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취직하니 떡을 침. 이세계에서 (100)화 (100/454)



〈 100화 〉27. 우린 변태가 아니랍니다. 이게 정상인 거라고요!(2)

눈총을 팍팍 던져줬음에도, 평소 눈치 빠른 에드릭조차 그런 그녀의 반응에 일순 의구심을 표했다. 응? 왜요? 뭐 문제라도?

프리지아가 기어코… 손가락으론 차마 가리키지 못해 눈짓으로 에드릭의 아랫도리와 그의 두 눈을 번갈아 바라보고서야 에드릭도 아! 하고 눈치챈 듯 탄성을 입 밖에 냈다.




“전 괜찮으니 신경 쓰지 마세요.”



내가 신경 쓰여서 이런 거잖아! 내가! 내―가!

물론 에드릭은 그녀가 속으로 폭언, 욕설을 퍼붓든 말든 상관 않기로 마음 먹은지 오래.


알리샤가 프리지아를 안으로 들여온 시점에 이미 상황 파악이 끝난 에드릭도 반쯤은 나 몰라라 하는 식으로 나가기로 결정했기에, 자지가 대놓고 그녀의 눈길을 사로잡든 말든 신경을 끄기로 했다. 오히려 익숙해지면 좋은  아니겠나?

어쩌면 여러 복잡한 사연이든 연정이 됐든 간에 서로 엮일지도 모르는 관계인데. 비즈니스 차원일 수도 있지만… 가급적으론 그러고 싶진 또 않았는데.

‘어? 그럼 더더욱 이러면 안 되는  아닌가?’



에드릭은 자가당착(自家撞着), 스스로가 생각한 결정이 앞뒤가 맞지 않음을 깨닫곤 잠시 고민했다.

‘뭐 괜찮겠지.’




나 혼자였다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프리지아, 힘들면 에드한테 맡겨. 쟤가 저래 보여도 다재다능하거든. 의외지만.”
“의외는  뭔가요. 의외는.”

그런 식으로 알리샤와 투닥 대는  반쯤 넋 나간 상태로 지켜보던 프리지아는 손끝으로 미간을 꾹꾹 지압했다.



‘제가! 내가 이상한 겁니까?! 아니면 저들이 이상한 겁니까?!’

당혹감이 가시질 않았는지, 머릿속에서조차 언어가 줄줄이 꼬여대고 있었다.


그 뒤로 에드릭이 의외지만 차를 잘 우려내어 따라준 덕에 그걸 마시며 마음의 안정을 취하려 했는데….

“응? 왜?”


그 큼지막한 가슴을 훤히 드러낸 상태로 티컵을 들고 있는 알리샤를 보자 다시금 혼란에 빠진 프리지아였다.

‘조금이 아니라! 많이 이상하지 않아?! 지금 이 상황?!’


에드릭도 알몸으로 차를 음미하며 향이 좋다, 몸이 따스해진다, 같은… 형식적인지 진심인지 모를 소리를 내뱉고 있는 와중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리지, 아까부터 그랬는데  뭔가 불편한  있니?”
“…솔직한 심경을 내뱉어도 되겠습니까?”
“물론! 말해봐. 어서!”




잠시간 심호흡으로 감정을 차분하게 가라앉힌 프리지아는.


“이 상황이! 말이 안 되잖아요?! 대체 어느 인간이 알몸으로 외부인을 맞이합니까?! 아니, 뭔가요 이건?!  놀리시는 겁니까?! 그도 아니면!”
“진정해, 리지. 놀리다니? 오히려 편하니까 이렇게 맨몸을 보일 수 있는 거 아니겠어? 그렇게 생각 안 하니?”
“…….”



의외로 지당하신 말씀.
듣는 에드릭조차 순간 설득당해 고개를 주억거릴 뻔했다.



“그… 아니죠 그게! 아니, 맞기는… 한가? 하지만….”




애써 감정을 갈무리하고 반격의 기회를 노렸건만! 행동하기 무섭게 격추당하다니!
에드릭은 조금, 프리지아가 불쌍해졌다.

“누님, 그래도 예의상 이렇게 알몸을 보이는 건 조금, 정도에서 벗어나긴 하죠.”
“응? 왜?”



……그렇게 태연자약하게 물어오시면 저로서도  말이 궁해집니다만?
그래도 이런 지원이 달가웠는지 프리지아의 표정이 새삼 밝아진다.


“그, 그래요. 아무리 우리가 친하다고 해도….”
“그럼 너도 벗으면 되잖아?”



음, 이건 확실히 왔겠네. 뇌 정지.

나도 순간 학창 시절 친구들끼리 당황하다 주절댈  가끔 써먹던 What? 이 튀어나올 뻔했으니까.


“아니, 누님? 저기요?”
“왜? 문제 있어?”



문제야 많죠. 엄청?


근데 너무 당당하게  그리 물으시니 제가 뭐라 말씀을 드려야할지… 아, 나도 뇌 정지가 왔구나. 도무지 해결책이 안 나오네. 내가 이렇게 멍청했던가?


결단코 프리지아의 알몸을 보고 싶다는 욕망이 있어서 그런  아니다. 솔직히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런 생각은 눈곱만치도 없었는데… 사람이 참 간사하다고 알리샤가 그 점을 일깨워주자 저도 모르게… 상상하게 된다.


“끄응!”


아니야,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지!



“나는 친하면 친한 만큼 감추는  없이 다 보여주자고 생각하는데, 틀린 거야?”
“…아니죠. 그건 지당하신 말씀이지요.”
“그런데?”
“그, 그런데라뇨?”
“여자끼리 몸 보이는 게 뭐 문제 있어?”


 여자 아닌데요?


에드릭이 뚱한 시선을 던졌지만 알리샤는 진정한 의미로 개썅마이웨이를 보여주고 있었다.


“에드릭도 남이 아닌데 왜? 남녀 사이에 그런 게 부끄러워?”



아니! 부끄럽죠! 뭘 당연한 소리를 비상식을 언급하듯 밀어붙이시는데요?! 저도 하마터면 그러게? 할 뻔했잖아요?!

‘어라, 혹시 시대에 뒤처진 건 나였나?’



사실 판타지 세계에선 친해지면 남녀칠세부동석(男女七歲不同席)이라던가, 남녀유별(男女有別) 그딴  없이 서로 웃통 까고  그런….



“네가 설득당하면 어쩌자는 건데?!”

기껏 지원군인  알고 당도한 녀석이 적(?)에게  포섭 직전까지 몰리자, 발악하듯 프리지아가 날 손가락질해대며 따져댔다.

“어, 그러게?”
“어, 그러게는 무슨!”


프리지아도 내숭 떨기를 관둔 건지, 나라서 그런 건지 아무튼 막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언니도  생각을 하고 말을 하세요! 어떻게 남녀가 알몸으로… 그런 게 정상일 리가 없잖아요?”
“그래?”
“그래? 태연하게 그래? 도대체 어느 저세상에서 얼마나 자유분방하게 살아오셨길래! 태연하게 그런 말을! 귀족인 저한테 아무렇게 않게 엮여오실 때부터 이상했지만! 언니는 조금 많이 이상한 거 알아요?!”



그러자 알리샤는 평범하게 프리지아가 쏟아낸 의견을 부인했다.


“아니야. 나도 엄청 높으신 분이나 신분  따지고 꼰대 같은 분들한텐 각별하게 주의하고 안 들이대니까 그 점은 걱정 안 해도 돼.”
“제 말은!”


음, 역시 프리지아는 화낼 때가 예쁘다니깐.


……미친 건가. 눈에 콩깍지가 씌어도 이런 사고방식은 아무래도 위험할 거 같은데.

대체로 마주칠 때는 항상 무언가에 억압받고, 위축된 듯한 모습이었는데, 그건 아마도 그녀 본래의 모습은 아닐 거다.


달리 말하면, 그만큼 데이엔 가문과 어머니인 테티아나의 존재감이, 압박감이 그녀를 옭아매고 있다는 반증일 테지만.

‘근데 이거 개재미있네?’


막상 당혹스럽기는 했지만, 이거 상황 자체가 완전 개그며 만담인 상황 아닌가?
거기다 알리샤의 푸짐한 가슴과, 탱탱한 가슴과, 탐스러운 가슴과, 가슴과 가슴이…….


“크흠!”




 정신 놓을 뻔했다.

흔들거리며 그녀의 몸짓에 율동하는 저 가슴은 어찌나 매력적인지. 보다 보면 넋을 잃어버릴 것만 같았다.

“우리 에드, 누나 가슴에 아주 푹 빠졌구나?”

그리고 그런 걸 귀신같이 알아챈 알리샤가 만족스러운 웃음기로 내가 다가와 머리를 마구 쓰다듬어대는 통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그래, 알았으니까 설교는 그만!”
“…아직 할 말이 마탑 꼭대기 층만큼 쌓였는데요.”
“그건 나중에. 언니 막 피곤해지고 그런다 야.”
“…아깐 잘도 서로 운동하시고 계시던데요.”
“응? 너도 할래?”
“…….”

아, 다시 돌아왔다.



“제, 제가 왜요?!”
“기분 좋아. 에드릭 물건 우람하고 저번하고 달리 힘도 좋아져서 말이지….”
“그, 그게 뭔 상관인데요?!”
“음? 어, 설마 리지 너,  번도 경험해본 적 없는 거야?”
“……오히려 이 나이에 경험 많으면 그게 더 이상한  아닌가요?”
“아, 그도 그렇네.”



그걸 순순히 인정하시는 겁니까?!


이번엔 에드릭 쪽이 더 경악했다.


“그래도 데이엔 가문은 결혼 안 한다면서? 그러면 훨씬 자유분방하게 관계를 맺어도 되는 거 아냐?”
“…그럴 리가요. 그건  개인차가 있는 거고,  남자하고 결혼하거나 그럴 생각 없어요.”
“아, 그러네. 애인이 학우라 했었지? 며칠 있음 온다고 했더라?”
“……제가 거기까지 말했나요?”
“술김이니까 더욱 고민하던  술술 나오기 마련 아니겠어? 걱정 마렴. 이 언니가 그래도 리지 위해서 여러모로 고민해보고 있으니까. 잘 풀리도록!”
“…….”

마음 씀씀이가 나름 고마웠는지 어색한 표정으로 알리샤와 눈을 마주…치다 가슴 쪽에 시선이 가니 다시 표정이 썩어든다.

음, 인류의 보배를 목도 하셨는데 왜 표정이 썩어가지요?




“그럼 이렇게 하자. 경험이 없으면 나중에 곤란할 수 있으니까, 우리 하는 거 구경하면 되겠네.”
“예?”
“무, 무슨 말을…?”




나와 프리지아가 동시에 반문했다.


“아니, 누님? 저기요? 아무리 그래도 그건 조금….”
“왜?”
“예?”
“왜? 부끄러워? 보여주는 게? 우리가 하는  자랑스러운 거 아니었어? 우리의 사랑, 친애, 연정이 그렇게 부끄럽고 남들에게 보여주기 어려운 종류의 뭔가였어?”
“…….”



 누님이 이렇게 말을 잘하시던가?

“설득당하지 마! 말만 그럴싸한 거잖아! 평소에 말 잘하던 에드릭은 도대체 어디로 사라졌는데?!”
“그, 그러게요?”



이제 보니 여유로웠다고 생각한 나도 상당히, 엄청 당황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스스로가 당황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자각 못할 정도로.


하긴 프리지아 앞에 자지를 덜렁대며 태연하게 접근할 때부터… 이미 정상이 아니었지.


하하하, 하하하하!! 맙소사! 아이고 우스워라!

“웃어 넘기지 말고! 너 곤란하면 항상 웃어 넘기는 버릇 있더라!”
“하하하하!”
“지금처럼!”



나와 프리지아가 이런 식으로 투덜대니.




“너희 의외로 궁합 잘 맞는 거 아니니?”



알리샤가 뭔가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그런 우리를 품평하듯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이러다 눈 맞아서 나중에 엄청 떡  대는 거 아닌가 몰라.”
“절―대! 그런 일은 없어요!”
“세상일 모르는 거야. 에드, 넌 어떻게 생각해?”
“음, 저야 내심 영애 쪽보다는 테티아나 님이 훨씬 매력적이라 여기는 입장이라.”
“그럼그럼! 역시 넌 연상이 취미였구나! 귀여워귀여워!”


아니, 저기 연상이 아니라… 따지고 보면 테티아나도 저보다 연하입니다만?

“아무튼 보고 가. 이왕 기회가 됐으니 지금 봐야지 언제 볼래?”


그건 그렇고  누님, 정말 포기를 모른다. 포기를.
 집념에 박수 갈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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