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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직하니 떡을 침. 이세계에서 (142)화 (142/454)



〈 142화 〉35. 신대륙으로 파견된 썰푼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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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볕이 내리쬐는 황무지에도 절경은 널려 있는 법.
기암괴석이 많고 강이며 호수는 따로 없기에 대부분 척박하기 이를데 없지만, 지하수는 또 오고 가니, 그걸 캐낼 기술력만 있다면 이런 곳도 살만은 하다.

그러나 그럴 기술력이 없다면?
아니,  전에 지하수로 그 많은 영역을 감당한다? 말이 안 되지?


그래도 넓은 영토를 개발하고자 작정했기에 대대적인 토목 공사를 진행하기로 계획이 잡혔는데, 댐 공사가 그것.


가뜩이나 기후가 맛이 가 있는 판에 물마저 없으면 농사는 물 건너갔다고 봐야 한다.

사막 지대까지는 아니어도 그에 준하는 척박함. 농업 용수, 쉽게 말해 물이라도 풍부해야 뭘 시도해 먹던가, 말던가 할 거 아니겠나.


마법이라는 전가의 보도가 있다지만 그것 만으론 한계가 명확.
거기다 이 일대의 오아시스며  안 되는 강가엔 이미 알 박듯 자리를 잡은 것들이 있기에, 영토 분쟁을 통해 갈등을 해결할 속셈이 아닌 한, 다른 방책을 강구 할 수밖에 없었다.


댐 공사가 완성되려면 아직도 한참 남았지만, 그래도 물길을 트는 정도는 지금도 진행되는 터라 얼마 안 가면 이곳에도 물길이 트이게 될 거다.
지하수로를 연결하던가, 파이프라인을 연결하는 건 이 시대적 기술로는 불가능한 일이니, 이건 논외. 할 수 있다 하더라도 하면 안 된다.

…뭐 이 경우엔 방법을 다 알아도, 하고 싶어도 못  테지만.


인력 문제, 장비 문제, 거기다 파이프라던가, 지하수로를 매설하고자 그 넓은 영역을 땅 파고 그 내부에 수로를 일일이 옮겨 하나하나 연결한다? 미친 거지. 노하우가 쌓인 상태로 인부가 백만 단위여도 년 단위는 족히 걸린다.




‘예로부터 천년 왕국, 제국들이 대부분이 거창하게 토목 공사 추진하다 미끄러져 널브러진 예는 허다하니.’

중국도 그렇고 한반도도 예외는 없다. 세계적으로도 그런 예는 부지기수고.
반대로 그걸로 위기를 타파한 예도 있지만, 그조차도 예외적인 경우이니.


 교훈을 이해했다면, 그걸 진행함에 있어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해야지, 망친 예를 본받아선 안 될 일.

그러기에 대부분의 공사는 모든 이들의 이해와 협조, 공조 하에 진행된다.

대부분 이곳 토착민, 종족들과 논의되어 더 나은 환경 조성을 위한 토대를 닦고자 하는 목적에 의거해 진행되는데, 여기엔 본사에 속한 상단, 그 외에 친화적인 타 대륙 국가들의 지원 또한 포함돼 있다.



“항상 정치가 문제야.”



혼잣말을 투덜대며 홀로 인근에 자리한

기암괴석과 그 사이에 자리잡은 협곡이 이루어진 지형.
그 중에서도 유독 굵직하고 큼지막한 게 마치 대륙의 기둥과 같다 불리는 절경이 있는데, 이곳을 바르마흐 산이라 하여 대부분의 종족들은 이곳을 신성 시 여기곤 했다.


그리고 난 그곳에 형성된 인도 길을 어쨌든 걸어서 타고 오르는 중.


인위적으로 형성한 길을 타고 올라도 빠른 걸음으로도 반나절은 족히 잡아먹는다.
아주 옛날엔 걸어선 도저히 못 올라가 일일이 암벽 등반을 해서 올랐다는데… 미친 짓이지.
일부 종족들은 전사의 자질을 인정받고자 일부러 올려보냈다는데, 올라가다 추락해서 죽고, 다 오른  내려오다 또 실족하거나 아차 해서 추락사.

……대체 왜들 그랬는지 모르겠다. 아주 객기의 인종, 종족, 민족들이야.

물론 이곳 위는 순례길 때문에라도 꼭대기, 정상에 오르는 이들이 적지 않은 편이지만, 그렇다고 인파가 항상 끊이지 않는 건 아니다.

여긴 관광지가 아니다.
당연 막아서는 이들은 없으나, 아무나 발 딛는 일은 없었다.

내가 이곳에 방문가능하게 된 건 다분 우연이었지만, 이곳의 주술사들은 정령들의 뜻이니 신령들의 뜻이니 하는 이해 못 할 소리를 해댔는데, 이곳 일대에 자리잡은 종족들 대부분은 토테미즘만 사라졌다 뿐 샤머니즘과 애니미즘은 여전히 남아 있는 편이었다.

…사실 토템이 없는 게 제일 의외였지만.



‘정령이 보여서 그나마 그런 건가 싶기도 하고.’

오히려 애니미즘, 생물이며 사물, 무생물에 혼령이 깃들고 부여되고 존재한다 믿는다면, 토템에 대고 오오! 하는 것도 가히 이상한 건 아닌데 말이지.
물론 그럴 만한 이유가 있긴 했다.

땀을 뻘뻘 흘리며 해가 저물기 직전쯤, 땅거미가 세상 저편을 진홍빛으로 물들여가는 절경을 숨돌리며 응시하며 걸음을 마저 올려… 어쨌든 정상에 도착.

그러자 정상 위에 자리한  다른 절경이 마치 또 하나의 환상처럼 자리하고 있었다.


거대한 호수와 물들이 반투명한 무지갯빛을 띄며 반짝이는 광경은… 처음 볼 때까진 사실 상상조차 못 해본 광경이었다.

더 신기한  지금이 해가 저물어 가는 시점이라는 거다.
마치 그것은 물과 기름처럼, 붉은 노을이 비치는 영역과 구분되듯 펼쳐진 광경이었기에, 더욱 인지를 초월한  같은 광경이 연출되곤 했다.

괜히… 이 시간에 방문한 게 아니었다.



‘지대도 높아서 땡볕 받으면 타 죽는 느낌이기도 하고.’

그런데도 물이 마르지 않는 건, 당연 정상적인 현상은 아니었지만.
호수 끝자락, 에드릭이 서 있는 곧 맞은편 끝자락엔 돌로 된 신전 비슷한 구조물이 자리하고 있었다.

뭐 말이 신전이지 사실상 신단 같은 느낌이었지만. 지붕도 없고 제단 같은 것만 있는  보면, 여기서 제사며 종교 의식, 아무튼 그런 걸 행했을 거라는 건 불 보듯 뻔한 일.

웃긴 건 저게 길이 뚫리기 전에 만들어진… 이곳 원주민들 기준으로도 고대 유물 겸 구조물이라는 거였다. 그래서 성역 취급을 받는다지?



‘우리 세계였다면 세기의 미스터리였겠지만.’



유감스럽게도 이곳에선 아니었다.
살짝 심호흡하곤… 일단 신발을 벗어 바닥에 내려놓고는… 물 위에 천천히 발을 올려다놨다.



‘매번 긴장되네.’

베드로야, 내가 물 위를 걸어야 믿겠느냐?

 그 상황을 그대로 연출하듯… 천천히 호수 위를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이것도 훈련이라면 훈련이고, 수련이라면 수련이다.


원래는 엘프한테 정령술을 가르침 받을 생각이었는데, 좀처럼 진전이 없었다.
그래서 흐지부지되는 줄 알았는데, 의외로 이곳에서 해결책을 찾게 됐다.
……그렇게 생각하면 본사가 이런 것까지 헤아려 날 이쪽으로 보낸 게 아닐까 하는, 그런 막연한 짐작을 해본다.




‘두렵도다, 두려워.’


대체 어디까지 포석을 두고 사람을 부리는 건지.
거기서 다시 20분 이상을 더 걸어, 이윽고 맞은편에 놓인 재단에 도착하자.


방금  지나온 호수 중앙으로부터 무지갯빛이 더욱 강렬해지더니, 이윽고 수면을 꿰뚫고 무언가가 거세게 하늘로 치솟았다.

덕분에 호수의 물이 빗물처럼 쏟아져 일대가 흠뻑 젖었지만… 일상이니 그러려니 했다.

그건 어느 의미로 길쭉하게 생긴 동방의 용처럼 느껴졌다.
물론 그것과 차이를 두자면, 이것에겐 발도 없고, 수염이나 여의주 같은 건 보이지도 않았을뿐더러.


…애초에 얼굴 부근이 어딜 어떻게 봐도 뱀의 그것으로 밖에  보이는 터라… 거대한 뱀이라 보는 게 아무래도 정상이랄까.

뱀의 형상이긴 해도 위협적이라거나 매섭게 느껴진다기보다는… 조금 부드러운 인상을 주는 그런 형태였기에, 거대한 체구에 압도되지만 않는다면 의외로 친숙함을 느낄 지도.

‘미쳐서 그런 거지요. 홀렸거나.’

릴리에나가 그런 에드릭의 평에 기겁을 해왔지만, 에드릭의 입장은 여전했다.
푸르스름한 뱀의 비늘은 반투명한 무지개를 연상케 할 정도로 다채로운 빛을, 은은하게, 아련하게 사방팔방에 흩뿌려댄다.


이윽고 그것이 거대한 머리를 내려, 늦추어 큼지막한 황금빛 눈으로, 중앙에 파충류 특유의 검은 빗금이 새겨진 눈으로 이쪽을 주시해온다.

[늦었구나.]


마치 머릿속에서 속삭이는  같은 묵직한 음성.




“…나름 빨리 온 겁니다만.”


오전 중에 출발해 쉬지 않고 계속 걸어 여기 도착하면 지금처럼 해가 떨어진다.




[말대답은.]


말투는 무뚝뚝해도 이 거대 뱀은 사려가 깊은 존재다. 괜히 이곳 일대에서 수호신 취급을 받는 게 아니니.


뱀 말고도 몇몇 신수 급에 해당하는 것들이  있는데, 보통 전쟁이 일어난다면 이들 간의 분쟁을 각 종족이며 원주민들이 대행하는 편에 속했다.
반대로 이들이 얌전히 지내주면, 원주민이며 토착 종족 대부분도 어지간하면 날뛰지 않으려 하는 추세였고.



[그래, 배운 것은 잘 써먹고 있느냐?]


“…물이 있어야 써먹죠.”

정령에 속성이 있다 쳤을 때, 친화력이 가장 높은 쪽은 수(水). 다시 말해 물이다.
참고로 물이라 해서 전부 해당되는 건 아니다.

‘그냥 일반적인 판타지 설정대로 물이면 다 되게 해주면 얼마나 좋아.’

수 속성 정령사여도 바다에 오면 무능력자가 된다. 정령술이 능숙해지면 바닷물, 해수를 다룰  있게 되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어처구니없게도 따로 물을 가지고 다니며 써야 하는데, 그걸로   먹겠나?
당연 수 속성이니 얼음, 빙(氷) 속성은 따라오겠지? 하고 착각하면 곤란. 그건 또 다르다.


‘이래서야 마법이 낫지… 라고 하기엔 마법 이론은 더 어렵고.’



어째 판타지 세계인데 로망이 없다. 마법사 대부분은 평생을 대학원생 느낌으로 살아가야 하고, 정령사는… 자연 친화적인 수도사 느낌으로 살아가곤 한다는데, 본사가 전문적인 정령술사가 되거라! 하고 시켰다면 그건 그것대로 엄청난 스트레스였을지도.

[대기에 널린 게 물이고 습기고 수분이거늘.]


“이런 황량한 곳에서 습기를 찾으란 겁니까? 차라리 바닷가나 해안가 쪽이면 말을 안 하죠.”

실제로 이곳은 내륙.


바닷바람 덕에 땅이 농사짓기 영 껄끄러운 곳이라 더욱 안으로 들어올 수밖에 없는데, 무슨 조화인지 바닷바람, 해풍의 영향을 덜 받는 곳들은 황무지며  사막 지대가 널려 있다시피 했다.


신수들의 영향 때문이라는 본사 직원의 추측성 의견을 들은 적이 있는데…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웃기는 일이지만, 여기서 100km 조금 안 되는 부근에 화산 지대가 있고, 지금도 용암이 지면을 타고 흘러내려 일대를 달구고 있는 걸 생각해보면….

[그래야 수행이 되지 않겠느냐? 모자란 구석이 있어야 능숙해지고, 그래야만 자유자재로 재주를 부릴  있지 않겠느냐?]


“그거야 뭐… 맞는 말씀이시네요.”

[알았으면 매일 분발하거라. 작은 물방울이 쌓여 강을 이루고, 그것이 흘러넘쳐 바다를 이루는 법.]


“끙.”

[무엇 하느냐. 어서 몸을 담그지 않고.]

그리고 주에 한 번, 하루는 이렇게 이곳 정상에 형성된 호수에 몸을 담그는 식으로 친화력을 키우는 훈련을 진행하는데… 솔직히 이거 사람 할 짓이 아니다.

‘물속에서 숨 쉰다는 게 얼마나 껄끄러운지.’



아가미가 있는 것도 아닌데, 대체 어떻게 숨이 쉬어지는 거지.

한숨을 푸욱 내쉬곤 아무튼 옷을 죄다 벗어 던진 다음… 그럭저럭 개어놓곤 마음의 준비를 하곤 호수로 침수.

참고로 여기 깊이는 상상을 초월하기에, 한참 내려가면 빛마저 안 들어와서… 오질 나게 무서웠다.

수압이 느껴지지 않는 게 진짜 말도  되는 일이었지만… 아무튼 그렇게 물에 몸을 담근 채 버티는 게 아무튼 친화력 수행.

당연 이곳은 저 거대한 뱀, 신수 알헤디나의 육수(……)가 짙게 배어난 호숫물이기에… 포상이라 생각하고… 아니아니, 포상은 무슨!

아무튼 그 덕에 이곳에 몸을 담그고 있는 것만으로도 친화력과 더불어 여러 혜택을 누릴 수가 있게 되는데, 잘은 모르겠다.


확실한  마법사들 기준으로 마나가 풍성한 지대에서 수련을 하듯, 정령사에게 있어서 이보다 좋은 조건은  없다나? 특히 수 속성 정령사에겐 더더욱.


‘…정령사가 될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괜히 이쪽이 특기로 여겨져 본사에서 더 이상 떡 치는 일 하지 말고 충실히 정령사로 거듭나 큰일을 이루라는 식으로 등을 떠밀면… 나 진짜 울어버릴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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