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취직하니 떡을 침. 이세계에서 (216)화 (216/454)



〈 216화 〉56. 할 땐 하는 남자.(4)

거기다 몸이 굳건히 단련된 거치고는 얼굴도 상당히 곱상하고….
당연 모두가 그런 건 아니었지만.


솔직히 체격이 사내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무시무시한 여성분도 계셨으니….
어, 음?  절 보곤 혀를 훔치시는지요? 뭐 잘 익은 스테이크  때 지을 법한 표정을 짓고 계시네? 사람 무섭게시리….


솔직히 검이며 다른 무기를 안 쥐어본 건 아니지만, 아무리 그런 쪽으로 연습을 해보고 훈련을 겪어봤다 쳐도, 실전을 겪는 건 전혀 별개의 문제.

물론 에드릭도 초창기에야 무기를 형식적으로 쥐고, 그걸로 목숨을 건 숨 막히는 접전을 안 펼쳐본  아니지만, 하고서 느낀 건 이걸 연습 삼아 하다간 정말 얼마 안 가 뒤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그냥 뒤에서 위엄이나 잡기로 마음먹었다.
때문에 초창기 파라메라 대륙에서 얼마나 무시 당하고 괄시 당해왔는지.


릴리에나 빽으로 어쨌든 잘 버티긴 했고, 이후 신수의 가호를 받아  능력을 다룰 수 있게 되자, 그거 연습해 실전에 쓰일 정도로 아주 박 터지게 연습해대고 입에 단내가 아니라 뇌 속 세포가 타들어 가는 듯한 혹사에 가까운 노력 끝에 사람 대접받을 만큼 성장은 했다.

그 뒤로도 꾸준히, 스스로 만족스러울 때까지 난리를 쳤고, 확실히 강자존 약자멸, 약육강식에 적자생존이 기본 베이스인 세계에선 더더욱 본인의 무지막지함이 영향력에 직접적 영향을 줬기에, 정말이지 도리가 없는 생활이었다.

애초에 에드릭이 섹스를 아무리 좋아한다 쳐도, 혼이 빠져라 떡방아를 찍어댄 이유도 이 또한 일종에 무력 못지않게 중요한 요소였던 이유도 있었다.


덕분에 나중에 남녀 모두에게 지력에다 무력, 거기에 나름 가장 중요한 교미력, 섹스력(…)을 토대로 더욱 발언력과 영향력을 넓혀갔으니, 후회는 없다만.


“흐음.”

결론적으로 에드릭은, 무기를 쥐는 것에 다분 회의적이었다.

거기다 무기를 쥐면, 손가락 제스처를 통한 연상법, 예컨대 마법사로 치면 손으로 이것저것 청승 떠는, 수식을 통한 인지 및 연상법이 막히는 터라, 정령술이 제아무리  다루듯 발 다루듯 써먹는다 쳐도, 아직도 생각하면 바로 이루어지는 급의 단계는 아니기에 이런 거 하나하나가 세세하게 실력 발휘에 영향을 미쳤기에, 도리가 없었다.


운동선수가 온갖 루틴 마련해놓고, 그거 어긋나면 멘탈 박살 나는 거하고 약간 비슷한 맥락이랄까.

마법사들 중에서도 스태프들고 꿍얼대는 이가 있는가 하면, 목걸이나 팔찌로 마법을 구현해내는 등, 사람마다 어쨌든 편한 방법이 있는 법.

“정령술사를 안 만나본 건 아닌데… 너무 무방비한 건 아닙니까?”

연병장이 제아무리 넓더라도, 대련 삼아 주변을  감싸는 형국이 되다 보니, 영역이 좁혀지는 건 당연한 수순.

그러다 보니 한 열두 걸음 정도면 닿는 정도가 됐는데, 이 정도면 저들 신체 능력 기준으론  그대로 한달음에 닿는 거리라 해도 과언은 아닐 거다.

보통 전사며 기사와의 전투는 철저한 원거리냐 근거리냐의 싸움이다.
붙으면 그들이 유리하고 떨어지면 마법사며 정령술사, 궁수 측이 유리하다.

당연 상성적 우위를 바탕으로 상대를 공략하는 거야 기본이긴 한데, 만약 상대가 유리한 전개가 이뤄지면 어쩔 텐가? 뭐 그냥 죽을 텐가? 그럴 순 없지 않나.


거기다 파라메라 대륙의 전사들은 육체적 능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체격도 상당한데  체격에서 뛰쳐나오는 폭력적인 광기는 말할 여지도 없고.


훈련도 미친놈들처럼 해대니, 거리를 아득히 벌려도 이것들은 이 악물고 단거리 주자 마냥 땅을 쾅쾅 찍어가며 모래 먼지를 떨쳐내며 눈도 좋아서 수백 미터 밖에서도 정확하게, 단번에 좁혀 오는  그들인데, 그런 애들 수십이 경고도 없이 달려오면 순간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해버린다.


그리고 나중에 가선, 오히려 에드릭이 그렇게 달려오는 이들을 향해 마주 달려나가 한 방 먹일 정도가 돼서야, 그도 제법 이곳 세계를 안심하고 누벼댈 수 있는 배포가 생겨나게 됐으니.


…세상 별거 없다.


힘이 있으면 자신감이고 뭐고 다 생긴다. 없으니까 잔 대가리 굴리고, 머리를 쓰는 거지.


“…….”

에드릭은 그저 방긋 미소 보여주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그리고 이걸 도발로 받아들인 건지, 아르세우스의 표정도 사뭇 날카로워졌다.

암사자? 암표범이 따로 없었다.

뜨겁게 달아오른 호흡과는 달리, 눈은 점점 차갑게 식어간다.
상대가 무방비하게 보여도 방심하지 않고, 전심전력을 다 하고자 하는 저 마음가짐을 보라!

…무서워 죽겠네.
이런 건 원래 잠깐 방심하면 뚝배기 깨지는 거다.

신체를  먹듯이 다루며 단련해대는 저들의 신체 반응은 범인의 그것과는 차원을 달리한다.


그러니… 시작과 함께 단박에 지척까지 다가와 검을 휘두른다 치면, 그거 무방비하게 맞으면  해도 중상은 확정. 재수 없으면 그걸로 한큐에  수도 있을 거다.
저  단련돼서 압축된 것처럼 다부진 상·하체를 보라.

거기다 나름 왕태녀 직할, 직속 기사단인데, 어중간한 실력자들하곤 차원이 다를 테니….

“자, 그러면 시작합니다. 제가 손뼉을 치면, 그 소리를 신호로 시작하시면 됩니다.”



한 사내가 심판을 자처해 에드릭과 아르세우스를 번갈아 살피곤.



“준비!”




이윽고.
짜악!

손뼉을 친 게 아니라 뭔 북을 터트린 거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동시에.
파박!

땅을 박차고 단번에 신체를 바짝 낮춰, 그러면서도 발의 보폭은 말도 안 되게 넓게 잡으니.


열두 걸음 거리가 고작  걸음 만에 지척으로까지 좁혀진다.



‘허이구.’




숨 한 번 마시려는 찰나에 도착해버리시니, 정말 방심했다간 한큐에 갔겠네.
하지만.




“?!”




막  걸음째.
지면을 밟기 무섭게 중심이 무너져 일순 그걸 잡느라 주춤한 사이.
복부에다 물 폭탄을 먹여줬다.
폭탄이라 쳐도 그냥 물을 뭉쳐서, 닿으면 압축된 물이 그대로 운동 에너지와 함께 폭발해 부피를 부풀리는, 뭐 흔해 빠진 이용법이었다.

물이 많은 공간에서 쉽게 써먹는 건데, 사실 이런 곳에선 써먹기 껄끄러우나, 이쪽은 물의 정령을 통해 정령계에서 수분이며 물을 끌어 당길 수 있기에, 비교적 쉽게 펼칠 수 있는 준수한 활용법이기도 했다.

그러나 사실 여기까지 할  있었던 가장 핵심은 따로 있다.
바로 상대가 밟았던 지면의 마찰력을 순간적으로 없애버려, 중심을 흩으려 버린 것.

그 정도로 맹렬하게, 거기다 보폭도 넓혀가며 파악파악 접근해대면, 중심 살짝 무너지면 그 시점에 널브러져야 정상인데도, 용케  넘어지고 뒷발과 허릿심, 복부 코어 등을 포함해 어깨까지, 상체 힘으로 넘어지는  버텨낸 것도 참 용하다고 생각했다.

 찰나를 이용해 미끄러지는 앞발을 빠르게 회수해 조금 뒤쪽을 밟아 중심을 잡고 거기서 다시 표범처럼 날 덮치려 한 건데, 다행히 한 가지 대처로 방심하지 않고 연달아 때려 박은 덕에 시작부터 망신살 뻗칠 일은 없었다.




‘놀랍네.’

대부분 중심 못 잡고 달려온 기세로 성대하게 넘어졌어야 정상인데 말이지.
생각해보니 전신 갑주, 그것도 철 갑옷을 입고 날뛰는 이들이니 균형 감각에 대해선 나름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 않을까 하는 게, 순간적으로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아니나 다를까.


충격이 상당했을 텐데도, 바닥을 한 차례 구르기 무섭게 그 반동으로 다시 지면을 박차고 뛰자 눈앞까지 당도했다.

균형감각이 좋다는 건 달리 말하면 움직임이 매끄럽고, 공격 방어 시에도 새삼 빈틈이 없을 확률이 높단 말하고도 일치한다.

그러나.
이쪽은 따로 무기를 쥐고 있는 게 아니다.
그러니 어디서 뭘 어떻게 쏠지에 대한 제한도 비교적 자유로운 편.
손을 통해 물을 부린다는 편견이 있을 순 있다.
근데 거기에 한정 지어 버리면 다양성을 잃는 거고, 이건 에드릭 자신의 다양성을 훼손하려 자처하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을까.


그렇기에.
촤아악!


돌연 눈앞에서 물줄기가 화악 퍼져 안면을 덮쳐오고, 동시에 발목을 강타하는 물기둥에 일순 목검을 베어오려던 그녀의 움직임이 단번에 경직된다.


그러니 한 걸음 정도만 살짝 피해 주는 걸로 공격 범위로부터 몸을 빼낼 수 있었다.

몸을 빠르게 물리는 것도 중요하나, 상대의 공격 흐름을 끊어버리는 것도, 방어의  방편이 될 수 있을 터.


최고의 방어가 공격이란 소리는, 그 공격으로 상대의 공격 여력마저 박살 내라는 의도도 다분 포함된 내용일 거다.

상대적 기량이 우세일 시, 기세만 죽지 않는다 치면 공격으로 공격을 제압하는 건 현대 전술 개념에서도 나름 상책으로 여겨지긴 한다.


…물론 전쟁 기준, 인명 피해를 포함한 인권 문제가 결합 되면 이야기가 완전 틀려지지만.


그러니 반대로 사람을 갈아 넣기보단 돈을 갈아 넣게 된 거고.
인력을 갈아 넣는 것보다 실제로 돈을 쏟아붓는  더 효율적이란 건 증명된 지 오래긴 하다.


그놈의 망할 돈을 원활히 동원 못 하니 대체 명목으로 인력을 부리는 거지.


“스릅!”


 범벅이  얼굴을  차례 손으로 훔쳐댄 아르세우스가 매서운 눈길을 던진다.
마음만 먹으면 안구며 코며 입안으로 물줄기를 때려 박아, 아주 비참하게 켁켁대며 널브러지게 해줄  있으나, 이러면  난리  테니 그건 자제한다 치고.


아예 짓밟기로 작정한다 치면, 1대1 결투일 땐 이쪽이 차라리 효과가 좋긴 하다.
아주 끔찍한 공포를 선사할 수 있으니까. 당사자며 관계자, 관전자들 전부 포함해서.

더 효율을 내려면 피가 역류해서 입과 코, 귀로 터져 나오게 하는 쪽도 재미는 있지만….




‘이게 재미있으면 안 되잖아?’



옛날 버릇 나오려나 보다. 자제해야지.


속으로 그런 고뇌를 순간적으로 곱씹다가 자제하는 에드릭과 달리, 바람처럼 몰아쳐 번개처럼 제압하려 했던 작전은 우선 무르기로 한 건지, 원을 그리며 나름 공격할 틈을 살피기 시작한 아르세우스.


그나저나….

얇은 옷인 덕에 물에 흠뻑 젖은 탓에, 옷에 착 달라붙어 이게 나름대로… 흐음!
그리고 이쯤 되면 눈치챌 수밖에.


“너무 봐주는 거 아닙니까?”
“제가요?”



에드릭이 선수를 치거나 하는 일 없이 받아주기만 하니, 아무래도 그렇게 느꼈나 보다.

아니면 반대로.
…카운터 외엔 대응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서 저러고 있다, 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을 거고.


원래 방어하다 카운터 치는 게 훨씬 쉬운 법이다. 역량적으로 우세하지 않은 한, 공격은 언제나 선빵 제대로 갈구는  아니라면, 밑지는 장사인  확실했다.

“그럼 제가 먼저 가도 괜찮겠어요?”


이왕 보여주기로   여유로움을 철저하게 연기했다.
한 번 제대로 본보기를 보여야 나중에 귀찮지 않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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