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1화 〉48. 떡을 잘 쳐서 존경받는다는 건… 어떠려나.(3)+(4)
산 채로 기도의 대상이 될 거라곤 차마 생각지도 못했다.
뭐 신앙이라기보다는 일종에 기복 신앙에 근거한 기원 같은 거겠지만.
만져주면 아이가 생긴다거나, 어깨를 두들겨 주면 그날 밤 사내가 됐든 남편이 됐든 밤일에 힘 좀 쓰게 된다는, 전혀 비과학적이고 비논리적인 상황이 전개됐는데, 솔직히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인수인계가 대충 끝나니 이후로는 얼굴 도장 찍고, 후인 및 후견인 공증을 위해 동반 동행을 통해 유력 계층에게 소개하는 식이었는데, 당연 소개하는 이들 가운데는 서국 회사 임원도 포함돼 있었으며, 각 종족의 유력 후계자들도 대다수 포함돼 있었다.
사실상 에드릭 자신이 자리를 뜨면 그럭저럭 연대해서 잘 굴러가게 하기 위해 벌써부터 기름칠 좀 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
에드릭은 굳이 이들이 민주적으로 무언가를 풀어나가길 딱히 바란다거나 하진 않았다.
민주주의라는 건 의외로 고대적엔 과장된 케이스가 지배적이었고, 민주주의의 시초라며 자부심으로 자화자찬해대는 그리스조차도, 그 빌어먹을 민주주의 덕에 개판 난 상황이 어디 한 둘이었는지.
그리고 그 당시 고대엔 노블리스 오블리주야말로 가장 이상적인 통치 및 운영 이념이라 여겼기에, 실제로 그리스 내에서도 많은 이들은 부패한 시민 사회를 경멸하며 전제군주의 뛰어남을 설파해대는 예가 결코 적지 않았었다.
유명한 예로 소크라테스의 제자인 크세노폰은 무려 페르시아 황제, 키루스를 가장 이상적인 지도자라며 찬양까지 했는데, 지성인들이 한결같이 걱정하며 문제 시 여겨온 중우 정치, 시민 하나하나가 성숙 되지 않고 무지하며 감정적이고, 미개할 경우 민주주의의 시민 정신은 기회주의적이며, 부패해 제대로 된 통치적 역할을 수행하기 어려워 부패의 온상이 될 수 있다고 한 게 괜한 소리는 아닐 거다.
다리우스 1세의 예를 들어보면, 원정군을 출발하려 할 당시, 오이오바조스 란 귀족이 다급히 다리우스 1세를 배알해 아들 셋이 전부 원정에 종군했기에 한 사람이라도 남겨달라 거듭 간청한다.
이때 다리우스 1세는 한 사람이 아닌, 셋 모두를 남겨주겠다며 통 크게 요청을 들어준다 말하곤, 다음 날 세 아들을 돌려주었다 한다.
셋 모두 목을 벤 상태로.
다리우스 1세 아들도 비슷한 일화가 있는데, 크세르크세스는 리디아 국왕 퓌티오스가 자진해서 기부금으로 금을 27.5톤을 내놓자, 이에 크게 감동해 오히려 0.5톤의 금을 추가하여 되돌려주곤 그를 절친으로 삼앗다고 한다.
그런 그조차 퓌티오스가 찾아와 종군하는 아들 다섯 중 장남만 남겨달라 부탁하자, 크세르크세스는 이렇게 말해주었다 전해진다.
“황제인 본인은 물론 내 모든 자식들과 그 사위며 친척까지. 그들 모두가 참전하고 있도다.”
그리 답하곤 부친의 전례에 따라 본래는 아들 전부를 처형해야 했지만, 이전의 공을 감안해 오히려 장남만을 처형하겠다고 선포하곤 장남을 반으로 토막 내버려선 그 시체를 양쪽에 놓아두고 보란 듯이 군을 진격시켰다고 전해진다.
오로지 전제군주만이 할 수 있는 본보기이자 모범이 아니겠나 하며 그리스의 지성인들은 이런 예를 무수히 칭찬하곤 했다.
괜히 플라톤이 철인을 왕으로 두어 통치해야 한다며 목이 터져라 역설한 게 아니다.
그러나 그리스는 자유엔 권리가 따른다는 걸 겉으로 표방하나 권력자며 부호들은 전혀 다른 행보를 감행한다.
거의 정 반대에 가까울 정도로.
일례로 페르시아 황제에게 그리스 침공을 속삭이며 부추긴 이는 무려 그리스 아테네의 참주, 페이시스트라토스의 아들인 히피아스였다 한다.
그는 아테네 시민 봉기로 참주 직으로부터 쫓겨난 덕에 복수심에 불타올랐으며, 보란 듯이 적국에 망명하더니 아예 대놓고 페르시아 군의 행군로를 포함한 길 안내 역을 맡아 고국 침공에 보란 듯이 한자리를 차지한다.
한데 어디 귀족만 문제겠나.
마라톤 전투를 승리로 이끈 명장 밀티아데스는 전투 승리 후 대중들의 인기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는데, 이를 아니꼽게 본 이들의 모함을 받아 전 재산을 몰수당하며 굴욕적이고 비참한 대우 끝에 쫓겨나 결국 자살로서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다.
아테네를 구한 영웅이었음에도, 위기가 끝나기 무섭게 시기와 질투에 휩쌓인 아테네 시민들과 이에 선동돼 모함을 진실로 받아 들여 보란 듯이 그를 외면하고, 오히려 이를 부추기기까지 했단다.
진짜라면 완전… 어휴.
근데 이게 끝이 아니다.
2차 페르시아 전쟁에서 적들을 살라미스로 끌어내서 전멸시킨 공으로 유명해진 테미스토클레스조차 전쟁이 끝나기 무섭게 곧장 시민들에게 배신당해 페르시아로 망명하는 지경에 이른다.
망명 당시 그는 그리스의 뱀이라 부르며 현상금까지 내걸며 어떻게든 죽이기 위해 안달이 났다고 했었는데, 이를 받아준 건 오히려 적대국의 황제였던 크세르크세스.
이후로도 테미스토클레스는 그리스로의 귀환을 갈구했지만 아테네 시민들이 대놓고 결사반대, 분탕을 쳐댄 덕에 귀환은 끝내 희망 사항으로 끝났으며, 그 역시 비참한 인생을 곱씹다 감당 못해 자살로서 삶을 마감했다고 한다.
음, 이런 걸 보면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나?
그리스를 막연히 민주주의의 시초며 상징이니 뭐니 하며 찬미하곤 하는데, 막상 알고 보면 이보다 추악한 곳이 따로 없다.
물론 그건 그거고 참고하며 본받을 요소가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이조차도 따지고 보면 서양의 철학, 문화, 사상관을 찬미하고 우월하게 띄우려는 그들의 프로파간다 라는 의견이 아주 틀린 이야기는 아닐 거다.
차라리 중국 송나라 쪽이 그런 면에선 훨씬 낫다고 했던가?
거기다 우리나라로 치면 고조선의 화백회의는 귀족 회의지만 만장일치제였으며, 한 사람이라도 거절하면 그를 설득하거나 이해시켜 충분한 상호 이해를 동반해 확실하게 만장일치가 아닌 한은 어떠한 정책이며 결정들을 쉽사리 확정 짓지 않았다는 점을 보면, 이쪽이 오히려 현명한 민주주의적 발로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
물론 이건 에드릭 본인의 생각이 아니라 책을 보다 얻게 된 내용들이었다.
아무래도 윗줄에 있다 보니, 이런 지식들을 본의 아니게 공부하지 않을 수가 없었는데, 황당한 건 이런 걸 적극 강의, 교육해준 게 릴리아나였단 거다.
“현대 사회며 역사 쪽을 알면, 우리가 어떤 행보를 걸어야 할지 짐작이 되니까요.”
역시나 권력의 화신 받게, 자기 성찰이며 확신을 확고하게 다지기 위한 노력이 상당한 그녀였다.
그녀의 기질이며 행보를 보면 수양대군, 세조를 보는 거 같달까.
뭐 기질이 그렇다는 거지, 비교하긴 좀 그랬지만… 의외로 본인 스스로가 대강 인정하는 듯 보였다.
“선배는 유비가 무섭다 어쨌다 그랬는데 전 조조 쪽이 적성에 맞죠. 삼국지 쪽이면.”
“왜?”
“그쪽이 가장 이겨 먹기 좋은 케이스니까요. 무엇보다 자기 멋대로 살기 좋은 입장이고.”
“…조조가 사람 부려 먹는 꼴 보면 전혀 안 그럴 텐데.”
“부려 먹혀지는 입장이니 그런 거죠. 부리는 입장으로선 그보다 재미날 수 없을걸요?”
아, 네. 그러시군요.
“애초에 지도자는 휘두르는 자, 선포하는 자, 이끄는 자예요. 내 의지며 비전을 남들에게 덧씌워 그걸 실행하게 만드는 존재란 거죠. 욕망의 대행자, 대변자, 정복자 같은 겁니다.”
“그래서 싫다니까.”
남에게 내 의지, 생각, 사상을 강요하는 게 얼마나 피곤한 건데.
“그 망할 신념이니 사상이니 뭔가를 위해 남들 갈아 넣는 게 뭐가 좋다고.”
“혼자선 못 하니까요. 타인을 끌고 들어가야죠.”
아주 태연하게 터무니없는 소리를 해대지만, 저게 팩트란 점엔 반론의 여지가 없었기에 일단 입은 다물었다.
“왜놈들이 정한론이랍시고 하는 이야기가 어디서 비롯된 줄은 아세요?”
“음… 글쎄.”
생각해보니 별로 관심이 없었던 것도 같고.
“설명하면 끝도 없으니 요약 설명하면, 어차피 서양 세력을 이기는 건 불가능하니, 우리도 서양 세력에 따가리가 되더라도 그들 문물 받아들여서, 동아시아의 패권을 쥐어 서양 세력에 뜯길 자원과 문물, 근본을 식민지를 통해 대체하고, 동시에 자신들도 제국주의 열강으로서 널리 세를 부풀리자, 뭐 그런 취지란 거죠.
그래서 일 순위가 조선, 이후 대만, 만주며 중국 일부, 오호츠크, 필리핀을 포함해 이런 곳을 저 해가 지지 않는 영국처럼 침탈해서 죄다 뜯어내고 착취해 대국을 이룩하자는, 뭐 갑자기 떠올라서 어렴풋하게 설명하는데, 이런 명목이에요.
그리고 그걸 위해선 반드시 조선과 만주 땅을 복속해야 한다 여겼고, 그래서 어느 나라보다 더 강력하게 당시 조선을 억압하려 했던 거죠. 사실상 민족말살정책이며 여타 것들을 밀어붙인 것도 그런 맥락에 일환이라 보면 돼요.
아주 쉬운 예 하나 알려드리면, 현재 조선족이 한국인이냐 중국인이냐 놓고 보면 열에 아홉은 중국인이라 말하잖아요. 이게 본래 왜놈들이 추구했던 방식이었고, 그래서 그들이 문자에 조선어를 배제해버리고, 각종 문화를 말살했으며 식민 사관을 때려 박고, 온갖 추악한 것들을 밀어붙여서 민족성을 망가뜨렸던 건데, 그걸 적극 주장한 게 요시다 쇼인이라는 죠슈번 사무라이 출신 사상가라고 하죠. 그 제자가 무려 이토 히로부미였고요.”
“오호….”
이건 이것대로 신선하네. 생각해보니 왜 이런 거에 관심을 안 가지고 있었을까 싶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 독립운동가며 많은 지성인들의 도움, 특히 훈민정음 자체는 사실 조선어라는 개념은 있어도 대세는 아니었거든요. 당시엔 한자 배우고, 그걸 다시 조선어로 해석하는 식인데, 이조차도 헷갈리는 식이어서 이걸 우리가 아는 한글로 접하게 하신 분이 한힌샘… 맞나? 주시경 선생님이시고 이분 덕에 사실상 맞춤법이란 개념이 성립됐다 보면 되요.
그러나 이 분이 젊을 때 요절하시는 바람에… 결국 후일 그분의 제자들이 조선어학회를 꾸려 이를 보완하게 됐다가 일제 탄압 절정기일 때 독립운동 세력으로 찍혀 붙잡혀 들어가 고문당하고 거기서 옥사하신 분들도 여럿이지만, 분명 학자인데도 변절하신 분이 한 분도 없다는 건 대단한 거라 봐요.
거기다 맞춤법과 지역 언어 통합 등을 포함한 모든 것들을 그들이 통합해서 우리가 쓰는 한글을 그들이 다졌는데, 하나가 빠졌죠.
한글엔 본래 띄어쓰기가 없었는데, 여기에 띄어쓰기를 추가한 건 의외로 영국 선교사 존 로스라 하더라고요.
아무튼 이러한 이들의 도움으로 우린 해방 직후 바로 한글로 된 교육 서책, 교과서 등을 꾸릴 수 있었고, 이게 흐트러진 민족성을 바로 잡는 아주 큰 역할을 했다고 하더군요. 동시에 빠르게 우리나라가 발전할 수 있던 계기도 이런 부분이 아주 크다고 하던데… 대강 이해하셨죠?”
에드릭은 살짝 질린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야기가 갑자기 산으로 가는 줄 알았는데, 막상 들어보니 그건 또 아니고… 전부 연관이 없다 할 순 없겠네.”
“전부 연관이 있으니까요. 과거가 곧 현재를 만들어낸 거니까요. 대강대강 살다 보면 대강대강 이루어진다? 그럴 리가요. 세상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건 선배도 잘 아시잖아요?”
“그건 그렇지.”
“어쨌든 선배가 추구하는 방향성과 제가 추구하는 방향성이 다르니, 이런 교류가 따지고 보면 서로 시너지가 생겨나는 거죠. 애초에 제가 한 분야에 전문가일 순 있으나 다른 분야조차 그 정도 시간을 들여 전문가가 되긴 어렵죠. 배우고 익힌 거 써먹기도 바쁜데… 그러니 사람은 여럿이서 함께해야 하는 거고요. 혼자 나 잘났다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으니까요.”
에드릭이 고개를 끄덕이다, 반문했다.
“예전엔 혼자서도 척척척 해야 한다며?”
“그것도 정도가 있죠. 원래 정치인이라는 게 가장 현명하고 판단력이 좋고, 사리 분별 잘해야 하는 입장이잖아요? 공산주의 국가가 왜 망했는데요? 전문가도 아닌 머저리를 권력자랍시고 윗줄에 올려둬서 사리 분별 제대로 안 하니까 개판 나고 그런 거잖아요?”
“본래 봉건주의 포함해서 전제주의 체제에선 교육 및 권력과 자본을 하나에다 올인해서 자기들 위주의 특정 인물 키워내는 게 대세 긴 했는데 말이지.”
“그게 그렇게 뛰어났다면 아직도 우리 세계는 전제주의나 봉건 사회로 굴러갔어야죠. 그러니 축소돼서 가문으로 유지되는 형편이긴 하지만, 독재자가 여전히 세계에 여럿 되는 거 보면, 그걸 아예 부정하기도 어렵지만, 그거야말로 제 알 바는 아니니 신경 쓸 일은 아니라고 봐요. 어차피 현실하고 이쪽은 또 다른 사정으로 굴러가고 있으니까 더욱 말이에요.”
“됐으니 그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자. 하다 보면 끝도 없겠다.”
에드릭은 숨을 훅 내뱉어 답답함을 토해냈다.
“후우! 머리 아프네.”
“머리는 원래 아프라고 존재하는 건데요?”
“…….”
“스트레스에 최대 내성을 지닌 게 인간인 이유가 그거인데요 뭐. 버티고 더 진화하라는 신의 계시 아니겠어요?”
“…스트레스가 뇌세포 손상하고 돌연변이 세포 발생시켜 기억 감퇴, 판단력 저하를 유발한다는 관련 논문을 본 적은 있고?”
“오히려 적당한 스트레스, 긴장감이 수명 연장에 기여한다는 과학 연구 결과는요?”
하여간 말이나 못하면.
진짜 듣다 보면 막 무섭다니까.
나도 나름 워커 홀릭인데, 저건 그보다 더하니….
근데도 누릴 건 다 누리려 들고, 아주 탐욕이 극에 이르렀단 말이지.
이해가 아예 안 가는 건 아니지만.
직장인이 뒤늦게 퇴근해도, 졸린 와중에 컴퓨터를 키거나 게임기를 키고, 영화며 드라마, 책을 보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겠지.
부패한 권력자도 무섭지만, 노력하는 권력자란 건 소름이 절로 돋을 수밖에 없는 존재가 아닐는지.
마치 욕망, 마의 화신처럼.
이런 식으로 의견을 교류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에드릭 님! 오늘 밤은 저하고 하시기로 하셨잖아요!”
“아니에요! 일주일 전에 분명 저하고 하기로….”
“그럼 같이 하죠 뭐.”
―?!?!
그 외에도 교류회는 줄곧 이어졌다.
아주 다양한 형태로.
덕분에 죽을 맛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엮이고 엮이다 보니….
다양한 이들과 떡을 쳤는데, 대부분 인상이 깊다고 밖에 할 수 없었다.
하피와 떡을 칠 때는 무려 날아다니는 와중에 쳤던 적도 있어서, 추락사할 뻔한 건 웃지 못할 사태.
아니, 진짜 아무리 생각해도 미친 거 같았는데, 이상하게… 막 파괴적 충동? 아무튼 좀 변태 같더라도 엄한 짓하고 싶을 때 있지 않나?
땅이 보일 듯 말 듯한 높이에서, 애타게 매달려 허리를 박아댄다니… 이건 이것대로 낭만 아닌가?
…너무 높은 곳에 있다 보니 머리가 한 차례 맛이 갔던 게 분명했다.
그 외에도 헤일린 덕에 물속에서 떡을 쳤던 경력이 생겼다보니, 물속에서 노니는 종족과 본의 아니게 떡을 치는 사태로까지 번졌다.
당연 내륙이다 보니 바닷가처럼 세이렌이며 인어가 사는 건 아니었기에 이건 이것대로 미묘했지만… 외형만 보면 아인족이라 봐도 무방해서 하는데는 전혀 지장이 없었다.
뱀족이나 여타 종족들도 말할 것도 없고, 켄타우로스 족도 당연….
그 외에도 인간과 유사한 인종들과도 주구장창 벌였고, 일일이 따지면 정말 셀 수 없이 경험을 했는데, 역시나 가장 인상이 깊은 건 아무래도 신수 바헬루스 쪽이랄까.
무엇보다 그녀는 뒤늦게였지만 성행위로 인한 쾌감에 눈을 뜬 만큼, 인간이며 바헬루스 식 표현으로 미물들과는 차원이 틀린 체력과 강욕을 선보여 한 차례 할 때마다 아주 에드릭의 진땀을 쏙 빼놓기 일쑤였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몸에서 피어나는 열기가 기존보다 나아졌음에도 여전히 그녀가 쾌락에 물들으면 체내 여러 기운이며 기질 등의 활성화가 극대화된 덕에, 인근이 불가마처럼 달아오르는 것만큼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리고 그걸 버텨낼 수 있는 이는 그리 많지 않을 테고, 그 와중에 가장 가까이서, 그나마 별 거부감없이 친근하게 살을 비비고 맞댈 수 있는 존재라고는 사실상 에드릭이 전부 다 보니….
코넬에게 이것저것 지도편달(?)을 받는 듯 보였지만, 자세한 거까진 알지 못했다.
문제는….
“나, 나도 박고 싶다!”
“그럼 여자한테 박으면 되지 왜 저한테 그러세요?!”
난데없이 저런 걸 강요해오기 시작했다는 점!
“너한테 박으면 애를 낳을 일은 없지 않느냐?!”
“아니, 그게 말이….”
말은 맞지.
근데… 뜬금없이 왜 남의 뒤를 노리시는지요?!
기겁할 노릇이었다.
“이러자! 나도 박고 너도 박고! 서로가 동일하게 행복해지는 것이다!”
“됐거든요?! 그런 소리 할 거면 다른 친구 찾아보시던가요!”
사고 방식이 너무 개방적이게 변한 게 아닌가 걱정이 될 정도였다.
그래서 아예 그런 소리 못 하게 작정하고 박아주며 완전히 가버리게 만들고자 엄청 고생해야만 했다.
덕분에 허벅지 터져 나갈 뻔했다.
‘쉴 틈을 못 찾겠네!’
몸을 제아무리 잘 관리하고 단련한다지만, 거의 쉬지 않고 만족시킨다는 명목으로 전력으로 허리며 허벅지를 마구 흔들어대야 했던 터라, 장난 아니었다.
보통은 완급 조절을 하면서 템포를 빠르게, 늦추는 식으로 관리에 들어가면 초장기간이어도 충분히 문제가 안 됐는데, 이건 완급 조절이 의미가 없이 무조건 빠르게, 격하게, 세게, 강하게 팍팍 박아대야 했던 터라, 아주 작정하고 진땀을 쫙쫙 빼야만 했다.
거기다 날이 적당히 무른 것도 아니고, 그녀와 관계를 맺을 때면 주변 대기 온도가 급상승하기에, 근육이며 호흡 또 덩달아 뜨거워져 훨씬 더 빠르게 지친다고 할까.
오죽하면 3연속, 거의 3시간 가까이 박아대며 싸댄 다음, 풀어주는 차원에서 허벅지 마사지를 받았을까.
에드릭 자신이 박아댄 게 3시간, 그녀가 올라타거나 역으로 그녀가 에드릭을 끌어안는 인형, 거기에 설치한 딜도 마냥 사용해서 박아대 자기 성 욕구를 만족시켜댄 것까지 합치면 8시간은 족히 넘어버렸다.
…에드릭 같은 어마어마한 정력과 체력, 그 외에 특수한 체질로 인한 과한 체력이 아니었다면 아마 그것만으로도 쪽쪽 빨려 금세 미라 꼴이 났을 거다.
애초에 8시간 가까이 불가마, 뜨거운 온도에 습도도 어마어마한 사우나에서 물 외엔 따로 보급하지도 못하고 체력 낭비를 해댔는데, 몸이 성한 게 오히려 비정상이지.
그러면서 체력이 조금 약해져 주춤할 때마다, 그럼 자신이 박으면 어떠냐는 식으로 자꾸 은근하게 그걸 진행하려 해댄 터라, 에드릭은 어쩔 수 없이 자신이 박아대는 포지션을 계속해서 고수할 수밖에 없었다.
…세상에 뒤쪽의 무사안전을 위해 박아대는 꼴이라니. 이런 어처구니없는….
아무튼 그런 식으로 막 박아대는 나날을 보내다 보니, 에드릭의 절륜함은 절로 만인의 부러움과 존경, 이윽고 경외감마저 사게 돼 오죽하면 일부는 그의 발기한 남근을 형태로 한 목각을 부적처럼 지니거나, 집안에 장식해 거기다 기도를 드리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물론 에드릭 본인이 파라메라 대륙을 떠난 뒤 일이기에 그가 그 사태를 파악한 건 그로부터 몇 개월이 족히 지난 뒤의 일이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