고 누우면 보일 리가 없는 게 당연했지만, 인간의 귀 구조하고는 차이가 있다보니 겉 일부를 살피는데는 지장이 없었다.


거기다 에드릭이 귀이개를 귀 인근으로 접근하니 제이실라는 자연스럽게 왼쪽으로 머리맡을 이동켰다. 왼쪽 귀가 에드릭의 무릎 바깥쪽으로 가게끔 머리를 이동시켜 살짝 돌아눕기까지.


자연스럽게 에드릭의 시선이 그녀의 귓속, 안쪽으로 집중됐다. 그럼에도 빛이 스며들지 못한 덕인지 안쪽이 훤히 비치진 않았기에 되도록 침착하게, 귀이개로 마치 어둠 속을 탐방하는 내방자처럼 안쪽을 귀이개로 살피기 시작했다.

“흐으음―”

살짝 늘어지는 목소리가 그녀의 입을 통해 새어 나왔다.

종족 특성상 인간보다 훨씬 청각이 발단한 그들은 당연 귀가 남들보다 민감했다.
강아지나 고양이의 꼬리 정도까진 아니더라도 누군가에게 손을 맡기기엔 상당한 용기가 필요했지만, 제이실라는 굳이 그런 이야기를 입 밖에 내지 않았다.

귀 안쪽으로 서걱서걱하는 소리가, 후드득 하는 소리가 자그맣게, 조심스레 울려 퍼졌다.

차분하면서도 인상적인 움직임. 혹여나 제이실라가 자그맣게나마 반응하면 거기에 움찔하며 더욱 세심하게, 미세하게 힘을 조절하는 그 섬세한 배려까지.
그러면서도 차곡차곡 행위는 이어진다.


타인의 무릎 위에 머리를 올려둔다는  사실 심리적 방어 기재를 상당수 풀어놓고, 내려놓아야 가능한 행위.
특히 순수한 감정, 감정의 유동에 민감한 그들의 일족은 인간 특유의 음울하고 탁하면서도 저질적인 기운에는 좀처럼 마음을 놓지 못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청각을 통해 심장 소리조차 가벼이 포착하는 그들은 상대의 긴장감, 신체 반응 등을 자연스럽게 읽어 들인다. 시력도 탁월하기에 의도하고자 하면 긴장으로 인한 피부의 수축, 모공이 위축되는 그런 것서부터 솜털이 일고 잦아드는 것까지 헤아리는 게 가능할 정도.

그보다 훨씬 티가 나는 기본적인 신체 반응 등을 헤아리는 건, 그녀들에게 있어서는 누워서 떡먹기와도 같은 수준의 난이도였다.


감정이 비교적 옅을 수밖에 없는 이유도, 일일이 반응하고 표현하지 않아도 그들은 그런 미세한 반응만으로도 서로의 생각, 의념 등을 표면적으로 읽어 들일  있기 때문.

그러기에 인간들은 엘프며 숲의 종족을 일컬어 감정이 옅다, 무감정적이다, 냉정하다는 식으로 단정 짓곤 하지만, 이건 엄연한 착각. 편견이었다.
일방적으로, 이해를 불허한 채 그들 나름의 눈으로만 판단했기에 일어난 오류.
 종족과 교류한다는 건,  점을 인정하고 받아들임으로써 시작된다.


…물론 인간 못지않게 감정 표현이나 태도가 노골적인 이들은 크게 지장 없을 거였다.
오히려 인간보다 훨씬 격렬하고 다부지고 난폭한 이들은 뺨을 맞아도 상황이 잘못 겹치면 이를 고백 겸 청혼으로 받아들이는 이들까지 있을 정도로 가지각색이니.


그러기에 인간 사회에서만 살아갈 게 아니라면, 이런 걸 사전에 이해해두는 건 무척 중요했다.

그런 의미에서 에드릭은 엘프들의 기준으론 합격. 교류하고 관계를 이어감에 있어 그는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거라 그녀는 생각했다.

에드릭은 세심하게  안쪽을 귀이개로 훑으며 먼지며 귀지가 나오지 않을 때까지 행위를 지속했다.

사실 거의 없긴 했지만, 없다 해서 안 해버리면 이게 또 아쉬울 따름이니 이쯤 되면 청소라기보다는 마사지, 지압? 그렇게 여겨야 할지도 모를 일.
실제로도 제이실라는 기분 좋은 듯 편안한 음색으로 차분하게 그의 무릎과 허벅지에 머리를 올려놓고 있으니 말이다.

무릎베개라는 건 익숙지 않은 이에겐 난이도가 조금 높은 동작이었다.
팔베개조차 오래 내버려 두면 혈액 순환이 안  팔 아파지는 판에, 무릎 꿇은 자세는 익숙하지 않은 한 벌을 스는 자세 못지않게 상당히 불편한 자세니 오죽하겠나.


그러기에 최초 무릎을 꿇을 때도 정 자세가 아니라 살짝 옆으로 두 발을 흘리는 형태, 예컨대 기울어진 N자 형태로 앉았으니. 에드릭은 이런 식으로 앉아본 예가 정말 손에 꼽을 정도로, 그조차도 자세를 바꾸는 와중에   취한 정도지, 지금처럼 오랫동안 이런 자세를 유지해본 적이 없기에 이미, 상당히 다리가 저린 느낌을 받고 있었다.


그렇다고 자세를 높이자니, 무릎이며 허벅지 높이도 덩달아 올라가면 이건 이것대로 편히 누워있는 그녀에겐 실례가 될 거고.
안쪽을 귀이개로 다 훑어냈다고 판단하곤 이 다음으로 면봉을 들어 깨끗한 물을 담았으리라 짐작되는 분무기로 살짝 면봉 끝을 적셨다. 물에 담그면 너무 물기를 많이 머금기에 이런 방식이 좋다며 제이실라가 슬쩍 언급해준  그대로 실행한 바였다.


실제로 에드릭의  안쪽으로 훑어낸 면봉도 물기를 머금고는 있었지만 지나침도, 부족함도 없는 적절한 느낌이 들었는데, 이런 방법을 동원해서 였는지도.


귀 안쪽서부터 서서히 물기를 옅게 머금은 면봉으로 그 안을 들추니, 조금 민감한 부위를 건드린 걸까, 미세한 반응만을 보이던 그녀가 살짝 몸을 떨었다.


물론 이조차도 크게 티가 나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계속해서 그녀의 반응을 주시하고 관찰하고 있던 에드릭은  반응을 금세 캐치했다.

그러다 문득 귀 뒤로 비추는 그녀의 머리맡, 목 뒤쪽에 시선이 맺혔다.
마치 금실처럼 펄럭이는 머리칼 사이로 곱게 자리한  말끔한 목의 곡선을 눈에 담으니, 왠지 모르게 목이 타는  느껴졌다.

뒤로 자라난 머리가  덕에, 에드릭이 손대려 하는 귀 쪽으로 최대한 머리칼이 쏠리지 않도록 손으로 정리한 그녀였지만 한계는 명확.


비록 옷감이 한 꺼풀 드리워 있다 한들, 그 사이로 살랑거리는 그녀의 머릿결, 그 감촉은 여전히 그의 무릎과 허벅지를 희미하게 간질이고 있었다.

솔직히 여기까지 와서 아랫도리가 반응 안 한 것도 기적과도 같은 일.
일반적인 크기였다면 어설프게 감출 수나마 있었겠지만, 에드릭의 아바타는 아무쪼록 아랫도리가 흉포한 편에 속했다.

애써 티 내지 않기 위해 심호흡까지 동원해가며 면봉질을 무사히 마무리한 그는 이윽고 솜털, 동그랗게 자리한 솜털 같은 걸로 그녀의 귀 안쪽을 차분히 만지작대기 시작했다.


“후훗! 간지러운데요?”
“그, 그런가요?”
“좋아요. 그 정도로….”


말끝이 흐려지며 그녀는 에드릭의 손에 자신을 맡기려는 듯 침묵에 젖어 들었다.
움찔거리는 반응이 이전보다 훨씬 자주, 주기적으로 이어졌다.
 다음으로는 손가락으로 꾸역꾸역 귀 전체를 주물러주고 손끝으로 곳곳을 눌러주기까지.


마지막으로 분무기를 강하게  번, 약하게 한 번 정도 뿌려 물기를 적당히 머금게 하고는  전체를 한두 차례씩 훑어주기 시작했다.

“흐음!”



시원한 건지 흘러나오는 신음 속에 개운한 듯한 음색이 피어난다.




“이렇게 하면 한쪽은 다 끝난 거죠? 제가 따로 놓쳤거나 부족했던 점이 혹시 있는지요?”
“이 정도면 충분해요.”



살짝 머리를 일으킨 그녀가 오른쪽 귀를  차례 만지며 만족감을 표했다.
그렇게 다시금 그녀가 머리를 정리하는 사이, 에드릭도 잽싸게 앉은 자세를 변경. 양발을 반대쪽으로 옮겨서 자세를 전환했다.


그녀가 다시금 내 무릎, 허벅지에 머리를 기대왔다.
당연 처음엔 정면. 덕분에  다시 그녀와 시선을 마주하는 형태가 됐지만 한 차례 익숙해진 덕에 조금 더 편안하게 다음 행위를 이어갈 수 있었다.

감촉이 좋은 수건으로  바깥, 안쪽으로 훑어내고 면봉으로 일부를 마사지하듯 훑어준 다음, 다시금 귀이개를 들자 그녀가 자연스럽게, 이번에는 왼쪽 귀가 위로 향하도록 고개를 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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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식으로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 마무리됐다.
상반신만을 세운 채 만족스러운 듯 양 귀를 만지고 고개를 움직여 털어보는 행동을 취했다.



“수고하셨어요.”
“예, 감사했습니다.”
“감사는 제가 해야죠.”


침대에서 살짝 옆으로 돌아눕듯 앉아선 그녀가 편안히 감사의 인사를 보내왔다.
나는 한창 발기하려고 애를 쓰는 아랫도리를 애써 가눈 채 힘 빠진 웃음을 머금으며 그녀와 마주하곤 손으로는  청소 도구를 정리하는데 한창.



“아, 그건 그대로 놔두셔도 되요.”
“예?”



왜죠? 하고 물을 뻔했다.




“기회가 난 김에, 조금 더 경험해보기로 해요.”




라고 말하곤 갑자기 손가락을 타악 하고 튕기는 그녀.

뭔가 싶었는데, 1분도 채  지나 인기척과 함께 문이 열리며 여성들이 그대로 침실에 들어섰다.

대략 여덟.
참고로 그들 모두, 귀가 일반적인 인간 여성들과는 차이가 있었다.


아무래도 그녀들 전부, 엘프가 아닐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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