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6화 〉34. 이런 발상은 이세계에서만 가능해!(5)
미칠 것 같음에도 기분이 좋다는 사실 하나 만큼은 도저히 부인할 수 없었다.
문제는 이러다 사람 미칠 수 있겠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는 점.
쾌락이 너무 과대해 위험하다고 느낄 정도면 이미 정도는 아득히 넘어선 거지만… 솔직히 사내 된 입장에서는 정기가 빠져나가 체력이 거덜 나고, 빨리고, 털린다는 개념 때문에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을 못 했는데… 여자 된 입장에서 이걸 이렇게 당하다 보니… 거기다 오르가즘이 여럿 겹치자 이젠 쾌락보단 민감도가 더 높아져 고통인지 간지러움인지 짜릿함인지 야릇함인지! 아무튼 뭐가 뭔지 몰라 그저 발악 아닌 발악을 해댈 수밖에 없는 지경에 도달했다.
“아아앗! 그만! 안 돼에에에―!”
“하아! 멋져!”
테티아나는 자신의 몸을 한 에드가 저렇게 앞뒤 구분 없이 쾌락에 절여져 바보처럼 허우적대는 모습에 기이한 기쁨을 느꼈다.
본인 스스로도 이건 뭔가 아닌데… 하는 기분이 들었지만, 알 게 뭔가. 당장에 그딴 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욕망과 욕구에 사로잡힌 인간은, 얼마든지 저열해질 수 있었다.
본래라면 이런 걸 상상조차 못 했던 프리지아는….
‘좋아! 기분 좋아! 대단해!’
남자의 기쁨이란 걸 제대로 실감하고 있었다.
입에서 침이 질질 흘러나올 정도로, 박아대는데 열중한 그녀의 얼굴은 가히 생전에 본 적 없는 형태로 저열하고, 음란하게 젖어 들어가고 있었다.
거기다 에드릭은 여러모로… 프리지아 그녀 입장에선 동경까진 아니어도 뭐가 됐든 잘난 인간이라 내심 아니꼬운 존재였는데… 그게 자신의 허리 놀림에 따라 참혹하게 허우적대는 게 몹시 기꺼웠다.
거기다 지금의 에드릭은 심지어 어머니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리고 자신은, 에드릭의 내면을 지닌 어머니를 범하고 있던 셈.
미친 거 같지만, 그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엉키자 심적으로 말도 못할 흥분감과 만족감, 충족감과 정복감 등이 단번에 밀려들고 있어, 프리지아는 숨 쉬는 것조차 재낄 정도로 아주 신명 나게 허리를 털어댈 수밖에 없었다.
‘이거야! 이거!’
마치 세상을 다 가진 것만 같았다.
무너지는 에드릭, 어머니의 표정을 내려다 보며, 자신의 뜻대로 상대를 무너뜨리고 무력하게, 그 고고하고 잘난 존재감을 저열하고 미천하게 끌어 내릴 수 있다는 게, 프리지아는 몹시 마음에 들었다.
‘이 좋은 걸… 왜 모르고 있었지?!’
그러나 쾌락의 정도, 자극이 강렬할수록, 만족도가 드높을수록 사정감이 빠르게 치솟은 건 어쩔 도리가 없었다.
본래의 에드릭이었다면 지금보다 2배 혹은 그 이상은 버틸 수 있었겠지만, 처음부터 전력 질주를 한 프리지아로선 어쩔 도리가 없었던 바.
그러자 초조해진 프리지아가 더욱 허리를 거세게 놀려 에드릭을 괴롭히는데 더욱 열중했다.
“아아앗!”
철썩철썩철썩퍽퍽퍽!
머리가 새하얗게 변하고 눈앞에 별이 번쩍이는 것 같은 쾌감 속에서, 다시금 강도가 달라지자 에드릭은 반쯤 정신 줄이 끊어졌음에도, 얼마 안 가 최후가 다가오고 있음을… 본능적으로 눈치챌 수 있었다.
‘이, 이제 쉴 수 있어!’
제트코스트를 타고 맨 위에서 수직 낙하하는 상황과 지금 상황은 그리 다를 게 없었다.
뭐가 다를 게 없냐고?
안전장치가 풀리지 않는 한, 도망칠 수가 없다는 점. 바로 그 점이 비슷했다.
일어나서 피하면 되지 않냐고?
에드릭 자신도 시작 전엔 그리 생각했지만, 아예 자세를 제대로 잡고 박아대기 시작하니 그럴 저항할 여지 자체가 사라져 버렸다.
말 그대로 버티고, 못 버티면 정신 줄을 놓으면 그만인데, 테티아나의 몸이 워낙 체력이 좋다 보니 이게 또 버텨지네?
그리고 버텨지는 만큼 느끼며 만끽 되는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지경.
좋아 죽을 거 같다는 만족감과, 너무 지나친 게 아니냐는 힘겨움이 동시에 엮여 뭐가 뭔지 여전히 헷갈리는 건 매한가지였지만….
“으윽! 아앗!”
입에서 바람 빠지는 신음성과 함께 갑자기 자세가 풀리며 상체를 앞으로 기울여오는 프리지아.
그와 함께
마치 작정했다는 듯 안으로 물건을 확 찔러 넣는 통에, 살짝 내려앉은 듯한 자궁구를 비집고 안쪽에 뜨거운 무언가가 마구 뛰쳐나와 에드릭 자신의 하복부를 가득 채우는… 실로 경험하기 힘든 무언가를 느끼며, 에드릭 자신도 절정에 가까운 무언가를 느끼며 전신을 파르르 떨어대며 찢어지는 비음을 흘려댈 수밖에 없었다.
“!!!”
사정하는 순간 동안, 프리지아는 움직이지 않은 채 오히려 상체를 깊숙이 묻어와 이쪽의 전신을 부서져라 끌어 안아왔다.
‘아, 계속 나오네.’
질벽을 비집고 뜨거운 액체가 입구까지 흘러나가는 듯한… 느끼자니 영 이상한 기분을 만끽한 채, 그녀도 은은하게 쏟아지는 절정의 여운을 음미하며 폭발할 것처럼 요동치는 심장을 가누느라 정신이 없었다.
가슴이 크게 위아래로 오르락내리락하는 걸 셀프로 지켜보는 게… 이게 참 남다른 만족감을 줬는데… 한차례 쏟아부어 반쯤 그루기 상태가 된 프리지아의 모습이… 참 가관이었다.
‘너, 너무 추하게 무너졌잖아?’
본인은 만족감에 취해 정신을 놓을 것처럼 상반신을 이쪽 위에 파묻었지만, 지켜보는 입장에선… 으음!
‘이게 어지간히 사랑스럽지 않으면 영… 좋게 볼 게 아니구나.’
물론 이 정도 쾌락을 줬다는 것만으로 묘하게 눈에 콩깍지가 쓰일 거 같았지만… 어쨌든 속 내용물은 에드릭. 그리고 지금 자신을 덮쳐온 게 프리지아여도, 결국 저 몸체는 에드릭 자신의 것이 아닌가. 감정을 이입 시키려 해도 이건 도무지….
“어땠니? 기분 좋았니?”
“…….”
거칠게 호흡을 고르다 은근슬쩍 접근해 물어오는 테티아나 덕에, 나와 프리지아는 마지못해 느낀 점을 답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요.”
어쨌든 상반신을 일으킨 상태로 숨을 고른 프리지아는.
“아직, 부족한데요? 뭔가 이상해요. 자꾸, 자꾸 하고 싶어서….”
“…….”
“…….”
프리지아는 자신이 한 말이 얼마나 터무니없다는 걸 스스로 자각하고 있음에도, 그 말을 왜 했는지 이해 못하는 듯 얼굴을 시뻘겋게 붉히고 있었지만.
나와 테티아나는 그 표정 내면에 서린 의도를 분명하게 읽었다.
이건… 그러니까… 기대하고 있는 거네? 그것도 엄청?
거기다… 우리 테티아나 여사님, 딸아이의 얼굴로 너무 환하게 미소 짓는 게 아니신지요?
“그럼! 하고 싶으면 더 해야지! 에드, 너는 어떠니?”
“…….”
여기서 거절하면 이상하게 죽일 놈 취급받을 거 같은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그 전에, 나는 잊지 않고 한 가지 사실을 지적했다.
“그보다… 루플레시안을 너무 방치해 두시는 거 아닌지요?”
“?!”
이에 반쯤 넋을 놓고 있던 프리지아가 눈을 화등잔만 하게 뜬 채 곧장 뒤쪽으로 목을 꺽듯 고개를 돌렸다.
저기….
그렇게 눈치가 보이면 슬슬… 물건 좀 빼고서 말하셔도 될 거 같은데.
이 와중에 질 안에 고스란히 페니스를 박아둔 채 저러고 있는 게 참 욕망에 충실하다고 해야 할까.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남성의 암울함, 안타까움일지도.
물론 그런 적극성이 자손 번식 겸 종의 보존에 지대한 역할을 해왔을 테지만… 개인적으로 조금… 음….
“시, 시안?”
“…….”
저 봐라.
딱 봐도 삐진 저 모습을!
“리, 리지만 기분 좋고! 저, 저도… 저도….”
응?
뭔가 예상했던 반응이 아닌데?
그러고 보니, 본래라면 현재 에드릭이 느끼는 만큼 루플레시안도 감각이 연동돼 있어야 하니 뭔가를 느껴야 할 텐데… 왜 저리 멀쩡한 거지?
“그래, 착오가 있었나 보구나.”
저기요, 왜 그리 싱글벙글하고 계시는지요? 우리 티아나 여사님?
“하면 이렇게 하자꾸나.”
결론.
테티아나는 프리지아와 루플레시안 둘이 관계를 맺으라는 식으로 유도했다.
어차피 에드릭의 몸을 빌렸다곤 하나 사랑하는 건 너희 둘이 아니더냐!
……라는 내용을 구렁이 담 넘듯 밀어붙였는데.
“…….”
통했다.
맙소사.
덕분에 졸지에 닭 쫓던 개 신세가 된 에드릭.
“저기….”
“왜 그러느냐? 즐길 만큼 즐기지 않았고?”
말투 또 저러시네.
능청 떨고 있다는 걸 온몸으로 표현해주시는 덕에… 묘하게 귀엽다고 느껴버렸다.
나도 참 무르단 말이야.
아무튼.
“어,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잠깐 제정신이 돌아왔는지, 막상 루플레시안의 겉옷을 천천히, 초조한 손놀림으로 탈의하기 시작하자, 뭔가 낯부끄러운 기분이 들었는지, 프리지아의 안색이 시시각각 변해대가 시작했다.
그런데 저거 내 몸으로 저러니… 지켜보는 입장에선 영….
“리지, 에드가 부족하다고 하니 하고 나서 시안이 힘겨워 보이면 언제든 말하려무나.”
“괘, 괜찮거든요?!”
저거 일부러 저런 소리한 거다.
정신이 멀쩡해진 상황에서 저런 소리를 해봐라.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떠올리면, 낯부끄러워 죽고 싶을 거다.
그럼에도, 분명 또 속으론 하고 싶다, 또 하고 싶다는 욕구가 치솟겠지.
……그게 사내새끼니까. 제가 잘 압니다, 프리지아 씨. 제가 이래 보여도 남자 부분(?)은 선배 아니겠습니까?
“…….”
나도 제정신이 아닌가 보다. 하하하!
하…….
날개며 꼬리 덕에 인간보다 더 옷을 입고 벗는 게 불편한 루플레시안.
그래도 확실히 다 벗고 나니… 인간과는 다른 매력이….
“저, 저기요? 그런데 두 분… 안 나가세요?”
“응?”
“으음?”
왜요?
어째서?
하는 표정으로 꿋꿋하게 둘을 관찰하기로 마음먹은 나와 테티아나.
그러고 보니 이걸 이제야 지적한단 말인가. 참 빠르기도 하셔?
그러나 이미 늦어버렸쥬? 여기서 구경 안 하고 가면 개손해쥬? 용납 안 되쥬?
“이, 이상하잖아요?! 왜 저희가 하는 걸 구경하려는 건데요?!”
“그걸 지적하고자 했으면 처음부터 했어야지.”
테티아나의 말에 입을 꾹 다문 프리지아.
“그거 제 몸이거든요? 저는 제 몸이 엄한 곳에 쓰이지 않나 지켜볼 의무가 있죠? 아마도?”
“그, 그건…….”
그냥 박박 우기면 될 텐데, 거기서 또 납득해 버리는 게 또 귀엽네.
사람이 참 모질지가 못하니까, 우리 영애께옵선? 겉은 틱틱 그러는데 막상 속으론… 후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