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취직하니 떡을 침. 이세계에서 (141)화 (141/454)



〈 141화 〉35. 신대륙으로 파견된 썰푼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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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쉬리.”
“크흠. 왜 그런가, 에릭?”

여기선 날 에드릭 혹은 에드라 부르지 않고 에릭이라 부르는데, 이유를 물으니 그게 조금 더 강해 보인다던가?

나쁠 건 없기에 그러려니 하고 있다.
이쪽 키가 현재 160 후반대지만 저쪽은 180대.
거기다 저 여자는 나름 유서 깊은 전사 혈통.




“너무 안쪽으로 들어가지 말라고들 하지? 객기 부려서 좋은  없다고 누누이 말하잖아?”
“전사들이 자신을 증명하고자 함이다. 그걸 막을 셈인가?”
“아니. 무모한 짓하지 말라는 거지.”



물론 자체적 문화, 전통은 이해가 간다만.
…독약을 먹고 버텨서 살아남는 새끼를 그러려니 해주는 건, 아무리 봐도 에바 참치잖아? 그걸 버텨서 얻는 게 있다면 모르겠지만.




‘사후 체험해서 용기를 얻는다는 개념을 무시할 생각은 없지만.’
“시대가 바뀌고 있음을 실감하라고. 나는 전사들을 무시하려는 게 아니야. 그들은 더욱 강해지고, 더욱 수를 불릴  있어. 소수 일부의 전사들의 강함에 너무 의존하지 말라 이거야.”
“그건 그들의 몫이지.”
“거기엔  자식들도 있잖아?”
“에릭, 네 이야기는 충분히 숙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건 우리들의 운명이다. 숙명. 전사가 되고자 하는 이들, 죽는 그 순간까지 죽음으로부터 뒷걸음질 치지 말라. 그것이 곧 강함의 증명이다. 증명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살아남아야 혈통을 잇는다.”
“…세상은 넓어. 현명하지 못한 이는 뒤처지고, 수가 적은 이는 결국 많은 이들에게 잡아 먹히지. 벌레의 삶도, 짐승의 삶도 여기엔 예외가 없지.”
“후후! 이렇듯 그대와 내 의견이 맞부딪히는 것도, 자연의 조화 아니겠나. 불이 있듯, 물이 있듯. 에릭 그대가 우릴 설득하고자 하면, 그대가 말한 바를 계속 증명하면 될 뿐이다. 지금처럼 쭉. 그러니 내 몸소 자네의 혈통을 잇고자 씨를 받고 있는 게 아니더냐?”
“……큼!”

사람 뻘쭘하게 만드는데는  있다니까.



“아무튼 알아두라도.”
“가는 비에 옷을 적시듯, 그대는 계속해서 내게 이야기해 조금씩 내 마음의 기틀을 기울이려 하는구나. 전사가 아닌 그대다운 방식이다.”


하이고, 맙소사. 그렇게 과대평가 해주면 뭐 고마울 따름이지만.
얼마 전까지는 천막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훌륭한 오두막 느낌이 집이 완성돼 있었다.


기후 변화에 따라 이곳저곳 이동하며 살아가던 그들이기에 지금처럼 정착지를 꾸리는  사실 큰 변화이자 모험이라 봐도 무방은 할 거다.
실제로 발그리드 인종의 반수가 이를 부정적으로 보며 배척하려는 움직임을 취하고 있으니 말이다.
외지인이 전통을 허물고 정신을 오염시키고 있다나?

그러나 정착지 쪽 메리트가 크다면, 그걸 꾸리는 게 맞다.
땅이 척박해도 이곳은 마법이 살아 숨 쉬는 세계.
그러다 보니 이런 땅에서도 충분히 농사를 일굴 수가 있었다.


서기 1937년.
그 유명한 스탈린에 의해 연해주 거주 중인 한인들은 시베리아 철도에 내몰리듯 실려 중앙아시아 지역으로 강제 이주 된 적이 있었다.


일본과의 내통을 경계한 강경책이었다지만, 우리 민족 기준으론 극한의 비극이 따로 없었음은 말할 필요도 없을 터.


그렇게 허허벌판, 황무지에 내몰린 고려인들, 한인들은 그곳에 살아가는 토착민들이 나눠주는 소량의 식량으로 허기를 억지로 달래가며 움막을 짓고, 미친 듯한 노동력을 선보여 황무지를 개간하기에 이른다.


그렇게 3년 만에 쌀농사에 성공하지만 나라 잃은 슬픔이라고, 그들은 힘없이 배척당하고 차별당해가며 근근이 버텨내야만 했지만, 시간이 감에 따라 차별은 더욱 극대화된다. 땅의 소유를 인정받지 못하고, 노골적 차별은 더욱 심해지니 말이다.

‘슬픈 이야기지.’

나라가 없다는 것, 우릴 지켜줄 근본이 없다는  크나큰 불행을 야기한다.
세상은 약자에게 한없이 잔인하다.


그런 의미에서 발그리드 인종이 그와 같은 비극에 노출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일단 분발을 하고 있는데, 과연 어디까지 말을 들어줄지는 잘 모르겠다.
긍정적인 면을 꼽자면, 그런 척박한 환경에서도 노력만 한다면 얼마든지 농사를 지을 수 있다는 점인데.


‘안 되면 어쩔 수 없는 거고.’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다.
그런데도 안 된다?


…어쩔 수 없는 거지.

선택의 자유는 삶을 누리는 이들 고유의 특권이다.
또한  선택으로 인한 책임도, 본인들이 감당해야 할 테지만.

농경과 목축, 그 외에 생활 편의의 확대.
유목은 목축의 하위 개념이다. 이동하면서 지력에 맞게 짐승들의 먹이를 위해 이동하는 케이스인데, 이들 삶엔 그게 알맞다면 알맞았지만, 유목의 단점은… 이동하는데 거진 반평생을 소모한다는 점이다.


이는 고도 기술의 축적과 경험 전승에 불협화음을 유발한다.
무조건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오고 가고 잠드는 시간을 제외하면 먹고 살기 위한 거 외엔 사실상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시피 했으니 말이다.
물론 이로 인한 장점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당장 옆 대륙에선 국가 단위로 대 마법을 구사하는 판에 여긴 단순 정령하고 샤머니즘에 입각한 능력만 과시하는 판이니… 이건 아니지.’



차라리 그러한 문명을 거대하게 확대해 규모라도 늘렸다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이들에겐 연맹이나 대부족 단위의 국가 형성에 대해 어째 의욕적이지가 않았다.

‘정복자, 지배자의 부재가 이런 식의 단점이 있구나.’




인간의 권력  권위를 추구하는 기질이 있으니 반드시 이를 통합, 정복하려는 움직임이 있어야 정상인데, 조화를 너무 추구한 나머지 이것들은, 전사의 중요성을 확대하는 주제 인종 간의 전투는 가급적 삼가는 편이었다.


이유는 인간 외에도 경쟁해야 하는 종족들이 많아서 그런 걸 수도 있겠지만, 그게  엄청 심각하지 않기에 똘똘 뭉칠 계기가 되지 않은 걸 보면, 세상은  다양한 면이 있음을 새삼 실감한다.


현재 이쪽의 거처 겸 주둔지로 쓰고 있는 집은 발그리드 인종의 개척 마을인 에두라한에 있는데, 여기서 현재 몇몇 이들과 같이 지내며 한창 보급품을 포함해 마을의 규모를 넓히기 위한 토대를 갖추는데 한창이었다.

방벽은 아니어도 울타리를 쌓아 올려 성벽을 대체하고, 아직은 민병 수준이지만 태생의 전사들인 이들을 모아 방위 체계를 구축하고, 생산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제도화까지.


…쉬운 게 하나도 없었다.

거기다 일꾼의 수가 적다는 건 여러모로 문제고, 아직 초창기다 보니 이런저런 문제들이 곳곳에서 발생하느라 그걸 어찌 해결하고 이러면 한 두달은 금세 지나곤 했다.




“응?”

큼지막한 천과 나무로 잘 다져진… 그나마 집 욕심이 적은 이곳 내에서도 유독 커다란 형태의 집 내부로 들어서자.

“뭐해?”
“……보면 몰라요?”

동물 가죽을  겹으로 쌓아 올려 침대 못지않은 푹신한 구조물 위에, 얼굴과 배를 털가죽에 파묻고 누운 릴리에나가 진이 다 빠진 듯 골골대고 있었다.


…보기 안쓰러워 덕담이나 해줄까 싶었지만, 자업자득이라 여겨 혀를 차주는 걸로 대신 표현해줬다.

“그러게 내가 말했지? 지나치게 굴지 말라고?”
“…앞뒤로 박아댈 줄 제가 어떻게 알았는데요? 착정을 목표로 하는 새끼들이 설마 항문을 쓰다니! 비겁한 것도 정도가 있지!”
“……허.”


어이가 없었다.
아니, 지금 저걸 변명이라고….



“애초에 항문은 배설 기관이지 박아대는 곳이 아닌데!  미친놈들이 진짜….”
“그래서 싫었고?”
“…….”

싫었다, 나빴다, 짜증 났다…!
라고 또 말은 안 하네.


“아, 괜히 이상해질 거 같잖아요.”
“아니, 너 이상한  맞아.”




릴리에나도 초기엔 안 그랬는데 1년 정도 지나니, 완전 마음 놓기로 했는지 아주 살판이 났다.

마음껏 자기 능력을 활용 가능한 건 둘째치고, 원체 성격이 이곳 전사들과 죽이 잘 맞다 보니… 솔직히 왜 임신을  했는지 새삼 이해가  될 정도로, 아주 질펀하게 놀아대고 있었다.

오늘만 해도 그녀 기준으론(실제론 전혀 다르지만) 외형에 한정해서 10살을 막 넘어선 꼬맹이들 둘을 자기 입맛에 맞게 개조한다며 희희낙락하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앞뒤 구멍을 공략당해 그대로  다운  모양이다.

……생각해보니 나보다 더 막장이네.
마법 없었으면 진작 임신하고도 남았을지도?

심지어 이곳은 신전도 교회도 없으니 그쪽 서비스받는 건 더더욱 무리.
여긴  그대로 저쪽 대륙 종교들은 발도 채 내딛지 못한 완전 무구한 미개척지.


…그보다 괴상한 가르침 설파한다고 통돼지 마냥 묶여 잡아 안 먹히면 그나마 다행이겠지.

“제가 잘못 길들인 걸까요? 아이들 버릇이 이상해진  같은데….”
“착정 목적으로 섹스하는 애들이 항문까지 박아댔다면, 어지간히  넘은  맞지. 무슨 짓을  거야?”
“아, 근데 제가 좋다는데 어떡해요? 그 와중에 저도 즐길  즐기면… 나쁠  없잖아요? 어차피 에릭 선배도 그러고 있는 주제. 선배가 입만 뻥긋하면 내뱉는 그거, 윈윈! 상호만족! 이득!”

허허! 추하다, 릴리야.


“…누가 뭐래? 자승자박하지 말고, 몸이나 얌전히 추스르세요, 마님.”
“아, 그래도 제 속궁합 NO.1은 에릭 선배인 거 아시죠?”
“육갑을 떠세요, 아주!”



큭큭 대며 쓴소리를 퍼부어준 에드릭은 칸으로 어설프게 나눠진 자신의 방으로 들어섰다.


칸이 나눠진 방이란 개념이 없다 보니, 이곳은 자연스레 가족끼리 머물게 되는데, 어렸을 적부터 어머니나 아버지가 한창 관계를 맺는 걸 구경해오며 자라기에, 이들 대부분은 성교육이 따로 필요치가 않았다.


‘사실 그게 맞는 거려나.’

덕분에 어린 애들이 대놓고 거시기를 세우며 여자한테 찝쩍대는 문제가 있지만, 이건 여자들도 예외가 아니기에 규율에 어긋나지만 않으면 대부분 이른 시기에 첫 경험을 맛보게 된다.


그러나 목적 자체가 착정에 임신이 주되다 보니 즐기는 차원의 섹스보다는 대부분 의무와 목적에 의거한 섹스라… 릴리에나처럼 즐기는 목적으로 남자들을 후리고 다니는 여성은 그리 많지 않은 편.

젊은 애들은 오히려  차례 아이를 낳은 여성과 관계를 맺어 그녀들의 임신에 이바지하는 추세인데, 이런 게 마음에 안 들거나 하면 결혼해서  사내의 부인이 되는 걸 선택하거나, 반대면 오히려 여러 젊은 남성을 마음에 알맞게 고르면 그만.

…어느 의미로 여긴 남성보단 여성의 권리 및 선택권이 훨씬 다양한 편이었다.


사내의 반수는 전사다 보니, 훈련하고 사냥하고 전투하느라 바쁘고,  번 나갔다 하면 일주일 정도 자리를 비우는 건 일도 아니니 말이다.


물론 그들이 돌아온 직후 내조하며 다음 사냥행을 위한 준비 절차에 들어가는  오로지 마을 내부에 있는 이들 몫이지만.




‘역할 분담이 아주 철저해.’



그러기에 어느 정도 편견을 허물어내고, 농사 겸 목축에 특화된 일꾼을 훈련 시키기까지 상당히 애를 먹어야만 했다.

유목이라 해도 그들 나름의 노하우가 오랫동안 쌓이다 보니, 그것도 어찌 보면 훌륭하고 효율적인 것들이 대다수였고, 채집이며 수렵 노하우도 기가 막힐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러나 운이 좋은 건, 기후가 한 차례 맛이 간 덕에 자연에서 구할 수 있는, 채취할  있는 것들의 수가 줄어든 게, 저들에겐 불행이었지만 에드릭 일행에겐 본의 아닌 행운으로 작용했다.


그 때문에 에드릭 일행이 불행을 몰고  전도사, 마귀라 취급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재미 있단 말이야, 아주.’



의외로 이곳 생활, 귀농과는 조금 다르지만 그와 비슷한 느낌으로, 만족스럽게 구가하고 있던 참이었다.


…뭐 거기에 반 이상이 이종족과 질펀하게  치는 재미 때문에 그런 거 아니냐고 물어온다면, 차마 할 말은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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