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7화 〉11. 불합리함이 꼴림(?)을 만든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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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망에 마지막 날.
대체 어떤 식으로 소문이 났는지 에드릭이 등장하기 무섭게 접근해오는 여성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저기 너, 누나하고 좋은 거 하러 가지 않을래?”
“얼마면 되니? 돈 벌려고 온 거 맞지? 얼마면 돼?!”
“말로는 설명 못 하겠는데, 나 따라오면….”
“고개를 조아려라! 이 몸을 영접한 무한한 영광을 안겨주마! 거절은 용납지 않겠다!”
뭔가요, 이 사태는?!
오늘도 마찬가지로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터라 에드릭은 피곤과 성욕, 참는 게 불가능하다 언급되는 3종 세트 중 식욕을 제외한 두 가지에 휘말려 지금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특유의 심성 덕분에 초인적인 인내심을 발휘해… 더불어 권고사직인지 퇴사 처리인지 모를 상황에 처하지 않고자 아주 안간힘을 써가며 이성을 유지하는데 집중했는데… 사태가 심상치 않았다.
“자, 다들 모이셨지요?”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오늘은 제비뽑기를 가져온 에드릭.
일곱 팀에 하나씩 해서 딱 일곱 사람만 받겠다는 제안을 던져 공평함, 동등한 기회를 역설하여 그들을 설득시킨 에드릭은 이젠 정말 될 대로 되라는 심경으로 상대 눈치보다는 갑의 입장에서 최대한 무난한 결과가 나오도록 노력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의 에드릭은 그냥 온몸이 성감대에 가까운 상태. 스스로가 만지건 상대가 만져도 반응이 심상치 않을 걸 애써 참는 게 고작.
게다가 로메리스가 말한 대로 에드릭의 민감도가 상승할수록 접촉 시 관련 호르몬의 활성이 더욱 극대화되고 있는 탓일까. 단순히 발을 만지며 마사지하는 것만으로도 나름 닳고 닳았다고 여긴 여성들조차 벌써부터 계곡을 통해 애액을 줄줄이 흘려대는 지경에 이르렀다.
‘뭐, 뭐지 이 느낌은?!’
저건 살아있는 발정제, 미약 같은 존재인가?
눈으로 봐도 얼굴을 한가득 상기 시킨 채 술을 헐떡이며 자신의 몸을 마구 주무르고 만지작대고… 그것만으로 아래쪽에 뭔가가 쿡 하고 꽂힌다고 할까, 와닿는다고 할까, 뭘까 이 기분은?!
안쓰러우면서도 어딘가 애타는 느낌으로 그녀들은 에드릭의 마사지를 받으며 한껏 한숨인지 신음인지 모를 소리를 간헐적으로 흘려냈다. 그러다가 한 차례 가고, 두 차례 가버리고… 여운이 가실 틈도 없이 애드릭은 여전히 기계적이지만 한편으론 성실하게, 너무 성실해서 답답하게 느껴질 정도로 진지하게 그녀들의 육신을 어루만졌고, 그녀들은 그녀들 나름대로 마구잡이로 가고 있었다.
“허억! 헉!”
왜 마사지 받는 이들이 저리 애처롭게 헐떡이는가. 이를 지켜보던 이들도 그 상황이 도무지 이해가 안 갔지만 한 가지만은 확실했다.
‘기분 좋아 보인다.’
‘나도… 나도 만져주지!’
‘저 어린 것에 대체 무슨 비밀이 있길래….’
‘저게 이름하여 신의 손이라는 건가.’
전혀 아니지만 마사지를 받는 여성 측이 너무 애처롭게 달아올라 펄떡이니, 없던 꼴림마저 솟구치는 터라 도저히 참지 못 하겠던 이들은 그대로 방으로 돌아가던가 욕구를 해소 시켜 줄 남정네를 찾고자 자리를 비워야만 했다.
“하윽! 흐윽!”
“…….”
에드릭은 입술을 굳게 다문 채 행위에 계속 집중했다.
머리에 열이 몰리고 아무튼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의무감과 책임감에 입각해 그는 여성들에게 서비스를 이어가며 그 와중에도 그녀들의 반응을 살피고 또 살폈다.
당연 그로 인해 얻어지는 결론은 하나.
‘야하잖아! 너무 야해! 날 말려 죽일 속셈인가?! 신음은 왜 내는데?! 왜 벌써 가고 있는데?! 또 갔어?! 어째서?!’
이전보단 능숙해져서 1시간도 채 안 걸려 마사지를 마무리 짓게 됐지만….
마사지가 다 끝나더라도 그녀들은 추욱 늘어져 정신을 못 차렸다. 눈이 풀린 채 입을 헤 벌리며 침마저 뚝뚝, 질질 흘리며 넋을 놓고 있는데… 이를 구경하는 여성들로선 이가 갈리고 가슴이 저며들 정도로 부럽고, 질투심에 울화가 터질 것만 같았다.
‘대체 얼마나 좋길래!’
‘나도, 나도 만져달라고! 돈은 많은데! 이게 뭐야?!’
‘이, 이 몸이 이런 취급을 받다니! 발칙하도다!’
그녀들은 제비뽑기 결과를 여전히 납득 못 하고 있었다.
그리고 혹시나 싶어 기회가 올까 해서 대기는 타고 있었지만, 그럴 리가.
그런 식으로 순번이 두셋 돌아가 절반이 끝나니 에드릭도 솔직히, 실신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좀… 쉬어야겠다.’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식사 겸 휴식을 명분으로 증기탕을 나선 에드릭은 그대로 숙소로 와서 널브러졌다.
“고생 많으셨어요.”
로메리스는 그가 식욕이 부족하고 심기가 어지러운 걸 알기에 간단하게 집어먹을 수 있는 음식을 전달해주었다.
당연 그녀도 금세 모습을 감추었는데, 솔직히 근처에 있는 것만으로도 야한 냄새(?)를 풍기는 로메리스였기에, 지금은 솔직히 보기 두려웠다.
체감상으로 이미 에드릭의 몸은 대략 10분에 8 가량이 성감대라 봐도 무방할 정도라 이젠 걸을 때 느껴지는 진동만으로 움찔할 정도로 몸이 한껏 달아올라 있었다.
‘싸, 싸고 싶어.’
이젠 쾌락의 문제가 아니라 욕구 해소를 빙자한 생존이 달린 문제였다.
‘아직도 몇 시간이 남았는데!’
어떻게 버티냐! 으아아악!
속으로 뭐라 외치다 결국 미약한 비명을 지르며 몸을 구르다 하윽 하고 신음을 내지른 에드릭.
‘…살려줘.’
물론 그가 그러거나 말거나 시간은 흐르고, 결국 어중간히 먹는 듯 마는 듯 식사를 끝마친 에드릭은 다시금 증기욕 시설로 향했다.
당연 에드릭이 애타고 처절해지는 만큼, 그에게서 풍겨나는 향이며 몸짓, 또한 접촉에 의해 비롯한 쾌감은 더욱 강렬해진 만큼, 후반대에 에드릭에게 몸을 맡긴 이들은 이전보다 훨씬 더 격렬한 반응을 보이기에 이르렀다.
‘젠장!’
지켜보던 이들의 선망, 질시, 부러움의 시선조차 이쯤되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그녀들은 마사지로 인해 상상도 못할 천국을 맛 보고 있었다.
이쯤 되니 그들 모두에겐 한 가지 의혹이 솟아났다.
마사지만으로 저러는데… 섹스하면 얼마나 기분이… 좋을까?
그러나 이 와중에도 에드릭의 물건은 반응하지 않았고, 몇몇 이들은 이것이 저 아이가 남성성을 포기한 대신 얻은 일종에… 뭐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의혹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전혀 아니었지만.
아무튼 지옥과도 같았던 시간이 지나자, 무수한 여성들이 에드릭을 향해 달려들어 한바탕 난리가 날 뻔했지만….
“여러분,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라는 식으로 로메리스가 나서서 혼절하기 직전인 에드릭을 야수굴(?)에서 빼내고서야 에드릭은 안도인지 불안인지 혼란인지 모를 감정에 휩싸여 아주, 미치기 일보 직전에 이르러 있었다.
아니, 이미 미쳐버린 지 한참 됐지. 오로지 회사에 발 붙이기 위한 명목, 그 절실성 하나만 가지고 버텨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열심히 하셨어요. 정말 장하세요.”
숙소로 돌아온 둘.
로메리스는 에드릭에게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면서 준비해둔 물약을 건네며.
“이걸 마시면 이제 원 상태로 돌아오실 거예요. 그리고 그 다음엔… 아시죠?”
“…….”
그 말에 선뜻 물약에 손을 뻗은 에드릭이었지만.
어째서인지 마개를 따진 않았다.
“??”
그 모습이 의외였을까. 로메리스가 살짝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이.
거칠어진 호흡을 억누른 채 에드릭이 물었다.
“…3일째 맞지?”
“예, 맞아요.”
“……아직 안 지난 거지?”
“예?”
“분명… 3일 동안 버티라고 들었어. 발기 시키지도 말고 쓰지도 말고….”
“그래서요?”
“아직… 안 지났잖아! 으으으!”
그 말과 함께 물약을 침대 가장 자리에 올려둔 에드릭.
로메리스는 힘차게 손뼉을 마주쳤다.
“훌륭하세요! 유혹에 넘어가실 거라 생각했는데, 버텨내셨네요?”
“……3일째 지나려면 얼마나 남았어?”
“3시간?”
“살려줘! 으아아악!”
발악하는 에드릭과 그런 그를 보며 미소 짓는 로메리스.
그런데 로메리스의 미소는 어딘가, 조금 위험하면서도 음험한 기색을 띄고 있었다.
그녀도 사실, 반쯤은 발정 상태에 놓여 있었다.
애초에 부축하며 이 방까지 에드릭을 끌고 온 게 누구였던가. 바로 자신이 아니었나.
당연히 영향을 받을 수밖에.
침이 흐르려는 걸 억지로 닦아낸 그녀는 자신의 그곳이 한껏 달아올라 있음을 느꼈지만 이를 내색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참자. 참으면… 더할 나위 없는….’
그녀의 구릿빛 피부 위로 다시금 붉은 기운이 내려앉았지만, 혼란에 사로잡힌 에드릭으로서는 이를 알 도리가 없었다.
결국 침대에 누워 인근에 놓아둔 시계를 주시하며 시간 가는 걸 터질 듯 충혈된 눈으로 노려보는 거 외엔 당장에 에드릭이 취할 수 있는 방도는, 아무것도 없었다.
‘조금만 참으면 된다. 조금만….’
여기까지 잘 왔다. 마지막 트릭도 잘 넘겼고!
이제 진짜로! 진짜로 마지막 관문만을….
그러나 흥분 및 피로도가 과한 탓에 무심코 졸고, 그러다 눈을 뜨고. 뭔가 잠은 안 오는데 잠깐씩 졸기를 수차례.
제아무리 흥분하고 몸이 달아오른다 한들 그는 연일 이틀을 시달린 채 잠도 제대로 못 잔 상황.
거기다 서서히 약효도 중화되어가는 판이었기에 당연 피로가 몰려드는 것도 당연.
더군다나 저녁 식사랍시고 수면제를 섞어 넣은 로메리스였기에 가뜩이나 혈액 순환도 왕성한 에드릭으로선 양호가 즉각적으로 드는 건 문제가 아니었다.
물론 오래는 잠들지 못할 거다. 달아오른 열기는, 이윽고 심장을 태우고 폐부까지 그 열기를 뻗어나가 그의 숙면을 방해할 테니.
그러나 잠시간 버티는 데는 무엇보다도 유용하리라.
그리고 그 다음엔….
‘가장 맛있을 타이밍이… 온다.’
로메리스는 누가 보면 마녀 혹은 악녀라며 몸을 부들부들 떨 법한, 그런 살벌한 미소를 띄운 채 침대 맡으로 옮겨둔 의자에 앉아 졸다가 눈을 감고, 그러다 번뜩 눈을 뜨길 반복하는 에드릭을 보며 교태롭게, 소리 죽여 웃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