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4화 〉46. 신수하고 썸 타본 적 있나?(3)
“사내가 배포가 그렇게 작아서야 쓰겠냐?”
“배포가 큰 게 돈 된답니까?”
실리적으로 그런 욕망에 휘둘려봤자 남는 거라곤 처참함 뿐이다.
티어며 랭킹 올리겠답시고 게임을 막 파고들었던 시점에도, 정작 그걸 접고 나니 아무렇지도 않더라.
물론 그딴 거하고 진정한 의미로 권력, 부와 명예가 그것과 비교가 되겠냐 싶겠지만….
‘그만큼 책임져야 할 게 느는 건 좀….’
마음 편히, 적당히 농땡이 피우며 잘 살면 되는 거지, 죽자 살자 몰입하고 심취하는 건… 아무리 봐도 손해란 말이지.
‘그렇다고 부족한 것도 아니고.’
오히려 너무 일을 많이 시켜서 문제지.
그렇다고 무작정 메리트만 있는 것도 아니고.
사실 에드릭 자신이 편하게 가자고 한다 뿐, 그가 하는 업무량은 일반적인 이들보다는 압도적인 편에 속했다.
요령이 없는 것도 이유 중 하나며, 정도를 지키려다 보니 그런 건데 뭔가 일을 진행할 때 막연히 이게 필요하다, 저게 좋겠다가 아니라 확실하게 주변의 의견을 수렴해서 이를 검토, 적용하는 과정이 진행되다 보니 진척도가 더뎌지는 거지만, 그만큼 일을 벌인 뒤에 수습이라던가, 문제가 생기는 일은 적으니, 실질적으로 이게 맞는 일인 건 확실했다.
당장 눈앞에 일을 처리했다 치자. 그런데 나중에 그 문제로 뭔가가 터지면? 그러면 일을 배로 해야 한다. 거기다 그때는 되돌릴 수도 없으니 총체적 난국인 건 말할 필요도 없고.
전문가는 욕심을 자제하며 자기 일에 충실하며, 정치인을 비롯한 관료는 그런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을 토대로 자기 사욕이며 삿됨을 포함 않고, 가장 합리적이고 능률적인 방책 및 대안책을 마련하는 것.
이게 곧 운영 및 제도를 제대로 정비하는 가장 올바른 자세가 아니겠는가.
에드릭은 딱 그걸 준수했다.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고 딱 그 정도. 기본 아니겠나?
그런데 그 기본을, 좀처럼 실행하지 않는 이들이 태반이란 게 문제라면 문제.
에드릭이 애초에 파라메라 대륙의 여타 종족들과 친화적인 컨셉이라 친해진 게 아니라, 의견을 수렴하고 자주 묻고 또한 자기 의견을 주장해가며 의견을 조율 하다 보니, 자연스레 그들과 터놓는 관계가 된 정도에 불과했다.
물론 알헤디나의 가호를 받은 게 물꼬를 터줬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지만.
그 때문에 광산 마을도 그렇고, 댐 건설이며 도시 건설 쪽에서도 다른 임원들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습득할 수 있었던 거고.
물론 그들 내에서도 에드릭은 상상조차 못 한 방식으로 저변을 넓혀간 이가 없는 건 아니었지만….
“그럼 저걸 데리고 가서 뭐하게?”
“…제가 데리고 가자고 했어요? 님이 끌고 가려던 거잖아요?”
“그랬던가?”
…치매가 드셨나. 자기가 한 일을 잊으면 어쩌자는 거지?
“알헤디나 라는 것한테 여전히 개기고 있는 걸 봐라. 저건 위험이 눈앞에서 사라지면 언제 그랬냐는 양 이를 박박 갈아댄 족속들이거든? 처리해주는 김에 확실하게 해주려는 건데, 그 세심한 뜻을 몰라주다니….”
엄살떨며 울상을 짓는 코넬.
“그래서,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데리고 가기로 했으니, 그냥 저분이 말하는 미물의 삶이란 걸, 체험시켜드리면 되겠죠.”
“이유는?”
“근본이 그런 건지, 세상 물정이 어두워 그런 건지는 봐야죠.”
근본이 사악한 부류라면, 어떻게든 손을 쓸 테지만 그게 아니라면…?
“더 나은 결과로 이루어질 수도 있을 테고요.”
“너무 큰 기대를 하는데. 세상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걸 모르진 않을 텐데….”
“코넬 님도 이러고 사시잖아요? 남이라고 안 될 게 뭐가 있겠어요?”
“음…….”
할 말이 살짝 궁해졌는지, 뜸 들이다 콧방귀를 끼는 그녀였다.
“그렇다고 치지 뭐.”
어차피 크게 곤란한 것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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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신수 바헬루스가 이런 식으로 에드릭 쪽으로 본의 아니게 합류한 흐름이 되니, 척화파의 위세가 한층 위태로워질 수밖에.
거기서 한술 더 떠서, 에드릭은 임원 회의에서 폭탄 선언을 하기에 이른다.
“신수의 가호를 받은 4인의 임원은 아시다시피 이곳 파라메라 대륙 내에서 뻗칠 수 있는 영향력이 상상을 초월하는 바. 이는 공평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저를 포함한 넷은, 이번 서국 회사의 일에 당분간 손을 떼고, 알그리타 대륙으로 귀환하는 안건을 제출하고자 합니다.”
당연 기존에 신수의 가호를 못 받은 12인은 이 말이 놀랍기만 할 따름이었지만, 그들로서도 4명을 중심으로 서국 회사 임원이 휘둘려지고 돌아가는 꼴이 썩 좋진 못했기에, 에드릭이 자체적으로 자신들의 권리를 내려놓겠다는 내용을 이야기하자, 적극 호응해대기 시작했다.
물론 조건은 꽤 빡빡하게 걸어놨다.
그래야 기존의 토착 종족, 원주민들이 외부 문물을 받아들임과 동시에 자신들의 권리를 지켜나갈 수 있을 테니까.
그리고 그렇게 됐을 때 사실 가장 혜택을 보는 건 에드릭 쪽이었다.
무엇보다 막대한 무역로를 형성하는 건 무척 중요했고, 이곳에서 생산되는 자원이며 희귀한 상품 등은 알그리타 대륙에서도 없어서 못 파는 가치를 발하고 있기에 이런 점을 잘 살리고 이용하면 서로가 윈윈할 수 있을 거라 봤다.
장기적으로도 이게 훨씬 낫다.
물론 인간을 포함한, 욕망이 꿈틀대는 이들이 권력의 고삐를 쥔 시점에 언젠간 전쟁은 일어날 테지만, 그게 지금일 필요는 없고, 그게 곧 알그리타와 파라메라일 필요는 또 없으니 말이다.
거기다 아직 미개척지도 있고, 세계는 워낙 넓으며 알그리타 대륙 내에서도 복잡한 판에 굳이 파라메라 쪽에까지 적대감을 불태울 필요는 또 없을 건 자명했다.
그리고 그걸 위해서라도 파라메라의 무수한 종족들이 힘을 모아 세력을 구축해야만 이루어질 수 있는 요소고, 그런 면만 보면 에드릭은 알그리타로 돌아가기 전, 그 점을 충분히 구축해놓을 작정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걸 주도한 본인은 당연, 자리를 뜨더라도 상당한 영향력을 확보하게 될 건 자명했고, 혹여 다시 돌아오더라도 어쨌든 그는 이곳에서 이뤄낸 것들과, 알헤디나의 사실상 사도라 취급되는, 신수의 가호를 받은 이들 가운데서도 단연 압도적인 입지를 구축한 시점에서, 이건 어찌 됐든 에드릭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도기도 했다.
그러기에 나머지 셋은 이에 대해 반발해오는 건 당연했지만, 그 셋을 제외한 나머지 12임원이 에드릭과 어깨를 나란히 하니, 그들로서도 손쓸 틈이 없어진 건 어쩔 도리가 없었을 거다.
심지어 이조차도 이미 임원 회의 이전에 미리 손을 써두기까지 했으니, 완벽까진 아니더라도 확실한 결과로 이어지는 것만큼은 어쩔 도리가 없을 터.
무엇보다….
“흠!”
대략 1개월.
고작 한달 가량이지만 신수 바헬루스는 에드릭 인근에 기웃거리며 어쨌든 주변에 적응해가기 시작했다.
코넬이 철저하게 힘쓰지 말고, 엄한 짓 말며, 정체 들키면 죽여버리겠다고 협박을 강도 높게 해둔 터라 그녀는 신수가 아닌, 그녀가 자기 입으로 환멸해왔던 미물로서의 삶을 살아가야 했고, 당연 그러다 보니 에드릭에게 많이 의지하게 됐는데, 그도 그럴게 나름 똑똑하다 자부해왔던 바헬루스였지만, 그건 정말이지 우물 안 개구리의 그것으로, 그녀는 불을 피우기 위해 도구를 써야하는 것서부터, 먹을 걸 먹을 때도 왜 도구를 쓰며, 요리라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며 생고기를 씹어대는 등, 미물들 기준에서도 아주 야만적인 것들을 골라서 해댔기에 주변 시선이 말이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불가항력인지 의도된 상황인지 에드릭이 옆에 끼고 다니다시피 해야했고, 심지어 가르치기까지 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저건 뭔가?”
“이건 뭐에 쓰는 물건이지?”
“저것들은 왜 껴안고 입을 맞춰대지?”
“왜 저 꼬맹이는 저 모래 덩어리를 받고 저리 좋아하나?”
“아주 예전부터 그랬지만… 수컷과 암컷이 맺어지는 게 뭐 대수라고 저리들 난리를 치는 거지? 그걸 왜 남들한테… 아, 내 암컷 건드리지 말라 선포하는 건가? 건드리면 죽여버리겠다고 뭐 그런 건가? 하긴 많이들 알려야 넘보지 않을 테니 이건 타당하군. 그러면 저걸 축하하는 건, 그거냐? 아부 떠는 거고? 나는 네 아내를 건드리지 않겠다! 그래, 이런 게 사회 계약으로서 공고해져서 저것들은 가정을 자연계보다 훨씬 온전하게 지키고….”
나중엔 이런 식으로… 막상 들어보면 꽤 그럴 싸한 내용으로까지 발전해서 자체적 해석을 하는 지경까지 갔는데.
“근데 넌 왜 다른 암컷들하고 그리 바쁘게 매번 교미를 해대는 거냐? 아이를 그리도 얻고 싶더냐?”
하고 물어댔을 때, 에드릭은 평범하게 이렇게 대답했다.
“즐기는 것도 그렇고, 그걸 원하시는 분한테는 마찬가지로….”
“아, 그래. 이해는 가는군. 일전에 그…… 괴물이 나한테 수컷으로 싸돌아다니지 말라는 것도 그 맥락인가? 알헤디나의 냄새를 풍겨대니 거기에 매력을 느낀 암컷들이 너한테 씨를 달라며 엉덩이를 흔들어대는 거였더나? 그런데… 그런 거치고는 제법 즐거워하는 거 같은데. 단순히 웃고 떠드는 정도가 아니라, 뭔가 훨씬 노골적인 즐거움? 유쾌함? 설명하기 복잡하군. 나로선 이런 게 처음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