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취직하니 떡을 침. 이세계에서 (176)화 (176/454)



〈 176화 〉44. 방법은 제각각.

회사라는 건 어쨌든 그가 평균적 인재라 쳤을 때, 뭐가 됐든 오래 회사에 기여하며 몸담기를 원한다.

그러기에 회사에선 장기 대출을 짊어진 이를 적극 선호한다.

…웃기는 이야기지만, 은행조차 회사에 발목 잡힌 이를 최우선적으로 선호한다.
예컨대 이건 신뢰적 문제다.

과거적엔 신용카드를 젊은 층에게 마구 남발해 대거 신용불량자들을 양산 시킨 예도 그렇지만, 대책 없이 돈 빌려줬다가 빚은 안 갚고  째라, 변제  능력이 없어요! 하는 경우도 막 늘다 보니, 일정한 금액이 통장에 꽂혀 자동적으로 빼갈  있는 훌륭한 인재들을 자연적으로 선호하게  셈일 거다.

그리고 태민도, 결과적으로 그 굴레에 자신을 밀어 넣고야 말았다.




“…그나마 싸게 구하긴 했다만.”

요즘은 부동산이 땅값이라면 건물은 덤이다 어쨌다 하는데, 아예 땅 자체를 사선 거기다 집을 지었다.

물론 미리 구매한 다음 짓는 거까지 의뢰를 맡긴 거였는데,  또한 팀장님 주선 하에 본사의 지원을 받아 진행한 거라, 비교적 저렴하게 관련 서비스를 제공 받을 수 있었지만,  때문에라도 본사에 더욱 충성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 됐다.

무려 50개월 할부로 다달이 월급에서 60만원이 까인다.


본래는 아무리 50개월이라도 60으로 그게 가능하냐? 그러겠지만… 애초에 그 정도 버티면  이상 뽑아 먹을 거란… 일종에 그런 거겠지?


땅 사고 건물까지 짓고 이러면, 대강 형식만 갖추는  아닌 한 억 단위는 가뿐하게 뛰는데, 실제로 전봇대까지 박고 통신 설비에 태양광 시설까지!

덕분에 거의 귀산 느낌이 돼버렸는데, 밭까지 갈고 있으니 귀농이라 해도 이상할 건 없었다.


산 아래에 작은 규모지만 밭에다 비닐하우스까지 있다 보니, 이쯤 되면 본격적인 게 아닐까 싶었다.

나이를 먹다 보니 내려가고는 싶다는데, 도시가 워낙 편하고… 무엇보다 내려갈 돈도 없다며 그러려니 하셨는데, 어느 정도 비전이 생기니, 그래도 괜찮겠거니 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사실 이조차도 3개월이 채 안  상황.

덕분에 일은 아직 밭일이며 비닐하우스를 관리하는 일은 여러모로 부족했지만, 관련 전문가가 주 단위로 방문해서 케어를 해주고 있기에,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
…사실 여기까지 해주는 예가 없긴 하지.


국가에서 각 잡고 귀산이며 귀농을 추구하는 도시 청년들, 농부 희망자들에게 억 단위 융자를 지원해준다는 정책에 대해선 들어보긴 했지만, 태민 본인이 이곳을 사업적으로 굴리려는 목적으로 내려와 농업에 종사하려는 게 아니다 보니, 그쪽엔 해당되지 않는다는 거까지 알게 됐다.

의외로 모르는 방면으로 참 지원은 많이 해준단 말이지.


그래도 산이라고는 해도 트럭 타고 조금만 내려가면 바로 마을 나오니 사람 냄새가 또 안 나는  아니다.


그리고 시골이 시골이다 보니, 여긴 사람과 사람 관계가 무척 중요해서, 태민도 사전에 인사며 방문을 통해 친분을 다져두기도 했다.

흔히 외부인이 시골 와서 배척당하고 어쩌고 해서 후회한다 뭐다 했다는 이야기를 어느 정도 접한 터라, 내심은  아니었지만… 관련 내용을  듣고, 지역을  잡아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해서 내려간 터라,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거기다 위치도 위치라 막 옆집 오듯,  넘듯 쉬엄쉬엄 찾아오는 일도 없었고.
애초에 넓게 밭을 꾸릴 필요도 없었기에 더더욱 그랬다.

애초에 그것도 어지간한 노동이어야지… 기계를 쓸 거 아니면 밭이 조금만 넓어도 요령 없으면 하루 종일 일해야 한다는데… 다행인 건 아버지께서 이쪽 경험이 있으셨다는 거다.




“자기 배 불릴 정도만 하면 되지. 무슨 호사를 누리겠다고 사서 고생을 할까?”


그러니 사실상 메인은 비닐 하우스 쪽이었고, 이조차도 자동적으로 일조량, 온도 관리며 물을 주는 것도 전부 자동화 시스템이다 보니… 솔직히 이런 식으로 설치한다는 걸 알았을  돈이 대체 얼마나 많이 들까 내심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의외로… 적게 들어서 조금 놀랐지만.
예컨대 이건 본사 측에서 주는 보상 겸 뇌물 겸… 아무튼 발목 잡아 두기 위한 확고한… 그런 것들이라 보면 됐다.


실제로 잘리더라도 이에 대한 상환은  해줘도 된다는 이야기를 해버리니…… 미친 게 아니고서야 거절할 수가 있어야지.


거기다 어머니께서 TV 보며 그런 소리를 입에 담은 지 두 달도  안 돼서 그런 제안을 건넨 것도… 조금 걸렸지만.


본사 정도면 몰래 감시하는 거 정도야 어려울 일이 없겠지만, 그걸 굳이 티 나도록 드러낸  무슨 의미인지. 알아서  처신해라? 경고다? 그건 아니겠지만… 감추거나 불안한 게 없다면 사실 이 정도로 디테일하게 복지며 케어를  해준다면, 사람인 이상 그저 은혜로움에 절로 고개며 허리가 수그러들 수밖에.


아무튼 위치가 옮겨지다 보니 예전처럼 집을 나서서 전철 타고 한참 이동 끝에 오고 가는 일은 사라졌지만, 문제는 이제부터는 이쪽이 직접 운전을 하게 됐단 점이었다.


트럭 하나와 승용차 한 대를 뽑았는데, AS에 적합하게 외제 차가 아닌, 국내산 승용차로 대충 뽑았다. 그것도 중고로.


어차피 자주 끌고 다닐 것도 아닌데, 새삼스러울게  차가 필요할까 싶기도 하고.
그나마 서울, 도심 쪽이 아니다 보니 운전 연습 겸  끌고 다니기는 나쁘지 않았다.

시작부터 서울 시내에서 운전하라 했으면 불안해서 연수라도 다시 며칠 받지 않은 한, 제대로 몰지 못했을 거다.


나름 서울 내에서의 운전은,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난이도를 지닌 곳으로도 유명했다.

좁디좁은데 차들은 또 오죽 많아야지. 주차는 말할 것도 없고.

“아이고.”


쉬려고 왔는데 정작 생각만 깊어지네.

닭을 어느 정도 키우다 보니 확실히 벌레는 좀 적었다.
정확하게는  때문에 아버지께서 친히 건강한 닭들을 집 주위에 풀었다고 하신다.

울타리가 쳐져 있으니 어차피 닭이 훌쩍 사라질 일은 없지만, 울타리가 조금만 낮아도 닭들은 상상을 초월할 높이로 몸을 날려 그곳을 빠져나가곤 한단다.
…뭐 모든 닭들이 그렇진 않다고 하지만.


 쫓던 개가 지붕 쳐다본다는 소리가 괜히 나온 게 아니라는 점.
물론 개도 키우고 계신다.
아무래도 시골이다 보니 적적해서 똥강아지(?) 몇 마리를 업어온 모양이다.


아무튼 여러 용도로 닭을 키운다는데, 덕분에 자명종이며 시계 없어도 알아서 깬다고 좋다구나 하신다.

근데… 휴가 차원에서 밤낮 구별이 크게 없이 잠을 퍼 자려는  입장에선, 자다가 닭이 울어대면… 이게 오죽 시끄러워야지. 정말 장난 아니었다.


거기다가 닭장이 있으니 망정인데, 닭장이 없으면 요놈의 닭대가리들이 앞뒤 분간 없이 자꾸 땅을 파대고, 온갖 곳에 똥을 싸질러서 악취가 장난 아니란다.

…이걸 어찌 아느냐 하면, 이미  지경이 나서 닭을 닭장에다 몰아넣은 덕이란다.
물론 닭장이라고 해서 그게 엄청 좁다거나 하진 않고, 의외로 넓은 편이란다.


집하고는 위치가 조금 떨어져 있음에도 오죽 시끄러워야지.


토종닭도 키우고, 알 낳는 닭도 키우는데, 대체로 닭장에 몰아넣은 다수의 닭들이 알 낳는 닭들이고, 친구며 지인 올 때 모가지를 꺾어 대접하는 닭이 토종닭이라며, 시중에서 판매하는 닭들하곤 비교가 안 되는 맛과 신선도를 보였는데… 아버지께서 아무렇지 않게 닭 모가지를 꺾는 걸 보곤 어머니도 놀라셨다.




“평생 도시 사람인  알았는데. 배신감  느끼고 그랬지 뭐니.”
“…그랬으면 부모님  분 산소가 요 인근에 있지도 않았겠지.”




심지어 이쪽이  고향 인근이시란다.

물론 거기까지 가려면 차 타고 30분은 족히 가야한다지만, 서울에 있을 때에 비하면 완전 가깝다고 하셨던가?


아무튼 휴가라 해도 이틀 정도  잡고 쉬다 보면 몸이 늘어져 버린다.

덕분에 텃밭도 어찌 손보는지 조금 배우고, 비닐 하우스 내에서 잡일도 도맡곤 하는데….



“아들? 밭 잘 가네?”
“…그러게요?”
“흥. 누구 자식인데.”


에드릭으로서 밭일을  때는 그냥 정령의 힘을 활용해 손만 놀리면 그만인데, 여긴 그딴  없으니  그대로 육체적 노동인데도 불과하고, 이상하게 요령이 붙었다.

생각해보니 저쪽 세계 땅은 상태가 메롱인 반면, 여긴 아무리 개판이어도 그쪽 땅에 비하면 물 좋은 땅인 셈이니….

1000평이 조금 넘지만 이것도 하자면 정말 한도 끝도 없단다.

그래서 부지런히 손을 쓰는데, 다음 해엔 이조차도 조금 규모를 줄이려 하신단다.



“안 익숙하면 1000평만 해도 종일 달라붙어야지. 거 뭐냐,  어머니는 100평만 줘도 아마 감당 못 해서 금방 드러누울 걸?”
“뭐가 어쩌고 어째요?!”




참 매번 느끼는 거지만, 재미나게 사신다.
나도 말년은, 저렇게 보내면 어떨까 하는, 그런 생각을 무심코 해본다.


아, 그런데 아내가 여럿이면 일하는데는 크게 지장 없을지도?
…라는 엉뚱한 상상을 덤으로 해보면서 말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