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3화 〉35. 신대륙으로 파견된 썰푼다.(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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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서 허겁지겁 나올 때쯤 되니, 다른 의미의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해 떨어지는 꼴 보며 잠수했다 해 뜨는 걸 보며 올라오네.’
바람이 한차례 불자 괜스레 몸이 떨리고 오금이 저렸다.
스르륵.
알몸 위로 그물과도 같은 천이 어깨를 기점으로 내려앉은 것도 그쯤.
바닥을 훑고 지나는 기묘한 소리와 육중한 기척에 슬그머니 고개를 돌린다.
“해가 막 떠오르던 참입니다. 가호가 자리한다 하여 추위마저 물러설 순 없는 거 아니겠는지요?”
거기엔… 말 그대로 뱀녀.
하반신은 뱀의 그것.
상체는 인간인 존재가 자리하고 있었다.
마치 허깨비처럼, 방금까진 존재감조차 느껴지지 않았음에도, 지금은 큼지막한 체구를 드러낸 상황.
사실 하반신이 지나치게 길고 굵직해서 그렇지, 상체는 인간의 체격과 큰 차이가 없었다.
새하얀 하반신의 그것은 왠지 보면 볼수록 신성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거기다 상반신도 새하얀 게 눈이며 백고로 빗은 것 같은 느낌을 주는데, 그럼에도 전혀 이질적이거나 위화감이 느껴지거나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이색적인 형태가 신비스럽고, 색달라서 보기 좋았으나, 그녀는 그런 에드릭의 평을 일컬어 기이한 자로다, 하는 식으로 일축했다.
상대가 단순히 괴물, 괴수로서 생명의 위협을 주는 존재였다면 물론 에드릭도 기겁을 했겠지만, 눈앞의 상대는 에드릭을 향해 호의를 보이는 존재. 당연한 이야기지만 외모도 인간 기준으로 발군이기에 전혀 거리낄 게 없었다.
거기다가… 옷을 따로 걸치지도 않는 터라 대놓고 상반신이 알몸의 형태로 매번 눈을 즐겁게 해주는 터라, 평정심을 가장하지 않으면….
“또 이 몸을 보며 발정을 하는군요. 매번 그러시는데, 자제하심이 어떠하옵니까?”
“그야 헤일린이 워낙 매력적이라 그러는 거죠.”
“그것은 참으로~ 감사한 말씀!”
에드릭의 크게 부푼 그곳을 보며 호호 웃어대는 헤일린.
그녀는 알헤디나의 하나뿐인 대사제.
보통 이곳에 올라오면 보게 되는 존재가 그녀인데, 어제처럼 신수 알헤디나가 대놓고 모습을 드러내는 건 보기 드문 경우에 해당한다.
애초에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산이라 하여도, 이것 가지고 신수의 전신을 담기엔 부족함이 없지 않아 있었으니 말이다.
아니, 사실 부족하진 않으나… 답답함을 느낄 규모이긴 했다.
“느낌은 어떠하옵니까?”
“…매번 그렇죠. 당장은 감이 확 오는데, 아마 내려갈 때쯤 되면 또 잠잠해질 테죠?”
“그게 정상이옵니다. 일생을 이와는 동떨어진 환경에서 지내왔으니 그것이 더욱 익숙하게 느껴질 수밖에. 마음 같아선 이곳에서 1년 내내 머물며 지낸다면… 조금은 더 진척이 있을까 생각되옵니다만.”
“참 매력적인 제안입니다만, 저도 사명이라는 게 있다 보니.”
단순히 일이라고 하면 이들은 이해를 못 한다. 그러니 사명이란 형태로 포장하는 수밖에.
“예, 알고 있사옵니다.”
에드릭이 이곳 토착민, 각 종족들에게 우대되는 이유도 이것.
‘신수의 성은과 가호를 받은 존재.’
그러니 그 핏줄도, 씨앗도 남다르지 않겠나.
……다들 크게 오해하고 계십니다만?
거기다 이건 비단 에드릭 혼자만의 특권 같은 것도 아니었다.
이곳에 파견된 임원 중 다른 두 사람도, 에드릭과 비슷한 의미로 각 신수들의 가호며 대변자를 자처할 수 있는 이들이었으니 말이다.
“알헤디나 님은요?”
“자신의 본 계로 향하셨지요.”
그러면서 하늘을 시선으로 가리킨다.
‘또 하늘에다 포탈 열고 사라진 건가?’
본 계라고 해서 이곳 인간들은 천국이라 생각하는 곳이지만 전혀.
단지 알헤디나, 그녀가 살아가는 세계가 그쪽이고, 그 입구가 거기라는 점.
역으로 이곳 세계로 나올 땐 이곳이 문이기에 이곳으로 나오는데, 일방통행이라 이곳으로 다시 돌아가는 건 불가능하단다.
“헤일린 님도 언젠가 자라셔서 하늘로 오르셔야지요?”
“멀었지요. 천년도 더 지나야 가능한 일이옵니다.”
그들이 왜 하늘로 오르려 하는지, 자기들의 고향으로 향하려 하는지에 대해 밝혀진 바는 없다.
인간이 마치 높을 곳에 오르고, 남들보다 위에 서려는 것과 비슷한 본능에 가까울 텐데, 그보다 훨씬 구체적이라는 게… 저들이 상위 종족으로 취급받는 이유겠지.
웃기게도 본사는 저들이 살아가는 세계가 어디인지, 뭐 하는 곳인지를 속속들이 다 알고 있다는 모양이지만… 이쪽은 얼마 전에 승진해 대리직을 달고 있는, 아직까지 일개 사원이었던지라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었다.
“그보다 빨리 몸을 만드셔야지요. 그래야 저도 후계를 양산할 수 있지 않겠사옵니까?”
“그, 그거야… 노력은 하고 있지 말입니다?”
애초에 계약이 이러했다.
열심히 정령술을 갈고 닦아 그들이 기대하는 경지에 이르면 그녀, 헤일린과 관계를 맺어 그녀의 후계 양산에 이바지할 것.
어차피 알이 부화하는데 100년은 훨씬 넘게 걸린다 하니, 아마 에드릭으로선 그녀의 아이 겸 자신의 아이가 부화하는 모습을 보긴 어렵겠지만.
‘헤일린조차 알에서 깨어나는데 만 200년이 넘게 걸렸다 하니.’
그리고 저렇게 자라나기까지 무려 70년의 세월이 걸렸단다.
그리고 후계가 생겨야 비로소 본 계로 갈 자격이 부여된다 했던가? 물론 그 전까지 자기들 나름대로 갈고 닦는 건 필수불가결한 부분이고.
이곳, 파라메라 대륙 내에서도 깽판으로 유명했다곤 하지만, 그래도 어쨌든 본질적으로 이들 신수는 파라메라 대륙의 수호신에 해당하는 신격들이다.
실제 알그리타 대륙과 또 다른 미지의 대륙의 침략자들과 맞서 싸운 신화가 동굴 내 벽화로 그려져 있는 걸 보면….
‘이게 정말 타 대륙에서 온 건지, 이세계에서 온 건지는 의문이지만.’
이곳에 발 들인 고고학자들도 이 점을 아직 확정 짓지 못하고 있는데, 신수들도 이에 대해선 묵묵부답. 덕분에 진위 여부 논의는 갈수록 미궁에 빠져들고 있었다.
“언제쯤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까요?”
“조만간입니다. 인간의 인내심으론 조금 더 걸릴 거라 생각되겠지만, 초조해하지 마시지요. 자연의 흐름은 거침이 없어, 잠시 시선을 떼는 것만으로 지척에 달하곤 하옵니다. 세월의 힘을 믿으시지요.”
“물론 그래야 한다고 봅니다만….”
“그러한 초조함이 추진력을 일으키는 거니, 인간이 다른 대륙에서 문명을 빠르게 발전시켜 나간 것도 다 그런 연유겠지요.”
그게 좋은지 나쁜지는, 그들 개개인에 달린 문제겠지만.
에드릭은 그러려니 했다. 이런 걸로 고민하다간 정말 한도 끝도 없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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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정상에서 내려와 마을로 복귀할 때쯤 되니 타들어 가는 듯한 땡볕이 내리쬐기 시작했다.
“죽겠네.”
큼지막한 코뿔소 위에 전용 등자 같은 걸 설치해 탑승해선, 재차 그늘이 지게끔 파라솔까지 설치해서 이동하고 있기에 그나마 나은 거지, 아니었음 걷는 것만으로 발이 대일 정도로, 이곳의 한낮 기온은 실로 살인적이다.
‘지역 차이가 있다지만 이건 차이가 너무 심해서 문제라니깐.’
조금만 더 이동하면 오히려 볕은 뜨거운 주제 바람은 써늘한, 기이한 환경과 조우하게 될 테지만, 거기까지 가는데 만도 한참.
아무튼 그런 변덕스러운 기후 환경 속에 적응한다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다.
그래도 어쨌든 움직이고 있는 한, 눈앞의 풍경은 바뀌어 가기에, 구경하는 재미는… 진작 잊어버렸지. 벌써 여기 짱박힌 지 몇 년째인데.
아닌가? 별로 안 됐나?
아무튼 마을에 도착할 때쯤 되니 몸이 피로에 찌드는 건 당연한 수순.
얌전히 코뿔소 위에 탑승한 주제 자로 지치겠구나 했지만, 타고 있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차도 오래 타면 늘어지는 판에, 이건 내내 들썩이는데 뭐.’
집에 돌아오자 의외로 릴리에나가 얌전히 자리하고 있었다.
“웬일이야?”
“…날도 더운데 제가 나가서 뭐하라고요?”
그래도 이곳 일대는 아까 전 지나쳐온 곳에 비하면 천국이지만, 그건 어차피 상대적인 기준이다.
살인적으로 덥느냐, 아주 덥느냐, 그럭저럭 덥느냐.
어쨌든 덥다는 결과엔 차이가 없으니 말이다.
“그리고 손님이 방문한다 해서 그 수행 차원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도 있고요.”
“손님? 누구?”
“에드 선배가 아주 잘 아는 분들이라는데요?”
“그래?”
누구지?
따로 찾아올 정도로 친분이 두터운 이가… 있나?
아니, 없다 하긴 그렇지만, 그렇다고 굳이 여기까지? 여건이 되긴 하고?
“선배 만나겠다고 오는 게 아니라, 이쪽 일 겸사겸사해서 오는 거라더만요.”
“아하.”
“왜요? 기대하셨어요?”
“그러면 좋고, 아님 마는 거죠. 새삼스러울 게 있나요?”
“…참 향수병도 안 걸리고, 대단도 하십니다.”
“현실 고향이 따로 있는데 향수병까지야.”
“…그래도 사람 마음이란 게 안 그렇잖아요?”
“그런 릴리야 말로 향수병 걱정은?”
“…그런 거 걸릴 정도로 오래 지낸 곳이 있긴 한가요?”
…아니, 아르세이유에서 그래도 그럭저럭 지냈잖아요, 이 사람아?
“오히려 여기가 고향이면 고향이지.”
“아하.”
그것도 맞네.
그녀나 에드릭 본인이나, 이곳 세계에 파견된 이래 가장 오래 지낸 곳이… 사실상 여기이니.
문명사회와 그곳에서 누릴 수 있는 편의 시설 등이 절실히 그리운 걸 제외한다면, 여기가 제2의 고향인 것도 사실이고.
“언제쯤 오신답니까? 슬슬 출발해야 하고요?”
“…그 전에 치장이나 하시죠. 아니, 치장까진 아니어도 좋으니 씻고 옷 좀 갈아입고….”
“아하.”
워낙 허례허식 없이 살다 보니, 기본적인 치장도 까먹고 있었다. 내 정신 좀 보게.
아무튼 씻고서 예복 느낌이 나는… 그래 봤자 저쪽 대륙 기준으론 단출하기 이를 데 없겠지만, 여기선 긴 팔 긴바지 느낌만 돼도 상당히… 답답한 수준의 복색인 건 명확했다.
덕분에 막 집을 나서자 마주친 이들 하나하나가 더워 죽겠는데 저 옷은 뭐지? 하는 시선으로 이쪽을 관심 있게 바라봤다.
특별한 건 없지만, 특별한 옷을 입었다는 거 자체가 뭔가 평소와는 다르다는 걸 테니, 그 점이 의아했던 게 아닐까.
마을 내에 자리한 비행장…이라 하면 뭔가 엄청나 보이지만, 실상은 비행 마수, 맹수들을 타고 날아 이동하는 시설인데, 아무쪼록 나무로 된 계단을 꾸역꾸역 오르고 올라 마수 조련사와 마주했다.
“갈 곳이 있나?”
발그리드 인종 특유의 거구와 튼튼한 체형을 지닌 사내가 덥수룩한 수염을 긁적이며 물었다.
한 사람 간신히 태울 법한 작은 마수서부터 사람 여럿 태울 법한 큼지막한 마수까지.
…이걸 어찌 길들였나 새삼 신기해진다.
심지어 철창을 포함해 가둔 것처럼 보이지도 않고.
그 외에 전령 차원에서 자그마한 새들도 많이 보였는데, 마찬가지로 새들을 가두어 둘 법한 무언가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들이야말로 드루이드지.’
어느 의미로 가장 신기한 존재들이다.
“예, 불랴그로 가렵니다.”
“2명이서? 짐은?”
“몸만 갑니다.”
“그러면….”
마수 조련사는 별 고민 없이 2인용 등자 같은 걸 등자 걸이에서 빼내곤 그걸 마수의 등과 배를 경유해 단단히 고정해가기 시작했다.
이 순간에도 마수는 순순하게 그런 조련사의 손길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저거 야생에서 만나면 꽤 무서운 것들인데.
아무튼 그걸 타고 해안가에 인접한 항구 마을 겸 도시, 불랴그로 향한다.
그나마 이곳 내에서 가장 문명적 시설들이 즐비한 곳인데, 이곳에 진출한 이들이 전진기지 차원에서 만든 마을이라 훨씬 문명적인 냄새가 짙은 구역이기도 했다.
3시간 가량 날아 도착하니 속이 뒤집혔지만, 이것도 하루 이틀 일이 아니라… 비행장을 내려갈 때쯤 되니 많이 나아졌다.
‘2연속으로 이것저것 타 대네.’
문제는 타고 버티는 거 때문에 체력이 맛이 가버렸다는 거지만.
아무튼 거기서 또 마차 비슷한 걸 타서 20분 가까이 이동한 끝에.
“후우!”
그나마 이 일대에서 가장 화려한 숙박 시설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나름 기숙사 느낌이 물씬 풍기는 이곳 청사는, 외부에서 온 중요 인물이라 판단된 이들이 필수로 거쳐 가는 곳이기도 했다.
신분 확인, 목적을 포함해 출입국관리소와 가이드 목적까지 겸하는 곳인데, 신대륙에 진출하려는 이들이 늘어남에 따라 자연스럽게 설립된 곳이기도 했다.
‘안 그러면 경우 없이 날뛰는 것들이 생길 테니.’
누구들은 선점, 이곳 이점을 독점하려는 게 아니냐며 불평불만을 토해댔지만,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더라도, 그것만으로 그리 단정 짓는 건 이곳 사정을 아예 모르기에 하는 소리다.
‘외지인을 사냥감 취급하는 놈들한테 붙들려 봐야 정신을 차리지.’
여기서 타 대륙의 인간은, 어딜 어떻게 봐도 약소 종족.
잡혀다가 인신 공양 겸 해체 식을 몸소 경험해가며 죽는 것보다야 훨 낫지 않겠나.
개인이 진출해도 그러한데 집단이 진출하면 이때는 정말 적든 크든 전쟁 규모로 발발.
그리고 여긴 싸우는 거에 광기 들린 광전사들이 판을 치는 미친 지역이다. 전사로 인정받으려고 낭떠러지에서 맨몸으로 뛰어내리고, 맹독을 생으로 먹고 멀쩡히 되살아난 괴물들이 백 단위가 사냥하듯 덮쳐댄다 생각하면, 어지간한 군대 가지고는 택도 없다.
“사람이 이전보다 더 늘어났네요.”
분주함이 이전에 방문했을 때보다 배는 늘어난 듯 느껴졌다.
“신대륙 진출은 로망이 있으니까요.”
“그렇겠네요.”
덕분에 해적들의 수도 기존보다 배는 늘었다고 하니, 예삿일은 아니었다.
그래도 이곳 출입국관리소는 우리 쪽이 관리하고 있는 곳이기에 나와 릴리에나는 프리패스로 지나칠 수 있었다.
그걸 지켜보던 꾀죄죄한 몇몇 사내들이 격분한 듯 삿대질을 하며 따져대자.
“저분들이 누군 줄 알고 따지시는 겁니까?”
하고 역으로 주의를 받으며 침울해하는 이들.
물론 에드릭이나 릴리에나 나, 그들을 신경 쓸 여력 없이 곧장 안으로 향했다.
“여기 맞죠?”
대기소 겸 객실을 겸하는 공간 중에서도 그나마 규모가 되는 곳에 배치된 건지, 문앞에 섰을 땐 내심 긴장이 됐다.
‘누구길래?’
심호흡 한 번 하고, 노크를 하자, 안에서 힘찬 음성과 함께 문이 대뜸 열렸다.
“음?”
“??”
익숙한데 누군지 살짝 헷갈린 이가 문을 열어 이쪽을 맞아주었다.
“어… 그러니까….”
“맞군요. 에드릭 코넬 경. 멜레니아 의원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안으로.”
그러고서 안으로 들어오라는 듯 팔을 펼치는 미청년.
떨떠름하게 안을 살피자… 눈에 익은 이들만 무려 셋이나 자리하고 있었다.
“코넬 경. 굼뜨기 그지없구나! 실망이로다!”
“……하하.”
왜 여기에… 이 망할… 귀하신 분이 계신 걸까요?
딱 봐도 엘프 특유의 특징들을 고스란히 지닌, 그러나 순수 엘프는 아닌 하프 엘프의 핏줄인 그녀가 나무로 뼈대를 만들어 그 위에 천을 여러 겹 깔아둔 소파 대용품에 대(大) 자로! 양팔 벌려 느긋하게 앉아 있었다.
아르세이유에서만 해도 입지전적의 위치에 자리하고 있는 존재.
밀리엄 대공의 따님이기도 한 멜레니아 의원님께서! 무려 이곳에 계셨다는 게, 에드릭으로선 살짝 이해가 가질 않았다.
거기다가….
“하아!”
그런 밀레니아 옆엔 일찍이 에드릭의 백화점 내에서 내근 비서 역을 맡았던 또 다른 엘프 소녀의 외양을 한 소녀가 자리하고 있었다.
마치 여동생처럼… 혹은 애인처럼 착 달라붙어 앉아 있는 폼이… 음, 뭐랄까.
“…오랜만이시네요.”
“그러게요….”
거기다 가장 의외인 존재도 포함돼 있었다.
시스터 카멜린.
그녀가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