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취직하니 떡을 침. 이세계에서 (163)화 (163/454)



〈 163화 〉40. 이것은 치트인가, 개꿀인가.

“저딴 난쟁이족 나부랭이한테 이래라저래라 휘둘리는 꼴이 가당키나 한가?!”



아니, 난쟁이족은 따로 있는뎁쇼?
노움이나 드워프가 있는데 굳이 이쪽에 난쟁이를 대입하는지 원….


고양이를 연상하게 하는 날렵한 외양을 지닌 수인 중 하나가 몹시 사나운 태도로 에드릭을 향해 적의를 표출해대고 있었다.


“난쟁이족이라니.”


늑대 수인인 그라엘이 너털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내젓는다.


“아님 무언가?!”

적색에 가까운, 진홍색 털이 인상적인 저 고양잇과를 연상하게 하는 수인들은, 가벼운 가죽을 걸쳤다 뿐, 어차피 털이 수북하다 보니 맨몸이라 해도 큰 지장은 없어 보였다.

그라엘도 사실상 하의 정도를 걸친 게 고작인 걸 보면, 별 차이 없다 봐도 무방한 상황.


그리고 둘의 체구는 평균이 180센티, 거진 2미터에 육박하며 허리를 피면 2미터는 훌쩍 넘어간다.

의외로 어깨를 움츠리고 허리를 수그리면 그냥 우리 세계, 우리나라의 평균적 사내들과 큰 차이가 없는 체구였지만, 각 잡고 높이를 키우면 머리 한  개가 아니라  다섯은 거뜬히 불어나는 크기였던 셈.


애초에 켄타우로스 족인 무리엘만 해도 멀쩡히 서 있으면, 상반신을 살피려면 고개를 올려다봐야  정도의 높이다.


그나마 하피인 부에루는 체구가 작은 편이었지만, 아직 한참 어린 소녀였기에 그런 거지, 저것도 다 크면 대형 독수리 못지않은 체구로 불어나게 된다.

실제로 그곳 어르신, 장로급 존재를 목격했을 땐 과장  보태서 하늘에 경비행기가 뜬 줄 알았었다.


“카무엘 족은 예절에 대해 알지 못하나?”




이때, 무리엘이 불만을 표현하듯 몇 차례 발굽으로 땅을 후려치며 말하자.

“뭐시라?!”

하고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는 수인이 고양이가 하악질 하듯 하아아악! 거리며 위협을 표출했다.

…이족 보행만 했다 뿐 완전히 고양이의 그것과 일치하는 게, 경계심도  빼닮은 듯 느껴졌다.


“진정들 하세요. 그럴 수도 있는 거죠.”



예고도 없이 무작정 찾아오면 경계하는 게 당연한  아닌가.

어차피 거절당하고 경계 당하는 거야 이곳 대륙에 온 이래 늘 겪어왔던 관례 같은 거라, 에드릭은 그런 것엔 달관하고 초탈한 듯 여유로운 모습을 내비치고 있었다.

‘초창기에 비하면 양반이지.’



그때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죽이겠답시고 투척물이 날아와 대고, 거구의 전사들이 죽자 살자 달려드는 걸 진정 시켜야 했으니 말이다.

‘말이나 통하면.’


심지어 언어도 안 통했으니 오죽하겠나.
그런 면에서 지금은 너무나도 수월한 상황.
당연 여유가 철철 흘러 넘칠 수밖에.

그 뒤로 그들 부족에 안내돼 상황을 설명하고, 대화하며 적당히 의견을 교류한 다음.


“푸엘. 네가 그들의 유랑길에 동참하도록 하라.”
“제가 왜요?!”



처음 마주한 인연으로 결국 동행하게 된 고양이 수인은 화가 잔뜩 났는지 한동안 영 반응이 까칠했다.
뭐 고양잇과 특성상 까칠하고 변덕스러운 거야 그럴  있다 치고 그러려니 했는데….



“크흠! 알헤디나 님의 가호를….”



…리자드맨에 가깝다고 할까, 도마뱀보단 악어에 가까운 인간형 종족과 조우한 뒤, 다시금 그들 중 하나를 동료로 맞이하고.



“끼에에엑!”

…이젠 인간이며 아인, 유사 인종은커녕 아예 비룡을 동료고 맞이하기까지 했다.




‘갈수록 어메이징한데?’

그런 식으로 일주일이 지나니 동행하는 이들만 해도 열댓은 족히 넘어 섰다.
그러다 보니 본래는 식사 때나 불을 피웠는데, 이젠 해만 지면 불을 피워놓고 둘러앉으면 캠프파이어를 하는 듯한 분위기가 조성됐는데….



‘복귀한 뒤로는 이번 관계를 잘 활용해서 영역을 넓히면  것도 같고.’

문명 단계를 빠르게 끌어당겨야, 혹여라도 알그리타 대륙에 의한 참견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 테니.

수틀리면 침공 계획이나 침탈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이들이 자체적인 주권을 확고하게 굳히려면, 국가는 아니어도 연맹 정도는 이뤄 언제든 손잡고 외적을 격퇴할 수 있다는 분위기 만큼은 확고하게 조성 시켜야 될 거란 전망이 섰다.



‘안 그러겠다면, 그럴 수밖에 없게 만들어주면 되는 거고.’

애초에 망하겠다는 이들을, 섶을 지고 불 속으로 뛰어들겠다는 이를 만류할 정도로 참견쟁이는 아니기에.

알려줘도 못 알아먹으면, 당해야 정신을 차리겠지.
이미 많은 이들을 알고 있다 자부했는데 오지며 험지로 나갈수록 인간과는 거리가  듯한 종족들이 줄줄이 튀어나왔다.


나중엔 공룡이라 봐도 별 차이가 없는 이들까지 튀어나와 내심 기겁했는데, 의외로 말이 통한다는 게 참 신기했다.


아무튼 그런 식으로 이곳저곳 돌며 각 종족의 안식처, 본거지, 주거지에 들러 다시금 그곳의 대표 겸 대변자들을 추려 동행하는 유랑길도, 한 주 두 주가 지나니 어느덧 끝머리에 달해 있었다.


“허허! 벌써 고지가 눈앞이로군.”

아닌 게 아니라 알헤디나가 머무는 바르마흐 산이  끄트머리에서 확고하게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할 때쯤, 마차 뒤편에 앉아 있던 그라엘이 아쉬움을 달래듯 탄성을 흘렸다.



“그러게나 말입니다.”




에드릭도 호응하듯 고개를 주억거려줄 따름이었다.
얼마  되는 시간들이긴 했어도 사실 분주하거나 바쁘고, 아무튼 복잡다난했지만….




‘뭐 딱 관광 다니느 느낌이라 치면, 나쁘진 않았지.’



사진기라도 있었다면 아주 줄창 찍어댔겠지만… 이곳 세계에서 쓰는 전용 스마트폰이 있더라도 노출을 삼가하는 편이었기에, 순수하게 즐기는 차원에서 사진을 막 찍어댈  없었다.


‘아쉽다면 아쉽지만.’

절경들이 워낙 많았어야지.


그럼에도 역시 최고의 절경은… 알헤디나가 몸 담고 있을 바르마흐 산꼭대기 부근에 자리한 분지를 뻥 뚫어 형성된 못 자리, 뭔가 몽환적이면서도 신비스러운 색감을 지닌 호수가 가장… 절경이긴 하지.


 거기서 내려다보는 세상의 넓디넓은 모습들, 그런 광경들도….




“좋은 게 좋은  아니겠나. 이건 그대도 그렇지만 우리에게도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경험이 될 터이니.”
“그런가요?”
“잘 모르고 따라붙은 젊은이들도 있겠지만, 보통 이런 경험은 100년에   있을까 말까 한 일일세. 수백 년이 지나도 찾아온다고 장담할 수 없는, 그런 기회이지.”
“흐음….”




에드릭 입장에서야, 제대로  사정은 알지 못하기에 잘 실감은 안 됐지만….

“별문제 없이 무난하게 풀린다면야….”
“자신감을 가지게. 우리야 무엇이 어찌 돌아가는지 알 도리가 없지만, 알헤디나 님께선 다른 신수 분들과 감히 비교하더라도, 자비로우신 분이시니.”
“그렇군요.”

의외로 알헤디나의 영역으로 규정된 구역은 다른 곳보다 분쟁이 비교적 덜한 편이었다.

오아시스를 포함해 물,  자원에 대한 암투며 혈투가 비교적 덜한   이유 중 하나겠지.

황무지인 만큼 물에 대한 중요성은 말할 여지가 없겠지만, 그러기에 물을 필요로 하는 종족이며 생명체들은 본의 아니게 알헤디나 영역으로 자연스레 모여 들거나 기어 오게 되어 있다.


반면 물이 없어도 지내는데 지장없는 이들이라거나, 그런 거에 곤란함을 겪지 않은  자체적으로 수급 가능한, 아무튼 생존에 지장 없는 이들은 점차 안쪽으로 혹은 다른 영역에 정착하곤 하는데, 어느 쪽이 좋고 나쁘고, 강하고 약하고의 개념 없이 각기 장단점은 분명하게 나누어져 있다시피 했다.



‘화산 지대에서 여유롭다고 바다며 해변, 해안선 인근에서도 강세를 보일  없는 거니.’

오히려 그들 기준에선 자신들의 앞마당에서 벗어나면 장점이 대폭 줄어드는 게 태반.


예컨대 이러한 밸런스가 영역과 그 일대에 살아가는 이들의 구성원을 결정짓다시피 했다.


그리고 그런 영역을 주관하고 결정 짓는 게 신수의 역량.

한때 이곳 대륙의 태반이 용암과 불기둥이 치솟던 시절이 있었으며, 홍수가 범람하며 육지 전체를 물바다로 만들던 시대도, 눈보라가 빗발친다거나 모래 먼지가 삭막하게 전체를 뒤덮는 등… 말만 들어보면 생명이 어찌 사나 싶을 재난이 끊이지 않던 시절들이 있었단다.

그게 모두가 신수들이 치고 박고 싸워댄 덕이라는데, 이곳 세계의 몇몇 영웅들이 그런 신수들과 협약  협정을 맺어, 그들의 후예이자 열렬한 신도가 됨으로써 그들을 진정시켰다나 어쨌다나.


‘그 전통이 지금까지 전래되어 내려오고 있는 거고.’



그걸 외지인인 자신이 한 축을 맡게  것도 의외지만, 무려 본사  인원들 모두가 그런 중요 축을 맡게 된 건 어쩐지 우연이 아닌 듯도 한데….

‘그건 나중에 생각한다 치고.’

역으로 말하면, 그런 걸 쥐고 있기에 충분히 분쟁이며 전쟁 같은 재난 상황으로 연계될 필요 없을 거란 사실.


즉, 최대한 평화롭게 상황을 이끌어 나갈 수 있을 거란 사실에 주목하면 되니 그렇다 치고.

‘여타 소설이나 만화라면 악의 세력 같은 게 등장해줘서 깽판 치고 난리법석을 떨어대야 하는데….’


그런 게 없는 게 참 묘하다면 묘하다고 할까. 아님 있는데 우리하고 접촉을 안 하는 건지, 아님 오히려 악의 세력조차 찍어 누르는 본사의 위대한 가호가 뒤따르고 있다거나….

“흐음.”
“왜 그러나?”
“아뇨, 잠깐 딴 생각을 했는지라.”


어쩌면 정말로 본사가 악의 세력이니 뭐니를 쥐락펴락해서 자기들 멋대로 다루는 건 아닐까?
그런 게 정말로 존재한다 치면.

살짝 궁금해진 에드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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