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화 〉51. 쉬는 날, 침대 위 사정.
테티아나가 묵고 가라는 걸 애써 마다하며, 다시 들리겠다 하곤 데이엔 가를 나선 에드릭.
이후론 술자리를 잡아 한 차례 거하게 마시며 우호를 다지곤 다시금 머물던 저택으로 돌아와 잠들기까지.
“흠….”
벌써 일주일에 절반이 지나가는 걸 목전에 둔 시점.
이후로도 만날 이들은 많기에 부지런히 움직여야 했다.
‘뭔 사람 만나는 걸로 시간 다 날아가게 생겼네.’
이것이 초특급 인싸의 삶이란 건가.
그 뒤로 3일 동안 내내 발에 불이 나도록 오고 가고 아주 난리도 아니었다.
그래도 애초에 계획했던 대로, 마지막 날은 스케줄을 종일 비워놓고자 했기에… 조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잠자리에서 눈을 뜰 수 있었다.
참고로 눈을 뜬 곳은 에드릭의 저택이긴 했지만, 그 넓은 침대 위엔 에드릭 말고도 다른 이들이 버젓이 몸을 누이고 있었다.
“그러니까….”
본래 다음날이 휴가여야 풍요롭게 휴식을 취할 수 있기에, 보통 그 전날이 조금 분주하더라도 밤에 조금 무리를 하는 편인데, 어제는 묘하게 일찍 잠들어버렸다.
그래서였을까.
기분 좋게 눈을 떴는데, 양옆에서 알리샤와 에우리에 누님이 고운 숨소리를 내며 잠든 모습을 보니… 뭐라 형언하기 어려운 충족감을 느끼고야 만다.
‘이건 그러니까….’
항상 느끼지만 자고 일어날 때 누군가 곁에 있다는 건 참으로 보람찬 일이 아닐까 늘 생각하곤 한다.
상대가 명백하게 나를 믿고 신뢰한다는 의미 아니겠나.
심지어 겉옷도 홀라당 벗은 상태로 말이다.
…분명 에드릭 자신은 옷을 걸친 채 누운 거까진 기억이 나는데 말이지.
설마…….
기분이 좋은 것과는 별개로 몸이 늘어지는 걸 보아하니….
‘설마 잠들었을 때 뭐… 그러진 않았겠지?’
아무리 고팠다고 해도 에이, 그건 아니지.
…양옆 두 사람이 깨지 않게 고개만 슬쩍 들어 침대를 살펴본 바, 다행히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다리며 엉덩이며 이불을 들추고 침대 시트를 훑어보는 등, 젖거나 얼룩지거나 뭔가 정액이 들러붙어 굳은, 특유의 뻣뻣한 감촉 같은 건 일절 느껴지지 않았다.
“…….”
뭐 하는 짓이려나.
하면 하고 아님 마는 거지.
아니, 오히려 잠결에 덮칠 정도로 내 거길 열렬히 사랑(?)하고 있다며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판국에….
‘그나저나.’
양팔을 하나씩 차지하고 누우신 덕에, 팔이 저릿저릿해왔지만, 생각보다 불편하진 않았다.
다만 팔을 못 꺼내니 일어나질 못하고, 일어나질 못하니 멀쩡이 누워 있을 수밖에 없는데.
물컹!
뜬금없이 옆구리와 겨드랑이 부근에 얽혀오는 이 천국의 감촉은 무엇인고?
에우리에가 바짝 달라붙어 겨드랑이 쪽에 고개를 파묻는 모습에 에드릭은 뭐라 형언하기 어려운 감정을 느꼈다.
‘이건 그러니까….’
심지어 좋다고 킁킁 냄새도 맡고 있다.
……음, 왠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 모습이 엄청 꼴릿하게 느껴지는 건 웬말인지.
덕분에 아침 발기 건도 있었지만, 꼴림의 미학이 덧씌워진 탓인지 물건이 좀처럼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었다.
팬티라도 있었다면 억지로나마 걸쳐져 엄청 불편했겠지만, 알몸에 이불이 고작인지라 지금은 이불에 동산을 만드는 정도가 고작.
…현실상에서 저건 저것대로 문제가 있는데 말이지.
솔직히 에드릭 자신이 봐도 이건… 커도 너무 컸다.
거기다가… 옆구리를 자꾸 꾹꾹 눌러오는 가슴의 그 풍요로운 감촉에 절로 침이 꿀꺽 삼켜지는 건 무슨 연유인지.
무슨 연유기는, 뻔한 거지.
‘매번 느끼지만.’
알리샤며 에우리에는 나름 첫 경험 및 첫 상대(3P 포함)의 버프? 인상? 아무튼 그러한 게 씌워진 탓인지, 어떻게 봐도 아름답고 예쁘고 귀엽고… 하여간 온갖 호의의 감정이 물밀 듯이 흘러나와 참 문제였다.
이것이 연애며 남녀 관계에 있어 완전히 밑바닥이던 시절, 에드릭 자신에게 최초에 천국과 극락을 맛보여준 대상에 대한 일종에 선망? 동경? 아무튼 그런 게 없진 않을 거라 이성적으로 추측이 가능했지만, 이성과는 별개로 당장 맨살로 자신의 옆구리에 안겨오는 에우리에의 적극성엔 에드릭도 두손두발을 다 들 수 밖에 없었다.
어디 그뿐인가.
꾸욱!
이번엔 알리샤마저 바짝 엉겨온 탓에, 양 옆구리에 그 지보와도 같은 가슴이 꾹 눌린 상황.
거기다 알리샤는 더욱 적극적으로 다리마저 엉겨온 덕에… 심지어 그녀의 가랑이가 자신의 골반 부근에 맞닿는 기묘한 상황으로까지 번졌는데, 그뿐이 아니라 거기를 갑자기… 문대는 게 아닌가.
…이분들 혹시 깨어났는데 지금 잠든 척 연기하는 건가?
그런데도 숨소리를 잠들 때 특유의 그거란 말이지.
아니, 이것조차 연기?
음란마귀가 좋은 시추에이션이라며 손바닥이 부서져라 박수를 막 쳐댈 법한 상황.
사실… 여기서 더한 흐름으로 나아가도 좋고, 이 상태에서 적당히 꼴림이 유발되는 상황을 즐기며, 흥분도를 적절히 조절해가며 이를 즐기다 한계에 도달했을 때, 본 게임으로 넘어가도 좋고 말이지.
어느 쪽이든 기다리는 것은 천국이었기에 에드릭으로선 현재를 즐기며 기쁜 고민에 빠져들 수 있었다. 자고 일어나자마자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런 지복(至福)이라니, 얼마나 복에 겨운 건지.
그런 고민이 더해감에 따라, 엉겨오는 강도도 더해지는데, 왜 이리 여성들의 살이며 피부는 부드럽기만 하고, 좋은 냄새가 나는지.
보통 자고 일어나면 입 냄새도 심하고 머리도 엉망에 어젯밤 어떻게 대처했냐에 따라선 얼굴도 붓고 엉망이고 해야 하는데, 어째 그런 게 하나도 없었다.
에드릭이야 물의 정령과 자연에 한없이 가까워진 육신 때문에라도 청량한 바다 향, 소금기며 비린 향이 배제된 좋은 향이 물씬 풍겨대고 있지만, 보통 사람은 그러기가 영 어려움에도, 두 사람은 언제나 그랬지만 몸에서 참 좋은 향이 난다 싶었다.
특히 에우리에는 씻는 것도 귀찮다며 연구에 며칠을 짱 박혀 악취가 날 법도 했는데… 전혀.
…이렇게만 보면 판타지 세계가 맞는 것도 같고.
본래 다크 에이지, 서양의 중세 시대라는 건 멋대로 집안에 쌓아둔 오물을 길바닥에 내던지고, 심지어 짐승과 한집에서 울타리를 치고 생활하게 일상일 정도로, 매 순간 악취에 절어 산다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시대적 배경만 그렇다 뿐 이곳 세계는 자체적 위생이 상당히 뛰어난 편이었다.
나중에 그 상태 그대로 문명만 대충 발전해, 냄새를 감추고자 향수로 떡칠을 해대 더욱 숙성된 악취를 풍기는, 그런 불상사는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말이다.
물론 촌구석, 촌 동네는 여전히 그런다고 하는데, 본사가 개입해 이에 대해 대대적 투자를 통해 대도시, 수도 부근에 이러한 형편을 개선한 뒤론, 다들 이를 본받아서 그런지 세상은 무척 살만해졌다고 한다.
에드릭조차 처음 이곳 아르세이유에 입성해 자신에게 할당된 집에서 시스터 카멜린과 함께 욕실 칸과 볼일을 처리하는 변기를 마주했을 때의 감동을 떠올려보면, 이걸 새삼스럽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었다.
사실상 파라메라 대륙에선 당연 변기는 구경도 못 할 수밖에.
그조차도 한두 해가 지나 항구 마을 겸 도시 불랴그가 만들어져 정착된 뒤에도 그나마 몇 군데 있었던 정도?
‘…왜 뜬금없이.’
의식의 흐름으로 엄한 생각까지 치밀어버렸다. 괜한 생각 때문에 기상 직후 발생하는 소변 욕구가 더욱 강렬해진 듯도 싶고.
근데….
‘이, 일어나긴 해야하는데?’
사내라면 알 법한 감각.
소변 욕구가 과다하게 부푼 가운데 아랫 녀석이 뻣뻣하게 발기해버리면, 이게 참 헤어나올 수 없는 난감함을 만끽하게 만든다.
당연 자극으로 인해 사정할 때와 소변 때의 감각은 완전 틀리지만, 적어도 터지기 직전까진 야~악간 비슷하단 말이지.
하나는 통증에 불쾌감이 강하다면, 한쪽은 뭐랄까…… 그거지. 아마도?
‘하더라도 싸고 온 다음에나….’
이것이 진정한 이야기 속, 판타지였다면 기상 직후 목마름이나 소변 욕구를 느낄 거 없이 곧장 떡을 치며 으쌰으쌰 했겠지만… 응, 그런 거 없어~ 빨랑 해결하고 오렴~!
그런데 기분 탓이려나.
왜 알리샤 누님의 다리가 내 발기한 물건을 와락 움켜쥐는 거지?
참고로 손이 아니다.
…다리로 움켜쥐고 있다.
이게 참 말로 형언하기 어려운… 건데.
‘아, 묘하게 오싹오싹하네.’
화장실로 달려가야 한다는 이성적인 자신과, 그런 거 상관없이 사고 치면 어떨까 하는 충동적인 자신.
내면의 선악이 재미나게 내적 갈등을 초래하는 것조차 즐기고 있는 이 미묘함이란.
이런 면만 보면 변태라 매도해도 어째 부인할 수가 없을 것도 같고.
확실한 건 파라메라 대륙에서 워낙 다양한 플레이(?)를 해온지라, 완전히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낭만적으로 꿈결에 젖을 법한 그런 관계보다는, 훨씬 질척하고 진득하고, 간드러지면서도 끈쩍한 관계가 훨씬 더 익숙해진 것도 같고.
오히려 이야기 속 남녀 관계와 같이 뭔가 소프트한 관계가 오히려 판타지처럼 느껴진다고 생각하게 될 정도면, 말 다 한 거지.
‘아, 싸고 싶다.’
뭘 싸고 싶은 걸까.
새하얀 거? 아니면 누런 거?
이래서 깨어난 직후랍시고 정신 줄을 함부로 놓아선 안 되는 거다.
그래도 무방비하게, 신경 느슨하게 있을 수 있다는 게 어디겠냐만.
“음….”
정신을 딴 쪽으로 돌린다고 현실의 위험(?)이 사라지는 건 아닌지라, 에드릭은 둘이 깨더라도 어쩔 수 없이, 몸을 일으키기로 마음먹었다.
그보다… 알리샤 누님의 다리가 자꾸 그곳(…)을 꽉 쥐고 놓아주질 않아 이건 이것대로….
‘깬 거 아냐?’
의도적으로 저렇게 하기도 힘든데….
슬금슬금 팔을 뺀 다음, 상체를 일으키곤 손으로 자신의 거시기를 두른 알리샤의 매끄러운 다리를 풀어내기까지.
…살다 살다 별일 다 겪는군.
“흐응~!”
뭔가 기분 좋은 꿈을 꾸는지 미소진 얼굴로 늘어지는 누님들을 보며, 에드릭은 재빨리 소변 욕구를 해소하고자 침대를 떴다.
돌아오니 기묘하게도 둘이 서로를 끌어안은 채 실실 웃고 있어서 그걸 관찰하며 주전자에 따라둔 물로 목을 축였다.
“흐음….”
다시 저쪽에 뛰어들고 싶은데.
사실 아침의 생리적 뭐시기만 아니었다면 당장 그렇고 그런 흐름으로 흘러갔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긴 했으니.
거기다 여파가 남은 탓에 아직도 에드릭의 그곳은 적당히 부푼 상황.
한술 더 떠 깨어난 직후다 보니 자연스레 힘도 불끈불끈하는 시점!
이건 뭐… 어쩔 수가 없네.
사람 네다섯이 퍼져도 전혀 문제가 없는 규모의 침대기도 했기에 에드릭이 난입한다고 침대 공간이 비좁아지거나 엄청 들썩이고 하진 않았다.
그러니 의도적으로 조용히 접근해 상대를 뒤에서 끌어안는 정도로 둘의 꿀잠을 방해할 순 없지만… 묘하게 신체 감도가 민감한 에우리에 누님은 뒤에 바짝 달라붙어 자신을 만지작대는 거에 위화감을 느꼈는지 묘한 신음 비슷한 숨을 몇 차례 내쉬고 내뱉더니.
“흐으음…?”
옆으로 돌아 알리샤와 마주 본 상태로 잠들어 있던 그녀가 살짝 불편하게 목만 돌려 자신의 어깨와 목 사이에 얼굴을 파묻은 에드릭을 발견한 것도 그쯤.
특유의 민감한 피부 덕에 의도적으로 만지작대는 것에 대한 반응, 그에 대한 피드백은 사실 그녀 쪽이 압도적으로 빠르고 민첩하게 반응하는 형편이었다.
“간밤에 편히 주무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