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9화 〉22. 살다 보니 마법사와 혼욕+섹…?
아무래도 몸이 반응하지 않으면 이상한 거겠지.
거품으로 그녀의 몸을 잔뜩 칠(?)해주는 것 같은 건 참으로 미묘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가만히 있으셔야죠.”
“…….”
마치 몸만 큰 애를 돌보는 느낌을 받았으나 정작 그녀의 나신을 가까운 곳에서, 천장에 자리한 마법 등이 밝게 내부를 비추는 가운데 눈에 담으며 그녀의 몸을 씻기니, 이건 이것대로… 뭐라고 딱 정리하긴 그렇지만….
그녀의 피부는 유독 새하얗고, 깨끗한 편이었다. 이것도 그녀가 말한 그, 마법적인 부작용 중 일부에 해당할지도.
햇빛에 오래 노출되지 않았다고 하기엔 상당히… 아니, 생각해보니 이것도 이유 중 하나려나?
비누 거품을 낸 스펀지로 그녀의 몸을 슥삭슥삭 닦아 물을 끼얹어주고는 긴 머리마저 감겨주는데, 아예 하는 김에 조금 더 기분 좋게 해주면 어떨까 싶어 때마침 미용실에서 겪었던 방식을 그대로 채용해보기로 했다.
“이제 됐어요. 먼저 들어가세요.”
“…너는?”
“저는 누님 머리 감겨 드려야죠.”
“……?”
몸을 다 닦아낸 그녀를 욕조에 들여보내고는, 이어 머리카락을 밖으로 나오게 한 다음, 목을 뒤로 젖히게끔 해서 머리카락을 감기고, 거기에 두피 마사지까지.
비누칠만 하면 아무래도 머리가 상하기에 보통 여기선 비누로 닦아내고 린스를 겸하는 걸 한 번 더, 거기에 뭔가 머리에 영양을 준다는 기름 등으로 머릿결을 살리는 작업까지 이어간다는 식으로 시스터 카멜린에게 설명을 듣긴 했는데, 에우리에는 그런 개념이 부족해 보였다. 내부엔 비누가 끝. 이조차도 뭔가 투박한 게 빨래 비누인가 순간적으로 고민했을 뻔했지만, 향을 맡아보니 그건 아닌 듯 싶었다.
아무튼 머리를 감기는 과정 가운데 그녀는 욕조 안에서 당장에라도 잠들 듯 노곤한 표정을 지었는데, 이게 또 묘하게 섹시해서… 괜히 의식하게 된다고 할까.
“흐응. 으응… 기분 좋아. 계속해줘.”
머리를 감기는 와중에 아랫도리가 발기해 그녀의 머리카락에 간질여지는 감촉은 상상도 못 했지만, 이건 이것대로… 끄응!
그런 식으로 꼼꼼하게 머리를 감겨주는 작업을 취해서인지 그녀의 표정은 한결 편하다 못해 화악 풀어져, 더군다나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기까지 한 상태인지 표정만 봐도 천국을 맛보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 그대로 전달될 정도였다.
뒤늦게 나도 몸을 씻어내곤 욕조로 투입됐는데, 확실히… 죽여줬다.
‘그러고 보니.’
뜨거운 물에 몸은 담그지 않은지가 꽤 됐지?
아무래도 샤워기로 목욕하는 게 일상화됐고, 이곳에선 끊인 물을 끼얹는 게 보통이다 보니 그 귀한 물을 다량으로 욕조며 어딘가에 담아다가 들어간다는 식의… 사치를 누리기엔 아무래도 좀 그랬으니까.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굳이 하려고 애쓸 필요는 없었으니.
‘이건 이것대로 좋네.’
피로가 풀리는 건지 막힐 혈이 풀리며 열기에 혈액순환이 원활해지는 건지… 아무튼 몸이 노곤해지며 절로 입에서 기분 좋은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와중에 그녀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앉아 서로의 몸을 끌어안고 있으니, 이건 이것대로….
에우리에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 채 풍만한 그녀의 가슴은 조물락 조물락 주무르고 있자니, 여기가 정말 천국, 극락이 따로 없었다.
“…….”
기분 탓인지 물속에 잠긴 그녀의 손 중 일부가 내 아랫도리를 만지작대는 거 같은데….
아무래도 물 안에서 만지는 건 조금 자극이 덜 된다고 할까. 애액으로 범벅 져 끈적하면서도 마찰력이 전무한 상태로 훑어대는 것과 물에 의해 뭔가 그런 게 미묘해진 상황에서의 자극은 좀….
욕조 내에서 진득하고 질펀한 섹스에 대한 환상이 없는 건 아니지만, 말 그대로 환상으로 끝내야지 정작 분위기에 녹아들어 행위를 이어가면 기분은 좋겠지만 왠지… 평상시보다는 기분 좋지 않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뜨거운 열탕 속에서 그러다가 혼절하면 그건 그것대로 문제고.
애초에 가만히 이러고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미 잘 즐기고 있는 마당에….
“하려면 씻고 나가서 하면 되잖아요?”
“…….”
묘하게 상기된 얼굴로 자꾸만 내 물건이며 몸을 만지작대는데, 음… 스위치가 올라간 건가?
그녀의 몸을 보고, 만지는 시점에 내 물건이 가라앉기란 무리고, 이걸 그녀는 다른 의미로 받아들임과 동시에 그쪽 스위치가 올라가 버린 게 아닐까, 그리 짐작해 본다.
음, 그나저나 이거 물 밖에서 하면 체온이 급격히 떨어질 위험이 있는데….
……이 분위기 속에서도 잘도 그딴 현실적인 것들을 생각하는 내가 바로 레전드구나. 하하.
그러고 보니.
누군가에게 듣기로 욕탕에선 느리게, 천천히 하는 섹스가 그리도 기분 좋다는데….
에우리에도 한창 애타게 바라는 거 같았기에 나는 여기서 거절하거나 상황을 미루기엔 그러니 그대로 호응해주기로 마음먹었다.
몸을 움직여 그녀의 맞은편으로 다가선 나는, 살짝 높이를 올려 그녀와 두 눈을 마주했다.
어떤 의도인지 바로 알아챈 그녀가 얼굴을 밀착해온다.
입술과 입술이 맞닿는다.
조금 전까지 청결히 몸을 씻어낸 덕에 둘 사이엔 비슷한 비누 향기와, 신체로부터 발하는 원색적인 체취들이, 뜨거운 열탕으로부터 자아낸 무색투명한 향취가 둘의 후각을 가득 메우고 어우러지기에 이르렀다.
둘의 입술이 약속이라도 한 듯 열리며 이윽고 혀와 혀가 맞닿고, 혀가 치아와 입속으로 훑고 핥아가길 수차례. 끈적한 타액이 점막을 애무하고, 입천장을 두드리고 쓰다듬으며, 또한 뜨겁게 달아오른 서로의 혀를 수없이 훑고 문대가며 기분 좋은 무언가를 공유했다. 단순한 행위지만 숨을 쉬는 것조차 잊은 턱에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건 금방이었다.
“후웁! 후우!”
“…….”
에우리에는 숨소리조차도 조용했다. 그러나 상기된 얼굴과 자줏빛으로 반짝이는 두 눈엔 기이한 열망과 또 다른 의미로 맹렬한 열망이, 욕망이 한가득 담겨 무언가를 쫓듯, 갈구하듯 정면을 직시하기에 이른다.
마치 눈앞에 있는 존재에 대한 갈망, 열망이 자신의 모든 걸 어그러뜨리고 집어삼키기라도 하듯.
다시금 입술이 달라붙고 혀를 공유해가며 둘은 그 와중에도 빈손을 내버려 두지 않고 서로의 몸을 만지고 쓰다듬으며 애무하길 멈추지 않았다.
에드릭의 손에 붙들린 그녀의 가슴과 등골, 왼손을 가득 메우는 풍만한 감촉과 중심부에 자리한 유두의 감촉이 물에 잠겨 또 다른 감촉을 선사했지만, 흥분이 일정 수위를 돌파하자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본래 목적을 잊어선 곤란하지.
너무 과도하게 흥분하려는 걸 경계한 에드릭은 약간 수위를 조절하고자 혀와 혀를 공유하는 딥 키스의 템포를 조금 느지막하게 조절했다.
느리지만 천천히, 그러나 집요하기가 마치 손발에 달라붙은 거머리를 연상하게 할 정도로 말이다.
“후우! 하아!”
에우리에는 키스만으로도 이미 상당히 흥분했는지 신음인지 애타는 음성인지 모를 소리를 입 밖으로 나지막이 흘려대기까지 했다.
이쯤 되자 에드릭도 슬슬 본궤도에 들어서기로 결정했다.
“갈게요.”
“…?!”
어느덧 그녀의 양다리를 벌리고, 적당히 들춰 그 안쪽으로 하반신을 파고든 에드릭이 이윽고 자신의 크고 굵직한 물건을 그녀의 안쪽으로 고스란히 밀어 넣기에 이르렀다.
“?!”
에우리에가 소리 없는 비명을 토해냈다. 눈이 동그랗게, 크게 떠진 그녀는 속을 가득 채우는 그 강렬한 존재감에 숨을 헐떡이는 것조차 잊은 채 입을 벌리며 천장 높이 머리를 격하게 치들었다.
거기서 한 번 더, 에드릭을 그녀의 둔부와 등을 붙들어 더더욱 그녀의 내부로 파고들었다.
거기서부터가 메인.
에드릭은 피스톤 질, 삽입 행동을 행하지 않고 그 상태로 그녀의 가슴을 애무하고 빨며 천천히, 느릿느릿 허리를 흔들었다. 피스톤이라기보다는 이건 일종에 흔드는 느낌? 물론 드문드문 허리를 앞뒤로 젖혀줬지만, 그의 거대한 물건 대부분은 그녀의 보지에 틀어박힌 상태로 좀처럼 빠져나올 겨를 없이 그녀의 내부에서, 마치 그녀의 질 내의 감촉과 질벽의 감촉을 즐기기라도 하듯 내부에 그대로 틀어박히는 정도에 그치고 있었다.
“…왜 안 움직여?”
녹아드는 얼굴로 그런 의혹을 내비친 에우리에.
“천천히 해봐요. 천천히.”
욕조에 등을 기대고 앉은 그녀의 그런 그녀를 한껏 압박하듯 껴안은 에드릭.
이윽고 어떤 의도인지는 잘 몰랐지만, 그저 몸이 시키는 대로 에드릭을 마주 끌어안은 그녀는 더더욱 에드릭의 존재감이 자신의 내부에서 커지고 있음에 놀람과 더불어 기쁨을 표출했다.
동시에 천천히 움직이는, 애를 태우다 못해 심장이 타들어 가게끔 초조함을 불러일으키는 그 움직임도, 익숙해지니 묘하게 중독성이 있었다.
“조, 좋아. 이러는 것도….”
“그, 그렇죠?”
뭔가 강렬하진 않는데 천천히, 마치 초가 은은한 불에 촛농을 뚝뚝 떨구며 그 길쭉하고 굵은 초의 형태를 모조리 허물어뜨리는 것처럼, 열기가 강렬해질수록 천천히 움직이는 둘의 행위도 기이한 열기와 함께 마치 열기에 녹아내리는 설탕 모형처럼 흐느적대고 끈적하게 녹아들기에 이르렀다.
무엇보다 이 행위에 좋은 점은… 이성이 고스란히 유지가 되는 상태에서 상대의 육신을 극적으로 즐기고 탐닉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한껏 끌어안은 그녀의 육신이 왜 이리도 달콤하고 푸짐하게만 느껴지는지. 호흡을 가득 매우는 그녀의 체취가 유독 심장에 무리수를 주는 듯 싶었다.
두근대다 못해 터질 것처럼 박동해대니 절로 애간장이 탔지만, 좀처럼 경험해볼 수 없는 느낌이었기에 그는 결코 속도를 높이지도, 본능에 마음을 빼앗겨 이성 줄을 놓는 일 없이 천천히 감촉을 즐기는데 여념이 없었다.
‘와, 이거 미치겠네.’
마음 같아선 이제라도 미친 듯이 허리를 놀려 사정을 마구 해대고 있었지만, 머릿속에선 이 순간을 더 오래 만끽하며, 더 진득하게, 더 집요하고 지독하고 끈적하게 이 순간을 영원토록 즐기고픈 욕망이, 본능을 찍어 눌러 그 자신을 부추겨대는 상황으로까지 번졌다.
“하아앗!”
격렬하진 않지만, 그러기에 늘어지는 신음이 그녀의 입 밖으로 뛰쳐나왔다. 참기 힘든 건지, 간헐적이면서도 간드러지는 신음이 아주 미미하게, 은은하게 흘러나왔는데, 그런 효과음까지 더해지니 이젠 자지 자체가 오싹해지는 건 물론 거기에 연결된 하반신이며 전립선, 심지어 방광마저 오싹오싹하데 뭔가가 탈탈 털리는 것 같은 감각에 몸을 부르르 떨어야만 했다.
덕분에 에드릭은 사정이 물밑까지 치솟았음에도 이를 미처 자각 못 했다. 아니, 알고는 있지만 설마? 그러나 아주 미세하게, 그녀의 질 내부를 탐하던 그의 물건, 귀두 끝에서 새하얀 액이 쿠퍼액과 섞여 흘러나오고 있음을 에드릭 스스로는 이를 전혀 짐작치도 못했다.
그러나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뭔가 미묘한 사정감이었지만, 은은하게, 계속해서 푹푹, 찍찍 흘러나온 그 무언가에 에드릭 자신도 타이밍을 예측 못한 터라 헉! 하고 순간적으로 그녀를 끌어앉은 허리를 놀려대기 시작하자, 마찬가지로 예측 못한 타이밍에 그가 마구 허리를 박아대자 은은함에 젖어 들던 에우리에 또한 화들짝 놀라 꺄아악! 하고 비명 아닌 신음을 터트리며, 단기간이지만 둘은 미친 듯이 서로의 행각에 호응하듯 양방향으로 허리를 밀착하고 놀려대기 시작했다.
“아으윽!”
“꺄아아앗! 아아앗!”
이 정도로 격렬하게 반응을 보일 줄은 몰랐지만, 항상 반응이 뜸하고 무덤덤한 에우리에가 이리 극적으로 변한다는 것만으로 에드릭은 뭔가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보람과 뿌듯함을 동시에 만끽할 수 있었다.
그리고 보통, 그런 생각이 들면 더더욱… 그런 감정이 더욱 격화되는 바.
더욱 격렬하게, 더욱 지조 없는 얼굴을, 표정을, 눈빛을… 몸짓을… 비명과 유사한 신음을… 듣고 싶다는 욕망이 마구잡이로 치솟다 못해 흘러넘쳐, 그건 고스란히 다음 행각으로 이어지기에 이른다.
어느덧 욕조를 나선 둘.
벽에 손을 대고, 자세를 낮춘 에우리에.
그 뒤에서 선 채로 뒤치기를 할 목적으로 그녀의 안쪽에 다시금 신명 나게 자지를 박아대기 시작한 에드릭으로 인해 그녀의 신음을 더욱 격렬하게 그녀의 목청을 꿰뚫고, 질끈 깨문 입술마저 비집고 흘러나오기에 이른다.
“아흣! 흐윽! 아아앗! 좋아! 이상해―!”
그녀의 반응은 에드릭에게 그 무엇과도 비교 못 할 훌륭한 동기의 원천. 마치 빈 연료통에 가솔린을 한가득 부어 넣은 난로처럼 그의 심장은 그녀의 그런 솔직담백한 표현에 더욱 불타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