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취직하니 떡을 침. 이세계에서 (127)화 (127/454)



〈 127화 〉33. 데이엔 가의 미묘한 가정 사정.

하루가 다르게 둘의 관계는 가까워지고, 점점 밀접해져 갔다.

첫날은 그래도 격렬한 관계로 인한 부끄러움, 첫 관계로 인한 어색함 등이 섞여 약간 미묘했다면… 둘째 날 이후론 그런 기색이 완전히 사라져 누가 옆에서 봐도 친근함이 과하다고 느낄 정도로,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이 완전히 달라졌다.

그리고 셋째 날이 되자….



“엄마. 뭐하시는 거예요.”

테티아나의 방으로 방문한 프리지아는, 에드릭의 무릎에 머리를 누인 채 그의 귀파기 솜씨를 체험하고 있는 자신의 엄마, 어머니를 보곤 위화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뭐가 말이더냐?”



자신한테는 여전히 정도를 지키는 반면.



“앗! 거, 거기는 민감한데….”
“걱정마세요. 제가 다 알아서 해드릴 테니까요. 저 못 믿으시겠어요?”
“으응? 그, 그럴 리가! 에드가 하는 거면 다 믿지! 그럼그럼!”



에드릭을 대할 때는 뭔가…… 엄청…… 여자애처럼 애교? 다정함? 이걸 뭐라 표현해야 하지?


아, 그거네.
사내가 여자한테 푹 빠져 허우적대는 모습을 의외로 여럿 목격했지만….


‘완전히 빠져든 거 같단 말이야.’

자신의 어머니 눈에 콩깍지가 쓰이다 못해… 완전히… 에드릭 한정으로 예스맨이 된  같은 모습에 프리지아는, 엄청난 위화감과 어색함을 느끼고 있었다.
아니, 바꿔 말하면 원래부터 그녀는 저런 성격이었는데… 의지하고 매달린 이가 없어서 그걸 감춰왔던 건지도.


그녀도 루플레시안이 옆에 있을 때와 없을 때의 안정감이 완전히 틀렸었다.
그녀가 옆에 있다면, 무섭고 두려운 어머니가 앞에 있어도 충분히 버틸 수 있었으니까.


“할 말이 있더냐?”
“…문안 인사차 들린 거예요.”
“새삼스럽구나. 아, 앗!”
“목에 힘 빼셔야죠.”
“그, 그래. 그래야지….”




참….
뭔가… 자신의 어머니한테 미묘한 의미로 꼴불견? 아니꼬움?
아무튼 그런… 달짝지근하면서도 낯부끄러운 무언가를 느낄 거라 프리지아는 예상치 못했기에, 테티아나를 바라보다 자연스레 그녀를 무릎에 누인  귀를 상냥하게 파대는 에드릭을 향해 시선을  수밖에.




“응? 왜요? 영애께서도 경험해보실 참이신지요?”
“에드… 리지한테는 왜 권하니?”
“예? 아니, 권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



음, 저거 혹시 삐진  아니겠지?
프리지아는 암담하면서도, 어딘가 가슴을 간질거리는 이 상황이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저 모습은 본래… 그녀에게 남편이 있었다면….


테티아나가 모든 일을 그녀에게 일임한 건 아니지만, 그것만으로도 프리지아는 이미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 한편, 그걸 견뎌내는 만큼 배우고, 습득하는 것들도 많았기에 그녀에겐 이 모든 게 한편으론 기회로 여겨졌다.




‘…차라리.’

자신이 가주 위를 잇고 어머니를 출가? 아무튼 외부로 보내는 건 어떨까?
그런 고민까지 할 정도로 말이다.

이것은 과연 효심에서 우러러 나온 발상인가, 아니면….

돈을 버는 건 쉽지 않았다.
그 번 돈을 부풀리는  더더욱.
지금 이런 게 가능한 것도 기존에 쌓아둔 신뢰와 실적, 성과가 누적된 결과이지, 프리지아 자신이 활약했다거나 성과를  예는 아직까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중에는 어머니의 어머니 이전 시절서부터 이어져 온 관계도 있었으며, 테티아나가 솔선수범해서 거래처를 트고, 신뢰를 쌓아간 예도 적지 않았다.

만약 그녀가 물러서고 자신이 가주, 대표가 됐다 쳤을 때, 그들이 과연 자신에게도 어머니를 대하듯 존중과 예의를 표할 것인가?

거기까지 생각 헤아리지 못하고 특권에 취해 자신도 충분히 가능할 거란, 그런 근거 없이 막연한 자신감을 지닐 정도로 프리지아는, 어리석지 않았다.
자신의 부모를 배신한 이에게 신뢰를 보일 이가 얼마나 될까.


정치권에서만 명분이 필요한  아니다.


이쪽은 이익 구조로, 이해득실로 굴러가지만 그런 가운데 정당한 명분, 의도, 목적 등을 중시했다.

대놓고 고리대금업체를 운영한다거나 도박이나 약물, 군사 무기 및 관련업에 종사하는 것조차도 그런  따지는 판인데….

아마 그들 대부분은 연합을 하든 뒷거래, 뒷공작을 통해 손을 잡아 그녀를 먹잇감으로 보고 뜯어 먹으려 하진 않을까?


그런 상황이 발생했을 때, 프리지아 자신은 과연 거기에 얼마나 능숙하게 대처 가능할지는….

테티아나의 가정 교육이 완전히 실패한 건 아니었다.
더불어 프리지아의 재능과 노력이 허사로 자리매김한 것도 아니었고.

프리지아는 잘 몰랐지만, 테티아나는 프리지아 자신이 생각하는 거 이상으로 자신의 하나뿐인 딸을 높이 평가했다.

만약, 기대를 하지 않았다면…….

에드릭은 테티아나와 가까워질수록 그런 그녀의 심정을 절실히 깨우칠 수 있었다.
테티아나는 프리지아가 스스로의 미래를 개척할  있는 그런 강인함을 가르쳐주고자 했다.


가문을 잇든, 가문에서 뛰쳐나가 자유를 되찾든 뭐든 간에.
그래야 삶에 배신 당하지 않으며, 좌절하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갈 수 있을 테니.


그렇지 않은 한, 세상은 너무나도 잔인한 곳이다.
힘없는 자, 유약한 자, 무지한 자에게… 자비가 존재하지 않는 곳이니.


넘어지면 일어서면 그만?
넘어진 곳이 구렁텅이나 낭떠러지, 절벽 귀퉁이라면?


상상하기조차 싫었다.


“저는 제 아이가 없어서 그런 건지, 잘 모르겠네요.”“이제 곧 생길 테니 그런 염려는 말 거라.”
“…….”



음, 그런 이야기를 직구로 던지시다니.
에드릭은 괜스레 낯부끄러워 목을 가다듬듯 기침하며 어색함을 달랬다.
테티아나는 정말 아무렇지 않게, 에드릭의 안면 온도를 상승시키는 재주를 지녔다.




“물론 이 아이에게 신경 쓰지 않더라도, 내가 신경  테니, 혹여 무정해진다 한들 에드  원망하거나 하진 않으마.”
“…절 너무 매정한 사람으로 만드시진 말아 주셨으면 싶은데요.”
“그렇게 들렸다면 미안하구나. 다만 부담을 가지지 않았으면 해서….”
“부담을 느껴야 정상이죠.”

에드릭은 단호했다.

“사정상 제가 결혼을 한다거나 어디에 정착은 못 해도,  정도는 신경 쓸 수 있습니다. 그걸  바라고서, 제게 권유를 하신 것도 있으시잖아요? 저도 그런  모르고  관계를 수락한 게 아니니, 속시원하게 말씀하셔도 됩니다.”
“…그대는 역시, 사람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재주가 있어.”



에드릭의 무릎에 머리를 내려놓은 테티아나.
 청소를 전부 끝냈음에도 둘은 그러고 앉아 편안하게 시간을 보냈다.

테티아나의 몽환적인 머리카락을, 만지면 마치 실크로 된 실 무더기를 만지는 듯한 부드러운 감촉을 실감하며, 테티아나가 자신이 손길에 기분 좋은 양 신음하는 걸 차분하게 관찰하며 편하게, 그 시간을 음미했다.

생각해보니 자신도 명목상 바지사장, 실상은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백화점 대표, 사장이 된 이래 이처럼 느긋하게 쉬어본 적이 없었으니까.

‘흐음.’


문득 시스터 카멜린이 떠올랐다.
신경 써주기로 한 사람은 사실, 여럿 됐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배려심 깊고, 여러 사정이 복잡한 그녀 쪽이….


‘그래도 예전보단 나아지셨으니까.’



다행히 꿈을 제어하는 마도구를 제작할 수 있었기에, 그녀는 이제 그걸 떼어놓지 않는 한, 그 상태로 잠들지 않는  편하게 일상을 구가할 수 있게 됐다.
여기까지만으로도 카멜린은 감사하다는 입장이었지만, 에드릭은 그것만으로 책임을 다했다… 라고 하기엔 조금은 모자람을 느꼈다.


시스터 카멜린, 그녀가 그렇게 느끼던 아니던,  자신이 그렇다는 거다.

‘그 외에도.’


알리샤 누님이야 업무차 자주 보긴 하지만 같이 밤을 보낸지도 꽤 됐고…, 에우리에는 더더욱 못 봐서… 가끔 마주칠 때마다 볼을 부풀려대고….

브리앙르도 인근에 들리면 이쪽으로 붙들 생각도 했지만, 그녀는 좀처럼 아르세이유를 방문할 낌새를 보이지 않았다.

그 외에 하룻밤 인연, 하루 이틀 이어진 인연들 포함해… 생각해보니 관계가 참….



‘후배도 있고.’



릴리에나의 몸을 생각하면  서던 물건도 벌떡 세워질 정도로, 기분이 좋았던 건 덤.

단순히 바빠서 관계에 열을 올리지 못해서, 욕구가 쌓여서 그랬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물론 테티아나가 또한 예술인 건 매한가지.

단련된 육신.
한창 절정에 이른 미색.
나이에 걸맞지 않은… 어색함, 낯섦, 생소함.


거기다… 이런 말하면 실례가 되겠지만 순수하게 느끼기로 관계의 수가 적은 만큼 그곳에 진입했을 때 느껴지는 그 압박감을, 거의 처녀를 대했을 때와 큰 차이를 못 느낄 정도였다.


그러면서도 또 이쪽 지식은 활발하셔서 의외로 또… 좋았고.
심지어 그녀는… 여시종 가운데 이쪽에 관심이 많은 이들과 관게를 맺는 건 어떠냐는 식의… 터무니없는 제안을 해올 정도였다.

왜 굳이 그런 제안을?

그러자 그녀가 말하길.

‘첫 경험이 에드, 너였으면 그들도 남성에 대한 좋은 인상을 심어줄  있지 않을까 해서 말이다. 물론… 그 인상이 너무 강렬해 과연 이상형을 제대로 만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건 나눠 가져야 하지 않느냐?’

…조금 이해하기 힘든 개념이었지만, 예컨대 그녀는 자신의 수하, 부하를 굉장히 아끼고 있음을 그 대목에서 이해할  있었다.

달리 이야기하면 자신만으로 감당 안 될 때, 그걸 대체한 인력을 사전에 포섭, 제안하고자 하는 정치적(?) 의도가 있을 걸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티아만 있어도 충분한데… 적어도 데이엔 가 내에선 티아만 생각하면 안 될까요? 이미 그것만으로도 차고 넘치는데….’



라는 식으로, 딱히 작업 멘트를 친 것도 아니고 순수하게 진심을 표현했는데.



‘에드…!!  정말!’


…뭔가 엄청난 감동을 선사해버린 모양이다.


아니, 정말 본의 아니었는데.
나는 그냥 진심을….

‘그게  악질이잖아.’

테티아나가 잠깐 업무차 자리를 비운 사이, 프리지아와 짬을 내 이야기를 했을 때 이걸 이야기하자, 참 대단도 하십니다! 하는 시선으로 자신을 마구 쏘아본 건 덤.



‘그래도.’

프리지아는, 어딘가 그런 무조건적인 배려랄까, 애정의 표현에 부러움을 느낀 모양이다.

‘그렇게 거침없이 서로를 좋아할  있다는 건, …많이 부럽네요.’

프리지아와 루플레시안과의 관계도 비슷하지 않았을까?
그러나 그건 내 선입견이 자아낸 문제였다.

둘은 분명 서로를 좋아하고, 사랑 비슷한 감정마저 느끼지만, 최초에 예상했던 것처럼 그건 남녀의 사랑과는 거리가 있었다.

오히려 에드릭은 둘이 잘 됐으면 했기에 여러 조언도 아끼지 않았지만, 좋아하는 만큼 얼키고 설키는 반면, 상충되는 그런 요소들이 있었는지, 둘은 서로를 올곧게 마주보면서도, 어딘가 동떨어진 듯한 그런 쓸쓸함을 느끼고 있었던 듯 싶었다.

그리고 왜 그런 기분이 드는지, 왜 그런 식으로 관계가 좀처럼 진전이 안 되는지, 서로가 이해를 못 해 혼란에 빠진 듯 싶었고.

‘참 사람 관계라는 게 복잡해.’


에드릭은 그 연유를 어렴풋이 읽어냈지만, 따로 조언을 주진 않았다.
이건 아무래도, 그녀들 자신의 문제이니.

물론 도움을 청하면, 언제든 도와줄 의도는 있었지만.

테티아나에게 이런 생각을 밝히자, 그녀는 참으로 좋아했다.
테티아나를 위해서라도, 그녀의 딸인 프리지아 영애에게 신경 쓰는 건, 어느 의미로 당연했으니.


둘의 관계는 먹고 먹히는 그런 관계가 아니었다.
그런 의미에서, 테티아나와 프리지아 모녀의 관계는… 무척 바람직하다고 봤다.

…프리지아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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