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7화 〉14. 이세계 수녀님은 서큐버스라는 게 학계 정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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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의 첫 만남 이후, 날이 저물 때까지 그녀를 따라 간단한 잡일을 거들었다.
허기가 질 때쯤 신부님을 포함해 셋이서 식사에 접어들었다.
식단은 소박했지만, 적당히 운동 겸 노동에 종사하다 먹게 된 식사는 입에도 잘 맞았다. 원체 편식을 잘 안 하는 주의이기도 했고, 자취할 때 정말 열악했을 때는 식빵 하나로 끼니를 채웠으며, 라면 스프 하나로 3번을 사리 넣는 식으로 끓여 먹고 막바지엔 밥까지 비벼 먹었던 생활도 해봤던지라 이후론 어지간해선 반찬 투정, 불평불만을 하지 않게 됐다.
…라면 밥만 줄기차게 먹다 김치가 추가됐을 때의 감동을 어찌 알리.
이후 강가로 향해 설거지를 거든 다음엔 온 김에 연달아 몸을 씻고선 교회 코앞에 자리 잡은 숙소 객실로 무사히 복귀할 수 있었다.
‘뭔가 느긋한 하루였지.’
일이 쉬운 건 아니었지만 열악한 환경인 만큼 그 정도야 각오했던 벌써부터 그녀(?)들의 살결이나 아무튼 그런 게 그립기도 했지만, 그와는 대조적으로 누적된 피로도 상당했기에 오늘을 일찍 잠들기로 했다. 어차피 해가 떨어진 직후엔 신부님이나 수녀님도 후딱 잠자리에 드는 거 같았기에 할 일도 없었으니 잘 됐구나 싶기도 했고.
사실상 20시? 8시 정도 됐는데 다들 잠자리에 드는 거 보면, 역시 전등이나 형광등 없는 시대란 이런 생활이 당연한 게 아닐까 잠시 고민해본다.
촛불이라던가, 랜턴 키고 버틴다 해도 한계는 명확하니.
‘그만큼 빨리 일어날 수밖에 없겠네.’
어지간한 잠꾸러기가 아닌 이상은.
침대에 누워 잠시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는 사이, 의외로 날이 어둑해졌음에도 창밖의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었기에 달빛에 의해 밝은 듯도 느껴졌다. 어둑했던 방안이 달빛에 의해 선명히 윤곽 구별이 가능했을 정도였으니까.
씻고 오는 도중에도 이곳에서 보인 별 하늘은 참으로 진풍경이 따로 없었다.
‘볼 수 있는 날이야 많으니.’
며칠 머물 테니 조급한 마음을 가지지 말고, 일단은 휴식을 취해 컨디션을 회복하는데 주력하기로 마음 먹었다.
…물론 살다 보면 꼭 예상했던 일만 발생하는 건 아니었지만.
똑똑하며 노크 소리가 들려 불쑥 깼다. 막 잠들기 직전이었기도 해서 비몽사몽한 가운데….
“아, 주무시던 참이셨는지요?”
밝기가 미약한 랜턴을 든 시스터 카멜린이 열린 문 사이로 살포시 고개를 밀어 넣고 있었다.
“하하하… 괜찮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살짝 잠이 안 오던 참이기도 해서….”
물론 거짓말이다.
그래도 죄책감이랄까, 괜스레 미안한 감정 안 느끼게 적당히 응답해주기로 했다.
이건 일종에 그건가? 손님한테 뭔 이상이 없다 살피는 그런 거? 주인 된 자로서? 음… 아니, 그거하고는 좀 틀린가?
“불편하신 점은 없으신지요?”
“예, 덕분에.”
이 야밤에도 수녀복 풀 세팅을 끝마친 그녀는 여전히 정갈하면서도 어딘가 안정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기분 탓인지 시선 위로 미세하게나마 붉은 기가 서린 것처럼 보이는 건… 음, 잘못 봤나?
“정말로요?”
스리슬쩍, 객실 방안으로 들어선 그녀가 왜인지 문을 닫고선 재차 물어왔다.
“예, 정말로 문제없습니다.”
이쯤 되면 이게 뭔 사태지 하고 고개를 갸웃거릴 법도 했는데.
“필요하신 게 있으면 가감 없이 말씀해주셔도 괜찮아요. 저는… 무엇이 되었든 전부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요.”
……뭔 소리 하세요? 뭘 받아들일 준비를?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것도 아니고 대체?
분위기가 제법 이상해졌다.
거기다 기분 탓인지 몸이 마치 늪…까진 아니어도 물에 잠긴 것처럼 뭔가, 조금 불편한 느낌이 있다고 할까. 이걸 뭐라 설명해야 하지?
덕분에 랜턴을 인근에 놓인 작은 나무 책상에 올려둔 그녀가 내 인근으로 다가오기까지, 나는 어떠한 반응을 보이지 못했다.
“에드릭 님?”
“예, 듣고 있습니다.”
어느덧 침대 가장 자리에 살포시 엉덩이를 내려놓은 그녀. 앉기 전 수녀복을 정갈하게 당겨서 앉은 그 모습이 묘하게… 외설스럽게 느껴졌는데, 이건 내가 문제가 있는 건가?
거기다 달빛이 비추지 않는 구간, 랜턴 불빛으로부터 교묘하게 은닉된 구간에 자리한 그녀의 얼굴엔 미세하게나마 곡선이 그려져 있음을. 조금씩 움직여 비추어지는 그 두 눈에서 느껴지는 열망은 대체…?
심지어 상반신을 마주해 서로의 호흡, 날숨과 들숨을 느낄 정도로 근접하니, 아까 전 그녀의 두 눈이 붉은 기운을 띈 것이 착각이 아니라는 점도 재차 확인할 수 있었다.
그녀의 두 눈은 마치 분홍색, 붉은 기를 머금은 분홍빛으로 물든 상태로 이쪽을 뚫어져라 주시해 오고 있었기 때문. 그걸 발견해 머리로 받아들였을 때쯤엔 묘하게 심장 상태가 이상해지고 있음을 깨달았지만….
‘이거 그러니까….’
미약도 먹고 약품도 먹고 미친 듯이 날뛰다 보니 이 상태, 지금의 심장의 박동, 격동이 어떤 걸 의미하는지를 파악하는 건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니까….
“시스터? 너무 가까우…신데요?”
“이 정도가요?”
한 뼘 정도 더 접근하니 이젠 정말로 위험한 거리다. 몸이 살짝만 기울어져도 서로의 입과, 코와, 얼굴이, 피부와 살이 접할 정도의 거리.
온몸을 검은 옷으로 감추고, 머리카락조차 대부분 머리 수건으로 은닉한 그녀였음에도 옆에 땋아 놓은 굵직한 금발의 댕기는 선명한 리본의 매듭과 함께 찰랑거리며 그녀의 옆 어깨를 거쳐 내가 몸담은 침대에 내려앉았다.
손만 조금 뻗으면 그 머리카락을 손에 쥘 수 있을 정도. 세 겹으로 매듭진 머리카락이 왜 그런지 몰라도 몹시 탐스럽게 느껴졌다. 변태도 아니고…… 그나저나 좋은 냄새 나는데? 좋다 못해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의 향기였다. 뇌쇄적이라고 할까, 계속 맡고만 있는 것만으로 정신이 혼미해질 것만 같다.
미세한 차이지만 달빛이 조금씩 영역을 넓혀가 어둠 속에 가라앉은 그녀의 모습을 육안으로 확인 가능하게끔 이끌었다.
두 눈을 그윽하게, 시선은 온전히 이쪽을 주시한 채로… 그녀는 부드러운 안색 속에 마치 야수의 그것을 품은 양 자신을 차분히, 그러나 더없이 흥미진진한 얼굴로 직시하고 관찰해오고 있었다.
“저기… 정말로… 가까운 데요?”
거기다 미약하게나마 실시간으로 거리를 계속 좁혀지고 있었다.
이러다 눈 깜짝할 사이에 그녀가 내게 안겨들기라도 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좋은 관계를 맺으라 했지 선을 넘으라는 소리는 안 들었는데요?! 게다가 이런 곳에서 그렇고 그런 짓을?! 아 물론 로망이긴 하고 시스터도 예쁘기도 해서 더할 나위가 없긴 하지만!
“크흠!”
나는 최대한 이성을 억누른 채 그녀의 어깨를 양손으로 붙들었다.
아… 그나저나 왜 이리 느낌이 아리송하지.
에라 모르겠다하고 그냥 덮쳐들고픈 생각이 봇물 터지듯 밀려들었지만… 참고 참고 참고 또 참고….
“시스터 카멜린?! 크흠! 선의는 감사합니다만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
그녀는 천연덕스럽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 진짜 모르겠다 하고 덮치고 싶네? 그나저나 왜 이리 충동이 강하게 들지? 정신줄 살짝만 놓으면 바로 덮쳐버릴 것만 같았다.
거기다 이불 속에 파묻힌 이 몸의 하반신, 그곳에 자리한 주니어가 가뜩이나 부풀어 그 자태를 서서히 외부로 뽐내기 시작한 시점이기에, 이건 이것대로 참….
“신부님께선 주무시고 계세요.”
아니, 그 양반 주무시는 걸 제가 왜 알아야 하는데요?!
이쯤 되면 제아무리 눈치가 없더라도 모를 수가 있을까. 너무 노골적인 푸시 아니신지요?!
“크흠! 마음만큼은 감사합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음, 영문 모를 대접을 받는 건 사양하고자 합니다.”
“……?”
그 말이 의외였을까? 여태까지 야릿한 분위기로 내심 이쪽을 몰아붙이던 그녀가 눈이 동그래져서 설명을 요구하는 듯한 표정으로 일변했다.
“엄청 뭔가 고귀하니 뭔가 있거나 그런 건 아닌데요! 아무튼 성직에 계시고 이런 건 들키거나 걸리면 위험하시잖아요? 물론 제가 제대로 된 사정을 모르기에 이상한 오해를 할 수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래도 자신을 좀 더 소중히 여겨주셨으면 해요. 물론 저밖에 할 수 없다거나 도울 수 없는 일이라면 도움을 적극적으로 드릴 테니, 고민이 있다거나 뭔가 곤란한 점이 계시면 말씀해 주…셨으면….”
그녀는 웃고 있었다.
그러나 분위기가 참 기묘해졌다고 할까.
조금 전까지 객실 내부를 분홍빛으로 물들여 내 머릿속을 엉망진창, 심장을 위태롭게 하던 그 분위기는 온데 간데 없이 사라지더니.
“절 걱정해주신 건가요?”
“그야 당연히 걱정할 수밖에요. 너무 당연하게 이러시니, 제가 모르는 뭔 관례나 그런 게 있는 게 아닐까….”
아, 그런 건가? 싶었는데 그건 그것대로 곤란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역으로 내가 거절하는 게 잘못된 처사였다던가….
“신부님께서 말씀하신 그대로네요.”
“……?”
“여독을 풀어 드릴 겸 해서 도움을 드리려 했었는데… 뭔가 아쉽네요.”
그리 말하며 슬쩍 침대로부터 몸을 떼어놓는 그녀.
……아, 내가 미쳤구나. 그냥 받아 들일 걸.
급격한 후회가 내 이성을 후려쳐 왔을 땐, 이미 그녀는 객실 문 앞까지 향해 있었다.
책상에 내려놓은 랜턴을 손에 쥔 채로.
“괜찮아요. 아직 시간은 많으니까요. 그럼 다음 기회에. 그때는 순수하게, 우리 형제님의 상냥함에 몸을 의탁해도 될까요?”
“…음, 제가 해드릴 수 있는 일이라면 기꺼이.”
“고마워요.”
그녀는 맑게 웃으며, 그러나 한편으로는 뭔가 불길한 것도 같은 눈웃음으로 그런 날 지켜보다 이리 말했다.
“슬슬 아침이니까 깨셔야죠?”
“예?”
그리고 눈을 떴다.
새벽 새소리와 뭔가 으스스한 기분과 함께 나는, 왜인지 침대에서 눈을 떴다.
“…….”
아, 이게 전부 꿈이라 이거죠?
근데 이 불쾌한 감촉은…?!
무심코 이불을 걷어 가랑이 사이를 살피자….
“……하이고.”
환장하겠네.
이불을 꿰뚫듯 발기해 있던 녀석이 바지며 가랑이에 홍수라도 낸 듯 아주 격렬한 흔적을 남기고야 말았다.
……근데 몽정이라고 하기엔 규모가 너무 좀 그렇잖아?! 누가 봐도 이건 오줌 지린 건데?!
참담함이 눈 앞을 가리려던 찰나.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인생 씨… 아니, 신발.
“안녕히 주무셨어요, 에드릭 형제님?”
문을 열고 막 들어선 시스터 카멜린이 꿈에서 본 것과는 전혀 다른, 밝으면서도 수수한 미소를 짓는 걸 목격하며 나는 암담함에 속으로 몸부림쳤다.
‘이 나이 먹고 오줌싸개라니!’
아니 뭐 몽정이야 생리 현상에 일환이라 쳐도!
‘그렇게 고팠냐?! 떡 친지 며칠이나 됐다고!’
그녀의 순수한 미소가 더더욱 날 몰아붙여 온다.
아, 신이시여, 저를 음란마귀로부터 해방 시켜 주시옵소서.
‘갓! 절 시험에 들게 하지 마시기를!’
꿈에서 보았을 때와 지금의 모습이 매칭이 안 돼서 나는, 강가로 향해 몸을 씻고 내가 엉망으로 만든 이불 등을 빨아대며 음란마귀를 몰아내기 위해 나무아비타불 혹은 수리수리 마수리를 외어대야 했다. 교회 와서 불경? 아무튼 그런 주문을 읊어대는 것에 미묘한 배덕감이 느껴졌지만, 이렇게라도 안 하면 빨래하는 내내, 씻는 내내 막대기처럼 팽창해온 주니어의 발기가 좀처럼 잦아들 것 같지가 않았기에.
덕분에 식사 전까지 평정심을 유지하고자 그녀와 좀처럼 시선을 마주할 수가 없었다.
잘못하다간 그녀의 자태를 눈에 담기 무섭게 그렇고 그런 상념에 사로잡힐 거 같아서.
…이미 반쯤 이성이 먹힌 것도 같지만, 나는 내 약아 빠진 이성을 믿는다! 엄마는 우리 아들 믿어! 하고 어머니가 뒤에 계신다고 상상해보자. 있던 성욕도… 아, 날아가라니까,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