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4화 〉49. 나, 돌아왔~다! 온 김에…!(3)
--------
의외로 에우리에 누나, 누님은 이전과 크게 변하지 않은 듯 했다.
창백한 피부에 옅은 은발, 볼 때마다 감탄하게 되는 자줏빛으로 반짝이는 보석과도 같은 그 눈까지.
여전히 옷감은 검은 바탕에 얇고 야시시한 느낌을 물씬 풍기는 복장.
속살이 안 비친다 뿐 얇기에 몸에 착 달라붙어 육감적인 몸체를 뽐내는 듯 나올 곳, 들어갈 곳이 명확하게 구분된 저 아름다운 복장을 보라.
외모며 차림새조차도 거의 변한 바가 없었지만, 세월 때문인지 뭔가 맹해 보이던 이미지도 조금은 건설적으로 발전해 기품을 품은 것과 같은 안정감이 자리하고 있었다.
물론….
“…늦어.”
특유의 무심한 어조는 여전했지만.
그러나 볼을 살짝, 아주 미세하게 부풀린 채 무표정 가운데 이쪽만 알아볼 수 있게 토라진 듯 입꼬리를 실룩이는 모습은… 참으로 귀엽기 그지없었다.
“바로 왔는 걸요?”
“바로?”
의외로 알리샤 누님과 달리 따로 소식을 듣지 못했었나 보다.
뭐… 그녀야 항상 탑에 처박혀 연구에 연구에 연구에… 연속이니 이해 못할 것도 아니다만.
“킁킁.”
코를 어깨며 가슴께에 가져대 냄새를 맡던 에우리에.
그녀가 천연덕스럽게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알리샤 냄새 나는데, 아니야?”
“…맞죠.”
“바로 왔다며?”
“오는 길에 들렸죠.”
“오는 길….”
그녀는 잠시 생각해보나 싶더니.
“술 냄새도 나. 미약하게 나고 있으니까 식후주는 아니야. 비누 향이 겹쳐서 나니까, 취해서 자고, 깨어나서 씻고, 그 다음 알리샤를 만나러 간 거. 맞지?”
“…….”
강아지도 이 정도로 절묘하게 냄새를 분석해 결론을 내놓진 못할 터인데.
“알리샤 냄새가 짙어. 단순히 만나고 온 게 아니야. 오래 누적돼 있어. 향수, 몸에서 풍기는 냄새, 그 외에….”
“알리샤 누님 먼저 보고 온 길입니다! 이건 진짜에요! 그러니까 2번째! 2번째로 온 거예요.”
“음….”
다시 냄새를 킁킁 맞고는.
“…그래.”
납득하기로 했는데 고개를 느릿느릿, 주억거리는 그녀.
어딘가 굼뜬 느낌을 받으면서도, 날카로운 통찰력은 여전하셨다.
겉만 보면 뭔가 졸려 보이고, 한편으론 냉담해 보인다고 의구심을 가질 수 있지만, 그녀는 두뇌 회전이 빠르기에 오히려 말보단 행동이 앞서는 스타일이기도 했다.
…마법을 배운다는 건, 어지간히 똑똑하지 않는 한 불가능에 가까운 영역이니.
“그보다….”
그러다 에드릭의 어깨며 팔, 배와 옆구리를 툭툭 건드려본 에우리에.
“몸 많이 컸어.”
그리곤.
“성장했네.”
“그렇죠?”
“속 내용도 바뀌었고.”
반가움 가운데 묘하게 기대되는 듯한 시선이 더해진다.
아마도 그녀 정도면 진작 파악했으리라.
“자, 옷 벗어.”
“예?”
“??”
오히려 왜 반문하냐는 듯 고개를 다시 천연덕스럽게 갸웃거리는 에우리에.
그녀의 자수정과 같은 두 눈이 태연히 호기심과 의구심에 반반 휩싸이는데, 마치 당연한 걸 왜 이상하게 반응하냐는 듯한 태도라 오히려 반문한 에드릭이 순간 잘못 말했나 싶어 잠시간 눈을 껌뻑거렸다.
“하자?”
“……아, 네. 물론 그래도 괜찮은데… 아직 인사도 제대로….”
“같이 자면 그게 인사?”
왜 자꾸 의문문이신지….
알리샤 누님도 그렇지만, 의외로 에우리에 누님도 엄청 밝히시는 분이셨지. 간만에 만나서 깜빡 잊고 있었다.
신비스러운 은발의 미녀 마법사의 고귀하면서도 어딘가 가까이 다가서기 힘든 이미지는, 알고 보면 맹한 척(반쯤)하는 유능하고 유식한 미녀, 그것도 무척… 다정하고 정감이 넘친다는 걸 과연 얼마나 많은 이들이 알지, 에드릭으로선 살짝 아쉬운 만큼, 한편으로는 뿌듯하기까지 했다.
이런 허물 없은 모습은, 어지간해선 보이지 않으실 테니.
“누님도 애인이나 배우자 분 계시나요? 약혼이라거나….”
“귀찮은데….”
혀라도 메롱하고 내밀 것처럼, 태연히 고개를 내젓는다.
“귀찮다니요. 그래도 결혼하고 어쨌든 누가 든든하게 뒤에서 받쳐주면, 그것도 좋지 않나요?”
연구 광인 그녀에게 현모양처 마냥 내조를 하라 말하는 건 조금 문제가 있을지도.
애초에 생활력이 제대로 갖춰졌는지 아닌지도 애매한 판국에.
“귀찮아….”
…아무래도 못 본 사이 사람이 더 늘어지게 됐나 보다.
“빨리 벗어. 나, 많이 참았어.”
“…그러고 보니 누님 많이 헤프신 편이신데, 어떻게 참으셨데요? 저 말고 다른 누구한테 부탁했다던가…?”
“만들었어.”
“뭘요?”
“너 대신할 거.”
말투는 퍽 매서웠지만, 막상 그녀가 손으로 가리킨 걸 보자… 뭐라 말로 형언하기 어려운 감정이 치밀었다.
그러니까….
“골렘?”
“응. 잘 만들어졌어. 알리샤도 가끔 신세 졌어.”
골렘이라곤 해도 사실상 인형에 가까웠다.
얼굴이 사뭇 미형이긴 한데, 완벽하진 않아도… 저게 거울 속의 자신과 상당히 유사하다는 걸 에드릭은 즉각 깨달을 수 있었다.
“저거 누가 보면 뭐라 안 해요?”
“들어올 사람 없는데?”
청소해주는 사람 제외하곤 없긴 하겠지.
그게 아닌 이상… 방안이 이렇게 맛이 가 있지는 않을 테고.
여전히 책들의 무덤과도 같은 공간이었다.
익숙한 듯 하나 익숙지 않은 이 요란 법석한 풍경이란….
“빨리 하자.”
“아, 잠깐만요!”
이건 뭐 감동에 재회가 아니라 감동의 떡질도 아니고 원!
물론 싫은 건 아니지만, 알리샤 누님하고 한창 하고 온 뒤라 살짝… 물릴 리가 없지.
에이, 그래도 무드를 조금 깔고 해주시면 어디가 조금 덧나시나!
괘씸(?)하니 아주 오늘 하루 움직이지도 못하게 퍽퍽 죽여드려야겠다.
------
“밤에 찾아왔다는 건, 당연히 이 밤에 날 이렇게 저렇게 막 농락하고 유린해주려고 그러는 거야? 우리 자기?”
“…몇 년이 지났는데 새삼 변한 게 없네요.”
“말 놔. 왜 갑자기 서운하게 그래? 그리고 우리 엘프한테 그 정도 기간은 인간한테는 몇 개월 정도밖에 안 되거든? 나는 인내심이 많은 여자니까, 저기 먼 곳 다녀온 거 가지고 눈물 쏟으며 아쉬워하고 그런 여자 아니거든?”
외모 자체는 거의 차이가 없었는데, 어째 입담이 더 교활…해졌다고 할까. 교묘해졌다고 할까.
멘트 치는 게 훨씬 능숙해졌음을 실감한다.
금발에 녹안, 동글동글한 인상이 귀여울 법도 했는데, 지금은 귀여움을 넘어 어딘가 색기가 흘러넘친다고 할까. 직업 정신이 투철해 완전히 그쪽으로 체계를 잡아 분위기마저 자유자재로 부리기 시작한 건지, 눈을 마주치기 무섭게 눈웃음을 치는 단순 모습조차… 예쁘다고 느끼기보다 섹시하다고 느껴버린다.
단순 외모 자체는 소녀, 그것도 나이가 제법 어린 층을 연상하게 되는데, 의외로 파라메라 대륙에 가기 전까지 가장 육체적 궁합이 그럭저럭 잘 맞았던 게 또 그녀이기도 했었다.
그리고 지금은, 에드릭 쪽 키가 훨씬 커지고 몸도 다부져진 탓에, 완전히 조카를 보는 듯 느껴져 이게… 조금 뭐라고 할까.
‘흥분돼?’
아니아니, 아무리 그래도 저는 로리가 아닙니다.
근데 분위기가 워낙… 좀….
“어떻게 서비스해줄까?”
“그냥 오늘은 얼굴 보러 온 거야.”
“얼굴도 볼 겸 합도 맞추고, 그러면서 서로 얼마나 달라졌나 하는 건 역시 몸을 맞대야 잘 구별하고 그런 거 아니겠어? 나도 에드릭이 너~무너무 반가우니까, 먼저 좆부터 보자.”
아니! 왜 만나는 여자들마다 내 하반신에 달린 녀석한테 용무를 보이려 든담?!
솔직히 어렸을 때는 완전 미소년이지만, 지금도 충분히 미소년, 높게 봐도 미청년 소리 들을 정도의 얼굴이기도 한데, 왜 얼굴보다 거시기를 더 애타게 찾아대는 건데?! 이유가 대체 뭐야?!
“나도 벌써 젖고 있거든? 말 나온 김에 바로 하자. 자, 방은 저기 있으니까 이쪽으로….”
“허허….”
아니, 뭐 회포 풀 겸 뭐라도 마시거나 먹고… 아니면 간단히 대화를 나누면서 그러면 내 말이라도 안 하지.
뭔 다들 음란마귀들이 씌었나. 아님 단체로 발정이라도 나셨대?! 왜 내심 반갑게 이야기 겸 인사 목적으로 찾아온 사내를 못 눕혀서 안달이람.
…그만큼 좋아서?
신들린 듯 먹어대던 꿀떡을 수년간 못 먹다 이제 막 먹을 수 있다면?
…그래, 그런 이유라 치자.
그거라면 나도, 웃으면서 받아들일 수 있을 것도 같으니.
뭐 사내 된 이상 떡 치는 걸 지루해할 이유는 없기에, 결국 못 이기는 척 그녀에게 손목을 붙들려 그녀가 머무는 숙소로 딸려가게 됐다.
물론 가면서, 무수히 많은 엘프며 여성들의 시선에 내심 가슴이 조마조마했지만.
소문나는 건 딱히 무섭지 않은데….
‘밤일 잘한다고 소문나면 묘하게 붙들려 든단 말이지.’
백화점 점주, 대표 때도 굳이 다프넬을 자주 못 만나러 간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어째 떡을 칠 때마다 여성들 여럿이 난입해 실력 좀 보자며 속궁합을 자꾸 맛보게 되다 보니… 아, 물론 이놈이 천국을 거니는 주제 미쳐 가지고 헛소리를 늘어놓는구나, 하고 불만을 토로할 수도 있겠지만, 그때는 체력이 무한하지 않았기에 그렇게 시달리면 리얼 다리가 일어서지도 못하게 될 정도로 시달려야만 했다.
떡 치다 죽을 수 있다고 느낀 예가 많진 않지만, 솔직히 두셋까지 추가되는 건 견디는데, 그 배가 추가되는 건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지금은 어떠려나?’
음, 이런 건 많이 굶주린 다음에 맛을 봐야 하는 건데, 앞서 알리샤 누님과 에우리에 누님과 벌써 합을 맞추고 오다 보니, 솔직히 머릿속이 반쯤은 현자 모드로 돌아간 상태라….
덥썩!
“다프-!”
“자자, 가자!”
느닷없이 바지 속에 손을 넣어 에드릭의 하물을 움켜쥔 다프넬이 마치 말의 고삐를 끌 듯 에드릭을 끌어 당겨대기 시작했다.
“안 도망가니까 제발 이런 민망한 짓은….”
“못 참겠으니까 그렇지!”
좋아 죽겠다는 양 움켜쥔 손을 자꾸 주물럭대는데, 손놀림이 너무 음란하잖습니까?!
덕분에… 발기해 버렸다.
“많이 굵어졌네! 역시!”
아, 기뻐하고 있다.
대낮에 길거리에서 남에 거시기 만지며 커졌다고 기뻐하는 여엘프가 저기 있습니다.
제우스 맙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