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8화 〉34. 이런 발상은 이세계에서만 가능해!(7)
서로에 대한 애정이 확고한 상태에서 성욕마저 추가되니 둘의 관계는 사뭇 뜨겁게 굴러가기 시작했다.
뭔가 보는 입장에서도 묘하게 영향을 받을 정도로… 사실 이런 걸 보며 성적 충동이 전혀 없는 상태로 즐길 수 있으려면 기력이 쇠하거나 질릴 대로 질리거나, 남성으로 치면 발기부전이되 긍정적으로 그걸 받아들일 수 있는… 음, 말이 좀 이상한데?
그나마 이쪽은 현대의 온갖 문명 기술을 통해 각종 19금 콘텐츠를 오랫동안 즐겨온 경험이 있었기에 순수하게 지켜보는 선으로 넘어갈 수 있었지만….
“흐음!”
아무래도 내 옆쪽에 앉은 그녀는 안 그런가 보다.
‘그렇다고 이 몸 저 몸으로 추태를 부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말이지.’
제아무리 개방적이라도 한도라는 게 있는 법.
거기다 이곳 세계가 아무리 개방적이어도 귀족으로서 처녀라는 건 대단히 강력한 메리트다.
사내는 그걸 증명할 방법이 없으니 하는 말이나 믿어야 될 판이지만, 여성의 그것은 명확한 증명.
…이걸 신경 안 쓰는 이들도 있겠지만, 그 더러운 꼴을 알기에 오히려 병적으로 이런 걸 따지는 왕후장상, 귀족들이 없는 것도 아니다.
프리지아가 저리 뻣뻣한 이유도 그 때문이기도 한데, 테티아나는 그게 마음에 안 들고 어차피 다른 집안에 시집을 보낼 것도 아니기에, 에드릭과의 유대를 다질 겸… 또 인간 됨을 갖추라는 명목으로 어쨌든 관계를 맺게 하려 그리 애를 썼지만….
‘설마 처녀가 아니라 동정을 먼저 뗄 줄이야.’
…심지어 여자로.
전무후무까지는 아니겠지만… 엄청 드문 케이스가 아닐까?
그 와중에 둘의 관계를 점점 점입가경, 서로가 서로를 잡아먹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격렬하게 위아래를 맞대어 부대끼는 광경을 보니… 흐음.
난잡하게 났던 살과 애액의 마찰음이, 애액이 과하게 분출돼서 그런지 그쪽 소리가 작아지기 무섭게 둘 간의 신음과 교성이 한 쌍의 육신이 자아내는 교접음을 집어삼키듯 방안을 덮어갔다.
“으읏! 아아앗!―”
간헐적으로 흥얼대듯 신음을 흘려대던 루플레시안이 프리지아의 머리를 바짝 끌어안아 가슴에 품은 채 헐떡여댄다.
그리고 프리지아는, 내 몸을 아주 요긴하게 사용 중. 허리를 큼지막하게, 그러나 격렬하게 움직여대어 길고 묵직한 남근을 힘차게 그녀의 안에 넣었다 빼는 행위에 빠져선, 끝물에 달하려는지 그 움직임이 더욱 거세지고, 기민해져 갔다.
좀 전보다 최소 2배는 더 빠르게 허리를 좌우, 본인 기준으론 앞뒤로 허우적대며 루플레시안의 그 좁디좁은 공간을 힘차게 찔러 넣는데, 구경하는 입장에서도 속이 시원…하달까. 괜스레 아래 쪽이 간질간질거리는 게….
“아, 안 돼. 모, 못 참겠어!”
프리지아의 애타는 목소리가 긴박하게 루플레시안에게로 전달된다.
“…….”
숨소리와 신음이 묘하게 범벅이 되어가는 와중에, 루플레시안은 차분하게 그런 프리지아의 머리를 가슴에 품은 채 쓰다듬으며, 말없이 모든 걸 받아주고자 하는 준비를 끝마친 상황.
격렬하게 날뛰던 루플레시안의 꼬리와 날개도 한껏 긴장한 듯 뻣뻣하게 뒤로 뻗쳐 고정된 상황!
바로 그때.
‘응?’
뭔가 현기증이 확 치밀더니.
갑자기 기분 좋은 향기가, 비릿하면서도 뭔가 여성적이면서도 어딘가 맡아본 적 없는 무척이나 진한… 암컷의 냄새 같은 게 후각을 화악 사로잡는 게 아닌가.
동시에 뭔가 알 수 없는 충동과 함께
“크윽!”
절로 신음이 터져 나왔다.
익숙한 이 감각.
눈앞이 새하얗게 변하며 빛이 번쩍이고, 무수한 별빛이 어둠을 꿰뚫듯 터져가는 이 감각은….
‘설마?’
기분 좋은 쾌감에 잠시간 생각이 잠겼지만, 몇 초가 지나 이성이 돌아오자, 바로 지금 상황이 뭔지 캐치 해낼 수 있었다.
“아아아악!”
거기다 가까운 듯 먼 곳에서 한 소녀의 비명이, 안타까움에 몸부림치다 못해 억울해 죽겠다는 듯한 감정이 절로 전해지는 그 애타는 비명이 귓전에 탁 하고 꽂히기까지.
‘몸 바뀌었네.’
하필이면 하이라이트 때 바뀐 모양.
덕분에 이쪽은 예고도 없이, 대비도 못하고 막대한 쾌감에 잠시동안 정신이 나갈 뻔한 반면….
“이게 뭐야?! 아아악! 아, 정말!”
본래의 자신의 몸을 되찾은 프리지아는 억울함인지 부끄러움인지, 원통함인지 수치심인지 모를 온갖 감정에 휩싸여 창문 밖으로 뛰어 내리고픈 충동에 시달려야만 했다.
‘대체 내가 무슨 짓을?!’
평생 그런 짓을 해본 적 없는데! 무려 남자가 돼서 남자의 그걸로! 그걸로…!
“으으으!”
자괴감인지 모멸감인지 모를 감정에 절로 양손으로 얼굴을 부여잡은 프리지아.
물론.
“후후후!”
그걸 옆에서 지켜보는 테티아나는, 상황이 아주 흥미진진하게 굴러간 점에 대해 웃어 넘기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무튼 에드, 몸이 돌아온 것이더냐?”
“…예에. 크흠!”
아, 지친다.
얼마나 감정 소모가 강렬했으면 고작 2번 밖에 안 했는데 지쳐 나가 떨어질 거 같은지 원.
“…….”
눈을 살짝 까집은 채 의식을 놓은 루플레시안을 발견하고서야 이유를 파악한 에드릭.
그러니까… 동시 절정을 맛보기 직전에 아무래도 먼저 가버린 루플레시안 덕에 마법적 효과가 해제돼서… 음, 지금 같은 결과에 이르렀다? 그리 해석하면 되겠지?
“자, 이리 오너라. 딱 좋게 몸도 달궈진 듯 하니.”
“…원래는 저하고 역할 바꿔서 하려던 거 아니셨는지요?.”
“일단 먼저 하고, 그 다음 저 아이가 일어나면 또 부탁하면 되는 문제 아니더냐?”
말투를 저리 고압적으로 하는 거 보면, 아무래도 발동이 세게 걸렸나 보다.
말을 놓는 것보다 의례적이고 상투적인 말버릇이 저런 거라는 게 그녀답다면 그녀다웠지만.
“이게 대체 뭐야. 아아! 대체… 내가 무슨 짓을….”
그리고 프리지아 영애께옵서는, 자괴감에 결국 헤어나오질 못해 반쯤 넋이 나가고야 말았다.
음, 그냥 좋게좋게 좋은 꼴 봤다, 좋은 경험했다 하고 말면 그만인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한창 민감한 사춘기 때 이런 경험이 조금 쇼킹하긴 했으려나?
이렇게 생각하면 내가 나이를 많이 먹은 거 같긴 하네.
흔히 30세를 이립(而立)이라 한다.
마음이 확고하게 서서, 도덕 위에 서서 움직이지 않는 나잇대.
“…….”
뭐 좋은 경험했다고 생각해야지 어쩌겠음?
이건 돈 주고도 쉽게 못 해볼 경험일 텐데 아무렴.
“에드, 빨리.”
“예예, 갑니다, 내 주인이시여.”
“어, 음… 그거 다시.”
…묘한 곳에 또 심쿵 하신 테티아나 여사님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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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이 강렬한 탓이었는지 그 여파를 고스란히 맛보게 된 프리지아와 루플레시안.
덕분에.
“저기요, 제 몸은 뭐 빌려드리는 그런 도구가 아닙니다만.”
“…….”
이걸 부탁하는 프리지아 입장에선 미치고 펄쩍 뛸 노릇이지만….
‘자꾸 생각나는 걸 어떡해!’
자꾸 생각나더라도 자제하면 그만이지만, 맛본 쾌감이 너무 강렬한 나머지 그녀는 자나 깨나 그 생각 덕에 뭔 일을 못 할 정도로, 그쪽에 아주 제대로 꽂혀 버리고야 말았다.
이틀 만에 데이엔 가에 들린 에드릭을 향해 직구로 저런 부탁을 해오는 거 보면, 이건 빠져도 단단히 빠진 셈.
“…여자는 여자 나름의 즐기는 방식이 있을 텐데요.”
“달라! 느낌이 다르다고! 나, 남자일 때가 훨씬 기분 좋단 말이야!”
“…….”
우리 아가씨, 다 크셨네. 이런 부끄러운 소리를 말 한 번 안 더듬고 해댈 정도면.
“여자로서의 그걸 경험도 안 해보셔놓고 그런 소리를 하시면 쓰나요?”
“그, 그거야….”
시선을 회피한다.
“아, 이러면 되겠네요.”
솔직히 여기서 입을 잘 털어대면 그녀와 관계를 맺는 게 어렵진 않아 보였지만….
“이번엔 루플레시안이 제 몸을, 영애가 루플레시안의 몸을 빌리면 되겠네요.”
“……??”
나는 설마하니 이걸 생각조차 못한 건가 싶어 잠시 동안 프리지아를 빤히 바라봤는데.
“설마 생각 안 해보신 거예요?”
표정만 봐도 답이 나왔지만, 그래도 혹시나 싶어 물어보니.
“무, 물론 처,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었는데요?!”
“존댓말?”
“큭!”
“너무 이기적인 거 아니세요? 아무리 박아대는 게 기분 좋다지만?”
“…….”
음, 그만해야겠다.
저러다 얼굴 터질라.
홍당무 급으로 얼굴이 붉어진다는 건 사실, 좀처럼 보기 힘든 광경이다.
그런데, 가뜩이나 피부도 새하얀 분이 저렇게 되니…… 으음, 묘한 취향에 눈을 뜰 것만 같았다.
아, 성적인 거 말고.
놀리는 거에 재미 들리면 곤란했다. 그러다 선 팍팍 넘어서는 거니.
유머 기준, 재치 기준이면 좋다.
그러나 사적인 충족을 위해 그러기 시작하면, 상대에 대한 친근감이나 친애감이 더욱 부각될 여지가 큰데, 프리지아 영애하곤 그런 관계일 필요는 없다고, 나는 생각했다.
테티아나 여사님께서 있는데, 굳이?
원래 남녀 관계는 부모 자식이 없는 거다.
혹시라도, 만에 하나라도 딸에게 질투하게 되는 비극을 일으킬 순 없으니.
물론 겉으로는 허용해도 또 속내랄까, 막상 저지르게 한 뒤에 후회하는 게 또 여성의 민감하고 섬세한 심리이니, 애초에 선 안 넘는 게 제일.
그러니까 여기선, 착각이든 진심이든 확고한 두 인간과 용족의 관계 쪽에 신경을 써주는 쪽에 집중해보자.
“못 해줄 건 아니지만 조건이 있어요.”
“뭐, 뭔데?”
떨떠름 해하는 얼굴로 눈치를 살피는 프리지아.
“이번이 마지막입니다.”
“응?”
“왜요? 의외였어요?”
“그건… 응. 뭔가 이상한 걸 부탁하려는 줄 알았는데.”
“…절 뭘로 보시는 겁니까.”
내가 몸 바꿔주는 대신 나중에 나하고 처녀 뗍시다! 하는 식으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할 거라 생각한 건가? 물론 매력적인 전개긴 하지만… 망상은 머릿속으로만 끝내야 아름다운 법이다.
겉은 청초하면서도 품위 넘치게. 매너를 알고, 재치를 알며… 배려심이 넘치고!
그런데 속내는 난잡하고, 추잡하다?
으흠, 이러한 언밸런스가 있어야 사람이 변태가 안 되는 거다.
그리고 가끔 과격한 관계며 행위를 꿈꾸는 이들의 로망을 충족시켜주기 위해서라도, 언제든 그런 쪽을 대비할 필요는 있는 거 아니겠나?
…이렇게 보면 나도 경력자 다 됐다니깐. 이젠 초창기 때처럼 어리버리 안 까고 능청 떠는데도 익숙해 진 걸 보면.
“아, 알았어! 알았으니까….”
“아이고, 시간도 많지 않은데 참….”
“대, 대신 이번엔 우리 둘끼리 할 테니까… 구경하지 말아 줘.”
“흐음.”
원래부터 그럴 예정이었는데 이걸 또 굳이 이야기해주시네? 이걸 걸고 넘어져서 뭐 하나 더 따낼까?
“좋아요. 그럽시다.”
너그러움, 배려는 본디 누적 포인트와 같다.
그러니 이번에도 대인처럼 넘어가 주기로 하고.
“이만큼 배려해줬으니 영애께서도 어머님께 효도하셔야 됩니다?”
거기다 이런 식의 미덕으로 어필과 포인트 따내는 걸 동시에, 거기다 이 사실이 테티아나에게 알려진다면? 플러스알파.
난 어쩌면 정치에 소질이 있는지도?
“…당신은 진짜 어머니를 좋아하시나 보네요.”
“하하하!”
물론 저렇게 착각해주면 더더욱~ 좋고.
이러면 나중에, 프리지아와 엮일 일이 있을 때, 그녀의 진지함과 진솔함을 끌어내기도 쉬울 거고, 내 쪽에서 그런 걸 어필하기도 유용할 테니.
뭐, 꼭 그렇게 되고자 하는 건 아니지만, 호감도를 얻어둬서 나쁠 건 없지 않나?
……이건 윤 팀장님이 내게 해준 조언이기도 했지만.
‘여자들과 친해져서 나쁠 거 없답니다. 남자들하고도 친해져서 나쁠 거 없고요 결론은? 친해질 수 있다면 전부, 친해지시기 바랍니다. 그들 모두가, 당신과 어깨를 마주하고, 위험과 리스크를 감수할 때조차, 떠나가지 않을 만한 유대를 형성하세요. 신뢰, 사랑, 우정. 뭐든 좋습니다. 그 모든 게, 당신의 큰 바탕이자 힘이 될 테니까요.’
팀장님, 오늘도 저는 당신의 말씀을 충실히 따르고 있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