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취직하니 떡을 침. 이세계에서 (237)화 (237/454)



〈 237화 〉62. 혹한기 훈련 생각난다….(2)

“저희야 저희 할 일만 잘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나리께선 잘만 풀린다면 우리 여왕님… 아니, 공주님하고 맺어질 수 있으실 귀하신 몸 아닙니까? 그러면 그때 몇 마디 말씀이라도 해주시면 어떠신지요?”
“혹여 그렇게 된다 하더라도, 제가 여왕 폐하의 권위에 도전할 순 없을 거라 봅니다. 저는 그냥, 얌전히 자리를 지키는 것으로 만족할 심산입니다.”

그러자 아쉬운 얼굴로 표정을 굳히는 파르솔.

“…사내로서 그러기가  쉽지 않을 텐데 말입니다.”



딱히 비꼰다거나 험담은 아니었지만, 생각한 바를 고스란히 입 밖에 내는 그였다.
여기서 샌님들은 이를 모욕이나 비방으로 취급할 여지가 다분하나, 에드릭은 되려 별거 아니라는 듯 넌지시 자신의 의중을 보여주는  연기했다.



“반대로 생각해보시죠. 사내답게 안 살아도 되니 얼마나 좋습니까?”



……?



“일하지 않고 누릴 거 다 누리면서, 가만히 얌전히만 있으면 존경받고 경외 받을 수 있는 자리 아닙니까? 애초부터 벼락출세하듯 제가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말이죠. 신대륙에서 이미 목숨도 여러 차례 걸어가며 앞선에서 날뛰었는데, 겪어보니 전부 다 개고생이더군요. 그러니 전 부군으로서 정치고 뭐고 주변에서 뭐라 하든 상관없이  내조하며 열심히 놀고먹고 즐겨 보렵니다. 어때요? 자존심이니 명예만 버리면 인생이 참으로 풍요롭게 느껴지지 않나요?
“어? 이야기가 그렇게 되네요? 하?!”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다는 양, 십인대장 파르솔이 어처구니없어하다가 파안대소를 터트렸다.


“그렇군요! 그거 정말… 꿈 같은 이야기로군요.  그걸 여태 생각  했을까.”

편견이 이래서 무서운 거다.
그리고 이러한 우스갯소리를 하는 것도 슬슬 한계에 도달했다.
추위가 더 극심해졌으며, 고도가 높아지다 보니 자연스레 호흡이 가빠지는 건 덤.
거기다 길도 더욱 험해져서 기본이 45도 이상으로 기울어진 비탈, 경사면을 오르락내리락 하며 가는데, 용케 어디로 향하는지  파악하는  보였다.



“그건 그렇고 일일이 보존 식량 같은 거 들고 가서 전달하고 그런 방식인가요?”
“아, 그거 말씀이신가요? 본래는 올라가는 당사자가 일정 보급품을 챙겨가는데,


 녀석은 돈 조금 벌겠답시고 동료 대신해서 뛰고 있는 거거든요.”


“흐음….”




이건 조금 애매한데.
군율이나 뭐…… 아니아니, 여기서도 여기 나름대로 굴러가는 룰이 있겠지.
항상 세상을 FM으로만   없는 노릇 아닌가.

그런 식으로 해가 저물기 직전까지 2군데 가량을 더 들러 보존 식량을 건넨 뒤, 해가 저물어 주변이 어두워져 가기 무섭게, 은거지로 불리는 동굴에 도착했다.

웃긴 건 이 동굴은 무려 비탈 중앙에 떡하니 있다는 건데, 위에선 보이지도 않고 아래에서도 안 보인다는 점이다.

애초에 비탈이 70도 가까이 기울어진 시점에… 사실상 매달려서 올라가야 하는 형편이었는데, 막상 동굴 내부로 들어가니 생각보다 멀쩡해서 조금 놀라고야 말았다.
…자연이 이런 편의를 제공하다니, 놀랄 ‘노’ 자일세.

거기다 날이 저무니 확실히 추위가 대낮과는 비교를 금할 정도로 혹독하게 일변했다.

“우와… 뼛골이 떨리네.”




파르솔을 포함한 십인대에 속한 수색병들이 벌써부터 온몸을 오돌오돌 떨어대고 있었다.


더 이상 땀을 뺄 일이 없어지다 보니, 땀이 식으며 금세 온몸이 축축해진 탓이기도 했다.


그렇다고 목욕을 한다? 옷을 갈아입는다? 말도  되지.물론 에드릭도 춥기는 매한가지.


그나마 몸이 남들보다 특이하기에 조금 더 여유가 있다 쳐도….


‘사람 몸인 건 어쩔 수가 없단 말이지.’




주변에 널린 게 가죽인데 형식적일 줄 알았는데 의외로 간단하게라도 무두질을 해두는 건지 가죽을 활짝 펼쳐 널어둔 모습들이 눈에 띄었다.
동물 가죽이란 게 자른다고 바로 써먹을 수 있는 그런 게 아니다.

야생의 서바이벌이라면야 별문제는 없다만, 문명인의 일환으로 오래오래 잘 써먹으려면 그에 걸맞은 가공이 필요했다.


물론 사냥을 했든 죽은 동물의 가죽을 벗겨내는 작업 자체가 이미 순탄하지 않으며, 벗겨낸 이후로도 귀찮기는 매한가지.

그나마 다행인  끄트머리를 바짝 당겨 널어둔 거 외에도, 멀쩡히 이불이나 담요, 덮개 느낌으로 써먹는 가죽들이 생각 외로 널려있다는 건데.


그래서인지 가죽을 2개 이상 두르고 다들 추위를 억지로나마 견뎌내고 있는 모습들이었다.

덩치가 산만 한 늑대서부터 그보다 배는 큰 곰 가죽까지 있었는데, 사실 늑대 가죽만 해도 사람 하나 덮는덴 전혀 문제가 없어 보였다.

‘이런 게 패거리로 몰려다닌단 말이지.’


야생에서의 늑대는 상상 이상으로 거대했다.
근데 그것들이 패거리를 끌고 몰려다니며 사냥을 해댄다.

모든 늑대가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일반 견, 강아지만 한 크기의 늑대도 있지만 이곳 주변의 늑대들은 전혀 사정이 다르단다.

그러기에 야생에서 날뛰는 늑대들은 대형견 못지않거나 그보다  거대한 경우가 대부분.

그리고  주변에서 많이 비명횡사하거나 객사하는 이유 중 하나도 그런 이유란다.
마우론 산맥은 영역에 따라 마물의 분포며 활성도, 그 외에 여타 것들이 죄다 차이가 있는데, 이 주변은 비교적 그런  적은 편이란다.
반면 희귀 식물이며 약초들이 꽤 널렸다고 했던가?
그러다 보니 짐승들도 엮이고, 이러니 자연스레 사냥꾼들도 엮이고….


그나마 오래 사용한 덕인지 특유의 비린 체취는 덜해도 따로 빨래를 하거나 어떻게 할  없어서였는지 악취가 무시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래도 추위에 저항할 수 있게 만드는 유일한 도구다 보니  신경도  쓰게 되더라.



“내일은 이보다 조금 더 높은 지대로 이동할 겁니다.”
“여기도 꽤 높은 거 같은데요?”
“…각오하고 올라간다 치면 한주는 거뜬히 올라가야  겁니다.”

그리고 나무며 잡초, 온갖 식물이며 풀들이 있는 시점에 아직 그리 높은 지대가 아니란다.

나중엔 가지가 무성한 나무들이 듬성듬성, 이후론 아예 나무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며 기암괴석,  그대로  밖에 안 보이는 그런 지대가 나온다는데, 거기서 더 올라가면 눈이 내린 흔적도 없는데 지면이 새하얗게 굳어져 있단다.


“어지간하군요.”
“예전에 그곳으로 침투한 녀석이 있어서, 정말 짜증나지만 저희도  주변을 덩달아 수색하게 됐지요. 하아….”

 그대로 만성 피로에 젖어 있어서 그런지, 체력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 만사가 귀찮다는 모양새였다.

그래도 먹고는 살아야 하고, 책임감은 있다 보니 일은 하고.

“식사는 가져오신 걸로 틈틈이 배를 채우시면 됩니다. 여기선 볼일 보는 것도 번거롭다 보니… 먹는 것도 곤욕이지만요.”

아무 곳에나 대소변 싸지르면 악취가 장난 아닐 테니, 사실상 은거지 동굴 밖으로 나가는데, 이조차도 위치를 유추시킬 여지가 있다 보니 애써 올라온 곳에서 내려가서 또 한참을 이동해서 볼일을 보고, 다시 올라와야 한단다.


이때도 혼자 나갔다가 문제 생길 여지가 있기에 2인 1조 개념으로 동행한다는데….



‘하이고.’



별거 아닌 이런 이벤트조차 이리 디테일하게 경험하게 되는 걸 보면, 참으로 이곳 세상도 현실 못지 않… 아니 현실이 맞잖아  사람아. 벌써 제정신이 아니게 된 건가?

그런 식으로 추위에 오돌오돌 떨어가며  자리에 눌러앉아 아까 요청에 부응해 썰을 풀기 시작한 에드릭.

막상 말할  귀찮았는데 하다 보니 점점 스스로 유명한 투 머치 토커가 된  수 시간을 거뜬히 이야기로 날려버린 턱에, 모두가 추위에 떨면서도 만족스럽게 가죽을 깔고, 덮으며 잠자리에  수 있었다.


“체력을 보존해야 더 빨리 가니까요.”

날도 어둡고 길을 헤맬 여지가 있는데 무작정 간다? 위급한 상황이라면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그러겠지만, 평소엔 그다지….

그래도 야간 행보가 없는 건 아니란다.

‘어딜 가나 군대는 역시 행군인가.’


그나마 행군은 좋아했다.
…빌어먹을 군화 때문에 발에 난리가 난  문제였지.
양말을 여러 번 갈아 신어도 나중엔 결국 발이 물집으로 다 터졌었다.
이것도 익숙해지니 나중엔 덜 했지만… 다시 생각해도 짜증이….

‘여기도 괜히 군화를 주는 게 아니었어.’



길이 험함에도 쉴  없이 움직여야 했기에, 별도리가 없기도 했다.
상태가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일반적인 신발에 비하면 양반.
사실상 군화라기보단 등산화라 봐야 했다.


밑을 쇠판으로 깔고, 그 외엔 가죽으로 두른 신발인데, 쇠판을 깔았다는 거 자체가 엄청 특이한 케이스였다.

덕분에 지면에 뭔가가 밟혀도 발이 크게 상하는 일은 없었지만….



‘딱딱해서 좀 그렇지.’

양말이란 게 우리 세계 마냥 유별 난 시대도 아니고 착용하는 이들도 대부분 귀족에 한정된 이들인데,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마련하는 게 그리 간단한 게 아니었다.
상식적으로 양말 없이 구질구질한 맨발로 이런 거 신고 장기간 발을 놀린다 쳐보라. 발이 성한  신기한 거지.

그래도 본사가 점진적으로 이러한 편의 등을 널리 퍼트리고 있어 이것도 나아진 거긴 한데, 여기서  나아지려면 한참이 걸릴 거다.

그리고 이러한 편의가 개선되면 될수록, 다른 의미로 기폭제가 돼서 무슨 사태가 발생할지도 모를 일이니.

무수한 전쟁은 의외지만 무역 망의 와해 및 경제 붕괴, 그 외에 이익 구조가 뒤엉켜 발생하곤 하는데, 세상일이란 모르는지라 단순 편의로 무언가를 개발하고 추진하고 하는 게 어떤 식으로 나비 효과가 발생할지 모르는 일이다.

거기다 이곳 세계는 마법을 포함해 변수가 워낙 다양하기에 뭐라 단정 짓기도 그렇고.


어찌 됐든 힘든 와중에 그래도  나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좋다고 느끼기엔 영 꺼림칙한, 그런 경험이었다.

특히 새벽이라곤 하나 깨어난 직후 시커멓게 어두워진 가운데, 동굴 바깥을 바라보며 세월을 낚는 행위는 아주 곤혹스러웠다.

추워서 잠도 안 오는데, 사실상 새우잠을 자는 거라 봐도 무방했다.


동굴 입구는 막을 수도 없고, 동굴 규모가  대단한 것도 아닌지라 결국 바람이 이쪽으로 불면 정면으로  얻어맞아야 하는데, 지대가 높다 보니 칼바람이 따로 없다.

근데 그뿐인가.

어두운 와중에 부슬부슬 오는  마는  비 떨어지는 소리들, 벌레 우는 소리며 산짐승들이 우는 소리가 간헐적이면서도 때때로 우후죽순 울려대는데, 야행성 짐승들답게 난리도 아니었다.

그걸로 말미암아 유추해보면… 잠이 들긴 했으나  시간도 채  잠든 거 같았다.
그래도 혹여 깊이 잠든 이가 있을까 싶어 얌전히 있는데….

‘뭐 하는 짓이지?’

헛웃음이 터져 나오려는 걸 대강 갈무리하곤….




‘이거 참….’


그냥 입으로만 웃어버렸다.


그렇게 날이 밝고 가지고 있는 보존 식량으로 배를 살짝만 불리곤 동굴을 나서는데, 해가 떠오르기 직전임에도 이미 어둠에 무르익은 눈은 대략적으로 주변을 구별 가능하게 만들어줬다.

거기다가….



‘밤새 눈이라도 내렸나?’




비가 떨어지는 소리는 들렸는데, 덕분에 경사면이 엄청 미끌거렸다.
…여기서부터  꼬락서니인데 더 높이 올라가면 아주 가관이겠네.

그리고 예상은 적중했다.




‘눈이다.’


아니 저기요, 왜 눈이 내린 전조도 없었는데, 암벽 등반 좀 했더니 여긴 지면에 눈이 한가득인 겁니까?

거기다 신기할 정도로 바람이 안 부는데 엄청 추웠다.




‘장갑에다 후드까지  이유가 있었네.’

털이 수북한 휘장 망토도 적절했지만, 안에다 새로이 후드가 달린 가죽옷에 가죽 장갑을 입게 만든  아~주 주효했다.


애초에 에드릭 자신이  지경인데 다른 이들은 어떨까.

“…….”


의외로 다들 멀쩡했는데, 그만큼 익숙해져서 잘 참아내는 것처럼 보이는 거지 실상은  아니었다.


“후우!”


급속도로 말주변이 사라진 건 그렇다 쳐도, 다들 눈이 휑한  보니 꿈도 희망도 없어 보였다.


어제까지만 해도 다들 여유를 보였는데, 이러한 지옥이 도사리고 있어서 그랬나 보다.

“이 주변, 고산지대엔 몇몇 소수 부족들이 머물고도 있습니다.”
“영역 문제로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던가요?”
“자부심이 남다릅니다. 어디 버틸 테면 버텨보라 하는 식이죠.”

본래 이런 곳은 신성하니 어쩌니 하며 주변을 배척하고 외지, 외부인에게 적대적 반응을 보이기 일쑤라는데, 그들은  반대란다.




“오면 식사라도 대접해주고, 따스하게 몸을 녹일 공간도 마련해주죠. 하루 한정이지만요.”
“오래 머무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은 모양이죠?”
“사람이 죽으면 부정이 탄다던가 하더군요. 그러니 빨리 내려가라, 그런 의미죠.”
“그래도 이 주변도 순찰, 수색 영역이라 하지 않던가요?”
“이들 부족 자체가 국왕 폐하하고도 꽤 친분이 있는 관계랍니다. 그래서 현재는 카일론에 속하되, 속하지 않은, 이상한 관계죠.”


흐음, 뭔가 사정이 있나 보다.

“그래도 이번엔 그들과 마주칠 일은 없을….”




그렇게 안심하려던 찰나였다.
소리소문없이, 큼지막한 무언가들이 마치 지나가듯 주변을 포위해온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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