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취직하니 떡을 침. 이세계에서 (174)화 (174/454)



〈 174화 〉43. 내가 왜 이런 것들까지 생각해야 한담.

“적자생존, 약육강식. 앞선 이가 재앙처럼 그들을 몰아붙이는 건 예정된 일일 테지요. 균형을 파괴하고, 조화를 무너뜨린들, 그조차도 과정. 폭발하는 화산으로 주변이 초토화된다 한들, 그조차도 자연의 일부. 자연스러운 과정에 불과하답니다.”
“…그 말은, 그들 스스로가 버티거나 살아남아야 한다 이건가요?”
“반대로 재앙을 잠식 시킬 만한 능력, 힘이 있다면 모르겠지만요. 혹은 그러한 일이 벌어져도 대처를 잘 취할 수 있다면, 그 또한 좋을 거고요.”
“즉, 따로 돕거나 영향을 주기는 어려우시다, 이거지요?”
“알헤디나 님이며, 제가 개입한다는 건, 저들 또한 개입한 명분을 준다는 걸 테니까요. 아이들 싸움에 부모들이 개입하면, 사태는 더욱 심각해지지 않겠습니까?”



음, 확실히.
지금에야 모습을 다시금 감췄지만, 올려다보면 마치 세상천지를 모조리 뒤덮을 것만 같은 거대한 뱀이, 변덕이라도 부려 살짝 몸이라도 떨었다간, 주변이 초토화되는 건 일도 아닐 테니.

아마 재채기만 주변이 쑥대밭이 될 거다.
알헤디나 님도 그러할진데, 다른 신수들이라고 다르겠나.

“그러나 가르침, 지혜를 건네는  충분히 가능할 테지요.”
“지혜라….”



그건 그것대로 너무 막연한데.

“해가 차면 기울어지기 마련. 외부의 유입, 이로 인한 균형의 파괴는, 그들이 지닌 힘에 기인할 테지요. 군사력, 행정력, 기술력 등. 반면 이곳 파라메라 대륙의 무수한 종족들이 지닌 특성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문제지만, 그러기에 저들은 최초에 이곳에 입성해 차근차근 적이자 아군이 될 자들을 철저하게 파악하고 분석해 나갔지요.
에드릭, 당신이 근심 걱정하는 것대로, 저들이 만약 적으로 돌변한다면, 이에 대한 대책이 안 선 이들은 필시 크나큰 환란을 겪게 될 겁니다.”
“흐음!”


그러면 방법은 과연?


“여러 방안이 있지요, 에드릭.”




헤일린이 가벼이 경우의 수들을 일러줬다.

“첫째로 당신의 추종자들을 모아, 제 가호 아래 모인 이들을 불러 다시금 새로운 터전을 마련해 그곳에 왕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입니다.”
“왕요?”
“예, 그리고 알헤디나 님을 받들며 그분의 후예이자 종임을 자처하신다면, 우리 또한 타지인이며 현지의 개입에도 일정 부분 관여할 수 있게  테지요.”
“으음.”



거의 신정일치, 즉 제정일치(祭政一致) 왕국의 제사장 겸 대표, 그런 부류의 왕이 되라는 건가?
알헤디나의 사도 취급을 받는 나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거 같긴 했지만….



“그쪽은 내키지가 않네요.  왕이 되고 싶지도 않고, 누군가를 이끌고 따르게 하고자 하는 게 아닌지라.”
“누구나 원한다 하여 앞선 이가 될  없습니다. 선도하는 이들도 그러하고. 운명이 그렇게 그들을 인도하며, 의무와 책임을 할당할 따름이지요.”
“음, 그래도 그건 최악의 수라 생각해두고… 더 나은 방도는 없는지요?”
“그들 스스로가 하나하나 깨달아 위기에 대처하는 것, 그러나 이는 실질적으로 불가능할 테지요. 그러니 각 부족, 종족의 대표들을 깨우쳐 그들로 하여금 자체적인 대비를 하게 이끄는 겁니다.”
“으음.”



종횡가의 합종연횡도 아니고….
최소 그 정도 급에 이르려면 부족 단위가 국가 단위로 상승해야 하는데, 그러한 국가가  인근엔 없다지?


내륙으로 향하면 그런 이들이 생겨날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되면 이곳 일대에 살아가는 이들조차 사실 그들과 척을 지며 영토 분쟁에 휩싸일지도.
애초에 신수들이 관장하는 이곳 일대를 벗어나 더욱 내륙으로 뻗어가면, 거긴 거기대로 미지의 세상.

이곳 판타지 세상은 아직, 지구는 둥그니까, 라는 상식이 상식으로 자리매김하지 못한 세상이다.


그 위대한 지성인들이며 고위 마법사들조차 일부는 진지하게 평면설을 믿을 정도니 오죽하겠나.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기도 하겠네요.”
“물론 여기서도, 그들의 의견 및 뜻을 중재하고 모아줄 이가 필요할 테지요.”


여기서의 내 포지션은, 일종에… 현자나 선지자 같은 케이스인가?



“그 다음은요?”
“외지인과 적극 엮이는 식으로 하여 그들이 타인이 아닌 우리로 여기게끔 섞여드는 방식이지요. 에드릭 당신이 맡았던 광산 쪽 마을이 그런 식으로 진행되고 있지 않았던가요?”
“음, 아주 의도했던 건 아니었습니다만….”




의외로 기술과 온갖 지식을 갖춘 알그리타 대륙인들은 이곳에선 난쟁이, 소인 취급을 받지만 또 거기에 취향이 꽂힌 몇몇들, 그리고 종족 특성상 단순 교류가 아니라 적극 화합을 이뤄도 전혀 위화감이 없는 이들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물론 선민의식이 틀어박힌 알그리타 대륙민, 이곳 기준으로 외지인 및 이주민들의 경우는 입장이 다들 천차만별이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이를 꺼림칙하게 여기는 입장이었다.

그나마 이주민의 경우 큰 문제가 없는 한 이곳에 뿌리 박으러 온 이들이기에 그나마 나았지만, 여기서 한몫 챙겨 돌아가고자 하는 이들은 조금 문제가 없지 아니 존재했다.



“쉽지 않은데요.”

알그리타 대륙 내에서조차 인간과 유사 인종 간의 불화가 끊이지 않는데, 그보다 훨씬 위화감이 막강한 여타 종족과 화합한다? 그래, 화합까진 그렇다 쳐도 아예 혈연을 이루고 가정을 꾸리는  어떠려나. 다들 에드릭처럼 편견 없이 부대낄 수 있다면 다행일 테지만, 그 부대낀다는 개념도 친구 및 동료, 지인 개념이지 배우자 및 사랑의 대상이란 의미는 결단코 아니었다.

“이 세상에 쉬운 일은 무엇 하나 존재한 적이 없지요.”
“흐음….”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런 의도를 가진 이들로 하여금, 그 의도를 내려놓게 하는 방법입니다.”
“그건 더더욱 힘들 거 같습니다만.”

그게 안 되니까 혹여나 다른 방안이 있어 찾아온  아닌가.




“아님 공동의 적이 있다면 어떨까요?”
“공동의 적?”
“적의 적은 아군. 그러기에 서로 동일한 적을 두자면, 힘을 합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걸 찾는 거 자체도 골치 아플뿐더러… 그건 다른 의미로 전쟁을 야기하는 거 아닙니까?”
“전사들이 대다수인 이곳에서 전쟁을 멀리하라는 말이 더욱, 반발을 불러올 테지요.”
“…그건 그렇습니다만.”
“알아두시길. 이들은 전쟁을 피하기보단 오히려 즐기려 들 겁니다. 그것이  삶의 방식이고, 그렇게 배워왔고, 보아왔고, 자라왔기에. 평화와 안정을 추구한다면, 앞서 전쟁을 경험해 그것의 끔찍함, 처참함을 맛보아 이를 교훈으로 삼지 않는 한, 그들이 이를 깨닫는 일은 없을 겁니다.”
“…….”
“가족을 잃고, 친구를 잃고, 거처를 잃고, 전우마저 잃고, 부족 자체가 뿔뿔이 흩어지거나 찢기고 망가져서… 처참하게 부서진다면, 그들은 비로소 자신들이 추구하는 전사란 존재가 얼마나 부질없는 몸부림이었는지를 깨닫게 될 테지요. 사냥하며 생존에 입각하여 싸우고 투쟁하는 건 필수적이나, 문명이 형성돼 욕망이 구체화돼어, 그것이 정복욕으로, 거센 야욕으로 발휘될 때… 전투며 싸움은 필수적 생존, 단순 욕구의 문제를 떠나 처참함을 불러올 테지요. 그럼에도 이를 추구하며 숭배하고, 숭상하며 또한 그리고, 바라는 이들이 또한 그들의 삶이 아니겠는지요?”
“…결론은 어차피 뭐가 됐든 전쟁이며 분쟁은 일어난다, 그 말이죠?”

최초 조언에 따라 신 왕국을 형성한다는 건, 당연하지만 막대한 분쟁과 갈등을 야기 시킬 거다.
내외 모두.
그걸 해결하는 방법은 결국 무력뿐일 거고.

외교 또한 무력이 동반돼야 효력을 발휘하는 거지, 일방적으로 협상력을 발휘하는 걸론 한계가 있다.


어불성설이지만 이쪽의 자원을 지불해서 평화적으로 해결한다?


자원이 턱없이 모자라니까 외교력을 발휘해 상대로 하여금 협조를 구하거나 혹은 협박까지 감행해가며 자원을 지원 혹은 갈취하려 드는 건데, 잘도 그러겠다. 차라리 군대 이끌고 몰아쳐서 노예를 부리는 게 훨씬 설득력 있는 제안일 거다.

고대 국가에서 가장 중요한 자원은 의외로 식량이나 철기 같은 게 아니라, 바로 노동력이다.

예컨대 인적 자원.


단순 마을을 수 개 혹은 수십여 개를 붙여 놓은 듯한 규모로 건물을 올리고, 기반 시설을 올리고 이래야 하는데, 백성들을 당연히 동원하겠지만, 식량은 뭐 땅에서 솟나? 결국 이것도 잘 분배를 해야하는데, 수가 많을수록 주변 식량 자원은 씨가 마를 거다.


그나마 외부적 지원으로 식량을 끌어온다?  그게  풀리면 다행인데 안 풀리면?  식량을 쌓아뒀더니 불이 난다거나 강도며 도적, 아무튼 적대적 세력에 의한 약탈이 자행된다면?


별거 아닌 거 같지만 규모가 작다면 그냥 주먹구구식으로 해도 되지만, 규모가 불어나면 그렇게 했다간 순식간에 기반이며 행정이 무너지고야 만다.


그 정도로 끝나면 그나마 다행인데, 그게 어그러진다는  왕이며 왕을 따르는 지도부, 각 종족의 대표며 부족장들의 위엄에도 큰 문제가 생겨날 거고… 아무튼 이조차도 극히 일부에 불과한데, 구체적으로 사고하면 정말 한도 끝도 없어진다.

그나마 현실적인 건 두 번째, 각 부족들의 장을 토대로 연합을 구축하는 건데… 이건 고대나 현대나  차이가 없이 가장 유용한 방식인 동시에… 늘 문제를 일으키는 방식이기도 하고.


그리고 세 번째 조언도… 흐음.
당연 첫 번째를 제외한 두 번째, 세 번째는 이곳에 오기  이미 생각하고 고려해봤던 방식들이다.


“그런데 듣고 보니 결국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맡긴다는 이야기로군요?”
“그들의 삶을 온전하게 이끌어주는 것조차, 알헤디나 님도 그러하지만,  또한 그렇게 생각합니다. 저희로 인해 그들이 자유를 얻고 권리를 쟁취한다면, 그것은 진정으로 그들이 얻어낸 자유며 권리겠습니까? 이러한 것이 학습되어 이어지면, 결국 우리가 사라지는 날, 그들은 의지할 길을 잃게 되겠지요.”
“그래도 당장 먹고 살고, 어쨌든 생존이 걸린 문제라면, 도움을 베풀어도 좋잖습니까?”
“이미 도움은 충분히 주었지요. 그걸 살리지 못하고, 기회를 기회로써 받아들이지 못하고, 물을 엎지르듯 전부 대지 위로 은혜를 쏟아냈다면, 그건 과연 누구의 잘못이겠습니까? 또 다시 같은 은혜를 베풀어 그들로 하여금 기회를 주는 것이? 그로 인해 그들의 정신과 혼이 망가지고 퇴락한다 할지라도요?”
“…….”

이건 조금… 아니, 많이 어려운 문제였다.


예컨대 초월적인 도움? 아무튼 그러한 수로 어떠한 문제를 해결해줬으나, 이에 대한 교훈을 얻지 못해 같은 실수를 저지르고,  다시 그러한 이적을 바라고야 마는 그런 행태가 그릇됐음을, 종국엔 그것이 그들을 몰락시킬 것임을 그녀는 거듭 역설하고 있던 거였다.




“따스한 날이 오면, 결국 차가운 날이 오는 법이지요. 잔혹한 세월을 지나, 다시금 영광이, 불운을 극복하면 더한 복이 찾아오듯. 모든 것은 전부, 균형과 조화의 일부입니다.”
“…그렇군요.”



아무튼 결론은 얻었다.
알헤디나를 포함해 헤일린이 직접적인 도움을 주진 않을 거다.
그게 순리며 균형에 맞다는 것.

또한 함부로 개입했다간 다른 신수들의 개입을 야기하는데, 이게 사실 더 큰 문제라는 것.

그러나 그녀들이 버티고 있는 것만으로, 저들을 붙들어 놓는 방파제가 된다는 점인데….


“아, 그런데 저쪽은 앞서 저와 같은  신수의 대변인들이 손을 잡았는데,  경우 만약 나머지 한 대변자, 가호를 받은 이가 저쪽에 붙는다면, 이 경우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아마도 예상한 형태로 흘러가게 될 테지요?”“흐음….”
“에드릭 당신이 분발하여  나은 결말로 인도하는 것도, 혹은 우리 아이들이 분발해 노력해 더 나은 결말로 인도할 수도 있을 테고, 저쪽에서 그러한 평화적인 제안을 권해 올 수도 있을 테니, 너무 혼자서 골머리를 앓는 일은 없도록 하시기를. 세상을 홀로 살아가는  아니랍니다.”
“…….”



뭔가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편으론 그것도 맞는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이건 그러니까….’



거기다가 이쪽의 신변은 어쨌든 이쪽이 원한다고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  아니니.

일단은….

어차피 슬슬 휴가 때도 오겠다, 현실로  김에 팀장님한테도 의견을 물어봐야겠구먼.

생각해보니, 본사 일인데 본사 쪽 정치질…이랄까. 이쪽으로 수를 쓰는 것도, 딱히 문제될 건 없을 것도 같고.


아니, 딱히 수를 쓸 건 아니고, 조언을 구해  나은 결말, 최대한의 이득을 보면서도 모두가 큰 문제로 골머리를 앓지 않게 하는 게 관건일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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