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취직하니 떡을 침. 이세계에서 (72)화 (72/454)



〈 72화 〉20. 마법, 그 까짓거…!(2)

“음, 혹시 따로 약속 있거나 그러진 않으시죠?”
“그런데?”
“그러면 저녁 식사, 같이 하시죠?”
“……누구하고?”



누구긴 누구겠습니까.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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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녀복을 입지 않은 카멜린과, 그와는 대조적으로 전 마법사입니다, 라는 느낌을 펄펄 풍기는 그녀 특유의 검은 옷이지만 투명도로 속살이 비칠  말 듯한 미묘한… 아무튼 왜 저런 옷을 입고 다니는지 한 번 물어본 적이 있었는데 하는 말이 가관이었다.

“편하고 시원하거든.”

…무슨 말씀이신지요?!

 재질은 만져보면 바로 알  있는 게, 엄청  좋은 소재인 건 확실했다. 촉감이 부드러운데도 뭔가 적당히 방풍? 바람막이 느낌이 들면서도 피부에 거슬리지 않는 천이라던가? 그렇게 그녀가 덧붙였다.


일단 마법적 효과가 가미된 상태기에 추위하고 더위에 강하다고는 하나, 아무리 그래도 옷이 두꺼우면 더위에 약하고 무겁다 보니 몸이 민감한 마법사들은 옷을 입는 것조차 거북해하는 이들이 종종 있다는데, 그녀 자신이 그 가운데 더더욱 민감한 케이스 라고 추가로 설명했다.


당연… 변태나 노출증 환자여서 이런 복장을 하는 게 아니란다. 따로 미적 의식이나 취향 때문에도 당연 아니었고.


 때문에라도 주위에 시선이 노출되는 걸 꺼리게 됐다는데, 두꺼운 옷을 입으면 마치 숨통이 막힌  답답해서 평범한 옷은 입기가 불편하단다.


…마력에 민감하며 그쪽 감각이 깨인 만큼 평범한 이들이 당연하게 여기는 여타 것들이, 그녀에겐 비정상이라고 했던가. 아마 마법사가 아니었다면 일상생활에도 큰 영향을 줬거나, 이런 문제가 해소되지 못해 질병이나 지병으로까지 이어졌을 거라 에우리에는 추가로 설명해줬다다.

그녀의 설명대로라면, 에우리에는 마법사가 되기 위해 태어났다 해도 과언이 아닌 재능을 지녔지만, 때문에 평범함과는 거리가 결코 좁혀질  없는, 그런 삶을 보내야 했던 거 같다.

다행히 마법사인 자신의 삶에 만족하는 듯 보여서 망정이지….



“입맛은 어떠세요?”

예전에도 솜씨가 좋은 편이었지만, 근래는 요리에 취미가 들렸는지 요리 실력이 일취월장한 상태였다. 여러 재료를 다루는 것에도 익숙해졌으며, 투박하면서도 균형 잡힌 맛을 냈던 이전과 달리 지금은 입맛을 돋우거나 구미가 당기는 요리 등도 손쉽게 해낼 정도로 솜씨가 좋아진 카멜린이었다.



“…좋아.”



에우리에의 무덤덤한 대답에 카멜린이 미소 지었다.


…항상 느끼지만 분위기 때문에 그런 건지, 수녀라는 이미지가 인상에 새겨져서 그런지는 몰라도 환하게 미소 짓는 그 순간만큼은 정말로 천사, 성녀가 따로 없는 카멜린이었다.

그래서인지 묘하게 성적인 대상으로 여기기가  그랬다고 할까.

…그놈의 꿈속에서 질펀하게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른 게 아니었다면  더 마음이 편했을 것을.

할 때야 엄청 좋았지만 이게 의외로 자괴감이 쩐다고 할까, 엄청… 뭐랄까. 배덕감이 막 샘솟는데, 할 때는 그게 다른 의미로 자극을 불러일으키나 막상 꿈에서 깨니 참… 말도   참담함으로… 끄응.

그러나 카멜린 쪽이 내 쪽보다 부끄러웠으면  부끄러웠을 테니, 나로선 최대한 신경 안 쓰는 듯한 태도를 고수해야 그녀가 조금이나마 편할까 싶었다.


그렇게 한달 가량  지붕 아래에서 지내니 이젠 뭐… 한집에 사는 누나 느낌? 친누나는 아니고, 방심하면 여전히 그런 쪽(?)으로 사고가 흘러가지만, 예전보단 많이 나아졌다.


저녁 식단은 메뉴가 간소할  내용물은 푸짐했다.

고기에다 크림, 버터와 치즈 조금을 첨가해 넣어 만든 크림 스프 안엔 무수한 야채들이 적당한 크기로 첨가도 있었다. 야채 싫어하는 이들이라면 조금 껄끄러울 수 있겠지만 버터와 크림 특유의 향이 의외로 느끼하지 않는 선에서 강렬했던지라 입안에 들어간 야채조차도 스프의 풍미와 어우러져 식감이 다른 고기로 느껴질 정도 였다.


“연구하고 이러시다 보면 먹는 거 거르고 그러지 않아요?”
“…조금.”

카멜린은 친근하게 에우리에에게 이것저것 물으며 마찬가지로 먹는 동안 거북하거나 불편한 기색을 최대한 줄이게끔 도와주었다.

음식이 제아무리 푸짐하고 맛있더라도, 성찬이 차려져 있다 하더라도 식사 분위기가 썰렁하거나 부자연스러우면, 경직되고 불편하면 먹다가도 거북해지고 심하면 체하기까지 한다.

그런  세부적인 걸 잘 아는지 카멜린는 웃으면서 분위기가 풀어지게끔 차분하게, 여유롭게 상황을 조율했다.



“에드릭은요?”
“저야 늘… 만족합니다.”
“건강을 생각해서 이것저것 많이 넣어 봤어요. 도시 분들은 의외로 야채를 소량으로 섭취하더라고요?”
“다른 곳보다는 질 좋은 빵과 고기를 그나마 싸게 구할 수 있으니까요.”
“예, 직접 채취하거나 텃밭이나 농장에서 가져온 걸 그대로 사용하는, 그런 것조차 생소하게 여기는 이들이 태반이더라고요.”
“정착민들은 그나마 옛 생활 방식이 있으니 그런 걸 알겠지만, 여기서 나고 자란 사람들은 잘 모르겠죠.”
“에우리에는 어떠세요? 평소엔 어떤 식으로 식사를?”
“…계란.”
“계란요?”
“그거하고 과일, 치즈.”

대략 예상이 간다.

연구하랴 사람 시선이 거북하기도 하겠거니 하니 보관식으로 먹을 것들을 잔뜩 쌓아두거나, 대략 먹을 수 있을 정도로만 조리하고 어떻게 해서… 끄응.

어떻게 아냐고?
나도 자취할 땐 계란을 자주 애용했으니까.


시대가 다르더라도 자기 관리가 소홀한 자취생(?)들이 방식이야 뻔한 거지.

…아니, 에우리에가 꼭 그렇다고 볼 순 없잖아? 마탑의 수석연구원 정도면 상당히 높은 직위 아닌가? 아니면 저것도 흔한 대학원생 포지션……?

크흠! 이것도 편견인가? 나중에 자세히 물어봐야겠다.
대학원생이라니… 자칫 잘못하다간 큰 실례(?)를 저지를 뻔했군!

“자주 오세요. 제가 드릴 건 많지 않지만 이번처럼 이렇게 식사 정도는 어렵지 않게 대접드릴 수 있으니까요.”
“…….”

에우리에는 차분히 고개를 끄덕였다.


저번에 봤을 때보다는 경계심을 드러냈었는데, 지금은 편하게 대하는 모습이었다.
시스터가 여간 편안한 사람이어야지. 누가 보더라도 잠깐은 주춤해도 결국은 마음을 풀어 놓고 말리라.

……그러다 야밤에 붉은 눈으로 침실에 찾아들면 정말 놀랍겠군.

 집이 그런 능력을 봉인? 아무튼 봉쇄하는 뭔가가 설치돼서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식으로 식사는 좋은 흐름으로 마무리됐다.
식사는 말이다.




“여기서 주무시고 가셔도 되시는데….”
“괜찮아.”

에우리에는 끝끝내 집을 나서기로 마음먹은  싶었다.
문제는….


“저번 일의 연장으로 도움받을 게 있으니까, 에드릭 넌 따라와야 해.”
“…….”



음, 저번 일의 연장이 뭔지 저로서는 전혀 짐작이 가지 않습니다만?


그렇다고 시스터 카멜린에게 ‘나 얘하고  치고 싶으니까 호텔 갈 거임!’  순 없는 노릇이고… 그 심경을 잘 알기에 나는 어색하게 웃어 보일 따름이었다.

“예, 그렇지 않아도 언제 또 바빠질지 몰라서 한 번 돕겠다고 하셨는데, 오늘 작정하신 거 같네요.”
“…이러려고 여기 데리고  거지? 은근슬쩍 넘어가려고?”
“크흠!”



아니, 저라고 누님하고 뒤엉키고 싶지 않겠습니까?! 기회만 준다면  쪽에서 절하면서 호텔이든 어디로든 모시고자 하는 게 제 솔직한 마음이고 욕구고 감정이고 아무튼!



“은근슬쩍…은! 하하.”



그러나 속내가 어쨌든 겉으론 의연하게, 최대한 침착성을 유지할 수밖에.

아니, 사내 된 자가 미인을 눈앞에 두고 그렇고 그런 생각을 안 하면 그건 대부분 고자랍니다? 어지간히 공과 사를 각별하게 구별 짓고 구분하는 딱딱한 부류가 아닌 이상!


“그렇게 됐으니까 새벽에 들어오거나, 아니면 다음날 거기서 바로 출근하고 그럴 거 같아요. 따로 기다리지 마시고 일찍 주무세요.”
“음, 너무 오래 일어나 있진 마세요. 몸 상해요.”

그 와중에도 여전히 천사 같이 우릴 걱정해주는 카멜린 님이시다.


그저 빛!

그러기에 더욱 사실을 털어놓을 수가 없었다.

‘아니, 엄청 부끄럽거나 뭔가 죄를 짓고 그런 건 아닌데….’

왠지 입 밖으로 꺼냈다가 그녀가 깨알만큼이라도 실망한 듯한 눈초릴 보내면, 한동안  멘탈이 남아나질 않을 것만 같았기에.


물론 그조차도 웃으며 혹은 어색하게 미소 지으며 마무리될 것 같은 예감은 들었지만, 그걸 확인해볼 용기가 당장엔 없었다.


뭔가 청정수에 먼지 묻은 손을 담그려는 것 같은 이상한 기분? 끄응….

아쉬움인지 어떤지 모를 감정을 떠안고 나는 에우리에와 함께 집을 나섰다.

“그래서… 어디로 가시려는 참입니까?”

어느 정도 집으로부터 떨어진 뒤에야 나는, 혹시라도 카멜린이 우리 목소리를 들을까 내심 경계하며 그런 물음을 에우리에에게 던졌다.




“어디가 좋아?”
“…….”


참으로 많은 속뜻을 내포한 물음이었…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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