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취직하니 떡을 침. 이세계에서 (113)화 (113/454)



〈 113화 〉30. 어쩌다 이런 일이…(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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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릴리에나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아으….”

머리가 지끈거려 죽을 맛이었다.
이건 그러니까… 숙취인가?



‘언제 돌아왔지?’




곰곰이 떠올려 보려는데 머리가 아파서인지 좀처럼 떠오르질 않았다.
무심코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려는 찰나, 살짝 잠결인 탓에 눈치 채는  늦었는데….


옆을 보니 누가 누워 있었다.



“……?”



뭐지?
제법 익숙한 얼굴.
어디서 봤을까 멍한 머리로 고민해본 결과.



“?!?!”



사장이잖아! 아니, 선배!
옆엔 에드릭이 누워 있었다.
벌떡 상체를 일으켜 주위를 둘러보니 확실히 그녀의 방이 아니었다.
뿐만 아니라….



‘왜 알몸인데?!’




자신이 봐도 멋지다며 감탄했던 상반신이 고스란히 대기에 노출된 상황.
불안한 심정으로 옆쪽에 시선을 주니….


‘서, 설마?’

아니지 하고 혹시나 싶어 이불을 들춰보니….

‘알몸이잖아!’



거기다 아침이라 그런지 텐트를 친 그의 그곳이…….




‘왜 저리 큰데?! 수술이라도  거래?!’




아니, 수술을 하더라도 저렇게 클 순 없을 텐데?!
아, 맞다. 여기선 가능하지.


그래도 저건 정도가 지나친 게 아닐까, 고민하던 릴리에나는 순간적으로 자신의 계곡을 향해 손을 가져갔다.


…아니나 다를까.



‘한 거야? 정말로?’


어째서?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반쯤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도로 누운 릴리에나는 베개에 머리를 묻은 채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그러니까 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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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는 내가 싫어?”
“그럴 리가요.”


릴리에나에게 꽃뱀(?)으로 첫인상을 각인 시킨 다프넬은 적극적으로 에드릭에게 엉겨 붙어댔다.


가는 김에 얼굴 본답시고 들린 게 화근.
에드릭이야 그러려니 했지만 릴리에나에겐 퇴근 시간을 늦추게 만드는 악적과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그런데 언니는 오늘  가는 거야?”


외양이 자기보다 언니 같다며 언니라 불러대는 다프넬.
눈살을 찌푸린 릴리에나는 무슨 소리냐는 듯 그녀를 쏘아봤다.


“매번 갔잖아 거기.”
“거기가 어딥니까?”
“내 입으로 말해줘도 돼?”




음흉한 미소를 짓는 다프넬. 엘프 주제에 아주 능구렁이가 따로 없다.
그나저나 그걸 말한다고  문제될 게 있나? 선배가 있다 쳐도 별문제는 아닐 텐데? 눈치  일도 아니고.



“흐음~!”

릴리에나의 그런 무심한 반응에 무언가 확신을 얻은 듯, 다프넬은 즐거운 기색으로 에드릭에게 밀착해 팔짱을 꼈다.



“정말 오늘 안 들릴 거야?”
“바쁘니까요.”
“여자한테 바쁘다는 소리가 얼마나… 못된 변명인지는 알고 있지?”
“…그렇다고 거짓말을 할 순 없잖아요?”


태연하게 이런 소리를 해댄다.
진실조차도 날 속이지 않기 위해, 거짓을 말하지 않기 위해 한단다.


“그런 것도 배려해주는 여자가 좋은 여자란 걸까? 괜찮아. 인간 기준으로 하루 이틀 못 보는 건 우리한테는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니까. 열심히 버텨 볼게.”
“…다프넬 씨는 영업하시는 겁니까, 아니면 정말로 구애 행위를 하고 있는 겁니까?”

그 모습을 보다 못한 릴리에나가 불쑥 따지는 투로 물었는데.

“둘 다? 그래도 구애 쪽이 더 비중이 높지 않을까?”
“…구애한다고 치면 그쪽 일은 관둬야 하는 거 아닌가요?”
“왜?”
“……?”



왜라니? 아니, 거기서 왜? 가 왜! 나오는데?!




“물론 아이를 낳는다고 치면 당연히 에드하고만 하겠지?”
“그런 이야기가 아니잖아요.”
“그럼 뭔데?”
“……하아.”


릴리에나는 한숨과 탄식을 번갈아 취하며 에드릭을 쳐다봤다. 뭔가 속 시원한 답을 달라는 눈치를 줬는데, 에드릭은 허허 웃기만 했다.

“저러고 있는데 사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녀가 그러길 바란다면, 그렇게 하는  맞겠죠?”
“…….”


이건 바람둥이인지 매가리가 없는 건지….



“너는 에드의 바람직함을 알지 못하고 있구나? 불쌍해라~ 그러니까 엄한 집이나 가서 이상한 애들하고만 어울리는 거겠지. 돈까지 내가면서!”
“그거하고 이게 뭔 상관인데요?”
“에드는 사랑하는 이를 진심으로 사랑할 줄 아는 멋진 남자거든!”
“…그건 많이 과장된  같은데요?”



다프넬이 고개를 세차게 가로저었다.




“아니야! 내가 만난 인간 가운데 에드 많큼 친절하고, 성실하고, 배려심 깊고, 잘 생기고, 예쁘장하고, 멋지고, 똑똑하고, 자애롭고, 순수한 남자는 없거든?”
“…잘 생긴 건 그렇다 치는데 예쁘장한  칭찬이 아닌 거 같은데요?”
“극상의 칭찬인데?”


현실이 미소년이 아니다 보니, 미소년이라 불리면 어찌나 닭살이 돋는지.



“그래도 잘 생긴 건 부정  하시는군요.”
“릴리도 예쁘고 아름답고, 섹시하고, 아무튼 여성의 아름다움을 고루 지니고 계시잖아요?”



칭찬은 칭찬인데 어째 다른 의미로 들리는 건 무슨 연유일지.


아니, 그게 맞겠지. 어차피 우리 모두 아바타 아니겠습니까? 신경 쓰지 맙시다. 하는 식으로 들린 터라, 릴리에나는 담담하게 고개만 끄덕여 긍정을 표시했다.
그러나 옆에서 듣던 다프넬은 전~혀 다르게 들은 모양인지….

“에드! 나한테는 예쁘다고 밖에 안 해줬으면서!”
“예쁘시니까요.”
“크, 크흠! 에헴! 그, 그게 싫다는 건 아니지만! 음! 저기, 나도 아름답고, 섹시? 그렇게도 불리고 싶은데.”
“물론 다프넬도 아름다우시죠.”
“……하나 빠졌는데.”
“어린 소녀에게 섹시하다는 표현은 그리 좋지 못 하답니다.”
“나 안 어린데?!”
“인간 기준으론 미소녀랍니다.”



엘프 기준으론 아니어도 그런 거 배제하고 보면 어딜 어떻게 봐도… 미소녀지. 저쪽 세계에서 범죄자 취급받기  좋은 시기의 외양이기도 하고.


한국 법적으로 14세와의 합의 하에 물품이나 현물 제공 없이, 순수하게 이루어지는 남녀의 그렇고 그런 관계는 범죄가 아니라는데, 인터넷에서 본 글이 정말 맞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확실한 건….


‘들키면 사회적으로 매장당하겠지!’


물론 이곳 세계에선 오히려 더 열심히 하라고 장려하겠지.
자식을 가지냐 마냐가 다 큰 성인의 척도이기도 하니.

애를 안 가지면 어른 대접 안 해줄 정도인지라, 사실 에드릭 정도의 나이면 이미 아이 하나쯤은 낳아야 했던  현실이기도 했다.

…심한 경우 세넷까지 있을 정도니.
실제로 귀족 가문에선 20대에 자식만 여섯 이상 되는 소가주가 있을 정도다.

차라리 삼처사첩, 즉 부인 말고도 첩이 여럿 됐음 그러려니 싶었는데, 부인  사람이 애를 그렇게 낳은 걸 알았을 땐 오죽 놀랐어야지. 의학이 크게 발달 안 됐지만, 마법이며 신성력 덕인지 출산으로 인한 비극은 예상보다 적은 듯 보였다.



‘이러니 인간의 인구수가 폭발적으로 늘지.’



이건 뭐 오크나 고블린도 아니고….

그런 면에서 봤을 때, 에드릭 정도면 사실 대단히 검소하고, 품행이 얌전한(?) 편에 속하는 편이었다. 덕분에 요즘은 매파, 혼인 제안이며 맞선을 주선하려는 움직임이 끊이질 않았지만, 에드릭은 대강 ‘정해둔 혼약자가 있습니다.’ 하고 넘겨대고 있었다.

…정해둔 이가 있는데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떡을 친단 말이지.
이 때문에 다른 의미로 씹혀대고 있었지만, 시달리는 것보다야 낫지.


그리고  많은 신생 귀족, 부호를 연기하려면 커다란 자택과 튼튼하고 멋드러진 마차, 수행원, 사치품, 그리고 여자에 익숙한 면모를 보여주는 건 필수라 하기에, 본의 아니게 익숙해지도록 노력을 하긴 했는데….



‘그냥 시골에  박혀서 부인 여럿 두고 오순도순 사는 게 제일 좋을 것도 같고.’

문제는 그러면 또 너무 심심하지 않겠는가, 하는 거고…  열심히 쳐대다가 결국 질리는 시기가 언젠간 올 텐데, 그러면 어쩔 텐가? 떡 치고 전원 생활하는 게 인생에 전부는 아닐 텐데 말이지.

그리고서 깨닫는다.

본사가 결혼하지 못하게 만든 이유, 정착 못 하게 만든 이유가 거기에 안주하거나 익숙해져 태만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란 걸 말이다.

“아무튼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시 봐요. 일 잘하시고요!”
“너무해! 이렇게 날 버려두고 가버리다니!”

신파극을 찍는 다프넬을 살짝 안쓰러운 눈으로 살핀 에드릭은 의외로 딱 부러지게 등 돌려 자리를 떴다.


“흐음.”

이런 면은 또 의외란 말이지.
여자한테 한없이 약한 것처럼 보이는데, 자세히 보면 그게 아니었다.

‘성실하게, 진심으로 대하는 대신,  것만 주고, 받으려 하진 않는다.’




관심도 본인이 주는 거지, 저들에게 관심이나 사랑, 애정을 받으려 굳이 애원하거나 갈구하는 모습이 일절 느껴지지가 않았다.

이건… 어느 의미로 대단히… 이질적인 무언가였다.

보통은 남자가 여자한테 달라붙으면 뭐든 집착하기 마련인데. 아니, 남자 뿐 아니라 여자도 그건 마찬가지인데….

‘딴 남자하고 부대끼는 여자를 진심으로 대해 주는 것부터가 비정상이긴 하지.’

정말 사랑하고 아낀다면, 내 여자가 다른 남자에게 깔리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180도는 돌아버리는 게 정상일 텐데 말이야.
 때문에 릴리에나는 그가 연기에 소질이 탁월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거 물어볼까 계속 고민했던 겁니다만.”
“말씀하세요.”
“연극영화과, 아무튼 그런 연기 관련 학과 나오신 건 아니죠?”
“왜요? 연기 잘하는 거 같아요?”
“…그게 아니면 이해  가는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서요.”


무엇보다 여자를 대하는 방식이 평범하지가 않았다.




“저는 본사 규정을  준수하는 거뿐인데요.”
“그래도 사람 마음이라는 게 그걸 조절하기가 쉽지 않잖아요?”
“그래도 해야죠. 안 하면 어쩔 건데요?”
“…….”




맞는 말이긴 하네.
생각해보니 냉정하다고 자찬했던 자신이 오히려 그보다 훨씬… 감성적이었나 보다.


“그렇네요.”
“그쪽 집 소년들이 꽤나 마음에 들었나 봐요?”
“거기까진 아니고요.”

거봐, 역시 알고 있잖아.
코넬이 입을 열지 않았더라도, 에드릭 정도면 충분히 알고도 남았을 테니.

인근 레스토랑에 들려 배를 채운 뒤 저택으로 돌아온 둘.
여기서부턴 사장과 사원 관계가 아니라, 선후배 관계에 해당했다.

씻고 사복으로 옷을 갈아입은 릴리에나는, 왠지 모르게 술이 당겨서 집에서 마시고자 고이 모셔둔 와인을 개봉하기로 결정했다.



“선배, 물어볼 것도 있고 한데, 같이 드실래요?”
“좋죠. 그렇지 않아도 입이 심심하던 참이긴 했어요.”



그리고 드물게도, 릴리에나가 먼저 에드릭을 향해 술자리를 권했다는 것.
그러다가 결국 예상치 못한 사태로…….

아니, 예상  했다는 것도 비겁한 변명이려나?
…단지 그럴 의도가 아니었는데 어쩌다 보니, 라는 식이 맞겠지.


‘슬슬 떠오르네.’



술에 흠뻑 취했던 건 아니었지만, 확실히 익숙해진 것도 있고 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아오! 한 직장에서 이상하게 엮이면 서로가 불편해지는데!’



괜히 회사에서 사내 연애를 꺼려하는 게 아니다. 잘 풀리면 시너지가 있지만 둘  하나만 문제 생겨도 둘 다 오류가 발생하고, 그러다가 깨지기라도 하면….




‘출세하는데 상당한 마이너스인데.’



아니, 반대로 이용하면 되는 거잖아?




‘잘도 이용당해주시겠다.’



남자는 여자 하기 나름이고, 여자한텐 꼼짝  하는 건 분명했지만, 상대가 하필….



‘아니! 왜 사귀고 친해진다는  전제로 생각을 구상하고 자빠졌는데!’


속으로 아우성을 쳐대는 릴리에나였다.
코넬이 바람둥이 바람둥이라 하며 이를 갈아대던 이유를 이제는 확실하게 이해할  있었다.


여자들한테 자꾸 기웃거려서 바람둥이가 아니라.




‘여자들을 기웃거리게 만들어서 바람둥이라는 건가.’



특히 릴리에나에게 애정을 보여주기로 작정했을 때의 그는…….




‘아아아! 망할! 이게 아닌데!’


좋은 것도 그냥이 아니라 엄청 좋았는데, 그걸 인정하기가… 몹시 껄끄러운 그녀였다.

괜히 생각하자 아래쪽이 간질거리면서 욱신거리는 기분이 드는 게….

‘뻑! 괜히 꼴리잖아!’

생각 안 하려 해도 어제 일이 눈앞에 그린 듯 선명하게 떠오르는 릴리에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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