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3화 〉37. 원래 귀한 건 아껴 먹는 법이랍니다.(4)
의도적으로 뭔가 있어 보이게끔 내심 말을 돌리고 있었지만, 결론 자체는 복잡한 게 아니었다.
국가가 넓든 좁든 소외되는 자, 배척당하는 자, 따돌림당하는 자는 반드시 생긴다.
그들이 좋고 나쁘고, 옳고 그르고를 떠나서.
내가 추구하는 건 어차피 기업 같은 거다.
물론 기업이 이상적이냐 하면 그건 아니지만.
달리 말하면 딱 지금 내가 몸 담은 본사, 그 정도가 적절했다.
당장 이상적인 형태의 조직 문화를 들춰보고자 하면, 여기만 한 곳이 없었으니.
문제는 그 근본점, 근원이 어떤가는… 끙.
이후로도 간간이 그런 이야기를 주고 받가 슬슬 머리가 띵해질 때쯤, 욕탕을 나서게 됐다.
당연 옷이 한꺼풀 얇아진 건 덤.
음… 얼마 안 남았군.
멜레니아의 전속 시녀? 하녀들이 그녀의 몸에 향수며 기름을 끼얹고 바르는 광경을 바로 옆에서, 똑같은 서비스를 받으며 지켜보던 나는… 이건 이것대로 좋지 않을까 싶었다.
문제는 이런 농후한(?) 서비스를 받다 보니 절로 아래에 반응이 생겨났다는 거며.
거꾸로 누워 있다지만 당연 티가 안 날래야 안 날 수가 없었다.
거기다 돌아선 상태에선 사타구니 인근을 가린 수건이 사실상 제 역할이 불가능할 정도가 되자, 지켜보는 이들의 표정이며 눈빛들이 새삼 말도 못 할 정도로… 음….
“힘차다는 증거 아니더냐. 부끄러워 말 거라.”
“음, 익숙해질 때도 됐는데 묘하게 적응 안 될 때가 있어서요.”
지금처럼.
내 거대한 물건을 지켜보는 시녀들의 시선이 새삼 뜨거웠다.
아마… 내일 이후 가뜩이나 묘한 소문에 더 확실한 소문들이 추가되겠지.
뭐 남자라면 이런 소문은 자부심을 느꼈으면 느꼈지, 불편하다거나 부끄러울 일은 없을 터.
아무튼 기름이 시녀들의 손길을 거쳐 몸을 기분 좋게 마사지를 해준 터라… 무심코 잠들 뻔했다.
‘오우… 장난 아니네.’
거기다 의도적인 건지 한두 차례 기름을 듬뿍 묻힌 시녀의 손이 하물을 위아래를 골고루 오고 가니… 이 구도가 묘하게 자극적이라 내심 쌀 뻔했다.
정력의 유무를 떠나 분위기에 취해 그럴 뻔했다는 거다.
체력이 갖춰지고, 정령술까지 더해지고, 몸이 아무튼 평범했던 예전보다 훨씬 건강해지고 강성해지다 보니, 이젠 내심 섹스할 때도 사정의 타이밍을 의도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른 상황.
…릴리에나는 이 소식을 듣곤 카사노바가 선생님 하며 모시게 생겼다고 탄식하던데, 오히려 좋았으면 좋았지, 탄식할 일은 아니지 않나?
아님 자기와 떡칠 시간에 다른 여자와 떡칠 걸 떠올리니 조금 억울했다던가? 에이, 그건 아니겠지.
당연하다는 듯 신체 마사지를 포함해 애프터 서비스까지 듬뿍 받자, 자연스레 몸이 노곤해졌다.
‘이대로 그냥 꿀잠 자도 괜찮을 거 같은데.’
이런 식으로 노골적인 전신 마사지를 받는 게 새삼스러운 건 아니지만 파라메라 대륙에 온 뒤로는 거의 못 누려본 사치이기도 했다.
‘누리고자 한다면 못 누릴 것도 아니지만.’
아르세이유에서도 그렇지만 그곳의 귀족이며 잘난 부류들은 이런 식으로 미녀 혹은 미남에게 전신 마사지를 받는 게 제법 일상화돼 있다.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덕분에 마사지를 포함한 전속 시녀, 시종들이 있는데 이들은 반쯤 주인의 성 노리개 혹은 애인 취급을 받는데, 그만큼 대우도 확고한 편에 속한다.
누가 그런 문화를 전파했는지는 의문이지만, 저들의 성 문화가 퇴폐적으로 돌아가는 원인 중 하나는 여기에 있다 지적해도, 그게 과언은 아닐 거다.
“매번 이러면 잠도 잘 오시겠어요?”
솔직히 침대에 널브러지면 바로 잠들 것만 같았다.
피로가 풀린다는 건, 뭉쳐 있던 게 풀린다는 건 그 여파가 고스란히 자신에게 미친다는 건데, 덕분에 눈꺼풀이 퍽 무거웠다.
“이러지 않으면 역으로 잠을 못 자는 거지.”
“아하….”
그럴 수도 있겠네.
샤워로 몸을 노곤 노곤하게 풀고, 그렇게 풀린 몸을 한결 더 정성스러운 손 마사지로 풀어낸다.
…천국이 따로 없네.
감각을 일깨워주는 향까지 피워가며 오감을 만족시키는 전신 케어 서비스라니.
“그대도 충분히 누릴 수 있는 급이 될 텐데, 어찌 누리지 않는가?”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일하고 퍼 자기 바쁜데 뭔… 아님 그냥 떡을 치거나.
욕탕에 몸 담그고, 나와서 이런 식으로 서비스받는 시간만 벌써 1시간은 족히 넘어갔다. 어쩌면 2시간 가량 흘렀을지도?
한국인 특유의 빨리빨리 마인드가 이런 느긋함을 도무지 용납을 못 해서 말이지.
내 1시간은 남들의 10시간, 어쩌면 100시간에 근접하는 효율을 발휘하는데… 즐기라니? 아까워서 어떻게?!
‘어, 생각해보니 이런 사고방식도 좀 바꿔야 하나?’
아르세이유에 있었을 당시에도, 묘하게 주변 사람들이 질린 것처럼 투덜대긴 했었지.
‘너무 지나치게 일에 몰두하는 거 아니니?’
‘…너무 일한다. 심해.’
‘어릴 때부터 그렇게 매달리면 나이 먹어 할 일이 없어지진 않을까 걱정된다만.’
물론 릴리에나는 당연한 거 아니냐는 태도였지만.
사고방식 자체가 다른 거지.
그게 곧 강력한 경쟁력으로 나타나, 내 신분 상승에 기여하는 거고.
보통 귀족들 가운데서도 워커홀릭이라 불릴 수 있는 이들조차 하루 업무 시간이 10시간을 채 못 넘는다.
근데 난 최소 12시간을 몰입해버리니, 일을 개판으로 하지 않는 한 효율이 안 나올 수가 없지.
‘그 와중에 떡도 치면서 누릴 건 또 다 누리고.’
잠을 줄인 탓이기도 하지만, 마차 이동 시간에 틈틈이 새우잠이라도 자니.
…안 그러면 이동 시간 아까워서 멘탈이 남아나질 않는다.
‘아, 이것도 병이네.’
“시간이 아깝다 라. 즐기는 걸 아깝다 생각하는 게 그대의 일 중독에 원인인가. 무엇이 아까운 건가?”
“…저 못지않게 과로에 치중하시는 분께 그렇게 이야기를 들으면 조금….”
“이 몸은 즐길 건 모두 즐기면서 일하는 바. 할 때 하고, 놀 땐 놀아야지. 안 그러더냐?”
“…음, 그 시간이 일을 하면 효율이 더 나옵니다만.”
“그래, 젊은 적에 마차 끄는 말처럼 일하는 것도… 나쁜 건만은 아니지. 그러나 마차 말도 쉴 땐 쉬어줘야 효율을 내는 법. 인간이든 짐승이든 할 수 있는 여력이라는 게 한정돼 있음을 이해하도록.”
“물론이죠. 저도 지나치게 선 넘도록 업무에 종사하고 그러진 않습니다.”
그냥 하루 12시간, 적으면 10시간 가량만 집중하자 주의인 거지.
이건 억지가 아니라, 내가 주도적으로 일을 끌어가고 벌리는 게 재미 있어서 그런 점도 있다.
일종에 실시간 체험형 문명 혹은 심시티 게임을 하는 기분이니까.
앉아서 마우스로 이것저것 하는 게 아니라 몸으로 뛰면서 하는 느낌이라 이럴 수 있는 거긴 한데….
다시금 그녀의 방으로 복귀할 때쯤 되니 벌써 해가 떨어진지 한참이 지난 시점.
물론 현대인 기준으론 아직도 한창 눈 뜨고 놀 시간대지만, 벌써 창밖을 통해 비추는 주변은 어둡기 그지없었다.
물론 일부 번화가, 예컨대 밤에 오히려 더욱 불타오르는 일대는 여전히 밝은 빛을 발하고 있었지만.
도시 규모가 워낙 좁다 보니 여기서도 고스란히 마을 주요 정경들이 전부 눈에 들어왔다.
지대가 조금 높은 곳에 배치된 자택이었기에 가능한 일이긴 한데, 이런 일부 지역은 프리미엄으로 높으신 분들에게 비싸게 팔아 먹어대고 있었다.
…어차피 우리가 먼저 깃발 꽂았는데, 땅 주인이랍시고 이런저런 권리 행사한다고 누가 뭐라 할 수도 없을 노릇이겠지.
물론 단번에 천문학적인 금액을 받으면 부담이 될 테니, 일부 이자를 받는 선에서 대략 36개월 할부 개념으로 넘겼다.
우리야 이런 게 익숙하면서도 당하는 입장이지만, 이들 기준에선 36개월 이상 가는 할부에 대한 개념은 아주 신세계일 거다.
근데… 계약서에 도장 찍고 지장 찍고 사인한 시점에… 36개월간 너흰 발목 거하게 잡힌 거다만?
뭐, 멜레니아는 주고받은 게 있으니 무상으로 건네드렸지만.
이게 또 나한테 잘 보이거나 친해지면 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거라, 이곳에 온 귀하신 분들 가운데 우리 광산 도시에 입성하는 이들 대부분은, 내 눈치를 안 보려야 안 볼 수가 없게 됐다.
…뭐, 안 봐도 무방한 것들은 그냥 구입하려 들겠지만.
“자, 그럼 다시….”
“또 술입니까?”
“분위기를 달굴 때 이만한 게 어디 있다고?”
의외로 주당이시다.
술판 벌어졌을 때 거하게 미친 듯이 마시는 타입이 아니라, 그냥 주기적으로 꾸준히, 물 마시듯…이 아니라 물보다 더 자주 마시는 느낌으로 마시는데, 나중에 알게 된 건 업무 중에도 물 마시듯 마신단다. 도수가 엄청 낮은, 거의 과즙 느낌으로.
거기다 이번 건 아예 잠들기 직전… 혹은 거사를 치르기 직전이라 그런지, 도수가 제법 강해서 향기만으로도 얼떨떨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술기운에 하자는 건 아니시죠?”
“그건 그대 자유며 마음 아니겠나?”
“그렇다면 전… 이걸로.”
도수가 약한, 달콤한 과즙으로 대체하고자 했다.
아무튼 그렇게 목을 축이고, 분위기도 적당히 달궈지니….
그렇게 목을 축이고, 분위기도 적당히 달궈지니….
“이론적인 건 잘 알고 있지만, 말했듯 이 몸은 처녀다. 그러니 능숙한 그대에게 맡기도록 하겠다. 이의는 없는가?”
“…이의가 있으면 안 되죠.”
말했듯 차려놓은 밥상을 무시할 정도로 머저리도 아니고, 혹여 독이 있을까 노심초사할 순 있지만… 떠먹여 주는 것까지 입 꾹 다물고 안 받아먹거나, 먹고 뱉어낼 정도로 정신머리가 나간 건 아니기에….
몸에 바른 기름은 향기로우면서도 고소하면서도, 어딘가 달콤하면서도 기분 좋은 향을 품고 있었다.
바디 오일이 끈적하고 기분 나쁘고 이런 착각들을 많이 하는데, 좋은 건 촉촉하면서도 부드럽고 기분이 좋은, 아무튼 느낌도 퍽 좋은 편이다.
우리 세계에선 이런 걸 누려본 적도, 그럴 여유도 없어서 잘 몰랐지만, 이곳에 와서 프리미엄 급에 해당하는 고급 오일, 향까지 첨가한 최고급 오일의 혜택을 누려보니, 왜 이거에 뻑 가는지 알게 됐는데, 이거 중독성이 상당했다.
‘의외로 퇴폐적인 성 문화는 고대 중세 때가 절정이었다고 하니.’
물론 현대도 만만치 않겠지만, 각 문화권의 왕후장상이 누렸던 절정의 사치의 비하면….
그리고 여기서의 나는, 마음만 먹으면 그런 존재 못지않은 사치 향락을 누릴 수도, 맛볼 수도 있는 입장.
근데 벌써부터 그러면 싹수가 노래질 거 같아서, 일단 그러고도 문제가 없을 만한 기반을 쌓고자 하는 거지만….
‘음, 알면 알수록 좋은 게 참 많아.’
그거 참 기대되는 일 아닌가?
당장 멜레니아를 먹으려는 이 상황도 유별나서 벌써부터 음경이 터질 것처럼 부풀어 있는데, 그보다 더한 걸 꿈꿀 수 있다는 이 구도, 정말 아찔하기 그지없다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