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6화 〉11. 불합리함이 꼴림(?)을 만든다.(3)
신변에 위험을 느낀 덕에 집중이 풀어진 탓일까.
“흐응! 뭐야? 나한테 집중해야지? 어딜 보니? 주위 것들 신경 끄고! 자!”
발 누님도 그런 걸 느끼고 있던 탓일까. 묘하게 기분이 좋아 보이는데? 뭐랄까, 상대적 우월감 같은 걸 느끼고 있는 건가? 끄응….
참고로 이 마사지 침대는 머리를 놓을 부분에 구멍을 뚫어 놓아 얼굴을 아래로 놓고 눕는 것도 훨씬 편리해 보였음에도, 그녀는 굳이 그곳에 안면을 집어넣지 않았다.
왜냐고 묻자….
“뭔가 좀… 그렇지?”
뭐가 그런 건지 잘 모르겠는데요?!
목을 주무르고 두피 마사지까지 이어지니 여기서부터는 반응이 상당히 좋은 편.
거기다 뿔 인근을 마사지하니 마치 성감대를 주무른 양 신음을 섞어 반응하기까지 한다. 덕분에 이쪽도 이쪽 나름대로 그 반응들을 반찬(?) 삼아 흥분도가 급증하고 말았으니 이건 행운인가 불행인가. 딜레마로다.
지금은… 대략 전신이 10분에 2정도가 성감대가 된 듯한 느낌이다. 이거 진짜 돌겠는데? 당장 아랫도리가 부풀어 올랐다면 어딘가로 박차고 달려가 한 발 뽑았을지도 모를 정도로 나 또한 상당히 몰려 있었는데, 물건이 서질 않으니 이걸 도저히 해소할 길은 없고, 그런데 발정이라도 난 듯 속은 자꾸만 타들어 가니….
“이제… 돌아누우시면 되세요.”
흐트러진 호흡을 억지로 가눈 채 그리 요청했다. 주무르기만 했는데도 왜 이리 힘드냐? 진짜 저질 체력이라서 그런가? 아이고 죽겠네! 죽겠어!
뒤쪽만 주무르는데 무려 30분이 넘게 날아갔다. 내가 봐도 너무 공들인 게 아닌가 싶었는데, 다른 이들을 힐끗 살펴보니 나처럼은 아니어도 다들 한쪽을 마사지하는데 20분을 채 넘기지 않는 선에서 끝내고 있었다.
‘내가 굳이 저걸 따라 할 필요는 없겠지.’
남들과 똑같게 못 한다면 고유한 특성을 살리자.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블루 오션은 못 찾아도 퍼플 오션은 찾아야지. 이미 고인물들, 썩은 물들이 흘러넘치는 곳에서 그들과 똑같은 식으로 부딪혀봤자 비전문가가 뭘 내세울 수 있겠나.
실제로 틈이 날 때 엿보는 다른 마사지사들은 굉장히 능숙하게 서비스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개성도 다양해서 수시로 입을 여는 이가 있는가 하면, 한마디도 안 하고 조용히 행위로만 일관하는 이들까지.
뭐가 좋고 나쁘고를 따지긴 애매한 게, 누군가에겐 좋은 게 누군가에겐 구릴 수 있다는 건 살다 보면 한두 번 보는 일이 아니지.
누구는 부먹, 누구는 찍먹.
호불호란 그런 게 아니겠나.
별 게 아닐 수 있지만 민감한 사항으로 번질 수도 있는 거고.
그런 식으로 성실하게, 우직할 정도로 시간을 오래오래 끌어 마사지를 진행했는데….
집중할 때는 또 몰랐는데 힘들어서 후우 하고 한숨 돌리며 무심코 주위를 둘러보자.
“?!”
뭐지? 왜 요 인근을 둘러쌓다시피 하고 있는 걸까요?!
거기다 대부분 표정들이….
“뭐해?”
“하하하….”
어색하게 웃으며 복부를 마사지하고, 이어 내 손길이 발 누님의 적당히 부풀어 오른 젖가슴 부위로 향하자….
쓰릅!
기분 탓인지 혀를 훔치는 소리들이 귓전을 두들겨옴은 물론, 미약하게나마 오오! 와아! 하는 감탄사 같은 반응들까지.
물론 음성의 발원지를 향해 시선을 돌렸으나 누가 누군지 알 수가 있어야지.
그건 그렇고… 아까보다 더 가까워진 거 같은데?
사실 가슴을 주무르는 건 굳이 마사지라기보다는… 그거지?
실제로 감촉이 워낙 좋았기에 주무르는 내 쪽도 기분이 무척 상쾌…하다고 하면 좀 이상하겠지만 아무튼 좋았고, 발딱 서기 시작한 유두를 보니 애써 억눌러놨던 성욕이 들끓는 기분이 들었지만, 심호흡을 하는 식으로 호흡을 느리게 가다듬어 심장박동을 억지로나마 조절했다.
…그런다고 심장 근육이 컨트롤 되면 이 녀석이 불수의근이라 불릴 이유가 없겠지. 단순 완화하는 정도가 고작이지만, 그거라도 어디냐.
목마를 땐 물 한두 방울조차 감지덕지할 수밖에.
덕분에 가슴 위, 쇄골이며 어깨 부위로 가는데도 상당한 고생을 해야 했다.
아니, 이걸 고생이라고 해야 될까? 천국 속에 지옥이란 표현이 절로 어울리는 상황이었지만, 아무튼 어깨 쪽을 주무르다 보니 다시금 힘겨운 시간이 지속됐다.
이게 크게 안 힘들 거 같은데, 진이 엄청 빠지는 작업이다.
더군다나 앞쪽 뒤쪽 포함해서 거의 1시간이 조금 못 미치는 시간을 쉬지 않고 집중해서 케어한 거니 오죽하겠나.
막바지로 누운 그녀의 두피를 마사지 겸 지압해줌으로써 마무리.
“후우!”
몸을 일으킨 그녀는 처음과 달리 엄청 상쾌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피부색도 기분 탓인지 훨씬 밝아지고 매끄러워진 것도 같고….
“투박하긴 해도 정성이 갸륵하긴 하네. 나쁘지 않았어!”
“감사합니다. 헤헤….”
“그건 그렇고 너… 인내심이 대단한 거니 본능을 뭐 따로 억제하거나 뭐 그런 거니? 어째서 거기 발기가 안 되는 거니?”
“……하하.”
그걸 직구로 때려 넣으시는 겁니까?!
“뭐 계속 세우고 있으면 불편하긴 하겠는데… 흐음, 신기하네. 그런 것치고는 또 반응은 좋고. 게다가 뭐랄까….”
“저기요?”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나누던 차에 누군가가 끼어들었다.
“볼일 다 봤으면 이제 슬슬 물러나시죠?”
“앙? 아직 볼일 안 끝났거든?! 뭔데 참견?!”
저, 저기요, 님들?
첫날은 그런 식으로 혼란의 연속.
많은 사람을 받진 못 했지만, 발 누님 포함해 다섯 사람을 받으니 실질적으로 녹초가 돼서 더 이상 영업(?)을 이어갈 수 없게 됐다.
게다가 가장 심각한 건….
“아, 제가 한 가지 빠뜨렸네요.”
숙소로 돌아온 내게 식사와 함께 등장한 로메리스가 첨언이 뒤따랐으니.
“몸이 성감대처럼 민감해지는 거 말고도, 여성분들하고 접촉시에 그분들의 호르몬을 자극하고 활성화 시켜 주는 효능이 있거든요. 그래서 만지는 사람도 기분 좋고, 상대도 반응이 좋을 거예요. 오래 만져주면 반응은 더욱….”
“그걸 좀 짐작 말해주셨어야죠!”
왜들 그리 저한테 들러 붙어오려는지 궁금했는데 이제야….
“거기다가 몸에서도 페로몬이 발산되기에 그냥 지나칠 것도 한 번을 더 보게 되고….”
“아오… 그게 뭐예요.”
울고 싶어졌다.
성욕은 평소와 다를 바 없이 난리를 치는데 물건이 안 서! 이거 진짜 미칠 노릇이다. 한발이라도 빼면 정신적으로 안정을 이룰 것도 같은데, 뺄 수가 없네?!
“하루 지났으니 이틀만 참으면 되겠네요.”
그 이틀 지나기 전에 제가 먼저 성욕에 미쳐 이성을 잃고 야수처럼 날뛰다 발정 해결 못 해 드러눕다 못해 혼절해 죽게 생겼습니다만?!
“크윽!”
그런 식으로 퍼붓고 싶은 걸 애써 자제했다.
“화이팅?”
로메리스는 귀엽게 윙크하며 그리 응원을 해왔고, 그 귀여움직한 모습 덕에 내 흥분도는 재차 상승에 더더욱 괴로움에 몸부림쳐야 했다.
지금 오죽하면 침대에 누워 있는 것만으로도 열병 앓는 듯한 느낌을 받고 있겠냐! 이러다 잠이나 자겠냐?!
……실제로 에드릭은 피곤해 죽겠는데도 속이 끓어 올라 거의 뜬눈으로 밤을 지세워야만 했다.
아니, 그래도 누워서 눈이라도 안 감고 있으면 휴식이 안 되니 뭘 할 수도 없고 말이죠!
물 잔뜩 마셔서 화장실 가서 소변을 뭔 폭포수처럼 콸콸 터트려도 그때만 잠깐이지 성욕은 도저히 주체할 겨를이 없고!
그렇게 해서 두 번째 출근 때는 어제와는 다른 케이스라도 작정하고 마사지와 사적인 욕구를 푼다는 개념으로 아주 난리를 쳤다.
“소, 소문보다 더 하잖… 하윽!”
마사지한다며 아예 계곡 안쪽을 애무하는 거 이상으로 주물러 풀어준다며 난리를 치고.
“자, 잠깐! 소, 손! 느, 느낌이 좀!”
몸을 만지다 성감대로 짐작되는 곳, 반응들을 유추하기 무섭게 그곳을 아주 작정하고 공략해 그것만으로 살짝 가게 만들기까지 했다.
…어이없지만 여러 여성을 상대함으로서 그들의 성감대 및 민감한 곳들을 은연중 헤아릴 수 있게 됐지만, 당시엔 흥분에서 그딴 건 모르겠고 그냥 여성의 긍정적인, 극적인 반응을 보는데 치중하고자 아주 열심히 몸을 움직였다는 사실만큼은 뚜렷하게 기억한다.
…고자들이 왜 성적 취향이나 아무튼 성향들이 뒤틀리는지 본의 아니게 실감 중인데, 그들도 진짜 성욕은 들끓는데 물건이 안 서는 건지, 아니면 성욕 자체가 물건과 함께 단절되는 건지 아닌지… 이건 아직도 미스테리다.
이틀째 퇴근은 그렇게 무사히 끝나는 듯 했지만….
‘더 죽겠다! 젠장!’
지금은 거의 전신이 페니스가 된 것 마냥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오죽하면 누가 터치하고 만지는 것만으로 헉 소리가 절로 나오겠나?
“잘 참고 계세요.”
거기다 로메리스는 친근한 미소와 자애로운 눈초리로 그런 날 관찰하며 뭐랄까… 살짝 달아오르고 계신 거 같은데, 기분 탓이겠죠? 예?!
“이렇게 한 번 생각해보시겠어요?”
애처로운 날 보며 그녀는 말했다.
“이렇게 참다참다 제대로 하게 되면… 그 쾌감이 남다를 거라 생각진 않으세요?”
“그, 그거야….”
“내일이에요. 내일까지만 참으면….”
은근슬쩍 옆으로 달라붙은 그녀. 덕분에 전신이 난리법석을 치며 심장은 뭐라도 하라는 듯 미친 듯이 두방망이질을 치는 가운데.
“제가… 모든 욕정, 고뇌를 전부 다… 씻어 드릴게요.”
그녀가 조금만 더 버텼다면 무심코 고개를 돌려 그녀의 입을 마구잡이로 헤집고 범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럼에도 욕구를 수그러들지 않겠지만, 그렇게라도 안 하면 진짜로 미칠 거 같았기에.
로메리스는 그런 의미에서 영악했고, 반응 또한 민첩했다.
기민하게 훌쩍 내게서 몸을 물린 그녀는 어딘가 고양이 같은 미소를 머금은 채 그
대로 조심조심, 느릿느릿 뒷걸음질 치며 내게로 부터 멀어졌다.
물론 소리 죽여, 소리 없이 입술을 달싹여 이렇게 날 기대로 젖어 들게 만들었지만.
‘내일이에요. 꼭.’
그래그래, 내일이다. 어떻게든 버텨야지 진짜… 아오!
다시금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나는, 아예 오늘은 죽자 하며 셋째 날, 마지막 일정을 처리하고자 증기욕 시설로 더딘 걸음을 옮기고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