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취직하니 떡을 침. 이세계에서 (98)화 (98/454)



〈 98화 〉26. 그녀는 한 마리의 야생마.(5)

집에 들러 카멜린을 안심시킨 다음… 의외지만 우린 다시 데이엔 가로 향했다.
테티아나 님께서 아르세이유에 머무는 동안 이곳에서 신세 지라 권했기 때문.
그래서 그녀를 데려다주고 집으로 돌아가려 하니….

“어딜 가는 게냐?”
“집으로… 가야겠죠?”
“이 시간에?”

날 저문 지 한참 되긴 했지.
지금부터라도 마차 타고 가자니 그건 또 아니고….

…이거 뭐 따로 한 것도 없는데 해가 벌써 떨어졌냐? 하고 고개를 갸웃하다 알리샤와 떡친 게 금세 떠올랐다.  거 많았네. 크흠!



“연속으로 신세 지자니 뭔가 좀….”
“뭣하면 여기서 지내거라.”



폭탄 발언을 던져주신다.


“하하하… 소문이 어떻게 번질지 압니다. 그럴 위험성을 감수하기에는….”
“그 정도가 문제 될 거라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크흠! 물론 그럴 리는 없겠지만, 작은 문제도 잘못 다루다 보면 큰일로 번지기 마련이고….”
“아무튼 생각 잘해봐. 그렇지 않아도 슬슬 준비해야 하는 참이니.”

준비?


“프리지아가 왜 돌아왔다고 생각하나?”
“그거야… 어?”
“저 아이는 선택을 한 만큼 그에 합당한 책임을 보이게  것이야. 결과적으로는… 어떻게 될지 두고 볼 일이지만.”




그러면서 의미심장하게 웃는 가주님이셨다.
마련된 방으로 돌아오는데 웬걸.



“누님, 왜 여기 계십니까?”
“왜겠어?”


마치 다 잡아 놓은 사냥감을 바라보는 것처럼 여유가 깃든 표정이었다.
“걱정하지 마. 테티아나 님도 다 알고서 허락하셨으니까.”
“뭐, 뭘 허락하셨는데요?”



그녀가 나지막이 속삭였다.

“세에엑스?”
“…….”


가주님, 당신은 대체….


“내가 말했잖아? 시간은 많다고.”

아니, 시간이 많은 건 그렇다 쳐도 위치 선정이 제 예상을 아득히 벗어났습니다만?!

당혹감과는 별개로 묘하게… 기대감은 고취됐다.
이런 곳에서 그렇고 그런 관계를?

단지 장소가 넓고 고풍스러운 곳으로 바뀐 것만으로 기분이  정도로 고양될 줄이야. 역시 사람이란   알면 알수록 오묘한 구석이 있었다.


감정이란  때때로 컨트롤이 안 되다 보니 어떤 변수로 자극이, 흥미가 동하고, 마음이 흔들리는지 도무지 짐작이 안 될 때가 있는데, 섹스를 할 때는 유독 그런 점이 심했다.


…마리에게 겨드랑이로 쥐어 짜였을 때, 어처구니가 없으면서도 천국을 봤을 때도 그랬지만, 보지에 박지 않고서도 그 못지않게, 숨통이 꽉 조여들며 심장이 벌렁대는  같은 그 까마득한 쾌감은… 아직도 내게 세상엔 무수한 가능성이 내포돼 있음을 알려주는 지표로 작용하고 있었다.


…이성적으로 그 기억을 돌이켜보면 단순히 이불킥으로도 모자라 부끄러움 내지 모멸감 때문에라도 고층 빌딩 창밖으로 뛰어내리고픈 일화인데 말이지. 끙….

“그럼 오늘은 같이 주무시는 건가요?”
“응.  맞대고 마음 편히… 보내보자. 이것저것 해보고, 다 끝나면 서로 꽉 끌어안고, 마음 편하게 잠드는 거야. 어때?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막, 그렇지 않니?”
“…저야 물론 누님 곁에만 있을 수 있다면야 크게 바라는  없으니까요.”
“또또! 귀여운 척해대기는!”


…귀여운 척이라니요. 저는 그냥 팩트를 이야기한 건데.


한 손으로  감싸기 힘든 그녀의 가슴을 주물럭, 만지작대며 말랑말랑한 그 감촉, 탄력 넘치는 젖가슴의 볼륨을 음미하고 유두의 그 아리송한 감촉을 무조건적으로 즐기며 편히 누워 있을 걸 생각하는 것만으로, 아까 전까지 그리 미친 듯이 허리를 놀려대며 거시기를 쉴 새 없이 혹사시켰음에도 벌써 거시기가 터질 것처럼 부풀어 올라 있었다.

이것이 젊음인가? 아니아니, 역시 가슴이 답이다. 인생에 모든 축복은 가슴으로부터 비롯된다! 그 믿음은 나날이 확고해진다.

고작 가슴 따위가? 아니다. 가슴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물론 다른 곳도 좋다. 그냥도 아니고 엄청!

엉덩이, 허벅지, 아랫배, 등골, 날갯죽지, 매끄러운 팔, 탐스러운 쇄골, 선이 고운 어깨선, 탱글탱글한 종아리에다 민감한 발에 그냥 보는 것만으로 흥분되는  은밀한 비부며 계곡은 말한 것도 없고….

좋아하는 사람의 모든 것을 내 것처럼 만지고 더듬고  수 있다는 건, 새삼 축복이라 생각됐다. 암, 그렇고말고!

“자, 오늘도  누나가 깨끗하게 구석구석 씻겨줄 테니까, 얼른 가자.”
“…목욕하는 와중엔 얌전히 씻기만 하는 겁니다? 휴식은 필요하잖아요?”
“물론이지. 내가 뭐 섹스에 목마른 짐승도 아니고, 거기서까지 그럴  같니?”




…누님이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죠.
그런 분위기  잡히도록 주의해야겠다 싶었다.
손으로 쥐어 짜이는 것도 물론 기분은 좋지만, 지금부턴 체력 관리 안 하면 대단히… 고될  같은 예감이 들었기에.

물론 당시엔 너무 지나친 게 아닌가 싶었지만, 여기에도 상당한… 내가 예상치 못한 안배가 끼어있음을 이 시점엔 무엇 하나 알지 못했다.

그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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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미쳤지요!’


프리지아는 내내 저기압이었다. 잠에서  뒤로 좀처럼 표정이 펴지는 일이 없었다.


그녀의 어머니는 별다른 지적도, 내색도 하지 않았지만 프리지아 자신은 이것이 어마어마한 실수, 실책이라 생각했다.

‘그런 모습을 내비치다니. 어쩜!’

직접  건 아니라 하더라도 시녀들이 봤다면  이야기가 고스란히 어머니의 귀로 들어갔으리라.


제아무리 마음을 놓았다 하지만, 집에 가서까지 그럴 줄은 정말이지 상상조차 못 했다.




“거기다가!”


울컥하다 문득 주위를 둘러본다. 다행히 아무도 없었기에 망정이지… 또 주책을!

‘아무리 친해졌다지만 한 침대에서!’

알리샤는 분명 좋은 언니였다. 나이 차도 별로 안 나고 밝고 터프하고… 무엇보다 진심으로 자신을 생각해주며 솔직하게 조언을 아끼지 않고 관심을 보이는 그녀의 모습은, 어느 의미로 색다른 충격이었다.



‘너무 풀어졌어.’


마음이 놓인 건 둘째 치더라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침대에서….




‘아니야! 이상하게 생각하는 내가 문제인 거잖아!’



방심하니 어머니께서 유독 지적해왔던, 남자 같은 말투가 불쑥불쑥 튀어나왔다.
본래 프리지아 자신은 말수가 적은 편은 아니었다.

그러나 어머니는 남자 같은 말투를 고치라 어렸을 적에 대차게 그녀를 혼낸 적이 있었는데, 아마  날을 기점으로 어머니 앞에선 말수가 부쩍 줄어든 듯한 기분을 느낀다.

이제 와선 크게 개의치 않는 듯 했지만… 본래 어렸을 적 충격은 사춘기 시절엔 상당히 굵직한 흉터로 자리 잡는 법. 그러기에 프리지아는 알아서 주책맞게 보이지 않도록 거듭 자제하고 또 자제했다.

…물론 테티아나 입장에선 가소로울 따름이지만.



“하아.”

짙은 한숨이 입술을 헤집고 외부로 뻗어간다.

‘그래도 별다른 일은 없었다고 하니.’

깨고 나서 옆에 바짝 달라붙어 있는 알리샤를 보곤 얼마나 놀랐는가. 너무 놀라 수 초 동안 얼어붙은 그녀는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하다, 리얼하게 느껴지는 그녀의 숨결을 음미하다 다시금 얼어붙었다.




‘이, 이건 바람은 아니니까! 아니라고!’



괜한 죄책감과 죄악감에 종일 끙끙 앓아대서인지, 컨디션이 말이 아니었다.


“그건 그런데….”




어머니께서 당분간 이곳에서 지내라 하셨던지라 돌아가는 며칠간 알리샤는 이곳에서 손님, 식객으로 머물 예정이었다.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착잡한 마음이었는데, 아직도 그녀는 마음 속으로 이번 선택에 대한 확신을 가지지 못한 상태였다.




‘한 번 더 물어볼까.’


술김에 그럭저럭 이야기를 풀어간  어렴풋이 남아 그때 어떤 확신을, 혹은 결론을 내렸는지는 아직도 의문투성이었다.
물론 묘하게 마음이 편해진 감은 있었지만, 대체 무슨 소리를 들었기에 마음이 편해졌던 거지?



“아가씨.”
“깜짝아!”

기척도 없이 내부로 들어선 시녀 탓에 프리지아가 화들짝 놀랐다.




“…노크도 드렸는데 뭘 그리 놀라시나요?”
“그, 그랬어? 이, 이상하네?”


얼굴에 불이라도 난 듯 차가운 손으로 얼굴의 열을 식혀댄 프리지아.

“가주님께서 오늘 유명 세프에게서 가져온 과자가 있는데 먹어보니 맛이 괜찮다며 이걸 건네줄 겸 티타임을 가져 보는  어떠냐 하셨습니다.”
“…어머니께서 직접 안 하시고 왜 내게?”
“손님 대접은 집주인 된 자의 기본이라 덧붙이셨습니다. 지금의 경우엔 가주님 본인보다는, 프리지아 아가씨께서 더욱 어울리고, 또 좋아하실 거란 말씀을 마저 덧붙이시면서 말이시죠.”
“…그거야.”




가만 생각 보니 틀린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래. 알았다고 말씀드려. 티 세트는… 내 쪽에서 가져갈 테니 너흰 세팅만 하고 내게 건네주고.”
“괜찮으시겠어요?”
“내가 차 마시는 걸 안 좋아한다고 그런 것조차 못 할까? 다른 여식들처럼 일일이 어찌  손으로 그런 일을! 할 정도로 이것저것 따지진 않으니까, 괜한 걱정 말고.”
“물론 그런 걱정은 일말의 여지도 없지요. 저희야 아가씨께서 얼마나 유능하고, 또 노력해오신 분이신지 바로 옆에서 늘상 지켜봐  입장인 걸요.”
“…알았으면 너희도 슬슬 쉬고. 근데 야밤엔 술을 기울여야지 차라니. 어머니께서도 이상한 면이 있으시네.”
“그분의 생각을 어찌 판단하겠는지요.”
“후우. 그러게 말이야.”


시녀들이 자그마한 수레에 티 세트를 세팅하기 무섭게, 어머니께서 준 과자 상자를 마저 추가한 프리지아가 그걸 끌고 알리샤가 머무는 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프리지아는 본의 아니게, 물론 누군가의 음흉한 계획에 따라….



“좀 더! 그래! 그렇게!”

기이하게도 꽉 닫히지 않은  틈새, 그곳에서 들려오는 야릇한 음성에 의혹을 품은 프리지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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