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6화 〉30. 어쩌다 이런 일이…(5)
때마침 인근이 젖어가던 참이라 건조한 손길로 인한 불편함이랄까, 껄끄러움은 일절 느껴지지 않았다.
자신의 애액으로 촉촉하게 젖어 든 손길. 그것이 노골적이면서도 느긋하게 겉을 매만지며 애무하고 자극해오자, 절로 허리가 움찔움찔 떨려왔다.
본능적으로 몸이 반응을 보이는 것을, 에드릭은 오른손으로 옆구리와 아랫배 인근을 적당히 오고 가며 쓰다듬고, 터치하고, 힘주어 다듬는 것으로 그런 반사적인 거부 반응들을 절묘하게 억제해냈다.
덕분에 릴리에나는, 부끄러워 죽겠음에도 좀처럼 저항조차 못 한 채 그의 손길에 자신의 그곳을 내맡기는 기이한 상황과 직면하게 됐다.
문제는….
‘자, 잘하잖아?’
터치감이 상당히 좋고, 일절 거부감 없이 오히려… 기분이 굉장히 좋아지게끔 그가 손을 놀려대고 있었다는 거다.
거기다 손톱도 짧고 잘 다듬었는지 어설픈 손장난을 칠 때 은연중 느껴지는 그 손톱의 걸림이나 딱딱한 느낌이 일절 느껴지지 않는 것도… 무심코 좋다고 느낀 릴리에나였다.
무심코 그의 엉덩이, 골반 사이를 움켜쥔 그녀는, 그러고서도 놀라 순간 손에 힘을 뺐지만, 그걸 의식하기도 전에 자신의 아래쪽에서 치미는 강렬한 쾌감에 반사적으로 옅은 신음성을 내뱉었다.
“앗!”
겉이 충분히 달아올라 애탈 때쯤, 그의 손길은 이윽고 겉과 안쪽을 서서히 넘나들기 시작했다.
본능적으로 안으로 빨려드는 것을 꽉 물 듯 조인 그녀는 본인이 그러고 있다는 사실마저 뒤늦게서야 눈치챌 정도로 그의 행위에 놀아나고 있었다.
‘아, 정말!’
부끄러워 죽겠는데 느낌은 또 죽여주고, 그냥 몸을 맡길까 싶으면서도 왠지 불합리하게 느껴져 약하게나마 저항 아닌 저항을 해대고는 있음에도, 그는 별거 아니라는 듯 그녀의 저항을 너무도 쉽게 허물며 그녀를 애무하는데 열중했다.
“흐읏!”
신음이 비집고 흘러나오는 걸 멈출 수가 없었다. 억지로 참아볼까 했지만, 참으면 왠지 모르게 손해 보는 기분이 들었는데, 그걸 받아들이자니 부끄럽고, 수치스러우니… 이게 대체 뭔 상황인지 그녀는 시간이 갈수록 헷갈려졌다.
이윽고 겉을 넘어 슬슬 안쪽을 깊숙이 침범해오는 그의 부드러운 손길이 그녀의 질 내부를 더듬고 찔러오는데, 그 손길이 질벽을 쓸어대며 일대를 누벼오자 절로 신음이 터져나왔다.
“으윽!”
“어깨 힘 빼셔야죠. 집중하면 더 기분 좋을 거예요.”
하나였던 손가락이 이윽고 2개가 되어 그녀의 안쪽을 누비는데, 그 와중에 손가락의 모양을 조금 굽혀 질벽을 깊숙이 애무하듯 지압까지 가해대는데, 하필이면 그곳이 약점이기라도 했는지, 릴리에나가 반적으로 허리를 털며 몸을 움찔 떨었다.
“하윽! 아앗!”
그의 손가락을 잔뜩 적시는 걸로 모자라 일대를 전부 적셔댈 정도로 이젠 본격적으로 애액을 뿜어대기 시작한 릴리에나는, 얼마 안 가 특유의 감각이 치미는 걸 느끼며 초조함에 살짝 몸부림치려 했다.
그러나 그 반응을 예측하기라도 한 듯 더욱 깊숙이 안겨온 에드릭이 이번엔 그녀의 젓가슴에 코와 입을 묻고, 붙든 오른팔을 더욱 굳세게 움켜쥐어 그녀의 옆구리를 바짝 끌어안은 채로 왼손으로 계속해서 그녀의 안쪽을 공략하고 또 공략했다.
“아앗! 잠시! 자, 잠시만!”
“…….”
집중해야 할 때, 말을 걸면 오히려 정신이 분산된다.
그러기에 에드릭은 이 시점엔 철저하게, 숨소리조차 낮추어 그녀가 자신의 비부에 집중할 수 있도록 왼손을 놀려대는데 집중했다.
“으윽! 아앗! 아, 잠깐만요! 아니! 왜 이렇게 빨리?!”
그녀의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절정이 치밀었는지, 받아 들일 마음의 준비를 하기도 전에 몰아치는 격렬한 쾌감이 일순 그녀가 경련하듯 전신을 떨어댔다.
“아아앗―!!!”
허리를 활처럼 튕기는 그녀를 보며 에드릭은 손의 움직임을 멈춘 채, 한창 가면서 느끼고 있는 그녀를 보곤 이번엔 몸을 조금 위쪽으로 옮겨선 옆에서 끌어안은 모양새로 그녀의 목덜미와 쇄골 부위에 입을 맞추었다.
그러면서 점차 위로, 등 뒤로 끌어안은 오른손은 옆구리를 타고 올라선 한 손으로 움켜쥐기 힘든 젖가슴의 일부를 와락 움켜쥐었다.
동시에 달뜬 숨소리를 내는 그녀의 입을, 자신의 부드러운 입술로 천천히 접근해 입을 맞추고, 절정으로 초점이 어긋난 그녀를 살핀 에드릭은 이어 혀까지 집어넣어 무방비한 그녀의 입안을 능숙하게 희롱해대기 시작했다.
릴리에나는 뭐가 뭔지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 무심코 호응하다, 그런 과정이 수분 정도 이어지고서야 절정의 여운이 약간 가실 때쯤, 자기가 뭔 짓을 하고 있는지를 자각하곤 눈을 크게 부릅떴다.
마치 그 타이밍을 읽기라도 한 걸까? 차분히 입을 뗀 그가 미소진 얼굴로, 고개를 미약하게 기울이며 물었다.
“어떠셨어요?”
“…….”
얼굴이 시뻘게진 릴리에나는 뭐라 말도 못 하고 침음인지 신음인지 모를 소리만을 낼 따름이었다.
“그래도 아직 모자라시죠?”
릴리에나는 혹시나 했다.
역시 여기서 본론으로…?
그러나… 한 눈에 보기에도 그의 물건은 그녀의 상식을 벗어난 크기로 굳건하게 존재감을 증명해대고 있었음에도, 그는 한 차례 그녀에게서 떨어져선 이윽고 그녀의 양다리를 붙들곤 그녀의 가랑이 사이로 자신의 얼굴을 파묻었다.
이미 젖어서 엉망이 된 그곳. 그녀 입장에선 뭔가 부끄러움에 머리가 이상하게 될 것 같은 그런 광경조차 그는 별거 아니라는 듯, 오히려 흥미진진하다는 듯 그곳을 주시하는 그 모습이 무척… 뭐랄까.
“예쁘네요.”
“!!”
눈이 질끈 감겼다.
아니, 거기가 예뻐봤자 얼마나 예쁘다고!
그러나 뒤이어 느껴지는 감촉에 그녀가 다시금 허리를 튕겼다.
얼굴을 파묻은 에드릭이 그녀의 그곳을 입으로, 혀로 농락해대기 시작한 것.
이건 확실히… 손가락보다 훨씬 기분 좋았다.
손가락이 깊숙한 곳까지 들어간다 쳐도 어차피 손인 만큼 한계는 명확.
그런데 그녀의 입술과 혀를 겉을 철저하게 공략하고, 안쪽도 인근을 철저하게 희롱해댔는데, 무엇보다 클리토리스를 자극하는 그 느낌에 그녀는 벌써부터 기분이 이상해짐을 느꼈다.
이상하긴 한데 좋았다. 익숙해지는 듯하니 절로 목이 뒤로 꺾이며 신음이 치아 사이로 흘러나오는데, 어느새 자신의 에드릭의 머리를 손으로 만지고 쥐고 있다는 것조차 그녀는 자각하지 못한 채, 상반신을 떨고 하반신마저 떨며 그가 펼치는 자연스러운 애무에 집중해 그 느낌을 즐기기 시작했다.
너무 좋다.
쾌감에 허우적대는 와중에도 그녀는 에드릭이 마치 자신에게 매달리는 듯한 기분을, 자신이란 존재가 너무나도 소중하고 사랑스러워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는 듯한 그… 뭐라 설명하기 어려운 무언가를 느꼈다.
그는 난폭하지도, 단순히 그곳을 느끼게 해서 젖게 하는 게 목적으로 애무를 행하고 있던 것도 아니었다. 전희를 위해, 본 게임을 위해 몸풀기 차원에서 이런 과정을 치른다고 하기에는… 하나하나가 너무… 집요하달까. 세심하달까.
거기다 기계적인 행위 또한 아니었다. 완급 조절이 확실했기에 애타는 듯한 느낌, 그걸 풀어주는 척하다 다시 애를 태우고, 그럼에도 내내 기분 좋은 쾌감을 지속적으로 밀어 넣어주는데, 절로 심장이 빠르게 뛰는 걸 느끼며 행위에 집중하게 되니 절정도 금세 치닿게 됐다.
‘아, 이번은 위험한데.’
이전의 여운이 완전히 가신 상태도 아니었는데, 지금은 이전 거보다 더… 더 세게 밀려올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런데도 저항할 마음은 눈곱만치도 들지 않았다. 하려고 해도 어째서인지 그럴 의욕이 전혀 생겨나질 않았다.
여전히 탐스럽게, 자신의 그곳을 입과 혀로 탐하는 그의 적극성에 그녀는 말 못 할 무언가를 느끼며, 감동인지 애정인지 아니면 뭔지 잘 모르겠지만! 부끄러움마저 짓누르는, 수치심마저 억누르는 어떤 호감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욕정 때문일까. 아님 발정이라도 난 걸까?
그런 찰나의 고민이 일순 밀려드는 쾌락의 폭풍에 휘말려 그녀는 절로 비명에 가까운 신음을 토해내며 허리를 한껏 치켜세웠다.
거기다가 아까 전서부터 자꾸 무언가가 나올 듯한 기분이 들었는데, 더 이상 절정과 함께 참을 수 있을 줄 알았던 그 예측조차 단번에 수포로 돌아갔다.
“꺄아아악!!”
허리를 털며 절정에 이른 릴리에나가 그곳을 통해 열렬하게 조수를 뿜어대며 아까보다 훨씬 더 격렬한 반응을 보여대기 시작했다.
거기다 그 절정의 순간에 그녀의 클리토리스를 한껏 자극해온 덕에 쾌감 위에 민감함 부위의 자극이 더해지니 그녀가 거기서 더욱 정신 나간 듯 몸부림치기까지.
그런데도… 기분은 좋았다.
완전히 늘어져 숨을 헐떡이는 릴리에나.
다시금 그녀의 옆에 파고들어 이번엔 그녀의 가슴과 한창 민감한 비부를 바깥 쪽을 기점으로 은은하게 자극하고 지압을 해주는데, 간지러움에 움찔하면서도 가끔씩 느껴지는 쾌감에 절로 그녀의 얼굴이 풀어졌다.
“하아, 하아….”
그는 거기서 기분 좋았냐? 느낌이 어땠냐? 라는 식의 저급한 확인 작업도, 물음도 던지지 않았다.
여운을 느끼는 그녀가 최대한 그것을 음미하고 느낄 수 있도록, 거기서 허전함을 주지 않기 위해 달궈진 자신의 몸으로 그녀를 한껏 끌어안기까지 해주는 세심함을 선보였다.
거기서 다시 입술을 붙들고 서로를 확인하는 작업이 이어졌지만, 이번은 아까와 달리 확실히 여운을 느끼는 와중에도 충실하게 그의 존재감을 인지하고, 마치 호응하듯 입술과 혀를 탐하고 나눠댔는데, 이게 또… 왜 이렇게 기분이 좋은지.
“하아! 하아!”
입술이 떼어지자 타액이 실선을 그리며 포물선을 그리다 끊어진다. 그게 왠지 아쉬워 무심코 얼굴을 조금 더 들어 올려 떠나가는 그를 아쉽다는 듯 입술을 곱씹으니, 마치 이를 읽은 양 다시금 접근해오는 입술.
그런 식으로 타액과 타액이 서로의 혀 사이를 오가고 얽히며, 숨이 막혀가는 와중에도 그녀는 뭐가 아쉬운지, 마치 목 마른 사자처럼 그의 입안을 마구 탐하고 또 탐했다.
2분 3분, 어쩌면 그 이상.
숨 쉬는 것조차 잊은 채 마구 행각을 이어가서 그런 걸까. 입술이 떨어지자 자연스레 모자란 공기를 채우고자 서로가 격렬하게 호흡을 이어가기에 이른다.
다시금 옆구리에 파고든 그가 그녀의 겨드랑이 사이에 자신의 목을 눌러 넣듯 붙여 그녀의 팔과 어깨를 팔베개처럼 배고는… 이리 말했다.
“이제 잠들 수 있으시겠어요?”
“…….”
부족해.
이걸로는….
지금까지도 좋았지만, 어째 이걸로는 만족이 되질 않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마치 기름을 잔뜩 먹인 횃불에 불을 붙이기라도 한 것처럼, 단순 산들바람 정도로는 도저히 이게 꺼질 것 같지가 않았다.
더욱 격렬한 게 필요했다.
비유하자면 그것은 비바람을 몰고 오는 폭풍우 같은….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지만, 제가 충동에 휩싸여 실수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
달아오른 횃불 위에 차디찬 바닷물을 끼얹은 듯한 기분을 느낀 릴리에나는 순간적으로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 왜 갑자기 그런 말을… 하시나요?”
“…….”
에드릭은 몰라서 묻느냐는 듯 편안한 표정으로 이리 답해줬다.
“여기서 조금 더 나가면 확실하게 선 넘을 거 같아서요. 말했듯 저는 약속을 지키는데 최선을 다할 겁니다.”
“…….”
아니, 이런 상황에선 그러건 말건 그냥 질러야 하는 거 아냐? 그게 사내잖아? 그게 남자잖아?!
여전히 자신의 가슴을 주물럭대며, 자신의 그 큼지막한… 볼 때마다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그 흉악한 걸로 자신을 깔아뭉갤 걸 예상했는데, 안 한다고? 하지 않겠다고?
“!!”
왠지 화가 났지만, 에드릭이 하는 말은 분명 타당했다. 본인이 그렇게 아까 전에도 말했던 내용인데, 그걸 어겼을 때, 과연 자신은 어떻게 생각했을까?
‘나한테 애원하라는 건가?’
문득 본 건 많아서 그런 쪽으로 이해한 릴리에나는… 그냥 참을까 하다가 속에서 욕지기가 치미는 걸 억지로 인내하곤… 부끄러움이 얼굴이며 심장이 터질 것 같은 수치심을 느끼면서도, 어쩔 수 없이 에드릭을 향해 애원 아닌 애원을 해대기로 마음먹었다.
잇따른 자극과 애무, 절정에 의해 욕정에 불이 붙은 탓일까.
본격적으로 기세가 오른 시점이라 이성보단 아무래도 욕구와 감정 쪽이 훨씬 중요하게 느껴졌다. 자존심? 알 게 뭔데?!
“여, 여기까지 와서… 이대로 자자고요? 그건… 너무 서로한테… 안 좋지 않을까요?”
그런데도 이 여자, 여기까지 와서 또 적당히 겉치레를 보이기 시작한다.
물론 이게 여성들이 본능적으로 보이는 그런 태도이긴 하나, 능숙한 바람둥이었다면 이 의도를 읽어내곤 그녀가 바라는 쪽으로 적당히 밀땅을 시전해가며 결국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결론에 도달하도록 대화를 이끌어 나갔을 것이다.
그 다음은? 몸의 대화로 이어졌을 거고.
하지만.
“약속은 약속이니까요.”
에드릭은 그딴 거 없다는 듯 해맑게 웃으며 단호함을 내보였다.
“아, 걱정은 마세요. 아쉬울 일 없도록 확실하게 보내드릴 테니까요.”
“네?”
무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