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4화 〉37. 원래 귀한 건 아껴 먹는 법이랍니다.(5)
시작은 간단하게.
겉을 감싼 천을 벗겨내는 것으로부터 시작.
새하얀 피부가 오일에 의해 살짝 색감이 어두워진 듯 느껴졌지만, 그 덕에 생동감 만큼은 여태 보아왔던 그 무엇과도 격을 달리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반들거리는 피부며, 만지면 미끄러질 것처럼 부드러울 것만 같은 시각 효과까지.
마치 피부 위에 코팅이 된 듯한 그것은, 의외로 만져보면 반질거리는 피부의 실감 나는 감촉으로 이어지는데, 이쪽도 비슷하게 오일 마사지를 받은 터라 유사한 촉감으로 이어지는 건 예정조화.
그러다 보니 살짝 훑는 것만으로 피부와 피부가 미끄러지는 듯한, 그럼에도 촉감은 더욱 확대돼 느낌이 훨씬 민감하게 와닿는지라 이게 또….
‘걸작이네.’
우선 시작은… 매번 위에서 아래로 이어졌지만 이번은 반대로 행했다.
고압적인 게 익숙한 그녀이기에 역발상으로 위에서 아래로 공략을 해볼까 싶었지만, 시작은 오히려 이쪽이 열렬히 상대를 대우해준다는 느낌을 전달하고자, 드물지만 발 쪽부터 공략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애초에 그녀 입장에선 이쪽을 공략해서 드디어 거사를 치르게 된 경우라 해도 과언은 아닐 테니, 그 포상 겸 정복욕, 성취욕을 북돋아 주는 차원에서 진행하려는 거였는데, 의외로 나쁘진 않았다.
침대 가장자리에 앉은 그녀의 왼발을, 마치 구두를 신기는 듯한 포즈로 붙들어 살피기를 잠깐.
발이며 다리의 모양, 선이 참 어여뻤다.
첫 감상이 그것.
차분히 손으로 매만지며, 그러면서 가벼이 얼굴을 가져가 입술을 통해 다리를 타고 내려 천천히 발 부위로, 그러곤 혀를 통해 발가락과 그 사이를 조금은 침착하게, 그러나 초조함을 더해 애타게 애무하자 간지러운 건지 민감한 건지, 당혹스러운 기색이 잔 떨림을 통해 전해졌다.
이때 중요한 건 눈을 매 순간 마주하는 게 아니라, 가끔씩 만 마주하는 거다.
그것도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불쑥.
섹스 때 중요한 건 감정을 얼마나 고취 시키느냐, 인데… 이것이 곧 흥분도와 욕정에 불을 붙이는 가장 강력한 밑거름이 되기 때문.
고소하면서도 향긋한… 실로 언급하기 미묘한 향기가 멜레니아와 에드릭의 전신을 통해 방안에 고루 분포되어 같다.
창문을 따로 연 것도 아니었기에 향기는 더욱 그윽하고 진득하게 주변을 채워갔으며, 특히 둘이 자리한 침대 인근엔 그 향이 더욱 짙게 뿌리 내리기 시작했다.
발가락, 사이, 발등, 복숭아뼈, 발목.
그러다가 갑자기 발바닥을 입술과 혀와 양손으로, 그러면서 손은 아킬레스건을 지나 종아리, 가자미근과 비복근을 애무하며 이어 무릎과 무릎 뒤 접히는 부위를 통틀어 애무하기 시작.
물론 혀와 입술은 여전히 발에 집중하고 있었다.
“흐으음!”
민감하거나 제대로 된 성감대가 아니라면, 사실 자극은 크게 전달되지는 않을 터.
그러나 누가 됐든 발을 공략당한다는 건 감정적 고양감을 북돋기 매운 좋은 방식이다.
그리고 발을 공략하는 것의 장점은, 언제든 실시간으로 눈을 들어 그녀의 은밀한 그곳을 빠르게 관찰하고 체크 할 수 있다는 점.
위를 공략하면 눈은 결국 상반신에 한정되기에 결국 손과 몸으로 그 반응을 체크해야 하는데, 이때는 그럴 필요가 없다.
아니, 그러고 싶다면 그래도 되지만, 에드릭은 굳이 그러지 않았다.
어차피 얼마 안 가 도달하게 될 장소다.
이윽고 발을 타고 올라 무릎 옆 부위를 입술과 혀로, 손은 어느덧 허벅지, 대퇴부를 접하기 시작.
동시에 오른 다리 또한 쓸 듯, 감싸듯, 쓰다듬듯 애무하기 시작하자 이전보다 훨씬 떨림이 강렬하게 느꼈다.
‘다리도 먹음직스럽네.’
웃기는 비유지만 이 순간만큼은 정말 맛있는 먹잇감을 눈앞에 둔 맹수가 된 것 같은 심경.
욕구가 엇나가면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라 입을 확 벌려 살점을 베어 물고 싶다는 충동이 치밀 정도로, 그녀의 다리는 무척 매력적인 향과, 맛, 촉감을 띄고 있었다.
분명 신경은 손과 입에 치중돼 있는데, 이쪽의 아랫도리는 터질 것처럼 부푼 터라, 이걸 억제하며 애무에 치중하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참다 보면 복이 온다.’
어쨌든 첫 경험이라면 절대 안 좋은 추억으로 남겨줘선 안 된다는 의무감, 책임감을 느꼈던 지라 에드릭은 최선을 다해 욕정을 조절해가며 적극적으로 그녀의 다리를 공략해 나갔다.
“음! 마사지하고는 또 다른 맛이 있구나.”
“…시녀들한테 따로 시키거나 도움받은 일은 없으시고요?”
“그런 게 흔하다곤 하나, 난 인간이 아니지 않느냐? 괜한 짓 해서 이상한 소문이 돌 수 있으니 자제해온 거다.”
“의외군요. 멜레니아 님의 미모라면 소녀며 여자들조차 농락 가능한 범주로 보입니다만… 마음만 먹으셨다면 여성들을 침상에 끌고 가시는 건 일도 아니셨을 터인데….”
“그 생각을 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한편으론 왜 그래야 하는가, 의구심이 들더구나.”
소문대로 그녀는 터프한 이미지로 치장을 하는 반면, 그에 하자가 생길 여타 이미지에 대해선 철저하게 선을 그어두려는 듯 보였다.
그 결과 그녀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 호의적인 이미지가 넓어지고 확대되긴 했지만, 그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도 상당했을 거 같은데.
‘태생이 타고 난 정치인이라면, 그걸 즐길 수도 있었겠지.’
무엇보다 그녀는 권력의 화신 같은 존재다. 본인이 알든 모르든 간에.
에드릭이 구태여 그녀를 경계하며 손을 댈 타이밍이 여럿 됐음에도 꿋꿋하게 손대지 않고 항상 자제심을 굳혔던 이유도 괜한 게 아니었다.
자칫 잘못 사로잡히다간, 어떤 식으로든 뽑아 먹힐 것 같다는 위기감을 내내 느꼈었기에.
그러니 지금처럼 어느 정도 타협점을 투고, 허심탄회하게 화합하자며 제안을 해온 상황에서야 비로소 손을 대기로 작정한 건데….
“세간에선 그런 점을 고귀하다고 칭송하지 않겠는지요?”
“웃기지도 않는 소리를. 아부는 그쯤 됐으니 빨리할 일에나 집중하도록.”
“여부가 있겠습니까.”
이윽고 허벅지를 타고 올라, 그녀의 가장 은밀한 부위와 시선을 마주하게 됐다.
의외로 적당히 자리 잡은 음모가 상당히 아름답게 느껴졌다.
그녀의 머리 색, 눈썹의 색과 마찬가지로 금색 윤기를 발하는 게… 괜스레 코를 묻고 향을 음미하고 싶다는 맹렬한 충동에 휩싸였… 아니, 자제할 필요가 있긴 한가?
에드릭은 본능에 따라 곧장 얼굴을 그곳에 파묻었다.
스으으읍!
오일에서 뻗어가는 향 말고도 의외로 여성 특유의 음란한 향이… 후각을 가로질러 뇌를 노곤노곤하게 만드는 듯한, 기묘한 감각이 일깨워지는 듯한….
“호오?”
거기다 부끄러워하는 기색도 없이, 오히려 자신의 가랑이 사이에 얼굴을 묻고 크게 심호흡해대는 에드릭을 보며, 멜레니아는 그 광경이 퍽 재미난 듯 사납게 미소 짓고 앉아 있었다.
“사내들은 역시 그곳에 환장하는구나.”
“물론 가슴에도 환장합니다.”
고개를 살짝만 들어도 음란한 굴곡이 자리하고 있다.
유륜이 생각보다 더 크다.
유두는 의외로 적당한 크기였는데, 예상보다 훨씬 연한 분홍빛을 띄고 있어서… 어딘가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는 그런 모양이었는데, 그녀의 백옥 같은 피부 때문에 설득이 되고야 말았다.
피부가 저리 하얀데 갈색에 가까워봐라. 이건 이것대로 좀 깰지도? 아닌가? 그래서 더 좋은 건가? 직접 보지 않으면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의 형태가 멜레니아, 그녀에게 있어선 가장 이상적인 형태가 아닐까 하고, 에드릭은 잠시 시선을 빼앗긴 상태로 그리 단정 짓고야 말았다.
“닳겠구나. 언제까지 뚫어져라 지켜볼 속셈이더냐?”
“너무 아름다워서요.”
“빈말은.”
괜한 아부임에도 칭찬은 어쨌든 기분 좋을 수밖에.
거기다 지금 상황 자체가 그녀에겐 대단히 생소할 텐데, 그 생소함 속에서 자아내는 진심 어린 칭찬, 진솔한 외모 평, 감상은 더욱 깊숙이 와닿을 터.
결국 에드릭은 참지 못하고… 가슴 쪽으로 올라가려던 머리를 다시금 아래로 수그려, 그녀의 음부를 공략하기 시작했다.
시작부터 손이 아니라 곧장 입과 혀로 그 바깥, 주위를 공략하는 걸로 시작.
처음부터 안이 아니라 우선 시작은 바깥서부터 천천히.
마찬가지로 클리를 바로 공략하는 게 아니라 그곳 주위를 먼저 차근차근 혀로 애무해 적시고, 부드럽게 풀어주는데 의의를 뒀다.
“흐으음!”
음색이 달라졌다.
여태까지는 여유가 느껴졌지만 지금은 확실하게 무언가를 느끼는 듯한, 그런 음색이 적절히 배어나기 시작했다.
거기에 휘둘려 애무가 과해지고, 과격해지면 오히려 지나침이 유발될 수 있다.
그러기에 차분히, 겉을 지속적으로 공략하고, 드문드문 중앙을, 클리토리스 또한 그 주변부를 혀와 입술로 살짝 스치듯, 터치만 하는 식으로 훑으며 더욱 멜레니아를 애타게 하는데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그, 그래. 이게… 그 느낌…이었군.”
경험이 아예 없는 건 아닌지 멜레니아는 새삼스럽다는 듯 감탄인지 흥미를 보이는지 모를 표현을 입 밖에 내며, 시선을 그쪽으로 살피려 했으나 자꾸만 허리가 당겨지고, 등 허리가 반사적으로 펴지는 터라 어쩔 수 없이 시선이 올라가는 걸, 멈출 수가 없었다.
그런데 시각을 그곳으로부터 떼어내니, 그쪽에 감각이 밀집돼 기분 좋은 자극이 더욱 민감하게 전달되는 터라, 결국 앉아 있던 그녀의 등이 침대에 내려앉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녀는 기분 좋게, 침대 가장자리에 엉덩이를 걸친 채, 그곳에 반쯤 무릎 꿇고 앉아 그녀의 양 허벅지를 손으로 애무하며, 또한 격렬하게 자신의 가랑이에 얼굴을 파묻고 일대를 탐하기 시작한 에드릭의 능숙한 혀 놀림에 놀아나며 기분 좋은 음색을 흘려대며 느껴지는 감각에 더욱 몰입하기 시작했다.
밤은 길고, 아직은 초입 단계.
이후에 있을 일을 상상하며 에드릭은 속으로 환호했고, 멜레니아는 기대감인지 묘한 불안인지 모를 애매한 감정을 품은 채, 이윽고 다음 단계로 접어들기 시작했다.
에드릭의 혀가 그녀의 클리를 직접적으로 자극하기 시작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