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취직하니 떡을 침. 이세계에서 (146)화 (146/454)



〈 146화 〉36. 즐기시게 놔두렴.(3)

--------

“냄새가 나옵니다.”
“응?”

매번 그렇듯 일정이 맞아 한창 기암괴석으로 이뤄진 산을 올라, 정상에 놓인 호수  못에 몸을 담그고 올라오던 차였다.


뱀녀, 알헤디나의 대사제인 헤일린이 심상치 않은 시선을 던져온다.




“이것은… 피를 빨아먹고 사는 것들 특유의악취로군요. 거기다 이건 상당히 짙사옵니다.”
“…….”
“이 일대엔 얼씬 못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간이 비대하게 성장한 게 아닐까, 고민되게 만드는군요.”


마치 먹잇감을 노리는 또 다른 경쟁 대상을 만났을 때 보일 법한 경계 반응.

“혹시라도 그것에게 못마땅한 짓을 당했거나… 이를테면 몸을 허락하거나 야만적으로 송곳니를 어딘가에 박도록 허용하고 그러진 않으셨겠지요?”
“무, 물론이죠.”




…애초에 코넬도 내내 저기압인 건 매한가지였고.


‘냄새나요, 사장님. 더러워요. 역겨워요. 어후… 지린내.’




그녀가 멜레니아 옆에 달라붙은 덕에 괜히 신경질적이었던 게 아니었다.




‘또 또 이상한 것들하고 엮여가지고… 잠시라도 얌전하게 지낼 생각이 없으신 겁니까?’




저러고는 별말 안 해서 뭐지? 하고 의아했었는데, 헤일린마저 저런 반응을 보이는 걸 보면….


‘상극인가?’

한쪽은 밤의 일족이고 한쪽은… 일단 신성을 지닌 존재일 테니… 으음, 이거 참.



“아시겠지만, 몸과 마음을 더럽히고 함부로 다룰수록 경지에 이르기란 요원해지옵니다. 부디 자중하시어 온전한 미래를 위해 어리석은 길로 나아감이 없도록, 항시 자제심과 향상심을 갖추시기를.”
“물론이죠. 저라고 그걸 모르는  아니니….”

여태 저런 말 들은 적 없었는데, 지금 와서 저렇게 이야기하는 걸 보면… 여럿이서 음란하고 질펀하고 난잡하게 떡을 쳐대는 것보다 이쪽이  문제라는 게 살짝 의아했지만….



‘하긴, 떡 쳐대는 거 자체는 자연의 순리니.’

그만큼 사내로서 자신의 정기를 쏟아내는 거니, 체력이 고갈돼 몸이 망가지는 건… 마찬가지로 순리라 치고.

조금 떨떠름한 심경으로 어쨌든 헤일린과 작별해 다시 마을로 돌아오니.

“에드릭 코넬 경.”



멜레니아를 수행 겸 호위하는 미청년, 아피젠이 바짝 이쪽으로 접근해왔다.




“예, 무슨 용무신지요?”
“그럴 리가 없겠지만, 만약… 불순한 동기에 멜레니아 님께 마수를 뻗치는 일이 없어야  겁니다.”
“예?”

제가요?



“연약하신 멜레니아 님께서는, 마음이 여리시기에 간절한 부탁엔 좀처럼 거절하지 못하는 매우 몹쓸 버릇이 있습니다. 만약 그녀의 그런 약한 점을 파고들어 발칙한 짓을 하려는 날엔….”
“저, 저기요?”


연약? 마음이 여려? 여기가 무슨 이세계4야? 잠깐 절경  보고 꼭대기 호수에 수행 차원에서 몸 좀 담그고 온 사이, 트럭에 치여 이세계 환생하거나 빙의하듯 세계가  바뀌기라도 했다던가?



“일단 오해가 있어서 말씀드리는데, 제가 성욕에 미쳐서  흑심 품고 들이대거나 뭐 이런 적은… 거의 없거든요?”
“거의 없는 거지, 아예 없단 말은  하시는군요?”
“제가 안 그렇다 여겨도, 본의 아니게 그렇게 오해를 사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지금처럼.”
“세상은 결과가 모든 걸 말해주지요.”
“과정은 상관없다는 건가요?!”
“감정에 이끌려 실수하고 실책을 저지르는  인간이기에 있을 수 있지요. 했다는 사실은 그럼에도 변치 않습니다만!”

아니, 이 인간  날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야?!



“부디 유감스러운 사태로 번지는 일 없도록, 주의에 주의를 당부드립니다.”


그리 말하곤 이쪽을 노려보며 뒷걸음으로 훌쩍 물러선 아피젠.



“아무쪼록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가시죠.”

왜 기다리시는데요…? 내  들어가는데 제가 허락까지 받아야 합니까…?
떨떠름한 심경으로 어쨌든  내부로 들어서자.


“선… 크흠! 사장님?”




릴리에나가 헐레벌떡 이쪽으로 고개를 돌리다… 입에 주먹을 가져간 채 헛기침으로 안이한 태도를 무마하곤.

“기쁜 소식이 막 당도했습니다.”
“기쁜 소식?”



고개를 갸웃거리자.

“저희 측 개척조가 막 금광을 하나, 발견했다는군요.”
“금광…?”
“철광석도 포함입니다. 질이 상당히 좋다며 난리더군요.”
“흠!”




 말은….



“인근에 새로운 마을이 형성되겠군요.”
“정확하게는 개척지 겸 주둔지 형성을 위해…  일이 많아질 걸로 추측됩니다.”
“…본사 쪽 지원도 빵빵하게 받겠고요?”
“여기 때마침 좋은 기회기에 투자하겠다며 대기하신 분이 계시잖습니까?”



그러고는 멜레니아를 향해 힐끔 눈길을 주는 릴리에나.




“…투자하신다고요?”
“왜? 안 되나?”
“아뇨, 안 될 건 없습니다만….”



동인도회사, 이곳 기준으론 이름 지어지길 ‘서국 회사’ 초기 멤버, 즉 핵심 임원들은 여럿 되지만, 어차피 여기서 개척하고 이리저리 둘러보고 살피고 날뛰는 건 다들 개인 재량이다.

끌고 온 인부며 인력, 그 외에 앞서 대기하고 있던 이들, 본사 지원 인력을 포함해 각자 개척하고자 하는 영역은 다 제각각인 만큼, 여기에 금광이며 철광이 발견됐다면 이건 이것대로….



“근데 금하고 철광석이 같이 붙어 있을 린 없을 텐데…?”
“아, 그 점에 대해서 다시 설명 드리면….”



나아가다 발그리드 인종의 몇몇 부족과 조우했는데, 다행히 알헤디나의 가호를 받은 에드릭이 있기에, 그들과의 관계는 비교적 무난하게 풀렸단다.

그러다가 그들이 쇠붙이를 능숙하게 다루고 있음을 발견했는데, 그걸 살피다가 철광석을 발견.

 예정대로 몇몇 지역을 탐사하던 다른 개척조가 금광을 발견했다 거였다.
 그대로 더블 보너스… 아니, 잭 팟?

“…바빠지겠네요.”

내용만 보면 한동안 농땡이도 못 피우게 생겼다.



“부자가 된 거치고는 담담하구나.”
“돈이야 언제든  수 있는 거잖습니까?”
“호오, 돈을 대함이 실로 담백하구나. 역시 그릇이 크구나. 큰일을 하고자 하는 이답게….”


묘하게 평가가 좋네.
그보다….



‘왜 그리 뚫어져라 보시는지?’



옆에  있던 아피젠이 날 죽일 듯이 노려봐대고 있었다.


그 눈은 마치, ‘이 와중에 점수를 따려 하다니. 간사하고 요사스럽기가  못지않구나!’ 하는 표정이었는데, 이게 맞긴 한 건가? 그게 아니면 저렇게 노려볼 이유도 없을 거고.


…눈치가 빠른 것도 피곤하다니깐.


“아무래도 이 몸도 한동안 이곳에 머물러야겠구나.”
“하하하, 물론입니다. 얼마든지 편한 기간 지내시기 바랍니다.”

으에… 그건 좀….

“걱정말거라. 도울 수 있는 일은 도울 테니.”
“하하하….”

저쪽도 눈치가 상당해.


광산이 발견됐다 해서 저걸 하루아침에 채굴하고  어쩌고 하는 게 아니다.
준비 기간만 해도 개월 단위가 걸리고, 그걸 제대로 수익으로 전환하려면 다시 수개월, 많으면 년 단위까지 까먹는다.


그걸 방지하고자 본사에선 지속적으로 알그리타 대륙에 구인 공고를 내어 인력을 끌어당기고 있으며, 현지인  종족들을 활용하고자 하지만, 그럼에도 인부며 노동력, 인적 자원은 언제나 부족하기 마련.


그래도 대비를 하고 지속적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기에 예상보단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러니 금광 발견하고서도 소유권만 주장하고 채굴권이라던가 대부분을 강탈당하는 거지.’

발견해도 힘없고 주인임을 제대로 입증 못 하면 언제든 강탈당한다.
애초에 그 입증이란 기준이 뭔가? 이거 우리 겁니다 하고 뭐 나라에 공증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닌 마당에.

그리고 나라의 비호를 받는다? 당연 그걸  빼먹을 정도로  나라가 빡 대가리는 아닐 테니, 세금 내라 압박을 가하겠지. 안 내면 뭐? 못 먹는 감 찌르는  아니라 터트리려 들지나 않으면 다행이지.


소문은 금세 퍼졌지만, 그때쯤 이미 충분한 인력을 대동해 그 일대로 향해 정착.
기존 마을에 머물던 이들 반수 가량이 로테이션으로 교체되듯 우릴 따라 이동했고, 거기서 다시금 발그리드 인종 포함해 새로운 종족들과도 조우해 교분을 다지며, 어쨌든 금광 일대에 주둔지를 형성했는데, 자연스레 금광이란 소문 덕이 사람들이 몰렸으며, 작게나마 상인들이 오고 가기 시작하더니 교역로가 형성, 당연  많은 사람들이 몰리다 보니 물가를 조금 높여도그러려니 하게 되고, 자연스레 유흥단지 비슷한 것들이 생겨나게 된  예정조화.


…물론 뒤에서 그렇게 되도록 어느 정도 손을 썼지만.


여기서 가장 힘을 쓴 건 의외로 멜레니아와 코넬이었다.
그렇게 잠깐 있다  거라 생각했던 이들이 거의 2개월 넘게 머물며 우리 일을 돕기까지.


시스터 카멜린은 그 시점에 자연스레 소브릴 정교회의 교리를 단순하게 전파하는 일에 종사.

딱히 교리를 전파할 목적이라기보다는 그냥 그녀의 분위기며 행실에 몇몇 기존의 알그리타 대륙민이 호응하다 보니 작게나마 교회 건물마저 세워지기 시작했다.

신부님이 따로 없기에 당장은 카멜린이 그곳에 주인이 될 테지만, 그녀는 자신이 주인일 필요가 없음을 강조했다.



“지붕이 있어, 대지가 있다 한들 그 땅에 주인이 어디 있겠나이까. 모두 세상이란  집을 거쳐 가는  길 떠나는 나그네라 쳤을 때, 저는 그들보다 조금 더 오래 이곳에 머물러 그들이 어디로 향해야 할지 일러주는, 길을 잃지 않도록 돕는 역할 정도면 족하다고 봅니다.”

으음, 참된 신앙인, 종교인이로다.
탐욕스러운 부류였다면 교회 건물부터 화려하고 웅장하고 거대하게 지을 생각부터 했겠지.

시스터 카멜린에 대한 호감도가 더욱… 아니, 이걸 호감도라 부르는 게 맞으려나? 차라리 존경심이라 해둘까?

금광 일대가 그렇다 뿐, 철광이 묻힌 곳은 기존에 자리 잡은 부족들이 있기에… 채굴을 위한 개발이 영 힘들었다.


‘자본주의의 악마가 되기도 그렇고.’




본래 살던 터가 있는데 거길 내쫓는다? 그건 아니지.
뭐 자주 옮겨 다녀 텅 빌 때가 있다지만, 그렇다 해서 그곳이 그들의 보금자리가 아니냐 하면, 그건 그것대로 문제고.
애초에 에드릭은 부동산,  주인이란 개념을 극히 혐오하는 입장이었다.



‘그렇다고 부정하기도 그렇고.’



사람들이 몰리다 보니, 더 큰 이득에 치중해야 한다며 그리 강요하듯 권해오는 이들도 있었지만, 그런 이들은 적극 배제했다.

그 덕에 투자 유치며 내부 갈등이 빗발치긴 했지만, 이쪽 대륙에서 오래  박으려면 절대 현지인들하고 관계가 수틀려선 안 된다.


‘자기들은 주머니만 대강 채우면 되니 막 나가자는 거지.’




그것들 말 듣고 이쪽도 쫙쫙 뽑아먹고 버린다는… 제국주의 열강 특유의 개 쓰레기 깡패 식 마인드로 무장해 저들을 몰아내는 식으로 진로를 잡는다면야… 배는 마구 불리겠지만….


‘장기적으론 좋지 않아.’




거기다 여긴 신수라는 존재들이 버젓이 자리한 세계다. 외지인이 함부로 날뛰기 시작하면 반드시 문제가 생길 거다.


‘그때가 딱, 이쪽의 우위를 확고하게 다질 수 있는 시점일 테고.’



모두가 에드릭처럼 현지인, 이곳에 살아가는 종족들과의 교류와 친분을 신경 쓰진 않는다. 오히려 그럴 필요가 있냐? 몰아세워서 노예로 써먹는  좋지 않으냐? 하는 과격파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그러기에 절대 그들과 같은 노선을 타면 안 된다.

‘문제는….’


의외지만 신수의 가호를 받은  임원 놈들은, 자기들이 제국주의 열강을 따라 하고 싶은 모양인지 아주 행패를 부려대고 있다는 거였는데….
이러다가 전쟁 나는 건 시간문제인데, 도대체가 말귀를  알아먹는단 말이지.




‘우리들끼리 뭉쳐 갈라 먹으면 되는 걸 가지고.’

신수의 가호를 받으며 현지인의 비호를 받으며 행패를 부리는 외지인을 몰아내면 그만이거늘….


아마 저것들은, 둘이서 대륙을 갈라치고자 하는 막돼먹은 상상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들 자신이 그런 야망을 품은 건지, 누가 귀띔을 주거나 등을 떠밀었는지… 그것도 문제네.’

어쩌면 에드릭이 생각할  미리 파악해 선수를 쳐서, 신수의 가호를 받는 이들이 화합 못 하게 수를 썼다던가?

생각해보니 가능성이 너무 짙은데?

그리고 그는 아마, 여타 임원들 가운데서도 상당히 발언력이 쎄고, 영향력이 강한 녀석이 아닐까, 그리 생각해본다.

시간이 딱 좋게 나서 하룻밤, 작정하고 몸을 교차해 관계를 이어간 직후, 나란히 알몸으로 누워 릴리에나에게 이 점에 대해 가벼이 이야기하자.




“선배가  입장이 되면 어쩔 생각입니까?”
“나는 대충 적당히 지내다 갈 생각이었는데.”
“그럴 생각이 아닌 이라면요? 반드시 이곳 대륙에 자신의 족적…  아니라 영향력을 행세해 자신만의 왕국을 건설하겠다는 의도, 목적이라면요?”
“……아마도 신수들이 엄청 거슬릴 테지?”



당연한 소리.

이쪽이 가호 받는 입장이라 오오! 하는 거지, 그걸 이용해 자기 사욕을 멋대로 챙기는 이들을 본다? 아마 억울해서 잠도 제대로  잘 거다.



“냉정히 말하면 전쟁으로 압도할 수 있다면, 군이라도 끌고  현지민, 종족들을 노예로 부리는  합리적이죠. 이득을 독점, 자기 편에게 분포해  잘 듣게 하고, 힘든 일들은 노예에게 전가 시키고. 제국주의 열강들은 그렇게 착취한 재물로 몇 세기를 농땡이 피우며 잘만 살아오지 않았습니까?”
“……끙.”
“착취당하는 이들로서는 억울할 테지만, 인류 역사는 애초부터 약자의 희생을 기반으로 성장해왔습니다. 그러니 억울하면 강해져야죠. 착취당하는 게 나쁜 겁니다.”
“누군 약자이고 싶어서 약자냐?”
“그러니 힘 있는 쪽에 붙어야죠. 침몰하는 배에 넋 놓고 앉아 있는  무지를 떠나 죄악입니다.”




이렇게 보면 릴리에나 씨도 참 독하단 말이야.
문제는 저걸 대놓고 밝히는  태도는 안 좋은데.
아무리 내가 믿을만하더라도….

이렇듯 의외로 별거 아닌 줄 알았는데, 헤아릴 게 상당했다.
나는  신대륙 개척 일에 종사할 줄 알았는데, 어쩌다가 여기서 심시티 겸 문명을 하고 자빠진 걸까.


참 세상사,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