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취직하니 떡을 침. 이세계에서 (145)화 (145/454)



〈 145화 〉36. 즐기시게 놔두렴.(2)

마을로 돌아와서 하는 일이라 해봤자 거기서 거기.
그렇다고 넋 놓고 있다간 서로가 고생하니  땐 제대로.


개척조의 인원을 헤아리고 요청 사항 등을 수렴해 보급 물품을 꾸려 전달하는  이쪽 역할인 만큼, 늦어도 열흘에 한 차례, 가급적 주에 한 번씩은 직접  마차며 수레를 끌고 앞쪽까지 이동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길을 다져놔서 그나마 시일이 덜 걸리는 거지, 처음엔 준비해서 짐 끌고 가는데만 2주 단위가 걸려 여기에 할당되는 인원수가 무지막지할 지경이었다.

도로 정도는 아니어도 길을 평탄화하여 오고 가는데 지장은 없는 선으로 다지는데도 상당한 위험이 따랐는데, 이곳의 마수며 맹수들은 개체 수가 워낙 많고 다양해 처리하는 게 여간 껄끄러웠다.




‘내버려 두자니 골치고. 처리하자니 뭔가 좀 미안하고.’

저것들 입장에선 마른하늘에 날벼락일 거다.
그래도 영역이 워낙 넓다 보니 부닥칠 일이 생각보다 적어 다행이었지만, 그 영역에 집착이 강한 개체들과의 접전은 도무지 피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이곳엔 전사들하며 싸움에 이골이 난 이들이 많았기에 크게 문제 될 건 없었지만.

‘무의미한 싸움은 또 싫어하고. 기묘하다니깐.’



자연과의 조화를 중시하는 게 삶을 제대로 살아가는 방식이라 생각하는 이들이다 보니, 인위적으로 길을 다지고 뚫어대는 거에 안 좋은 시각들을 보였지만, 길을 정비해 대량의 짐들을 수월하게 옮기는  보더니 몇몇은 납득한 듯 적극 우리들 행사에 호응해주는 움직임을 보이곤 했다.

물론 그들 대부분은 대단히 세속적이고, 이점에 민감한 이들이었지만.

준비만  단위.
운송하는데만 다시 3일. 왕복 개념으로 따져도 6일 안팎.

그러다 보니 평균적으로 한주는 보급품을 전달하고, 한주는 쉬면서 준비하는 게 일반적.

그러기에 보급품을 개척조에 전달하고 이런저런 요청 사항을 파악해 복귀하니….



“왔는가?”

멜레니아가 우리 집에 떡하니 자리하고 있었다.
뭐… 그녀 혼자만 있었다는 건 아니지만.



“…여긴 어쩐 일입니까? 별로 볼 것도 없는 곳인데요.”
“확실히, 볼  없긴 했지.”

그 점에 적극 공감한다는   고운 아미를 찌푸리는 멜레니아.
옷도 어느새 바뀌어 이곳의 척박한 환경에도 그럭저럭 문제없을 법한 차림새, 천이 얇고 면적이 좁은 복색으로 바뀌어 있었는데, 한결같은 모습을 한 건 시스터 카멜린이 고작이었다.

“안 더우세요?”




릴리에나가 의구심이 깃든 표정으로 그리 묻자.




“…….”

카멜린은 그저 웃어 보일 따름이었다.
안 더울 리가 있나.


원래 종교에 목을 맨다는 게 저런 거라, 에드릭은 별말 하지 않았다.
참는 것도 본인 몫, 참지 않는 것도 온전히 본인 몫 아니겠나. 그걸 왈가왈부할 필요까지야….

“개척이나 탐험은 어떻게, 잘 처리되고 있고?”
“쉬운 일은 아니죠.”



멜레니아의 물음에 에드릭은 어깨를 으쓱였다.



“언제나 그렇듯 인원 부족. 자금 부족. 뭐가 됐든 부족한 것들 투성입니다.”
“의외로 장비며 보급품 등은 안정적으로 전달되고 있던 모양인데, 그래도?”
“미지에 대항한다는 건, 그런 거죠. 죽기 살기로 하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여기 죽으러  사람들 있답니까? 다들 한몫 챙기고 몸 성하게 나가고 싶은 이들 투성인데요? 위험과 성공이 구멍 동서라는 어처구니없는 말이 있다지만, 틀린 이야기는 아니니까요.”


여기 와서 들은 어처구니없는 속담 겸 농지거리를 우리 식으로 표현하면 저리 나오는데, 틀린 이야기는 아니었던 지라 그러려니 했다.

“…그거 참 유별난 표현이로군.”
“이쪽 사람들하고 친해지려면, 결국 언어와 생활 방식, 습관, 양식 등을 이해해야 하니까요. 그걸 다른 분들께 일러주는 게 또  역할 중 하나고요.”

그 때문에 지금 책도 쓰고 있다.

마르코폴로 나 혜초처럼 기행이며 여행록, 견문록 같은 걸 쓸 생각은 없다만… 쓰다 보니 나쁘지 않겠구나 싶어 주기적으로 적어대고는 있었다.


“그래서 그리 문란하게 지내왔더냐?”
“문란?”

나는 태연하게 고개를 갸웃했다. 마치 짚이는 게 없다는 듯.

“저, 저! 능글맞기는!”



아니, 합을 안 맞추면 상종을  해주는데 어쩌라고요?
솔직히 처음엔 이렇게까지 문란하게, 질퍽하게 관계를 이어갈 생각은 없었지만….

‘가족이란 구성원에 속하지 않으면 전부 외인 취급하는데 뭐 어쩌랍니까?’

아무래도 마을 구성원, 부족 구성원이 작다 보니 생겨난 폐쇄성이었는데, 이건 이해해줘야지 어쩌겠나.


나중에 가서야 사람들이 많이 모이고 어쩌고 해서 그런 정조 관념, 예컨대 사회와 가족의 구분이 명확하게 갈리는 시점이 되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여기선 애 많이 낳으면서 강하고 오래 사는 여성,  다음에 힘쎈 남자, 사냥 잘하고 떡 잘 치는 사내가 우대받는데 어쩌란 말입니까?’


솔직히 남자가 힘깨나 써도 갑이 될 수 없는 이유는, 매일 같이 임신시키려는 명목으로 쥐어 짜이는데, 그가 제아무리 천하장사여도 배겨나겠나?

물론 사내가 왕 대접받던 시절이 있긴 했는데, 그는 전설상으로 여자 수십 명과 하룻밤이 아니라 삼일 밤낮을 쉬지 않고 떡을 쳐대도 다음날이면 아무렇지 않게 사냥을 나갔다는데… 그게 사람 새끼냐? 종마나 발정 난 돼지며 종일 교접해대는 뱀 새끼도 그건 아니지.

심지어 그가 휴식을 취할 수 있었던 것도 무덤가서 쉰 게 아니라 부족원 전체를 임신시켜서 강제로 쉬게 됐다는데… 이게 실화면 이건 뭐…… 신화적 존재인 건 맞긴 맞지. 타고난 전사인데 체력도 발군이 아니라 초월적.

거기다 설상가상 다른 부족 간의 전투로 남성들 대부분이 죽어 나이 든 사내들만 남았는데 그들도 몸이 성하지 않던 시절이라, 오히려 여성들이 사내들을 먹여 살리던 처지에 그랬으니 이건 오죽할까.

근데 생각해보라. 임신한 여성이 사냥을? 말도 안 되지.
그런데 그걸 전부 먹여 살릴 정도로 사냥을 잘했다면, 이건 정말… 초인적인 존재인 건 확실했다.



‘문제는.’




지금 내가 밤일에 한에서는 그런 신화적 존재 취급을 받기 직전인 상황에 직면해 있다는 건데.


이틀 밤낮을 수십의 이곳 거구의 여성들과 질펀하고 진득하게 떡을 쳐댄 적이 있는데… 덕분에 너도 삼일 밤낮 가능하지 않을까? 기대되는구나! 하며 이것들이 내심 벼르고 있는 중이라… 무서워서  낚이려고 눈치 살살 살피고 있는 중이다.

솔직히 이틀 동안 그러고서 집으로 돌아와 끙끙 앓으며 종일 쉰 걸 생각하면… 어우!

오죽하면 2, 3번 퍽퍽 대는 게 지금 와선 여흥이 될 정도니.
아무리 생각해도 어처구니가 없는 게….


“그쪽도 만만치 않다 들었는데.”
“저요?”



릴리에나가 왜 갑자기 타겟이 나한테 돌아오나 하는 얼굴로 눈살을 찌푸렸다.



“정말 화합을 위한 게 맞긴 한가? 사적인 욕망을 해소하고자….”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잘만 풀리면 그만 아닙니까?”



릴리에나가 조선 사림 학파 선비들이 이를 팍팍 갈아댈 법한 누군가의 시를, 은연 중 논하며 그리 변명을 토로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만, 몸을 너무 함부로 굴리면 나이 들어 고생할 거다.”



그러면서 은근히 릴리에나의 신장을  눈으로 살피는 척하는 멜레니아.
예컨대… 그 체구로 그것들하고 떡 치면 너, 몸이 남아는 나겠냐? 하는 걱정인지, 오지랖인지 모를 의미가 느껴지는 시선.


“젊어서 고생해야 나이 들어 추억거리가 많지 않겠습니까?”


아주 한 마디를 안 져요.
오히려 당당하게 그리 이야기하는 릴리에나의 모습에 무심코 박수갈채를 쳐주고 싶었지만….



“아르세이유에 있을 때부터 유명했으니까요.”



멜레니아 옆에 있던 코넬이 한숨지으며 그리 덧붙인다.



“유명? 어떻게 말인가?”
“미소년, 미남들을 품으며 밤낮할 거 없이 뒹구는 탕녀, 음란마로 소문이 자자했습니다.”
“…거기까진 아닌 거 같은데요.”



릴리에나 본인은 전적으로 부정했지만….



“심지어 자기 사장도 건드렸는 걸요.”
“오, 그래?”
“…그건 단순한 교류라는 겁니다.”
“접대가 아니고?”
“제가 성접대 할 정도로 무능력하진 않거든요?”
“할  있는 건  사용한다. 사내란 여자의 가랑이 사이에서 헤어나오질 못하는 법, 아니겠습니까?”

저기, 코넬 양?  그리 공격적이신지요?

“서로가 좋아서 하는 건데 불만 있습니까?”
“불만은 아니고, 음행이 잦다는 걸 알려드린 거죠. 제가 릴리에나 씨하고 사이가 그리 각박한 것도 아닌데, 새삼스럽게 과민 반응은.”
“하아. 과민 반응이 아니라….”

릴리에나 씨, 말을 잘못하셨네요. 이때는 그걸 논하는 게 아니라, 앞쪽 말꼬리를  붙들고 늘어졌어야죠.


오히려 방금 본인이 한 말이 적극적인 부정을 은연중 표명하게 된 듯한 상황이 초래하자, 릴리에나도 그 점을 눈치챘는지 혀를 차며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나쁘다는 건 아니죠. 사장님이 오히려 음란하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저는 정도를 지키는 입장이거든요? 음란하다니요.”
“그럼  음란하십니까?”
“신사적이라 불러주시죠.”
“…….”



어처구니가 없나 보다.
아니, 변태 신사도 신사는 맞잖아요? 앞에 주어? 어쨌든 그걸 제외했지만.

…주어 맞나? 갑자기 헷갈리네. 목적어였나?
엄한 걸 고민하고 자빠졌구먼.

“그런데 우리도 이곳에 왔다는 이유로 그래야 하는  아니겠지?”
“…사내라면 몰라도, 여성은 괜찮아요.”
“사내라면?”
“여기선 남자가 무능하면 성관계 자체를 인정도 못 받고, 애초에 성관계를 인정 받지 못한 사내는 이곳에서 사람대접 못 받거든요. 애들 대접받지.”
“흐음, 전부 그러한가?”
“아뇨, 이곳 발그리드 인종이 유독 심하죠.”
“그럼 다른 종족? 인종들과 어울리면 되는데 굳이 이들하고?”
“여기 분들이 워낙 터프하시거든요.”


조금도 아니고 엄청.

이곳 발그리드 인종의 전사 하나가 어지간한 부족이나 종족의 전사 네다섯은 가볍게 쌈싸 먹는다.

수가 적어도 여긴 소수 정예, 거기다 구성에 대한 단결이나 화합 능력이 워낙 확고하다 보니… 외부인이 이곳의 구성원으로 인정받는  여간 까다로워야지.

거기다 발그리드 인종은 의외로 이곳 일대에 다양하게 퍼져간 이들로, 지내는 이들이 소수다 뿐이지, 실상은 상당히 많은 발그리드 인종이 일대에 강대한 영향력을 행사해대고 있었다.

그리고, 대부분 외지인들은 발그리드 인종들과 좀처럼 화합이라던가, 교류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었는데, 특히 사내들은 완전히 배척당하기 일쑤였다.



‘설마 여자들의 아랫 입을 충족시켜줘야 구성원 인정을 받는다는 걸 누가 알았을까.’



미친놈도 아니고 초면에 떡 좀 치자며 크게 발기한 아랫도리를 내세워야 하는데, 그딴 염치 없는 짓을 할 만큼 안면몰수  이가 몇이나 될까.



‘……조언을 듣고 한 거지만, 정말 끔찍했지.’



수십의 남녀가 지켜보는 앞에서 거시기를 공개하는 건 대체 뭔 짓인지.



‘뭔가가 많이 잘못됐어.’


그래도 여기서 태어나 여기서 살아가는 이였다면, 그게 잘못됐는지도 몰랐겠지만.
어쨌든 본의 아니게 외지인 기준으로 발그리드 인종들과 가장 진한(?) 교류를 이어가는, 실질적인 대표자가 된 에드릭으로선 도무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나름 만족은 한다만.’

처음엔 생김새며 체구 때문에 많이 부담스러웠는데, 막상 관계를 가지다 보니 에드릭 자신의 물건을 완벽하게 소화 가능한 체구며 몸집들이어서 그런지, 이건 좋았다.


한계를 따지지 않고 아예 죽여버리겠다는 일념으로 박아대도, 좋아했으면 좋아했지 죽을 둥 살둥 발악하진 않았으니 말이다.


은연중 상대 여성을 배려하고자 스스로 힘을 억제하고 있다는 것도, 이때서야 알게 됐다.


거기다 근육이며  단련된 육체다 보니, 조이고 쥐어짜는 느낌들이 아주 색달랐다.


개중에  단련된 이들은 나름의 부드러운 느낌이 포함되다 보니 이건 이것대로 좋았고.

또 의외로 대부분 키 크고 건강미 넘치는 미인들이었기도 했는데, 이게 조금 의외였다.



‘머리 스타일이 뒤죽박죽인 게 흠이지만.’

유일한 흠이지. 킁!


물론 가끔 부드럽기 짝이 없던… 아르세이유의 그녀들이 떠오르곤 하고, 그럴 때면 결국 서로가 그립다 보니 릴리하고도 그럭저럭 부대끼게 되고.


거기다 지금도 괜스레 의식하다 보니 아래쪽에 자꾸 피가 쏠리는 느낌을 받는 터라… 살짝 민망한 상황.


여기서야 발기하고 어쩌고 해도 큰 부담은 없고 다들 그러려니 하지만….


“벌서부터 수컷 특유의 음란한 향기가 풍겨대는데….”
“단순 생리 현상입니다.”
“…….”




코넬 양, 참으로 코가 민감하군요. 그런  굳이 말 안 해주셔도 되는데….

“불편하면 어디 가서 한 발 빼고 오던가.”
“…….”



밀레니아의 노골적인 음담패설을 듣자… 영문을  수 없었지만, 조금 서러워졌다.
뭐랄까, 완전히 상시발정하고 있는, 씨뿌리는 종마 취급받는 거 같은데, 기분 탓이지? 응?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