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취직하니 떡을 침. 이세계에서 (214)화 (214/454)



〈 214화 〉56. 할 땐 하는 남자.(2)

전투 끝나고 와! 하고 개선문 귀환!
얼마나 좋은가?

그러나 현실은 그딴 거 없다.


정리하고, 미친 듯이 싸운 만큼 기력 소모가 극심해 숙영지 돌아가면 퍼져도 이상하지 않음에도 할 건  해야 한다.
그것도 일정 맞춘다고 빨리빨리 말이다.
일반 병사도 번거롭긴 매한가지나 윗선은 윗선대로 할 게 또 억수로 많아야지.

…그나마 전후 보고서 따위를 작성한다거나 해서 이상한 짓 안 해서 다행이긴 한데, 문제는 이걸 입으로 읊어대야 한다는 점이다.

시간별로 전투 대기 시 어떤 식으로 상황이 진행됐고, 전투 진행 당시엔 어떻게 해서 어쩌고저쩌고.


그리고 누가 반쯤 훈련 아니랄까 봐, 피드백할 거 해가며 문제점들 찾아내 개선의 여지를 두고.

…사람 사는 게 치열한 거야 지당하신 말씀이신대, 이게 정예로 분류되는 이들의 방식으로 적용되면, 치열함은 숨 막히는 전개로까지 연계된다.

애초에 당나라 군대라 해서  안에 우여곡절이 없겠나.
군율이 빡빡하다는 건,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라 매 순간  막히는 전개가 펼쳐진다는 거다.

물론 풀어줄 땐 풀어준다 쳐도, 그 자유분방해 보이기 ‘만!’ 하는 유목 깡패들조차도 공과 사를 끔찍하게 구분했으니, 그보다 더 빡빡해야 하는 이들은 말할 필요도 없겠지.


어쨌든 시체를 소각  하니 그나마 빠르게 숙영지로 복귀했는데 전투를 정오, 흔히 점심시간에 시작했는데도 숙영지 돌아올 때쯤 되니 해가 뚝 떨어져 땅거미가 내려앉고 있었다.

시간 참 잘 가네….


당연 하늘이 어둑해짐에 따라 곳곳에 횃불을 밝히고, 간부며 윗선에 자리한 곳은 마법등을 설치해 대낮처럼 밝혀두니, 이건 적들 입장에서 보면 어디가 어디인지 잘 구별 하랍시고 구분 지어준 느낌을 받았는데, 진짜 전쟁 시엔 죄다 횃불로 통일이란다.

저렇게 대낮처럼 밝히면 장거리 마법 폭격 떨어진다나?
…아니, 그런 공격 가능하면 애초에 숙영지 펴는 거 자체가 문제 아닌가?
아니지, 그런  다 고려해야 하니, 이것만 해도 골치 아플지도?
아닌가? 그 정도는 그냥 기본?


이렇게 일일이, 헤아릴 게 한둘이 아니었다.


“끄응….”



불려 나가 한동안 시달린(?) 끝에 전용 막사로 돌아온 에드릭은, 반쯤 늘어지고야 말았다.



“꽤 시달리셨나 봅니다?”



막사라 쳐도 혼자 쓰는 건 아니다.
그래도 됐지만, 에드릭은 그냥 같이 쓰는 쪽을 택했다.

모름지기 아랫사람들의 마음을 사려면 오자병법의 그 오기 마냥, 설혹 모든 게 연기라 하더라도 이런 눈에 띄는 수고스러움을 ‘눈에 띄게’ 감내하는 노력이라도 해야지.


윗선이 혼자 놀고먹으며 편한데 부하들한텐 불합리를 강요하면 열 뻗치는 건 동서고금, 현대를 막론하고  차이가 없는 법이다.

아무리 신분제가 막강한 시대라도 이건 예외가 없다.
잘난 놈들이니 오히려 더 씹어댈 테지.


안주거리 최대 주제가 윗선 씹어대는 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똑~같다 보면 된다.

“요란  떤  가지고 뭐라 줄줄이 해대서 말이죠.”


그렇다고 힘든 내색을 너무 보이면 이건 이것대로 위엄이며 권위가 떨어진다.

그래서 적당히 의연한 척 연기해대는데, 이것도 체력이  받쳐주니까 가능한 일.
어쨌든 에드릭은 공감대를 형성할 요량으로 그럭저럭 전후 보고 회의 당시 있었던 썰을 풀었다.

일부는 감탄, 일부는 경계, 일부는 순수한 선망까지.
무쌍 찍는 걸 면전에서 목격한 이들 가운데서도 반응은 제각각.


그리고 멀리서 본 이들은, 궁금증을 참지 못해 구체적 설명을 요구했고, 에드릭으로선 본의 아니게  썰을 풀어야되는 구도가 형성돼 어쩔 수 없이 입을 놀려야 했다.


“아, 그리고 술 다섯 통 받아 왔으니 조별로 나눠서 순차적으로 배급해두세요. 다 퍼져버리면 그건 그것대로 문제니.”



공을 세우면 뭐가 떨어져도 떨어지기 마련.
이때 에드릭은 그냥 자기 공은 됐고 병사들 돌리게 술이나 달라 했다.
부하를 격려하고 챙기는 건 언제나 윗선의 미덕.
자기 배 불려봤자 얼마나 불린다고….

물론 이들 병력은 이번만 동행하고 이후 헤어지겠지만, 그렇기에 더욱 챙겨야 마땅했다.
이게  보이는 곳에서  점수 매겨지는 걸 테니.


이로 인해 배포가 크다거나, 크고 작은 일에 구애됨이 없다, 근시안적 사고를 지녔다는 오해를 완전히 불식시킬 수도 있을 테고.

보상이며 돈을 받는 것만 능사가 아니다.
보이지 않는 점수는 때때로 금은보화를 호가하는 가치를 띄기도 하니, 잘 애용해야지.

어쨌든 전투 시 활약한 덕에 조금은 늘어져도  소리 들을 일 없으니 그건 좋았다.

그래도 역시 3인 정도가 몸만 들어설 크기의 막사라 불편하긴  오지게 불편했지만, 과거 군대에 있던 시절, 쓰레기 개폐급 막사에서 짐들과 함께 처박혀 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라, 짜증은 더욱 빗발쳤지만, 아주 신기한 건 이런 곳에 처박히면 뭐가 됐든 더럽게 피곤해진다는 사실이다.


…심리적 문제인지, 분위기에 취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나리는  드신답니까?”
“문제 터질 때 불려가는 게 저니까 저라도 눈 똑바로 뜨고 있어야죠.”
“본보기로서 좋지 않습니다만?”
“이건 제 고집이니 그러려니 하세요.”


배포 넘치게 같이 술 퍼 나르며 낄낄대는 것도 나쁘진 않지만, 이런 분위기에서의 술은 그다지….


어쨌든 그런 식으로 쉬고, 다음 날 배급으로 이어진 조식으로 배를 대강 채우고 마저 정리를 끝내기 무섭게 왕도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원래 중세란 기준으론 수천 단위가 왔다 갔다 하는 것도 쉽게 볼 그런 게 아니었다.


수백 단위만 왔다 갔다 해도 주변이 들썩이는 판이었으니.

그래도 확실한 건, 병사들의 질적 향상은 언제나 실전을 동반해야 했으며, 이러한 실전은 이들을 강군, 강병으로 만들었으리라.


주변을 비롯해 왕도로까지 이어지는 무역로를 안정화하려면, 이러한 대대적 정리 작업은 필수일 거다.


이런 게 일상이니, 카일론 출신 용병들이 잘났을 수밖에.


어쨌든.
다 넘어간다 치고.

왕도로 복귀하니 정말 개선문에 당도해 귀환하는 양 백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당당히 대로를 가로질러 왕성 부지로 향하게 됐고, 일부는 거기서 다시 쪼개져 왕성 외곽에 자리한 연병장 쪽으로 향하는 등.


동시에 이들이 복귀함으로써 왕도는 다시금 축제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들어보니, 크고 작은 승리에 따른 축제는 일상이라는데, 이건 정치적으로도 상당히 유용한 방식인  확실했다.


문제는….
축제도 돈이 한두 푼 드는 게 아닐 텐데, 이런 걸 용케 한다는 거다.
…마물이며 괴물들 퇴치한다고 거기서 게임 마냥 아이템이 떨어지는 것도 아닐 텐데.


뭐, 내  바는 아닌가.

-------

카일론은 그나마 귀족이랍시고 거들먹대며, 주변 나라들처럼 연회며 무도회 등에 심취하지 않은 이들이기도 했다.

주변 국가에서 생겨나는 고풍스러운 문화를 본보기 삼아 도입함으로써, 한편으론 백성들과 벽을 성립해 신분적 우위를 점하는 거야 그럴  하나, 그게 너무 격화되면 문제가 된다는 걸 제법 적절하게 파악하고 있던 모양.


그러기에 이번과 같은 축제는 계급에 구애 없이 모여있다 하면 술을 퍼 마시고, 단순하나 온갖 요리로 배를 채워가며, 춤을 추고 노래하고….

그리고 그런 식으로 날이 저물면 다시  뭉쳐 화기애애하게 놀고 먹어대다… 남녀가 눈 맞으면 인적이 드문 곳으로 은근슬쩍 사라진다거나.

은연중 여기서  치세요, 하는 명목으로 자리한 장소들이 여럿 있는데, 그런 곳에선 서로 눈을 마주쳐도 그러려니 하며 자연스럽게 남녀 관계를 이어가니, 이런 난잡한(?) 문화에 흠뻑 빠진 이들은 아주 작정하고 날뛰는데, 당연 카일론도 간음을 비롯해 불륜에 자비가 없는 나라이다 보니 결혼해 짝을 얻은 이들은 이런 3차로 이어지는 축제에선 당연 배제의 대상.

물론 그렇다 쳐도  사람은 다 하지만.
걸리면 문제가 되지만 안 걸리면 족한 거 아니겠나?


그리고 사실상 귀족과 평민이 가장 많이 맺어지는 시기도 이런 시기인데, 한 해에 이런 축제만 십여 차례가 넘게 생기니, 일부는 아예 이날 작정하고 애인과 맺어지는 날로 분류해 남녀 서로가 탈진할 때까지 서로를 갈구하는 일도 부쩍 잦아 이후 며칠간 뭘 못할 정도로 체력을 완전히 불사르는 경우도 허다했다.


그러기에 축제는 보통 5일 동안 이뤄지는데, 이때 외국이며 외지에서 온 상인들이 아주  만난 고기처럼 난리도 아니란다.

음, 저거 수수료 때는 걸로 축제 비용을 충당하는데는 한계가 있을 텐데.
대신 카일론에서 본국으로 돌아갈  카일론 용병을 고용하니, 이건 이것대로 합리적인 것처럼 보이긴 하고.

또 그들이 머물며 이곳에서 돈을 쓸 테니, 경제적으로도 이건 꽤 타당할지도?
당연 무역상이며 온갖 이들이 오게 되니, 상인 말고 관광객을 비롯한 무수한 이들이 때를 맞춰 당도하는 예도 흔하다면 흔하고.


덕분에 첩자며 간자들도 이 시기를 틈타 내부로 스며들지만, 이런 거 무섭다고 문을 걸어 잠그면… 흐음, 그냥 우리 바보 멍텅구리라 자인하는 거밖에  되겠나.
오히려 대놓고 살펴보라며 내버려 둠으로써 여유를 선보이는 쪽이 훨씬 유용할 거다.


그리고 이 와중에 에드릭은….



“귀찮다.”


자신의 객실에 처박혀 청승과 미묘함 사이에 생겨날 법한, 괴이한 기분을 누리고 있었다.

또 이상하게 피곤했다.


부군 경선으로  거라 솔직히 밖에 나가 난잡하게 떡을 치면 어떨까 하는, 묘한 기대감을 품긴 했지만… 이게 과연 어떤 식으로 눈치를 보일지도 걱정됐는데, 혹여 방구석에 틀어박혀 순진한 척하는 게 오히려  문제가 되려나 싶기도 해서, 내심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쩝.”



여기  이래 한동안 아랫도리를 안 놀려서 그런지, 자신의 성욕이 이런 식으로 자신을 물 먹일 거라곤 내심 생각조차 못 했었다.


‘…그렇다고.’



자위를  수도 없는 노릇이고.


웃긴 건, 에드릭 자신의 물건은 자위하려면  손보단 양손이 오히려 유용할 지경이었다.

물건이 크다는 게 늘 좋은 건 아니지.
거기다 혼자 한다 치면 크나큰 성기는 자괴감을 더욱 불사를 터.

거기다 정력이 워낙 좋다 보니, 어지간한 손딸(…)로는 만족은커녕 감칠맛조차 못 느낄 거다.



“허!”

살다 살다 이런 걸로 스트레스를 받네.
무심코 헛웃음이 세게 터져 나올 뻔했다.



“오호통재라!”

슬프도다. 원통하도다!
남 부끄럽지 않은 녀석이 있음에도 이걸 놀릴 기회가 없다니!


그렇게 아닌 와중에 청승 떨고 있던 차였다.


똑똑똑.


누군가가 문을 두들겨 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