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7화 〉26. 그녀는 한 마리의 야생마.(4)
최초에 뭣 모르고 알리샤에게 안겼을 때와, 지금처럼 어느 정도 무르익은 다음 그녀와 관계를 맺었을 때의 체험은 완전히 새로운 무언가였다.
떡 치는 게 뭐 거기서 거기지 뭔 차이가 있겠냐 싶지만, 신기한 건 관계하는 여성마다 겪는 그런 게 조금씩 혹은 많이 차이가 난다는 점이다.
몸이 부드러운 이가 있는가 하면 탄력 넘치고 튼튼하면서도, 뭔가 모순되지만 부드럽고 아늑한 느낌을 주는 이가 있는가 하면, 마치 빠져들 것처럼 부드럽다 못해 파묻히고야 마는, 헤어나올 수 없는 늪처럼 느껴지는 이가 있었다.
반면 기분 좋은 호수에 몸을 담근 것처럼, 그러면서도 적당한 온탕에 몸을 담근 것처럼 기분 좋은 감각을 일깨워주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뭔가 관계가 지속됨에 따라 체력 소모가 말도 못 할 정도로 격정적이고, 난폭한 이들도 있었다.
그와는 전혀 별개로 그냥 안기는 거 자체로 기분 좋은… 대부분이 그렇지만 그 가운데서도 유독 안겨들면 잠들어 버릴 것 같은 편안함을 주는 이도 있었고 말이다.
감정의 유동, 예컨대 뇌의 전자 신호로 인한 착각이라며 감정 변화에 비교적 회의적인 이들이 있는데, 그런 이들조차도 알면서도 차마 거부 못 하게 만드는 게 결국 이런 쪽인 거다.
이성적으로 굳이 이래야 하나? 할 필요가 있나 싶음에도 우리가 발가벗은 채 서로 몸을 섞고 부대끼며 허리를 놀려대는 게 괜한 이유가 아닌 것처럼.
무엇보다 이러면서 느껴지는 그 느낌은 매 순간이 새롭다. 누구들은 질린다 뭐다 하는데… 내 경우는 관계를 맺는 이들에 대한 애정이 확고하고, 그들 또한 그런 신뢰며 친애의 감정을 내게 가감 없이 보내주다 보니 더욱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충분히, 복 받았다, 행운아라는 자각은 있었다.
그러기에 분발하는 거겠지만.
알리샤의 몸은 부드럽다. 대부분의 여성들이 부드러운 것과 대동소이 하냐 물으면 거기에 대해선 뭐라 설명하기가 힘들었다.
이성적으로, 냉정하게 분석해보면 젊은 여성, 또래의 여성, 또 감정적으로 호감이 있는 죽이는 육감의 몸매, 취향에 적합한 몸매를 지닌 여성이 안겨들면 대부분의 남성을 부드럽다, 좋다, 짜릿하다, 아찔하다는 식으로 표현을 할 거다.
익숙해지면 그러려니 싶겠지만, 이런 걸 자극하고 일깨우는 것도 사실 본인 및 상대 파트너의 역할이 지대했다. 남녀 예외 없이.
그런 의미에서 알리샤는 섹스 기준으로 최고의 파트너였다.
무조건적이며 맹목에 가까운 호의와 친애를 적극적으로 어필하고 표현하면서도, 너무 얌전하고 점잖지도 않다. 적당히 리드하면서도 적당히 리드 당해주고, 당차면서도 다소곳한 면까지 지니고 있다.
거기다 특색이라면 특색이지만, 물약 같은 걸 동원한 외부적 요소를 개입시키는 메리트까지.
그런 걸 다 제치더라도, 그녀는 그녀 자체로 매력 만점이었다.
“에드, 이리 좀 와 봐.”
이미 반쯤 안겨든 상태임에도 뭐가 아쉬운지 양팔 벌려 날 맞이한 그녀.
덕분에 하반신이 더욱 밀착해 치골이 맞닿을 정도가 됐다.
당연 내 물건이 터질 것처럼 그녀의 안쪽을 깊숙이 찔러대는 건 덤.
이러다 정말로 자궁구가 개방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부드러운 질의 점막들이 온통 내 물건을 감싸다 못해 조여 당장 하얀 물을 토해내라 초조하게 추궁하는 듯 싶어 나도 모르게, 덜덜 떠는 이를 꽉 깨문 채 그대로 사정과 동시에 그녀의 품에 몸을 한가득 묻어버렸다.
“으읏! 헉!”
“귀여워귀여워. 그래그래….”
사정하며 전율하는 내 머리며 덜미를 차분히 쓰다듬고 보듬어주는 그녀.
떨림이 잦아들 때쯤, 알리샤도 뭔가 목이 타는지 날 끌어안은 채 상체를 살짝 세워선 침대 옆, 테이블에 따라둔 컵에다 물을 따라 마셔대는데….
“??”
턱짓을 하길래 고개를 들자 그녀가 입술을 슬그머니 부착해왔다.
그녀의 입술을 통해 적당한 온도로 식혀진 물이 뜨거운 입술과 치아, 혀를 비집고 목구멍을 거쳐 안으로 스며들었다.
“목 말랐지? 땀 많이 흘렸으니까 물 많이 마셔줘야지.”
“…물 마시면 뭐랄까, 사정감이 좀 빨라져서 가급적 자제하려하는데 말이죠.”
“쌀 건 싸줘야지.”
“끙, 조루 소리 듣긴 싫으니까요.”
“조루여도 괜찮은데?”
“이왕이면 더 오래 하고 싶으니까요. 저만 만족할 순 없잖아요?”
“…말도 참 이쁘게 해요.”
뭔가 심쿵이라도 한 건지 순간 눈을 동그랗게 뜬 그녀가 은은한 미소와 함께 다시금 날 끌어안았다.
그녀의 볼륨 넘치는 가슴이 적당한 압박으로 부드러이 내 얼굴을 감싼다. 아, 가슴 큰 건 정말 끝내준다니깐.
거기다 활동적이고 적당히 육체가 단련된 이들은 그 탄력이 참으로 남달랐다.
물론 부드럽다 못해 쫘악 퍼져 빠져 드는 듯한 기분도 물론 좋지만, 가슴을 한 손에 쥐어 형태를 뭉그러뜨리는 느낌이, 그러다 중간에 무언가가 걸리는 듯한 반발력이, 동그랗게 말리는 듯한 느낌이 무척 좋았다. 뭔가 그렇게 가슴을 만지다 보면 딱히 애무를 하거나 자극을 준 게 아님에도 저절로 아랫도리가 배꼽 위까지 치솟는데, 전립선 자극을 주지 않아도 막 초조하고, 애타고… 조금만 만져도 쌀 것 같은 그런… 뭐 그런 거 있지 않나?
알리샤의 가슴은 그런 의미에서 역시 보배다. 보배.
만지는 감촉이 너무 좋다. 만지다 보면 절로 숨결이 거칠어지고, 가슴이 터질 것처럼 두근대는데, 이게 첫 경험의 대상자라거나, 그런 기념비적인 뭔가가 아니라, 그냥 그 자체로 그랬다.
이런 면만 보면 아직 아다의 기질을 못 벗어던진 느낌이 들었지만, 이런 감정, 생동감, 기대감을 평생 안고 살 수 있다면 나는 평생 아다 인 척하며 살고팠다. 매 순간 첫 경험에 임박하는 것처럼 짜릿한데 누가 이걸 마다하겠는가.
여자에게 무언가를 보여주기 위해, 자기를 과시하기 위해 이러는 게 아니라 더 편안했고, 더욱 솔직담백하게 쾌감과 쾌락에 전념할 수 있어 좋고 말이지.
엘프들과 상대하며 느낀 것 중 하나는, 물론 행위 자체만으로도 천국을 오가는 심경이었지만, 그럼에도 무언가를 보여주고 일깨워주려 하다 보니 그런 쪽에 신경이 쏠리고, 여기서 이쪽 행위에 능숙하지 못해서 그런 면도 있겠지만, 신경이 분산되고 의식 집중이 다른 면에 쏠리니 몰입이 덜 된 상태로 섹스를 이어갔던 예가 몇 차례 있어서 그랬다.
물론 보지에다 자지를 박은 시점에는 그딴 건 고민은 아무 짝에 쓸모도 없어졌지만, 그 상황조차도 집중을 덜하면 뭐랄까, 느낌이 조금 옅어진다고 할까.
덕분에 사정감을 조금 늦추는 방법은 본의 아니게 깨닫게 됐지만, 그렇게까지 하면서 왕복 운동을 오래 지속할 필요가 있을까, 조금 고민을 해봤던 적이 있다.
‘아 물론….’
그녀가 기뻐하고 가기 직전에 푸욱 식어버려 절정을 못 안겨주면 그건 그것대로 문제이니 이런 테크닉, 노하우를 알게 된 건 무척 감사할 따름이지만. 이래서 이것도 경험이 중요한가 보다. 누가 옆에 앉혀 놓고 공부 가르치듯 제대로 가르쳐준 것도 아니니.
‘그나마 로메리스한테 배워둔 게 참….’
에라힘에서 겪은 다양한 체험, 그게 실질적으로 내 밑거름이 되어 그녀들을 기쁘게, 만족스럽게 하는데 큰 도움을 주는 듯 싶었고, 이건 내게 있어서도 상당한 만족감과 자신감을 불어 넣어주었다.
“아! 앗! 에드! 너 체력 정말 좋아졌― 꺄흑!”
거기다 브리앙르하고 행한 지옥을 오고 가는 체력 훈련 덕에 예전보다 훨씬 맹렬한 기세로 섹스를 이어갈 수 있게 된 것도 포인트.
왕복 운동조차 최초에 알리샤와 접합했을 때하곤 기세며 속도, 힘 자체가 달랐다.
“히, 힘이 너무 좋아졌잖아!”
“누, 누님을 위해서라면… 허억! 못 할 것도 아니죠!”
“기, 기쁜 말을 해주네! 귀, 귀엽기만 했는데! 못 본 사이 남자다워지고!”
양 옆구리를 손으로 붙들어 지지하곤 허리를 크게, 내 남성기 길이가 꽤 돼다 보니, 왕복으로 피스톤 질을 할 때도 허리를 남들보다 배는 더 고생 시켜야만 했다.
그런 만큼 페니스, 남성기 전체에서 느껴지고 실감되는 자극은 그만큼 극대화됐지만. 길쭉한 남성기, 자지 전체에서 눈앞이 번쩍일 정도로 아찔한 쾌감이 번개 치듯, 감전되듯 터져가는 감각, 자지 전체로도 부족해 전신으로까지 번져 허리 축이며 등골, 심지어 덜미까지 쾌감이 마구 진동하며 퍼져가는 그 감각은 매번 겪으면서도 도무지 질리지가 않았다.
절로 전신이 쾌감에 절어 덜덜 떨려왔지만, 그래도 기분 좋다. 너무 좋아서 도무지 멈출 수가 있어야지!
“더, 더 강해진다고?! 어, 얼마나 체력이 좋아진 거니?!”
알리샤가 놀란 듯 눈을 크게 뜨며 내 허리 놀림에 감동한 건지 입가가 무방비하게 풀어지며 눈마저도 쾌락에 젖어 풀어진다.
그게 또 만족스럽고 마음에 들어, 그 기세에 더욱 박차를 가해본다.
오전에서 시작된 관계는 이윽고 해가 저물기 직전까지 이어졌다.
…사실 그러고도 더 하고픈 심정이었지만.
“시간은 많잖아. 느긋하게 하자. 느긋하게.”
…12시간 넘게 떡을 친 다음에 할 소리는 아니신 거 같은데요.
두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뭔가 뿌듯한 느낌에 내심 미소가 지어진다. 뭔가 표정 관리가 잘 안 되네? 아, 그게 문제인가. 기분이 그토록 좋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