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2화 〉49. 나, 돌아왔~다! 온 김에…!
사실상 인수인계 끝났고, 그 외에 기반을 대충 다져놓는 것까지 끝마쳤다.
작별 준비야 꾸준히 해둔 덕에 떠나는 날엔 여럿에게 배웅을 받으며 떠나면 끝나면 그만.
일부러 떠나기 3일 전서부터 고별 축제까지 벌이며,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라 난교 파티까지 벌여버렸다.
아무래도 나만 하렘 차리고 이러는 건 너무 눈치 보이고, 이들에게 있어 축제는 인생의 낙 중 하나인 만큼, 적극적으로 밀어붙여 좋은 이미지를 남기고 떠나기도 썩 좋은 명목이기도 했고.
어차피 찾아온다 싶으면 며칠 휴가 내서 온다 쳐도 전혀 문제가 없었기에, 크게 아쉬울 게 없기도 했다.
물론 떠나보내는 이들 입장에선 다신 못 볼 것처럼 아득하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지만.
“오래도 있었네.”
“그러게요.”
릴리에나도 그렇지만, 나도 이렇게 오래 자리 잡고 있을 거라곤 전혀 예측조차 못 했다.
거기다가.
“시스터께서도 때마침 알그리타로 복귀하신다니, 뭔가 시기가 잘 맞아떨어지는 것도 같네요.”
“세상에 우연은 없는 법이죠. 저도 적당한 때에 순례 행을 마칠 작정이었으니까요. 그러다가… 본교에서 저한테 이곳에서 포교를 하라 전했고, 에드릭 님 복귀 소식을 전해 듣고는, 같은 시기에 오면 좋겠다 해서, 저도 수긍하고 따르는 참이랍니다.”
“…흐음.”
아무래도 그녀는 아직도 시스터 라 불릴 입장이다 보니, 이곳 대륙에서 꽤 오래 자리매김했더라도, 위치가 애매한 편이기도 했다.
어느 의미론 이용만 당한 게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원래 종교 계통은 그런 걸 시련이며 과정으로 넘어가는 게 부지기수다 보니….
권력을 탐하고 이러며 자기 권리를 주장하고 어쩌고저쩌고… 이러는 게 원래 맞다면 맞지만, 종교 쪽에선 대놓고 권력욕을 드러내는 걸 명백히 악덕이라 정의하지 않던가.
이 때문에 종교 권력이 더욱 더럽고 음흉한 쪽에 속한다만….
몇 년 사이 그녀, 시스터 카멜린의 외모는 더욱 숙성돼 아름다움이 이제는 신성함마저 띄게 된 것처럼 느껴졌다.
비록 머리카락이 하나도 안 비치게 두건으로 전체를 감싼 형태라 더욱 엄숙함이 느껴졌지만, 매번 그런 건 아니고… 지금은 막바지에 확실하게 자신을 정결하게 다독이고자 이런 모양이지만, 의외로 평소의 그녀는 교회 내에서 활동할 때를 제외하면 의외로 사복 차림이 보통이기도 했다.
태연하게 농사도 짓고, 요리도 하며, 온갖 노동을 행하고 그랬으니 말이다.
세월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녀의 존재가 더욱 고결해지는 것만 같아 내심 뿌듯하기도 하면서도, 한편으론 아쉽다고 할까.
‘에이, 그건 아니지.’
아무리 그래도 선을 넘어서야….
마음 같아선 음침한… 음흉한 쪽으로 자꾸 생각이 흐르는데, 이걸 자제하는 게 여간 골치가 아니었다.
워낙 자유분방하게 떡을 쳐대서 그런 걸까. 시스터하고도 어떻게 하면 잘 될 거 같다는 그런 의욕이 샘솟기도 했지만… 그래서야 곤란했다.
‘그렇다고 꿈속에서 하자고 들이밀 수도 없는 노릇이고.’
현실은 에로 동인지(…)처럼 그녀들이 성욕에 휩싸여 밤에 스스로를 위로하거나 달래고… 그런 경우는 일어나지 않았기에… 아니, 일어났다 해서 내심 달래줬을까 생각해보면 이건 이것대로….
아무튼 시스터 카멜린과 오랜 시간 대면하고 마주하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아, 자꾸 그쪽으로 생각이 쏠리네.’
숨만 쉬어도 꼴린다고 할까.
애초에 그녀는 옷에 감추어져 있어도 몸매가 무척….
“크흠!”
“왜 그러시나요?”
거기다 천연덕스럽게(?) 안쓰러운 표정으로 안부를 묻는 저 잔혹한(?) 태도를 보라!
정말이지, 반하지 않을 수 없는 존재였다.
애초에 인성이 너무 좋고, 성품이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근데 외모마저 완벽하니, 말 그대로 천상의 배우자감이 아니겠나. 다시 태어나도 그녀와 같은 완벽한 배우자 후보를 찾기란 무리수가 있을지도.
“크흠!”
“목이 마르시나요?”
봐라, 이쪽은 더럽고 추악한(?) 상상에 빠져 벌써부터 손주 생각에 빠진 판에, 그녀는 순수하게 에드릭 자신을 걱정하고 있었다.
아아, 정화된다.
그러는 만큼, 마음속 어둠이 바스러지는 거 같아, 퍽 불편했지만.
이렇듯 밝은 빛은, 존재하는 것만으로 주변의 그림자를 짙어지게… 또한 몰아내는 기질이 있는 바.
그녀의 존재가 바로 그러했다.
아름답고도 찬란한, 그러면서도 오전 중에 비치는 따스한 햇살과도 같은 그대여.
“…….”
미쳤나 봅니다.
여자 꼬시고 있는 것도 아니고, 비즈니스 차원에서 그럴싸한 멘트 치는 것도 아닌데, 난데없이 머릿속이 꽃밭이 된 양 시적 문구가 튀어나오고 자빠졌다니!
“정말 괜찮으신 거죠? 혹시 뱃멀미라도…?”
“하하하….”
그저 웃지요.
난감할 때는 뭐다? 할 말이 궁할 때는 뭐다?
그저 웃지요!
아무튼, 오랜 기간 머물렀던 파라메라 대륙을 떠나, 다시금 알그리타 대륙으로 향하는 뱃길에 올랐다.
물론 뱃길로 가는 건 잠시고, 이후 중간 지점에 들러 순간이동으로 갈 테지만.
아직도, 순간이동으로 아무렇지 않게 팍팍 오고 갈 수 있다는 사실을, 대놓고 밝혀봤자 좋을 게 없으니 이런 쇼를 벌이고는 있는 거지만.
배 타고 3일 정도를 꼬박 움직인 다음, 중개 지점에 내려 자그마한 섬으로 인도되기까지.
예외적으로 시스터 카멜린도 동행해서 어쨌든 장거리 순간이동을 통해 거리를 대폭 좁혀, 다시금 하루 텀을 두고 휴식을 취한 뒤 다시 장거리 이동을 감행.
그렇게 해서….
“오호….”
어찌 됐든, 알그리타 대륙으로 복귀했다.
물론, 알그리타 대륙에 복귀한 거지, 밀리엄 공화국 령, 아르세이유 자유 무역 도시에 도착한 건 아니었기에, 여기서도 한 차례 숨을 돌려야 했지만.
일단 알그리타에 복귀한 직후, 일주일 정도 자유 시간이 주어지고, 그 다음 현실 휴가 다녀온 다음 일선에 복귀한다고는 들었는데… 어차피 갈 곳이라 해봤자 거기밖에 더 있겠나.
그러기에 도착 당일은 인근 항만도시에서 한숨 돌릴 겸 여독을 풀고, 다음날 마찬가지로 순간이동 서비스를 이용해 다시금 아르세이유로 돌아왔다.
“오….”
바뀐 듯 하나 바뀌지 않은 것 같은 이 자유로움이란.
고작 몇 년 자리를 비웠다고 세상이 완전히 달라진 듯 보여 이건 이것대로….
그러고 보니 여길 나설 때엔 꼬맹이였는데, 어쨌든 돌아올 땐 번듯한 청소년이 돼서 돌아왔으니 이건 이것대로 나쁘지 않다만.
키도 그럭저럭 커서 현재는 180이 될 듯 말 듯 애매한 크기였는데, 아직도 성장기니 곧 더 커지겠지.
원래 자기가 성장할 땐 좀처럼 자각을 못 하는 편인데, 팍팍 성장하다 보니 모를 수가 있나.
시스터 카멜린은 에스코트해준 다음, 미리 저택에 와서 한숨 돌리고 있던 릴리에나가 적당히 나갈 채비를 하다 알아두라는 양 이야기했다.
“…이번엔 휴가 같은 날 받게 됐으니 나가서 얼굴 제대로 좀 봐요.”
“그래.”
저택에 짐을 푼 거 외엔, 사실상 자유롭게 싸돌아다닐 수 있게 됐기에, 우선 어디를 먼저 가야 하나 고민하다가….
스마트폰을 만지작대 선배에게 메시지를 보내자, 있다고 하셔서 그쪽으로 향했다.
옷도 제대로 된 게 아니라 일단 가면서 새로 구입한다 치고….
실제로 에드릭의 현 모습은 제법 이국적인 느낌이 다부졌다.
그렇다고 에드릭 세계의 과거, 중동의 부호 같은 느낌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밀림이나 황무지 인근에서 지냈을 때 보일 법한 짐승 가죽들로 이뤄진 복장이 대부분이랄까.
물론 솜씨들이 다부져서 어지간한 옷과는 크게 차이가 없었지만, 기능성을 중시하다 보니 아무래도 고풍스러운 면에선 약~간 모자란 점이 있달까.
물론 그조차도 하나의 특색, 개성으로 여긴다면야 할 말은 없지만….
염색도 화려하게 잘 됐기에 어찌 보면 무척 고급스럽게 보이긴 한다.
그러나 기능성을 배제한 채 화려함과 이색적인 면, 세련미를 돋보인다는 개념만 놓고 보면, 역시 알그리타의 귀족들이 목을 메달 기세로 구하려 드는 것들에 비할까.
가벼운 마음으로 백화점 내로 들어서서 옷을 몇 벌 맞추고자 사이즈를 재고 이러면서 그들도 에드릭의 존재를 차츰 인식하기 시작했다.
“어디서 많이 봤는데….”
“익숙하긴 한데… 누구더라?”
“누굴 많이 닮지 않았어?”
“그러게?”
옷을 몇 벌 맞추고 주문자 명을 기재해두자.
“허억? 아니, 가만? 설마… 전 대표님이십니까?”
“그랬었죠. 처음 뵙는 거 같은데, 절 아시는지요?”“그, 그럼요. 워낙 소문이 자자하셨으니….”
본래 담당하고 있던 아버지에서 아들에게로 자리를 물려받았다나 어쨌다나.
그렇다 해도 낯이 안 익어 살짝 헷갈렸는데, 듣고 보니 백화점 입점 이후 이쪽 일을 배우기 시작해 근래에 백화점 내 매장을 맡게 됐다더라.
간단히 반가움을 표하며 어쨌든 이야기를 나누고, 마레아 백화점의 대표이사실로 향하자, 제지하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그들도 긴가민가 하다 에드릭이 이름을 밝히자 헉! 하며 깍듯이 예를 차렸다.
‘음….’
예전보다 더 빡세진 것도 같고?
실제로 옆에 건물 하나가 더 늘어난 걸 보면, 잘 나가긴 엄청 잘 나가는구나 싶었다.
어쨌든 대표이사실 앞에 자리한 여비서 쪽으로 향하니, 미리 언질 받은 양 들어가셔도 좋다며 눈웃음 지으며 고개를 수그리는데, 이쪽도 상당한 미인이었다.
여긴 그래도 바뀌진 않았다.
적어도 대표이사실의 큼지막한 문만큼은….
살짝 기대되는 마음으로 문을 활짝 열자….
“왔냐?”
익숙한 근육질의 사내, 선배가 히죽대며 이쪽을 향해 큼지막한 손을 짤랑짤랑 흔들어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