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6화 〉47. 니들, 신수(神獸)하고 해본 적 있니?!
신화적으로 초월적인 존재와 인간이 떡을 쳐 결실을 맺는 경우는 흔한 흐름이긴 했다.
제정일치(祭政一致) 국가의 왕은 제사장도 겸하기에 특히 그러하고, 일반적인 왕이어도 이 흐름은 예외가 없다.
우리나라만 해도 단군 할아버지가 그러하며 각 왕조들을 보면 어떤 식으로든 그렇게 이어가려 자신들의 조상을 그렇게 표현하는 예가 적지 않다.
그 일본조차도 어느 대에 이르러 일왕, 그들의 표현으로 어느 시점에 이르러 천황의 핏줄이 신의 핏줄이란 식으로 묘사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중국은 어떠한가? 대놓고 천자(天子), 천제(天帝)의 후예, 아들이라 표현하지 않는가.
이를 증명하듯 그들은 예로부터 하늘에 제사를 올리는 식으로 자신들의 존재 의의를 피력했다.
시대적으로 고대엔 초월적인 존재, 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뒤따랐기에 더더욱 그랬는지도.
이는 동서양 모두 매한가지로, 대표적으로 그리스 로마 신화로 넘어가면 이젠 대놓고 그런 예가 비일비재하단 식으로 묘사되곤 한다.
어쨌든.
평소에도 바헬루스는 가벼운 천으로 은밀한 부위를 감추는 정도였는데, 그조차도 몹시 불편해하는 편이었다.
“왜 부끄러워하는가?”
“그러게요.”
에드릭의 본래 세계에서도 원시 부족들은 대놓고 하부를 제외하곤 상의를 까놓고 다니는 부족들이 적은 편은 아니었다. 아득한 과거엔 그보다 더했을 테고.
카톨릭에 나온 내용으로 선악과를 먹고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으로 순수를 잃고, 이로 인해… 라는 식으로 대강 언급된 내용을 진지하게 믿기엔, 아무래도 조금 미묘하단 말이지.
고대적에 악수를 하게 된 유래 중 하나는 생식기를 가리는 손을 거두어 서로 적의가 없을 내비친다는 명목? 맞나 모르겠는데 그런 것에서 유래됐다는 썰도 있고, 어쨌든 생식기가 약점이라 가리게 됐다는 식의 진화론적 접근도 아예 없다 볼 순 없을 터.
무엇보다 남녀의 알몸은 서로에게 유혹의 대상으로 작용 됐을 거고, 이런 생리적, 본능적 문제로 인해 규율 겸 억제를 목적으로 특정 부위를 가리게 됐다는 내용도 어디서 본 기억이 났다.
사실 이곳 파라메라 대륙에서도 옷을 걸치는 이들보다 드러낸 쪽이 압도적으로 많은 편이었다. 기후 문제도 있고 그들의 체질도 분명 문제가 있겠지만, 근본적 이유는 이들에게 그것은 부끄러움의 대상이 아니라는 거다.
애초에 말이 발가벗고 있다고 이를 지적하는 이상한 놈이 있는가? 사자가 옷을 걸치지 않았다며 지탄하는 이는 없지 않나?
특히 짐승과 유사한 종족들은 그런 기질이 다분했기에 더더욱 노출을 꺼려 하지 않는 편들이었다.
그러나 복장이 두텁고 고풍스러울수록 이들 내에서도 신분적 우위에 놓인 입장이다 보니, 그런 명목으로 복장이 고위층, 권력자들의 고유한 영역이라 여기는 부분도 없지는 않을 거다.
그러기에 이들은 무수한 장식품들을 걸치고 있고, 일부는 귀며 코, 심지어 혀까지 꿰뚫어 매달기까지 하는데, 이건 전형적으로 에드릭의 세계의 여타 원주민들의 그것과 유사한 부분들이었지만, 의외로 차이가 있다면 주술적인 면보단 과시의 명목이 훨씬 강했다는 점.
물론 일부는 전통과 특정 계승 목적에 의거한 경우도 적지 않았지만….
“뭘 그렇게 생각하느냐?”
“크흠!”
뭔가 무드가 잡혀야 그렇고 그렇게… 하는데 너무 순수하게 고개를 갸웃거리니, 괜한 사람 속이는 듯 느껴져 괜스레 복잡한 심경이 샘솟았다.
‘이게 아닌데….’
평소였다면 행위로 인해 소리가 새어 나가는 걸 크게 개의치 않았겠지만, 이상하게 지금은 그게 엄청 거슬렸고, 불편하게 느껴졌다.
아직 도시는 지속적으로 완공되어가는 와중이고, 모든 건 임시 거처인 점도 있지만, 에드릭의 미묘한 신분 덕에 남들보다 거처가 넓고 크긴 했어도 그게 방음 설비가 이루어졌냐 묻는다면, N~O!
…물론 이곳 세게에서 방음 설비라 해봤자 소재며 공학적 설계에 따른… 그런 게 아니라 다분 마법에 의한….
“무슨 생각을 그리하냐 물었지 않냐?”
“아, 별 건 아니고….”
예컨대 에드릭은 부끄러워하고 있었다.
아니 왜? 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겠지만… 이상하게 좀 그랬다.
‘그래서 더 흥분되긴 한데….’
뭔가 범하면 안 될 걸 범하는 그 스릴감? 고조감?
눈앞의 그녀를 보자.
체구만 2미터 가량은 되도 발그리드 인종과 죽자 살자 떡을 쳐온 에드릭 입장에선 그보다 체구가 적은 그녀는 오히려 딱 보기 좋은… 그런 느낌?
물론 많은 이주민들이며 노동자들이 이주함으로써 파라메라 대륙에도 알그리타 대륙의 무수한 인종들이 유입되긴 했고, 그들 가운데서도 여러 차례 즐길 걸 즐긴 터였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에드릭은 인외 종족들과 훨씬 더 여러 차례 떡을 쳐댄 입장이었다.
순수 즐기는 명목, 씨를 뿌려주는 명목, 화해와 친분을 다지는 명목, 아부 겸… 속된 말로 상대의 기꺼움, 즐거움을 위해 봉사하듯 그쪽을 빨아주는 명목으로도 말이다.
물론 그 가운데 억지로, 강제로 한 경우는 거의 없다 해도 과언은 아닐 거다.
그래, 그렇게 따지면 사실 아무렇지 않아야 하는 게 정상이긴 한데….
“넌 왜 옷을 안 벗느냐?”
“아, 예. 벗어야죠.”
바보냐?
평소 에드릭의 문란함을 잘 아는 이들이 보았다면, 다른 영혼이 빙의했거나 귀신이 들려 전혀 딴 사람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품었으리라. 아, 어쩌면 제2의 인격이라던가?
“질질 끌지 말고 빠르게 할 일을 해라. 무얼 뜸을 들이고 있는 거지?”
“그러게요.”
굉장히 멋쩍었다.
근데 이런 기분을 어디서 느껴보긴 했는데….
거진 G컵에 가까운 가슴과 날씬하게 뻗었음에도 체형 때문에 한편으론 굵직하게 느껴지는 체구.
문제는 이게 묘하게 취향 저격이란 말이지.
‘내가 이런 취향이었나?’
대강 이해했다.
지금 솔직히 외양 자체는 다른 의미로 완벽한 취저였다.
물론 세상에 취향이란 게 딱 하나 정해진 건 아니겠지만, 건강미가 과도하다는 전제를 두자면 바헬루스의 현 체형은 당장 에드릭의 미적 기준으론 완벽 그 자체.
물론 누가 보면 아마조네스냐 싶겠지만, 그래도 이게 또 발그리드 인종의 체형에 비하면 아담한 편이건 사실이기도 하니. 실제로 그들 가운데 저런 체구가 있으면 못 먹고 자란 취급을 받기 딱 좋기도 했고, 키가 작아도 근육이며 굵기가 훨씬 더….
“그래서 시작은 어떻게 하는 거냐? 올라타서 생식기를 집어 넣고 싸고… 그건 알겠는데 뭔가 차이가 있나?”
“…….”
음, 생기려는 무드조차 와장창 깨어지는 언변이 아닐 수 없지만, 다르게 보면 이게 또 순수한 일면이 아니겠는가.
원래 사람이란 게 좋게 보기 시작하면 뭐든 좋게 보는 법.
아니, 다른 의미로 종족 번식의 탁월한 입지적 요건을 발견한 덕에, 거기에 박아 씨를 뿌리고자 하는 절정의 본능이 작동했다 봐도 무방하려나? 어떠려나?
단순히 즐기고자 하는 명목을 벗어나, 다른 의미로 신수의 뱃속에 자신의 씨를….
“크흠!”
그래, 이런 기대감도 어느 정도 포함돼 있음을 인정토록 하자.
…전혀 그런 거 의식 안 할 줄 알았는데.
생각해보니 알헤디나의 대사제인 헤일린과의 관계도… 어쩌면 조금 비슷했을지도?
그쪽은 대놓고 내 씨를 품어 후예를 만들겠다 말하지 않았던가? 이게 별거 아닌 표현인데 묘하게 심장을 푸욱 찌르는 듯한, 그런 엄청난 마력이 있단 말이지.
가슴에서 내려와 복부, 그 아래… 여성의 가장 은밀한 전략적 요충지(?)인 그곳도 매력적이긴 매한가지.
음모가 적당히 자라있는 덕에 크게 거북하다거나 노골적으로 눈살을 찌푸릴 여지도 없을뿐더러, 핥기 좋게(?) 치골 위쪽에만 자리 잡고있는 형태라 이건 이것대로 좋았다.
보통은 안 그렇지만, 털이 너무 많아 가끔 입으로 애무하다 털이 혀 안으로 빨려들면 이건 좀 뭐랄까? 어지간히 흥분감에 취해 있지 않은 한 살짝 깨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곤 했는데… 확실한 건 그럴 일은 없을 거란 사실.
그 외에도 에드릭은 마음만 먹으면 전신에 페티쉬를 느끼고도 남을 정도로, 어쨌든 흥분했을 당시에 이러한 감정 조절을 과거완 달리 썩 잘하는 형편이었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그녀는 발끝서부터 머리끝까지, 매력적이지 않을 구석이 단 하나가 없었다. 사람인 이상 뭔가 못마땅한 구석이 있어야 하는데, 발 모양이 조금 안쓰럽다거나, 다리 일부가 취향에 조금 벗어난다거나, 뱃살 쪽이 묘하게 걸린다거나, 가슴… 유방의 형태가 약간 아쉽다거나….
특히 얼굴 쪽은 뭐가 됐든 호불호가 확 갈릴 수밖에 없었지만… 확실한 건 저 다부진 체형에서도 굳건함 가운데 애달픈 면이, 표정이 살짝, 눈빛이 슬쩍 달라지는 것만으로 섹시함, 야시시하면서도 어딘가 보는 것만으로 그런 쪽(?)을 연상하고야 마는… 묘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는 통에, 사실 의식을 안 하려 노력했다 뿐, 볼 때마다 조금 아랫도리가 걱정인 형편이기도 했다.
음, 걸어 다니는 발정 유발 머신(?)도 아니고….
실제로 그녀를 접한 무수한 종족들, 남녀 구별 없이 묘하게 끌렸는데, 이게 신수여서 그런 건지, 의도적으로 그런 걸 발산해대서 그런 건지, 아니면 뭣 모르더라도 그냥 태생이 그런 건지는….
“꿀꺽!”
생각해보니 미적 감각이 탁월한 코넬 님께옵서 첫 대면에 입맛을 다셨다는 것만 봐도 이건 상당히….
“왜 자꾸 넋을 놓는 거냐?”
“아, 죄송합니다. 다시 봐도 원체 아름답고, 그냥 모든 면이 완벽하게 느껴져서요.”
“??”
보통 이런 칭찬을 들으면 콧대 높은 이들일수록 표정이 발칙하게 변하는 게 일반적인데, 콧대는 높으면서도 묘하게 이런 면에선 순수하단 말이지.
그 갭이… 사람을 제법 미치게 만드는 면이 있었다.
“우선은 애무라 해서 간단하게….”
에드릭은 전신 마사지와는 조금 다른 개념으로 이런저런 설명을 이어갔다.
“그냥 하면 되지 왜 그런 것을…?”
“짐승과 달리 인간들은 끓는 점이 조금….”
그런 거까지 구태여 설명하는 게 웃겼지만, 에드릭은 차분한 마음으로 설명을 이어갔다.
초조할수록, 다급할수록 참고 참으면 했을 때의 보람은 그 이상으로 돌아오리라.
단순히 육체적 교류가 아니라 마음과 육신의 동시 교류, 그로 인한 황홀경을 꿈꾸는 게 에드릭의 로망이자 모토였기에 그는 더더욱 이에 전념했다.
물론 일부는 강하게, 학대하듯 몰아쳐 주는 걸 좋아하는 이들도 있는데… 초면에 그걸 파악해서 그렇게 하는 것도 물론 좋지만, 그게 아니라면?
‘아니, 그래도 상관없긴 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