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8화 〉33. 데이엔 가의 미묘한 가정 사정.(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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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세계에서 임신 테스트, 그 시기를 파악하는 건 대략 한 달 정도가 지나면 가능하다는데, 대표적으로 ‘생리가 와야 하는데 오지 않는다?’ 가 첫째고, 둘째는 사제의 도움을 받아 파악하는 건데, 임신 및 출산 쪽을 주관하는 사제들이 또 따로 있단다.
상식선에서 의학 기준이 미비한 수준인 만큼, 이곳의 의료 서비스는 대부분 교회, 신전, 성당 쪽이 주관하는데, 덕분에 아직도 바이러스며 박테리아에 대한 정보는 유명무실한 상황.
…그래도 신성력이나 마법 같은 이능으로 이를 해결해버리니, 시대가 발전해도 이곳 세계는 우리 세계처럼 의학 발전이 체계를 잡기란 요원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럼에도 이미 외과 수술 비슷한 관련 행위들을 시도해 성과를 볼 정도면 말 다 했지.
일주일 정도 우리는 아주 질펀하게… 관계를 맺었다.
더불어 정신적인 교감을 한 것도 그렇고.
휴식인지 즐기는 건지 모를 정도로 아주 질펀하게 해댄 터라, 나중엔 주위에서 마주치는 이들의 표정에 한숨과 쓰라림을 자아낼 정도로 찰싹 붙어다닐 정도로 말이다.
보는 것만으로 부러움과 질투를 유발할 정도로, 테티아나와 나는 비교적 잘 맞았다.
테티아나는 어린 내가 생각 이상으로 태도가 다부지고 식견이 깊으며 침착하다는 것에 놀랐고, 나는 이 가주님이 이리 귀엽고 깜찍한지 몰랐던지라… 새삼 그녀를 다시 보게 됐다.
“이 정도까지 했으니 충분하지 않을까 싶구나.”
자신의 배를 만지작대며 그리 말하는 테티아나.
프리지아와 루플레시안이 참석한 티타임 와중에 이런 소리를 느긋하게 해댈 정도로 그녀는 당당했다.
“…깨가 쏟아지는군요.”
프리지아는 에드릭과 자신의 어머니의 그런 친근감을 넘어선, 신뢰 어린 모습에 느끼는 바가 많았지만, 별다른 내색을 내비치진 않았다.
“좋아서 하는 일인데, 너는 이 어미가 억지로 이런 일을 할 거라 보느냐?”
“…….”
자기 동생뻘인 사내를 자칫 잘못하면 아버지라 불러야 하는 이 당혹스러움이란.
테티아나가 대놓고 자신의 딸과 딸의 애인(…)에게 이런 모습을 과하게 노출하는 연유는 따로 있었다.
‘정말 사랑이라면, 어떠한 의혹도 없을 테니.’
물론 그 의혹의 기준이 뭔지 에드릭은 살짝 분간이 가질 않았지만….
테티아나가 자신의 여시종들과의 관계를 거듭 제안했음에도 에드릭은 고집스럽게 테티아나만을 탐했다.
그러다 보니, 테티아나가 문득 프리지아는 어떠냐? 하는 식으로 은근슬쩍 물어오는 게 아닌가.
아, 이건 그건가? 시종을 탐하면 자연스레 마음의 장벽이 허물어질 거고, 그러다 보면 프리지아 영애하고 관계를 맺더라도 큰 문제가 아니게 생각하고, 받아 들이지 않을까… 하는 뭐 그런 거?
물론 그런 의도가 아예 없진 않았겠지만, 그렇다고 그녀의 순수를 의심할 생각은 없었다.
에드릭은 혹시나 싶어 한창 둘이서 베갯머리 송사 차원에서 한 침대를 공유하던 시점에, 서로의 얼굴을 누워서 맞대며 이 점을 분명히 이야기했다.
“영애께서는 한창 배워야 할….”
“리지라 부르지 않고?”
“…리지 때는요, 한창 배울 때입니다. 지금 배워 그러한 것들이 자양분이 되어 건강하고 활기 넘치는 꽃이 될 테지요. 나이 먹어 배우고 익히는 것보다 하루라도 더 젊을 때 배우고 익히고 기술을 갈고 닦는 게 미래에 큰 도움이 된다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싫다?”
“…싫다 아니다를 논하자는 게 아니잖아요.”
애초에 모녀 덮밥… 크흠! 그에 대한 로망이 없는 건 아니지만, 이건 철저하게 명분적으로도, 심적으로도, 상호 간에 전혀 거리낌이나 문제 거리가 없어야 한다고 에드릭은 생각했다.
‘딱히 난교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건 아니지만….’
애초에 순정, 순애를 추구하는 거뿐이지, 다른 게 싫다는 건 또 아니다.
다만 한 사람에게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전력을 쏟아야 될 판에 분산이 된다? 그걸 원한다면 물론… 에드릭 자신으로선 문제 될 게 없겠지만….
‘질투심이 조미료, 스파이스가 될 정도의 관계가 아닌 이상, 그건 좋지 않아.’
장기적으로 봐도 말이지.
물론 자신의 정력이 무한정이고, 그쪽 의욕도 다부지고, 뭐 이런다면야 상관은 없었지만, 아닌 건 아닌 거다.
“저는 티아나가 잘되듯 리지도 잘 되길 바라는 거예요. 그러기 위해서는, 그녀는 조금 더 자기 앞날에 집중하는 게 맞다고 보고요.”
“그래도 너무 늦게 배웠다가 나중에 잘못 그쪽으로 빠지면 곤란해서.”
예컨대 테티아나가 바라는 건 이거였다.
“제가 리지의 그쪽 영역을 조절해주길 바라는 겁니까?”
“응. 사내를 잘못 곁에 들이면 인생 망하는 건 여자로서도 당연한 거니까. 남자도 반려를 잘못 곁에 두면 집안이 무너지고 인생이 망가지잖니? 우리라고 다를 거 없지. 이런 걸 제대로 대비 안 해두면, 언젠가 가문을 뜯어 먹으려는 어떤 하이에나, 들개 같은 게 들이댈지 모르는데, 여자가 가문의 장으로 남자들과 대등하게 나아간다는 건, 그들보다 훨씬 독하고 냉철해야 하거든? 그런데 리지는 그게 부족해. 냉정은 해도 다부지진 못하고, 감정에 많이 좌우되는 경향이 있으니까.”
“그래서… 남자를 경험하게 해서 그걸 극복하게 하시겠다고요? 그게 가능은 하고요?”
“남자 여자 할 거 없이 진정한 의미로 성인, 성년이 되어야 비로소 자기 인생을 감당할 수 있지 않겠니? 그런 면에서 리지는 아직 풋내기, 애송이야. 남자도 맛본 적 없는 게 성년을 자처할 순 없지. 사내도 여자하고 해본 적 없으면 대체로 사내새끼 취급 안 해주잖아?”
“…….”
이곳 세계 기준으론 그게 상식이니 틀린 이야기도 아니다.
오죽하면 성년식, 성인식 치르기 무섭게 결혼하거나, 그렇고 그런 집으로 달려가 아다를 떼거나, 고백해대서 애인이 되기 무섭게 물레방아를 찧는다던가, 만리장성도 쌓고 홍콩 맛(?)도 보고.
대체로 사내의 경우, 발기가 되는 시점부터 성교육 차원에서 관계를 맺게 하는 귀족 가문들이 지천에 널려 있다.
잘못 내버려 뒀다가 자기 멋대로 아랫도리를 휘두르는 것보단, 철저하게 주도하에 성욕에 지배당하지 않도록 교육하는 건, 이곳 세계에선 아주 중요한 교육에 일환이니 말이다.
“그 말을 들으니 또 그럴 듯도 하네요.”
“그렇지?”
“그래도 조금은 기다려보죠.”
“왜? 용족 아이가 걸리니?”
“…그것도 있고요.”
애초에 에드릭은 진정한 사랑을 믿지 않는다.
현대에서 살아온 이래, 그런 건 드라마, 영화, 소설,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일종에 환상이라 그는 결론 내렸다.
몇 년만 젊어 이곳에 왔다면 아마 에드릭은 지금보다 훨씬 문란하고 음흉하며, 변태적인 행각을 일삼고 있었으리라.
그러나 현실의 쓴맛에 적응해버린 에드릭은, 감정보단 이성으로 상대를 대하는데 너무 익숙해져 버렸다.
더군다나 회사 규율이며, 여타 것들이 엮이다 보니….
‘이것도 여한이 없지만.’
이미 충분히 즐길 만큼 즐기고 있다.
애초에 이곳에 오지 않았다면, 이런 미인들과 이렇게 질펀하게 싸고 노는 게 가능하기나 했겠나?
심지어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대우받으면서까지 이런 취급이다.
단순히 아랫도리를 만족시키는 게 아니라, 어깨 위까지 만족스러운 이 구도가 에드릭은 퍽 마음에 들었다.
아랫도리는 싸고 나면 풀어진다.
그 뒤에 필요한 건?
가슴과 머리 위를 만족시키는 건데, 이 부분은 여자도 마찬가지. 자신이 그렇듯 상대도 그럴 거란 전제로 에드릭은 최선을 다했고, 이건 통해서 현재 에드릭과 관계를 맺은 이들 가운데 그를 못마땅하게 대하는 이는 단 하나도 없었다.
물론, 선을 넘을 법한 이들이 아주 없었던 건 아니지만, 그조차도 진실 되게 이해시키려 그는 노력했다.
‘쉬운 일은 아니지.’
그러나 천만다행인 건, 이곳 세계 기준으로 에드릭은 신사 중에 신사, 그런 이들 가운데서도 손꼽히는 신사라는 거였다.
서울대생이 100명 몰리는 취직 처와 1명 몰리는 취직 처의 경쟁률은 말할 가치도 없겠지.
지금의 에드릭이 딱 후자 쪽에 속했다.
이곳 세계는 근본적으로 남성 쪽이 더 우월하다. 고대 그리스처럼 소유물이나 하등한 것으로 보는 건 아니지만, 실제로 그렇게 여기는 국가가 아예 없는 것도 아니었다.
놀라운 건, 인간들이 이종족들보다 이런 차별과 불평등이 훨씬 지대했다는 점.
“만약 리지하고 관계를 생각해본다 치면, 그때는 먼저… 티아나가 안정적이게 출산을 한 다음에 생각해보죠.”
“그땐 나하고 해야지? 내가 딸아이라도 널 양보할 이유는 없잖아?”
“…….”
그, 그런 전개가 있었네?
의외로 당돌한 발언을 던지시는 테티아나 여사님이셨다.
본의는 아니게 자신만 상대를 심쿵하게 만들었던 에드릭.
그러나 테티아나의 방금 전 돌발 발언에 심장이 벌렁거렸다면, 이건 좋은 징조인가, 불안한 징조인 걸까?
…굳이 그렇게 진지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겠지?
에드릭은 손을 뻗어 그녀의 목덜미를, 솜사탕처럼 몽환적이면서도 만지면 부드럽게 타고 미끄러지는 머리칼을, 그녀의 턱과 볼 인근을 손으로 만지작대고 더듬으며 지긋이 그녀의 반응을 살폈다.
테티아나는 거부하는 바 없이, 오히려 이를 음미하듯 눈을 감은 채, 슬금슬금 자신 쪽으로 접근해왔다.
이게 참 좋다.
상대가 나에 대한 전적인 신뢰와 수용의 몸짓을 보이는 이 전개가, 에드릭은 참으로 마음에 들었다.
그것이 강요도, 강압도 아닌… 순수 애정과 친애의 감정에서 비롯되었다는 게 더더욱 말이다.
“무슨 생각을 그리 해요?”
“잠깐 생각난 게 있어서요.”
티타임 와중에 말수가 적어지니, 절로 시선이 쏠렸나 보다.
“우리 에드는 무슨 생각을 그리 곰곰이 하게 됐을까?”
“티아나하고 누워서 이런저런 이야기하던 걸 떠올렸죠.”
“…….”
“…….”
인간 소녀 하나가 ‘아아!!’ 소리 내며 탄식을, 용족 소녀는 어딘가 낯부끄러운 듯 고개를 못 든 채 은근히 나와 테티아나를 관찰해대고 있었다.
“후후후.”
마치 예상했다는 듯 기뻐하는 테티아나는, 무척 아름다웠다.
여자가 사랑을 하면 예뻐진다는데, 과연 그 말은 사실이다.
지금의 그녀는, 이전보다 더욱 아름다워졌다.
그리고 나는, 그런 그녀를 오늘밤에도 마저 안을 테고.
…벌써 생각하는 것만으로 아래쪽에 혈기가 몰려드는 기분을 느꼈다.
그런데, 이조차도 기분 좋게 느껴지는데 이거 어쩐담?
너무 박아대다 보니, 아무래도 내 정신도 느슨해졌나 보다.
물론, 거리낄 건 없으니 그저 웃어 보일 따름이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