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3화 〉23. 엘프들과의 기묘한… 관계.(2)
다음날은 더 기이한 사건(?)이 발생했다.
“여기가 제 반쪽입니다.”
“안녕하세요.”
어제의 그 미소년이 부인이랍시고 미소녀를 데리고 온 탓이었는데.
“예, 반갑습니다.”
아무래도 인간들의 유흥업소를 예측한 내 기대가 이번 일로 확실히 무너졌다고 본다.
둘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인간의 관점, 기준에서의 여러 답변을 내어주어 두 엘프의 식견을 넓혀 주는데 공조했다.
그러면서 알게 된 것도 여럿 됐고.
엘프에겐 본래 국가라는 개념보다는 마을, 부족, 무리라는 개념이 익숙한데, 이것도 인간 및 타 종족에 의해 외교적 문제로 국가라는 개념을 도입한 거지, 실상은 종족적 개념이 훨씬 강렬했다.
그러기에 엘프라는 종족에서 마을과 부족 등이 갈리고, 그 속에서 다시 계파 및 혈통이 갈리는데, 어찌 보면 인간하고 큰 차이가 없어 보이는가 싶었는데, 이들이 그런 쪽에서 훨씬 보수적이라 한다.
무엇보다 그런 식으로 굳힌 구도는 일평생 바뀌는 일이 거의 없다 하니, 이쯤 되면 이건 뭐… 인도의 카스트 제도의 변형이라는 느낌이려나? 차이가 있다면 불가촉천민이나 배척하는 계급이 없다는 거 정도?
그러기에 이들 대부분은 평등하며 단지 역할 분담이 뚜렷하게 나뉘어 있을 뿐이란다.
“그래서 배우자도 태어날 적부터 정해지고 그런 거였군요?”
“아무래도 그렇다는군요.”
그리고 눈앞의 두 엘프는 특정 마을에 속하지 않은 소규모 마을에 의탁하다 분쟁에 휘말려 마을이며 숲 자체가 타 종족에 의해 넘어가 영역을 빼앗겨 방황하던 중 만나게 됐단다. 엘프들 기준으로는 상당히 낭만적이고 극적인 만남이라 하는데….
덕분에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들이 아주 꿀이 그냥….
“아직 100년도 채 안 됐지만, 저희는 여전히 서로를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아직 슬하에 자식이 없단다.
의외로 현실적인 게, 안정적인 기반을 갖추고서 후예를 두고자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예컨대 감정적으로, 돌발적으로 행위에 입각해 애를 낳는 게 아니라 이들은 철저하게, 이성적으로 이것을 선택이자 의무의 일환으로 여기는 듯 싶었다.
물론 인간처럼 성욕이 왕성해 참지 못하고 저지르는 경우가 좀처럼 없기에 그런 걸로도 보였고.
막상 보면 관계를 싫어하는 것도 아니며, 떡치는데 쾌락을 느끼지 못하는 건 아닌 듯 보였지만….
“뭔가 인간들이 말하는 것처럼 극적이거나 대단하게 느껴지진 않거든요.”
결론짓자면 이들 대부분은 떡 치는 즐거움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듯 보였다.
‘왜죠?’
이유야 여럿 있다.
이들이 그런 성교육을 받을 여건이 안 됐고, 지금 당장에도 큰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거며, 이미 서로 충분히 만족하며 행복하다 인지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의 욕심도 집착도 없고.
인간보다 욕망이나 욕구에 훨씬 건조한 게 바로 이들이었다.
…반대로 이 점을 명확히 이해 못 하면 절대로 대화가 안 될 거란 확신을 가지게 됐고 말이다.
“10년 내로 아이를 가지지 않으면 이곳의 거주권을 새로이 갱신해야 한다고 해서요.”
애초에 그러한 조건부로 아르세이유에 대거 유입된 경우라 하기에 그러려니 싶었다.
그리고 시일이 임박해지자 둘이 고민하게 된 게 이것.
자세히 듣다 결국 이들이 내게 원하는 게 뭔지 알게 됐다.
말인즉….
‘빠르게 임신하는 법. 아님 인간들이 말하는 떡(?) 치는 즐거움에 대해.’
황당함을 초월한 고민이었지만 저들은 제법 진지해 보였다.
그렇게 해서….
“동네로 출장 오는 건 간만인데?”
엄청난 사태로 이어졌다.
뮬리아 씨에게 상황을 설명하자 그녀는 매우 간단히 이 어려움을 해소 시켜주었다.
“직접 보여주면 되지 않을까요?”
“……뭘요?”
“성교하는 모습을.”
“아니, 저기요….”
제가 뭐 노출에 취미 들린 사람도 아니고… 거기다 그걸 공개적으로요? 사람을 무슨 변태 취급하실 일 있으신 겁니까?!
“인간 기준으로 생각지 마시라니깐요? 우리에게 이건 금기나 불결하고 그런 게 아니에요. 인간만 이런 쪽으로 참 유별나다니까요.”
“그래도 다들 남들에게 노출한 상태로 관계를 행하거나 그러진 않을 거 아니에요?”
“어느 종족이라 말은 안 하겠지만, 오히려 사람들 보는 앞에서 과시하듯 행위에 돌입하는 종족들도 있답니다?”
……변태 종족이로군. 절대 마주치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
“취미 들리면 그것도 꽤 좋아요?”
“저, 저기요? 설마…?”
“후후후!”
의미심장하게 웃는 그녀가 왠지 두려워졌다.
“술을 가까이하면 종종 벌어지는 일이지요.”
아니, 술 핑계를 대신다고 제가 납득하시리라 생각하신 건 아니시겠죠?
그런 눈초릴 보내봤음에도 그녀는 당당하게 웃어넘겼다.
“우릴 돕는 차원에서 진행하는 거니 우리도 도움을 드려야겠지요?”
그렇게 해서 인간들이 오고 가는 비싼 유흥가에서 유독 비싼, 그곳에서조차 금값을 얹어주지 않으면 거들떠도 못 본다는 미녀가 내 맞상대…는 아니고, 관람자로 참가했다.
정작 내 상대는 그녀가 한창 키우고 있다는 하프 엘프 소녀였는데, 겉만 소녀지 인간으로 치면 이미 노년에 해당하는 나이란다. 그들 기준으로는 한창때였지만.
겉만 보면 10대 중반쯤? 가슴이 빈약한 게 미묘했지만 그래서인지 전체적인 몸의 선이 무척 매끄럽게 느껴졌다.
“음, 그러니까….”
적당히 넓은 움막에서 나와 그녀를 두고 둥그렇게 앉은 온갖 남녀 엘프들이 신기한 듯 우리를 주시하는 광경은… 음… 좀 그렇네.
발딱 서려는 물건조차 이 압박감에 살짝 움츠러들 기미를 보였으니 말이다.
“뭐 하고 있니? 인간답게 발딱발딱 해봐! 욕정을 보이라고!”
그 와중에 엄청 예쁘신 누님이 불량스런 어조로 재촉해왔다.
“다프넬! 너도 말이야! 얼어붙지 말고 팍팍! 이런 기회 흔치 않다?”
“저는….”
내 맞상대인 엘프도 당황하기는 매한가지.
적당한 금발과 에메랄드를 연상하게 하는 아름다운 눈. 동글동글한 얼굴상이 무척 귀엽게 느껴졌지만 그러기에 다른 의미로 죄악감인지 뭔가 애매하면서도 야릿한 기분까지, 아주 복합적인 고뇌가 느껴져 일순 머릿속이 엉망이 돼버렸다.
‘어디서부터 시작한담? 아니… 그 전에 이거 괜찮은 거야?’
문득 당당하게 떡 쳐도 뭐라 할 사람 아무도 없다는 걸 깨달았지만 역시 안 하던 짓하려니 여간 불편해야지.
그럼에도 기대감은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예컨대 나는 지금 절세 미녀 엘프와 그렇고 그런 관계…는 그렇다 쳐도 아무튼 떡을 칠 수 있게 된 거다!
이거야말로 판타지의 로망!
판타지의 아이덴티티!
“크흠!”
그래, 어차피 하기로 했으니 마다할 거 없지!
남자가 말이야, 차려진 밥상 엎으면 그건 그것대로 호구잖아? 애초에 이거 돈 벌려고 하는 건데 내가 좋고 말고가 어디 있어?!
그런 식의 자기합리화(?)로 멘탈을 가다듬은 에드릭은, 먼저 손을 내밀며 물었다.
“음, 이렇게 된 거 간단하게 소개부터 드릴게요. 저는 에드릭이라 합니다. 아시다시피 인간이고….”
“예, 전해 들었어요. 저는 시작은 초원과 사슴풀로부터 비롯, 현재는 아르세이유의 첫 번째 시초인 초원 엘프, 다프넬이라 해요.”
엘프 종류가 무척 다양하다는데 초원 엘프는 또 신선하네.
나중에 알기로 초원 엘프는 유목 엘프에 해당하는 소수 추방 엘프들이 시초로, 숲에 정착 못 해 그렇게 됐는데 용사의 동료 중 하나가 그쪽 출신이어서 명성을 떨쳤다고 했던가?
“음, 어쩌다 보니 이런 상황이 됐네요.”
“부담 가지지 말아주세요. 하이 엘프께서 허용하셨고 그렇다 하더라도 저희가 억지로, 조화를 어기면서까지 손을 맞대고, 관계를 이어갈 정도로 어리석진 않답니다. 오히려 이 일을 적극적으로 장려하시는 뮬리아 님이 그렇게 판단하셨다면, 거기에는 다 뜻깊은 사유가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그, 그렇군요.”
뭔가 이상할 정도로 우호적인데?
의외로 내가 생각한 것보다 문양을 받은 존재에 대한 가치가 상상 이상이었나 싶었는데, 자연 친화적인 엘프들은 본능적으로 인간이며 각 종족의 대상을 살필 때 느끼고 감지하는 특유의 감이라는 게 있단다.
그 부분으로도 나름 합격인데, 자신들보다 훨씬 고귀하신 분이 인정을 해줬다?
그 자체로 이미 충분히 차고 넘치는 자격이라는 걸 나중에 세부적으로 다시 들을 수 있었는데, 왜 이거 때문에 다른 분들이 호들갑을 떨었는지 이해가 됐다.
실제로 주위에서 나 이외에 문양을 받은 이를 못 본 것도 그렇고.
“그러면 우선….”
용기를 선뜻 낸 건지 그녀가 앞서 자신의 옷을 벗어 내리기 시작했다.
기본 옷차림 자체도 간소한 편이었는데, 벗기도 수월한지라 몇 초도 안 돼서 알몸이 된 그녀.
참고로 속옷 따윈 없었다.
“큼!”
여성 알몸은 볼 만큼 봤다고 생각했는데, 무심코 열기가 치밀어 코피가 흐를 뻔해 살짝 고개를 치켜세워야만 했다. 분위기가 분위기다 보니 이게 다른 의미로 달아오른다고 할까?
아무튼….
나도 그녀가 민망하지 않도록 옷을 벗고 바지를 내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