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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직하니 떡을 침. 이세계에서 (205)화 (205/454)



〈 205화 〉53. 카일론 왕국(3)

 알그리타 대륙 정세를 살펴보면, 엘프 세력의 통합과 화합, 그 외에 핵심 권력층에 자리를 차지한 이들까지, 조짐이 심상치 않긴 했다.


거기다 과거에 당한 게 있다 보니, 옛날처럼 막연히 조화며 자연 친화적 성향에만 매달리는 것 같지도 않고.


그러한 변화는 당연, 카일론 왕국에도 여파가 미치고 있을 터.

엘프의 최대 장점은 어쨌든 장수한다는 거고, 장수한다는  즉… 권력을 지탱하고 유지함에 있어 여느 종족과 비교할 수 없는 강력한 장점을 지니고 있다 해도 과언은 아닐 거다.


인간만 해도 한 세대가 권력을 장악, 독점해 횡포를 부리면 난리가 나는 판에, 엘프가 권력이며 패권을 잡으면 세기적 집권 세력이 등장한다는 걸 의미하니, 알그리타 대륙은 한때, 고대적엔 엘프를 포함해 거인족, 용족들을 비롯해 수백에서 길게는 천년 이상을 거뜬히 생존해대는 장수족들에게 패권을 넘겨주었던 때가 있었다고 한다.


그 시기엔 역으로 인간을 비롯한 주변 종족들이 당연한  노예 취급을 받았던 비참한 역사가 있었다고 하던가.


제국이 구태여 엘프들을 노예, 가축화하려 했던 이유가 괜한  아닌 거다.


철저한 견제와 종속화를 통한 굴종. 그로 인해 각 적대 종족들의 정신과 존엄을 말살해 인간중심적 세계관을 성립하고자 함인데,  그러면 적대 종족이라 명명된 존재들, 그들 자체를 멸절 시키지 않은 한, 언제고 판세가 기울 수 있다는 걸 역사적 교훈으로 새겨놨기 때문이다.


인간은 잊어도, 엘프는 못 잊는다.


장수하는 종족의 장점이자 단점 또한 이렇고, 이 때문에 엘프들에겐 인격 수양, 과거의 패착을 교훈 삼아 선을 쫓는 문화와 정신이 자리매김했는데, 그걸 인간이 대놓고 박살 내버렸으니, 상황이 어찌 굴러갈지 모르게 된 거다.

실제로 이 때문에 엘프들 사이에서도 자기들의 자리를 확고히 하기 위한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는 상황.


그런 의미에서 카일론 왕국은, 다른 왕국에 비하면 한결 낫다 쳐도, 안심하긴 이른 상황.

당연한 이야기지만,  흐름을 기회로 만들고자 한다면, 앞서 내부를 확고하게 다질 필요가 있으며, 그러기 위해선…….


“상당히 뜻깊은 자리가 될 거라 자부합니다. 우리 패왕녀 전하께선 왕국의 지고한 보물이자 세상 어디에도 비할 바 없는 귀하고… 소중하신 분. 당연 그녀의 옆에 서기 위해 많은 크고 작은 경쟁자들이 모습을 드러내겠지요. 그래도 저는 에드릭 님의 평판과 소문을 듣고 굉장한 감명을 받았습니다. 에드릭 님이라면 필시 저희 패왕녀 전하의 든든한 부군이 되어줄 거라 생각됩니다.”




에드릭은 의례적인 미소를 띄며 겸손의 자세를 취했다.


“과찬이십니다. 저야  분발하는 것만으로 벅차곤 한데….”

하지만.


“신대륙을 호령하며 무수한 종족들을 발아래 두고서도 조화와 평화를 이어갔던 젊은 개척 군주께옵서 과찬이시라니. 과하십니다. 패기와 강직함을 보이지 않으시는  물론 인간 사회에선 적절한 처세인 듯 보이나… 저희 왕녀 전하께 진솔한 모습에 호감을 보이시는 바. 의도적으로 너무 겸허의 자세를 내세우시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그분은 당당하며, 호쾌한 분을 선호하십니다. 아, 당연하지만 이런  조언이 절대적인 건 아니니, 거듭 참고만 하시기를….”



에드릭은 입꼬리를 올리며 대충 여유로운 모습을 연기했다.



‘으… 귀찮다.’



침대에 다이빙해서 애벌레처럼 꿈틀대고 싶다.

익숙해질 때도 됐는데, 어째 아랫배 상태가 긴장감 때문인지 상태가 안 좋은 거 같기도 하고.

그래도 애써 내색 않고, 에드릭은 천천히 걸으며 주변을 관찰하고, 살피는데 집중했다.

머리와 지식으로 배운 것과, 눈으로 직접 보고, 코로 냄새를 맡으며, 귀 기울여 주변 소리를 듣는  전혀 다른 문제니.


애초에 방금 전 사태도 마차 안에 넋 놓고 있었다면, 전혀 모르고 넘어갈 사안이기도 했고.

그리고 알게 모르게, 이러한 태도며 행동은 전부, 옆에 동행하는 이를 통해 전달되겠지.


…뭐가 됐든 옆에 대동하는 이가 있다는 건 주의에 주의를 거듭해야 한다.
정보라는 건 본래, 이런 식으로 하나하나, 크고 작은 모든 것들이 새어나기 마련.
그리고 이런 정보는 객관성보단 주관성이 개입되기 마련일 테고.

왕이란 고독한 자들.
그 아랫것들도 예외는 없고.


이러니 이들은 신뢰, 신의, 충의 등을 표명하며 신뢰를 다지기 위해 부득이 노력하는 거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하겠는가?

그러니 측근이 결국 신의를 독차지해 호가호위하며 권력을 휘두르는  테고.
그러니 그가 권력자와 허심탄회한 존재라면, 당연 주의에 주의를 거듭해야 한다.
괜한 소리해서 이쪽 이미지가 일방적으로 박살날 수 있으니.

물론 현명한 군주라면 자기 눈으로 보고 판단하겠지만, 그런 걸 기대하기엔 세상은 너무… 편협하기 짝이 없으니깐.

그런 의미에서… 여기서 자신이라면 아마도 측근에 달라붙은 오수스 외에도 다른 눈을 형성해 이쪽의 일거수일투족을 면밀히 감시하려 들 거다.
눈도 하나보단 둘, 둘보단 셋이 좋지.
그래야 객관성을 더할 수 있어 정확한 판별이 가능할 테니.

…물론 아닐 수도 있지만 주의해서 나쁠 건 없는 법.
어쨌든 에드릭은 카일론 왕국의 수도, 카젠드라에 확고하게 발을 들였다.
이후,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내심 기대 반 불안 반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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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젠드라.
카일론 왕국의 왕도.

너른 평야 아래, 넓은 페어른 강줄기를 끼고 마우론 산맥을 등지고 형성된 왕국의 심장.

일찍이 뭐가 어쩌고 저쩌고, 불랴불랴.

…이런 설명은 죄다 생략한다 쳐도, 어쨌든 아르세이유와 비교한다 치면 영토도 최소 2.7배 이상 넓은데 인구 밀집도는 더욱 과해 성벽 바깥에도 거주 구역을 넓혀가고 있는 실정이란다.

그런데 왕성을 포함  한 영토이기에 왕성까지 포함하면 아르세이유의 3.6배를 차지하는데, 이건 여러 왕국 기준으로도 상당히 입지전적의 넓이란다.


의외로 수도가 단출하고 협소한 경우도 있다 하니.


소국의 경우엔 마을인지 의심되는 곳도 있다는데, 왕국이라 해서 무조건 호화찬란하고 대단한 건 아니라는 점.

실제로 왕국이랍시고 왕이 사는 구역에 갔다가 화전민 마을, 산채 같은 걸로 착각하는 경우도 과거엔 허다했다는데, 이름 높은 왕국들이 아닌 이상, 주변에 널리고 널려 자칭 왕임을 주장하거나 사칭하는 이들의 경우엔, 실상이 아주 처참하기 그지없단다.

그러기에 왕이라 자처할 수 있는 이들의 절대적 기준은 단언컨대 왕도의 규모라 볼 수 있을 거다.

물론 이건 인간 왕국, 제국 한정 이야기지만.
카일론 왕성은 3단계로 구성돼 있는데, 왕도 내에  다른 성벽이 자리하고 있어 전쟁이 나도 여기만 수호해버리면 적어도 왕성 내부에 새로이 공성전을 치를 정도의 규모라 봐도 무방했다.

…현대였다면 군비 문제니 이거 과잉 방위 어쩌구  수도 있겠지만, 애초에 카일론 왕국의 본질이자 시초는 병영국가로서 성립됐기에, 지금은 그게 조금 완화됐다 쳐도 아직까지도 알그리타 대륙 내에서의 카일론은 군사 강국으로 취급 받고 있는 실정.


때문에 관련 문화가 활성화됨은 물론, 문제는 군사력을 유지한다는 건 평화적 시기엔 단순히 허공에 돈을 뿌리는  아니라 수레째로 쏟아 부어대는 거기에,  때문에 왕국 내에서도 용병 사업이 끊이질 않았다.

전쟁 때 병력을 제공해주는 것도 그러하며, 길드며 온갖 것에 크고 작은 문제들, 탐험서부터 분쟁 완화 및 해결 등까지, 아주 다양한 분야를 맡고 있으며 무려 용병왕 중 셋이 이 카일론 왕국 출신이라 할 정도로 카일론 출신의 용병은 대대적으로 깊이가 남달랐다.

또한 신용도 대단했는데, 이쯤 되면 에드릭이 살던 과거 최고의 용병집단이라 불렸던 스위스 용병급으로 우대를 받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그리고 전시 체계에 돌입하면 이러한 용병들도 준 정규군에 속해 배정돼 전쟁터로 보내지는데, 이러한 조건부가 붙기에 외지인도 얼마든지 시민권을 획득할 수 있는 바.


…이렇게 보면 그리스 쪽이나 로마 쪽 체계와도 유사한 면이 있었다.
이것이 카일론 왕국 내부에 인간뿐 아니라 다종족들이 엮이게 된 이유.


왕도는 제법 살기 좋은 영토며 부지로 보이나 카일론 왕국은 농사를 짓기엔 땅이 비교적 험한 편이고, 무엇보다 산맥 쪽에서 건너오는 괴물들도 문제지만, 산맥 바깥은 무려 넓은 평야 지대인데, 여긴 많은 유목민족들과 엮이게 될 위험이 있기에 이건 이것대로 문제.

왕도의 페어른 강과 함께 남쪽 지방을 바탕으로 해상 무역이 가능하니 무역로가 하나가 아니라 이건 이것대로 다행스러운 일.

애초에 지상으로만 무역로를 터 그곳에 올인 했더라면, 이들은 초원  평야의 무수한 이들과 혈투를 벌이고 있었을 거다.

음, 지리를 헤아리면 그 나라 역사가 보인다는데, 확실히 이 점은 배울게 상당했다.

그리고 이런 쪽으로 유추해본다 치면….



‘엘프와 친하고, 해상 쪽 루트 트기도 좋고….’

에드릭 자신에 대한 장점이 계속해소 부각되고 있으니, 이런 강점을 확실히 숙지해둬 추후 어필할  있다면, 경선에도 상당한 플러스 점수를 받을  있을 지도.


애초에 경선의 조건이며 시험이 뭔지는 모르나, 물밑 작업도 어쨌든 능력의 일환.
권력의 정점에 이른 이들의 세계로 몸을 담는데 정치와 처세와 동떨어진 행태를 취한다는 건, 그냥 그 자체로 무능을 과시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리.

뭐 무능을 과시해 경계를 사지 않는 것도 처세의 일환이긴 하지만.

예컨대 못 난 척, 모자란 척, 무능한 척하며 칼을 갈고, 후일을 대비하고 기약하는 것.


이를 도광양회(韬光养晦)라 하는데, 유비가 조조를 만났을 때 번개 치자 겁쟁이처럼 탁자 속에 숨어든 것도 그렇고, 역사적으로 찾아보면 동서양 막론하고 일화는 아~주 다양한 편.

그리고 이를 국가적 외교 방침으로 내세운 게, 중국을 개혁해 개방의 길로 이끌어 급성장을 이룩한 덩샤오핑, 등소평이기도 했고 말이다.

‘어느 게 이득일지는 솔직히 아직도 분간은  안 가는데.’



개인적으로 배틀 로얄 게임을 한다 치면 에드릭은 대놓고 적들을 사냥하러 다니는 부류가 아니었다.

수가 줄어들 때까지 사리고 또 사려서 막판 승부를 벌이고자 하는 입장이랄까.
상식적으로 이게 가장 합리적인 수단이기도 하지.

힘을 과시하지 못해 안달인 것들은, 잡아다 족쳐대며 경계를 사나, 그걸 감당할 여력이 있으니 그런다 쳐도… 에드릭은 본인은 그런 부류가 될 수 없음을 스스로 확실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가성비가 구려.”


아니, 가성비가 아니라, 그냥 밑지고 장사하는 기분?
어차피 배틀로얄의 지상 과제, 최종 목표를 살아남는 거 아닌가?

물론 세간엔 그런 합리성을 따지는  치졸하다, 비겁하다 뭐라 하지만… 세상이란 상대적이기 마련이고, 그런 면에서 에드릭 자신은 항상 스스로가 약자임을 잊지 않고자 했다.

상대적 기준에서 힘이며 능력이며 두뇌 회전이란 건, 어차피 거기서 거기다. 어지간히 차이가 확연하지 않은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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