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취직하니 떡을 침. 이세계에서 (121)화 (121/454)



〈 121화 〉32. 데이엔 가의 그렇고 그런 사정.(2)

“확실하게 알고서 넘어가야지… 대충 넘길 게 아니야.”




만약 그녀가 뜻하는 대로 이루어진다면,  장기적인 관계로 이어질 텐데 나중에 그것이 비극으로 끝맺음하는 건 에드릭도, 그녀도 원치 않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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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쪽 언니한테 직접 들은 내용들을 적은 거니 확인해봐요, 사장님.”

코넬이 편지지 같은 걸 전해줬는데, 내용물이 제법 묵직했다.


내용을 요약하면.
언니인 그녀가 소가주, 즉 가주 위를 이을 예정이었으나 사내아이를 낳음으로 그 아이를 내보내게 된 것에 쇼크를 받아 오랜 기간 망연자실하며 의무를 져버림.
그러다 누군가와 눈이 맞아 도주.
그로 인해 테티아나가 본의 아니게 가주 위를 잇게 됐는데, 문제는  과정이 그리 순탄치가 않았단다.


“흐음….”



거기다 당시 가주는 유력 가문이며 여타 집안과 끈을 잇기 위해 테티아나를… 조금 험하게 다뤘다는 듯 싶었다.

“좋지 않아. 매우….”


생각해보면 아이를 낳게 한답시고 프리지아와 자신을 억지로 맺어주려 했던 것도… 이곳이 제아무리 이세계라지만 선을 세게 넘은 거긴 했지.
문제는 거기에 거부 반응을 느끼던 프리지아의 태도인데.
…보통이면 질색하고 발악하고 난리를 떨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에서 자유며 사랑을 논하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

당시 테티아나 님의 말에 혹해 성욕에 미쳐 되는대로 아랫도리를 놀렸다면 지금쯤 프리지아도….

“그나마 어머니 되는 그녀가 훨씬 더 상냥했다 이 말인가.”


고르고 골라 자신을 에드릭 자신을 선택한 것도 그렇고, 그 정도 선에서 그친 것도 다시 생각해보니… 그녀 나름의 배려가 아니었을까.



“거 참.”



에드릭은 소파에 앉아 차를 음미하고 있는 릴리에나에게 한번 살펴보라며 이를 건넸다.



“……하.”

10분 넘게 5장 가량 되는 종이를 꼼꼼하게 살핀 릴리에나는.



“이건 뭡니까? 어처구니없는 것도 정도가 있지.”
“이상하긴 했는데 생각보다  했네요.”



테티아나가 남성들을 혐오하고 멸시하는 근본적 이유는, 사실상 당시 가주 였던 어머니 때문이었던 건지고.

“거기다 어머니였던 가주가 성병과 지병 악화로 갔다는 걸 보면… 상상 이상으로 헤펐나 보네요.”
“그 이미지 때문에 더더욱 자기는 청결을 유지하려 했던 거겠죠.”




나름대로 트라우마가 되지 않았을까.

그녀는  젊은 나이에 가주가 됐단다. 그나마 일머리가 뛰어나고 인망이 높은 편이며, 사치스럽고 탐욕스럽지 않으며 아랫사람들을  봐줬기에 금세 수습은 됐지만, 외부의 시선이며 손지검은 어쩔 도리가 없었는지도.


거기다 현재 프리지아 나이 때에 이미 프리지아를 낳은 뒤로도 상당히… 복잡했을 텐데 그걸 잘 수습하고 온갖 소문들을 불식 시키며 굴지의 가문을 형성한 걸 보면… 그녀의 수완이 상상을 초월했다 봐야 될 거다.

수완이 뛰어나도 멘탈 관리라던가, 자기 관리가 엉망이었다면…….




“지금 생각보니 더 대단하신 분이네요.”
“…이곳 세계에선 10대에 가문을 물려받거나 양도받는 일이 드물진 않아요. 전쟁이 벌어지던 당시엔 10살도 안 된 꼬맹이가 가주가 돼서… 주위 가신들한테 이리저리 휘둘리다 가문이 찢기고 망가지는 경우도 흔했다고 하니까요.”
“…그나마 혈통이 하나면 다행인데 여럿이면 마치 왕좌 쟁탈전 마냥 난리 났겠어요.”

실제로 귀족 가문에 대한 역사들을 살펴보면 그런 예가 적지 않았다.
그러니 장자 계승을 우선시하는 걸 법적으로 굳혀버린 나라들이 심심해서 그런 짓을 한 게 아니라는 점.




“충성심이 강한 가신들이 자리하고 있거나, 아예 가신이 없다면 또 모르겠지만요.”
“…가문의 가세가 규모가 작은 게 이럴 때 도움이 되는군요.”
“크고 작다는 것엔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니까요. 다만 그 경우엔 재산이나 보물을 들고 도주하거나 횡령, 아무튼 그런 쪽으로 문제가 불거질 수 있죠. 덕분에 귀족 자제였는데도 어렸을 적에 버려져 자신이 귀족인 줄도 모르고 자라는 애들까지 있었다니까요.”




전쟁은 무수한 귀족 가문을 몰락시켰으며, 새로운 귀족들을 탄생시켰다.


“인간 사는 곳은 어디든 마찬가지인 거죠.”

릴리에나는 다분 회의적이었다.



“…그래도 여기는 권력을 굳히기 훨씬 좋죠. 마법이며 온갖 비전 기술들이 득실대니까요. 일반 백성들이 그런 신비를 접하기란 요원하니까요.”
“흐음… 그렇기도 하겠군요.”


회의적인 시선은 곧 냉소적인 코웃음으로 진화했지만.



“대신 여긴 인간 말고도 다양한 종족들이 있으니까요. 조금 더 인간들끼리 뭉치려는 기색을… 보여야 하는  맞는데 역시 인간답게  그러고 있단 말이죠.”
“가끔 보면 사장님은 인간을 바라보는 시각이 꽤 날카롭단 말이에요.”
“…그냥 부정적이다, 시니컬하다, 뭐 그렇게 표현해주세요.”
“그거나 이거나  차이가 있다고요?”

전자는 칭찬을 가장한 비꼼이고, 후자는 직설적인 매도.
어느 쪽이든 좋은 평가는 아니었다.


릴리에나가 물었다.



“이런데도 그녀의 요청을 따를 생각이신가요?”
“…솔직하게 묻고, 그래도 원하신다면요.”



개인적으로 남녀 관계에 한에선 일 문제로 엮이거나 계약 관계로 엮이고 싶진 않았다.

상호 만족, 이익, 충족… 이게 에드릭이 추구하는 남녀 관계였으니.
사실 어려운 일이다. 많이, 그것도 아주 많~이.

애초에 에드릭은 모든 여자에게 친절한 것도 아니며, 꽃뱀이라거나 뭔가 뜯어 먹으려 접근하는 이들에겐 냉정했다. 눈도 안 마주치고, 웃는 얼굴로 보란 듯이 냉대하고.

세상은 의외로 심플하다.
내 편과 내 편 아닌 것들.
물론  편이 아니라 해서 그들을 구태여 적대할 필요는 없다.

이건 꽤 중요한데, 아군 아니라고 무조건 적대하고, 우리 소속원이 아니라고 괄시하고 무시하고 매도하며 몰아붙이는 것이야말로 인간 사회가 무너지고 오염되는 주요 근본, 사실상 막 되는 먹은 행동이라 에드릭은 생각했다.


그러나  손에 들어온 이들.
부하라던가, 친구, 선배, 은인, 은사, 애인, 가족….
이들을 위해 애쓰는  당연. 지탄 받을 일도 아니다.
에드릭이 추구하는 건  여기까지다.

그리고 릴리에나는, 이 시점에 그걸 확실하게 파악했다.
이익을 우선시하는 게 아니라, 품은 이들의 갈등,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추며 이를 해결하고자 한다.


예전에  그리 사람 좋게 행동하냐 물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 에드릭은 간단하게 말했다.




“삼국지의 유비를 본받으려는 거뿐입니다.”

“…귀 큰 인간을요? 경영 방식이나 리더 십을 필요로 하면 조조 쪽이 훨 낫지 않나요?”
“아랫사람 피 말리게 하고 의심암귀에 휩싸이게 하다 충성해도 죽이고, 뛰어나니 수틀려서 조지고, 시험하고  시험해서 불만족스러우면 벌을 주고,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일 잘하던 녀석 누명 씌워서 죽이고… 물론 능력자인  확실하죠. 일 잘하면 그만큼 팍팍 밀어주고 지위며 보상도 확실했으니까요. 저도 예전엔 그게 맞다고 생각했는데… 나이 먹다 보니 조조보다 유비 쪽이  무서운 사람이라 느껴지더라고요.”

유비는 아주 어렸을 적부터 후흑, 예컨대 타인 앞에서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능청꾼으로 유명했단다.

유비가 노식 문하로 들어가 사사 받은 이야기는 유명한데 실은 그게 얼마나 터무니없는 건지 모르는 이들이 태반.

당시  정도 엘리트 교육을 받으려면 어지간한 푼돈으론 꿈도 못 꿀 일이다. 친척인 유원기가 그런 거금을 지원할 정도로… 어린 시절의 유비를 사뭇 비범하게 봤다는 것.


이걸 단순히 유비의 어린 시절, 청년기의 걸출함을 묘사하기 위한 과장된 이야기로 받아 들이니, 정작 거기서 공부도 안 하고 이랬으니 유비가 사람만 좋고 멍청한 인간이라는 엉뚱한(?) 오류가 발생하는 거다.

현대로 치면 친척이 난 놈이라며 하버드로 유학 보내주는 격이라 보면 된다.

인간을 매료시키는 게 유비의 가장 큰 장점이라 하지만, 그게 단순 매력 하나로 커버가 됐다고 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물론 타고  인싸 기질이 다분했던 일화가 대부분이지만, 유비는 무려… 현대로 치면 조직 폭력배로 일종에 깡패들의 우두머리, 유협의 우두머리로도 활동했는데 이 시기에 이미 무력적으로도 대단했다고 한다.


…관우 장비 때문에 무력적인 측면에서 확 묻혀서 그렇지, 애초에  시기에 쌍검 휘두를 정도면 이게 어지간한 힘하고 센스가 없는  불가능한 일 아니겠나. 그렇다고 뒤에서 쌍검 들고 졸렬하게 명령만 해대며 지켜만 보던 입장도 아니었고.




“세상 살펴보니 알렉산더, 칭기즈칸, 나폴레옹, 조조… 뭐 다들 비슷한 부류잖아요. 근데 유비 같은 사람이 많지가 않더라고요. 저야 잘난 게 없으니 벤치마킹하려면… 그쪽이 그나마 따라잡기 좋겠다 싶어서요.”
“…꿈도 크시네요.”
“롤 모델이 있어야 어쨌든 빨리 성장한다고 들어서요.”

생각해보니 인턴 때 많은 걸 배운 거 같다.
단순히 일을 시키는 게 아니라 인간 개조를 시켜줬으니 말이다.

본래는 유비에 대한 이런 평가도 에드릭 자신의 평은 아니었다.
인턴에서 누군가가 발표한 거에 감명을 받아 삼국지를 재탕하면서, 거기에 깊이 공감하게 된 거였으니까.
 전까지는 그냥… 온리 조조였지.

내가 정말로 그를 존경하는 건지, 누군가가 존경하며 극찬하는 것에 감화돼 존경한다고 착각하는 건지, 이걸 분명하게 파악하는 건 중요한 문제였다.

안 그러면, 남들이 형성해놓은 굴레에 파묻혀 이도저도 아닌 뭔가를 선망하고 갈망하다 정작 하고 싶은 것도, 이루고 싶은 것조차 무엇이었는지 까먹고, 인생을 탕진할 수 있을 테니.



“테티아나 님은 아무래도 과거의 망령에 반쯤은 사로 잡히신 거 같네요.”




가문이라는 굴레는, 이렇듯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다.
그녀 자신은 필시 그게 옳지 않다고 생각하며 저항했으리라.


그러나 세월이란 무서운 게, 보고 자라온  그거뿐이기에, 결국 본인도 어느새 그게 정당하고, 최선이라 착각하게 된다.

그리고 전통이며 굴레는, 실제로 그런 세월이 누적돼 그들 나름대로 최적화시킨 결론들이니 말이다.


올바른 전통은 지켜져야 마땅하다.
그러나… 뒤틀린 전통은 지켜질수록 모두를 피폐하게 하고, 힘겹게 만들 테다.
심하면 그 이상의 문제로도 번질 거고.

“정면 돌파가 좋을까요, 아님 뭔가 다른 수단을 강구 해야 할까요?”
“그건 사장님이 해결하실 문제 아닌가요?”
“…….”



반박할 수 없는 말이었다.
내가 그러겠다고 했는데 타인에게 책임을 물을  없지.
…그럴 생각도 없었지만.

“좋습니다. 그러면 제 선에서 열심히 해보죠.”
“그게 본사에 해가 되는 일만 아니었으면 하네요.”
“…저야 언제든 충성충성이죠. 이런 이상적인 직장에 뼈를 묻을지 말지 고민하는 건 완전히 지능 문제 아닙니까?”
“…그 점은 공감해요. 급여만 조금 더 높여줬다면 더 좋았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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