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9화 〉63. 여우나 늑대나 다 같은 갯과
“음, 그러니까….”
얼음 왕국이 따로 없다.
근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2인 1조로 순찰 돌고, 며칠 버티다 일정에 맞춰… 교대 차원에서 내려갈 때쯤, 늑대가 신발을 약하게 물어 당기며 자꾸 어디로 가자며 유도해댄 터라 양해를 구하고 늑대를 따라나섰다.
…이거 나중에 명령 위반이니 뭐니 해서 막 까이는 거 아닐까 모르겠다.
늑대가 재빠르게 움직여서 에드릭도 기존의 움직임보다 더 민첩하게, 거의 뛰어다니듯 늑대를 따라 움직여 수 시간을 이동하니… 어이없게도 떡하니 성채가 자리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심지어 얼음 성이다.
그뿐 아니라 주변에 자그마한 구덩이 같은 게 꽤 여럿 됐는데, 거기서 늑대들이 고개만 내밀고 동물원 원숭이 구경하듯 주시하고 있는 게 아닌가.
어쨌든 늑대를 따라 문 없는 성을 들어서자 내부는 제법 단조로웠다.
…장식이니 가구니 이런 게 하나도 없었고, 그냥 넓은 공간에 칸으로 구역을 나눠놓고, 층을 나누기 위한 계단들이 높이 자리하고 있었는데… 신기하기보다는 황량하단 느낌을 받았다.
‘조금 무섭다?’
거기다 주변이 새하얀 안개로 뒤덮이다 보니 조명 상태가 영 아니어서 약간 을씨년스러운 기분도….
마치 이세계로 온 듯한 기분인데… 여기가 이미 이세계인데 거기서 한 발자국 더?
이런 말하면 조금 웃기지만 놀이동산 온 기분이었다.
그렇게 안으로 들고 들어….
……과장 안 보태고 집채만 한 늑대를 발견했다.
새하얀 털이 복슬복슬한 게 단… 근데 눈동자 크기가 어째 제 몸집만 하네요?
[어서 오너라.]
“아, 예….”
순간 당황한 나머지, 평소처럼 말이 수려하게 나오질 않았다.
“혹여 절 찾으신 분이…….”
[그렇다. 내 이름은 루에라브리스. 이곳 마우론 산맥 서쪽에 잠시 머물다 가게 될 객이니라.]
음?
보통 이런 존재들은 내가 이곳의 주인이다! 뭐시기다! 하지 않나? 생각 이상으로 너무 겸손하게 자기소개를 하시는데….
“초대에 감사드립니다, 루에라브리스 님. 한데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절 어떻게 아시고 이곳까지 부르셨는지… 그 점에 대해 묻고자 합니다만….”
[추후 우리와 인연이 있을 거란 이야기를 들어 앞서 보고자 함이다.]
응?
“그 말씀은…?”
[때가 되면 알게 되겠지.]
그러고는… 커다란 눈이 호를 그리는 게 아닌가.
아, 그런데 늑대가 참 예쁘게 보이는 것도 이상한데, 한편으론 왜 그리 무섭게 느껴지는지….
[그리고 기회가 난 김에 우리 젊은 일족의 아이로 하여금 그대와 동행하게 하여 세상 물정을 알게 하고자 함이다.]
“일족의 아이… 말입니까?”
언제 봤다고 이렇게 마구 푸시하시는 건지, 솔직히 부담이 장난 아니었지만… 딱히 거절할 명분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보다 추후 인연이 있을 거다? 대체 어떤 식으로? 뭘 말하는 거지?
[너무 걱정은 말아라. 그대에게 있어서도 큰 도움이 될 테니.]
“흐음… 제가 모르게 무언가 일이 진행되고 있다는 건 알겠군요.”
어쩌면 본사와 연관이 있는 건지도?
그보다 이곳 등반하면서 이곳의 일족? 부족? 아무튼 그들이 현 국왕 폐하와 연관이 있을 거란 이야기를 들었는데, 혹여 이쪽 늑대들하고도 연관이 있는 건가?
아님 전혀 다른 무언가가 개입했다던가?
…아, 복잡해지네.
[그렇게 되었으니, 아이야. 그만 자기소개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
“음?”
그러다 문득 옆에 다소곳하게 앉아 있던 새하얀 늑대, 여태 날 따르고 날 이쪽으로까지 인도한 늑대가 발을 들어 목덜미를 긁어대더니.
새하얀 털들을 마구 주변에 흩뿌리더니 돌연 체구가 확 불어나는 게 아닌가.
“……?”
그리고 거기엔 긴 장발, 새하얀 머리칼이 바닥에까지 닿을 정도로 길쭉하게 늘어선….
“냥?”
……소녀가 자리하고 있었다.
외양은 10대 후반? 중반? 솔직히 분간이 안 간다.
근데….
‘알몸이군.’
눈 보신이 된다.
가슴이며 몸이 실로 바람직한 형태라 절로 눈길이 쏠리고야 마는데….
“재미있었다냥.”
응? 냥?
냥? 맞나?
아니, 저거 고양이들이 붙일 법한 그거 아닌가?
“아, 잘못 말했다냥?”
“…….”
실수가 맞는 건지 모르겠다.
에드릭은 그녀의 편견을 정정해주고자 이런저런 설명을 해줬다.
그러자.
“멍멍? 뭉멍? 왈왈?”
“…….”
“고맙다멍멍? 고맙다뭉멍? 고맙다왈왈? 어느 쪽?”
“…….”
목소리가 워낙 귀여워 멍 소리도 그렇지만, 뭉멍하니 왜 괜스레 가슴이 짜르르 울리는 걸까.
“개새끼다워 귀엽지뭉멍?”
“…….”
솔직히 예쁜 건 고사하고 너무 깜찍해서 순간 가슴에 비수가 꽂힌 것처럼 느끼고야 만다.
아니, 이렇게 귀여워도 돼?
물론 이쁘장하고 예쁜 건 당연한 거고.
…어차피 폴리모프? 변신이고 변형인데 뭘 새삼스레….
생각해보니 구미호만 여자로 변하냐? 여우만? 늑대도 충분히 가능해도 이상하지 않을지도?
…아니 뭔 생각을 하는 거냐.
순간 머릿속이 뒤죽박죽 엉켜대기 시작했다.
엉킬 일이긴 한가? 어어?
[어떤가? 마음에 드는가?]
“제, 제 마음에 드는 것보다… 그녀 자신의 자유 의지, 마음가짐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아이야, 너는 어떠하느냐?]
“귀여워서 좋다뭉멍.”
“…….”
크윽! 시, 심장이… 심장이….
애완 늑대 소녀가 있으면 이랬을까 싶었다.
그보다 지금 나한테 귀엽다고 한 건가?
키는 에드릭보다 머리 하나는 작은 편.
…에드릭이 이곳 대륙 기준으로 평균보다 큰 키, 체구인 건 그렇다 쳐도 늑대에서 사람으로 변신한 그녀는, 여성으로선 제법 발군의 체격인 건 분명했다.
그렇다고 여성미가 떨어지느냐 하면 전혀.
거기다 허리 아래까지…오다 못해 바닥에 닿을락 말락 하는 펑퍼짐하면서도 규모도 발군인 그녀의 새하얀 털, 머리털 덕에 기존에 본 적 없는 신묘한 인상을 받게 된다고 할까.
목소리도 귀를 녹아들게 하는 건 물론 외모도 상급.
황갈색 눈동자를 평범하게 반짝이며 이쪽을 빤히 주시해오는 모습에선… 성숙한 여성의 그것보단 순진한 소녀가 보일 법한 인상을 받게 되는데, 이유는 표정의 순수한 모습 덕분이리라.
‘표정이 순하다니….’
늑대일 때도 표정이 참 편안하고 순수하다 느꼈는데, 늑대의 얼굴에서 여우의 미소가 보이기까지 할 정도로 친숙한 인상을 받고야 만다.
이러다 보니 자연스레….
“날 쳐다보는 거냐멍멍?”
“…….”
거기다 천연덕스럽게, 자각 없이 애교를 부리는 저 교태 서린…!
크윽! 아직도 심장이…!
[그도 아이야, 네가 마음에 드는 모양이로구나.]
“정말이다냥?”
근데 냥 소리보다 멍 소리가 훨씬 치명적으로 느껴지니, 참으로 걱정이다.
그나저나 목소리가 정말… 귀를 살살 녹이네. 아주 요물이 따로 없다.
[그 아이는 루넨브리스. 그대에게 의탁하는 동안 그대의 신변을 지켜줄 것이다. 그것이 주고받음의 본분이니.]
“…예에.”
[또한 다른 보답을 건네주도록 하겠다.]
그러고는 허공에서 갑자기 얼음 결정이 생겨나더니, 그것이 천천히 낙하하는 게 아닌가.
무심결에 손을 들어 이를 받자, 눈 결정 모양의 얼음 조각이 차가운 한기를 뿜어대고 있었다.
[그걸 가지고 있을 시, 눈의 정령들의 가호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로 인해 그대가 지닌, 물과의 친화력을 활용해 더 나은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어째서 이러한 도움을 생면부지인 제게 주시는 건지, 그 점이 아직도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단순 인연이라 하기엔 차고 넘치는 걸 주시는 것도 같고, 제 어느 부분을 믿고 또… 그녀를 맡기시려는지도 내심 걱정이고….”
[오랜 약속이라 해두겠다.]
오랜 약속?
[차차 알게 될 테니 지금은 그 호기심을 잠시 접어두도록 하라.]
그냥 알려주면 어디가 덧나시나 보다. 에휴….
그렇게까지 얼버무리려 하니, 에드릭으로서도 생떼 부리듯 독촉하고나 요청하기 뭐해 그냥저냥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아무튼 루넨브리스를 데리고 산을 내려서게 됐다.
그리고 이 문제에 대해 에드릭은 어찌 조치를 취해야하나 내려서며 고민에 잠겨 들었다.
‘사실대로 말해?’
감춰도 문제고 말하자니 뭔가 걸리고.
우선 변경백의 말을 어긴 상황이 되니 명분적으로 걸고넘어지면 할 말이 없어지게 된다.
군사 훈련을 포함해 이곳의 일반병처럼 생활하라 했는데 일단 그걸 어긴 셈이니.
그렇다 하더라도 예외적 존재로 분류된 건 어쩔 수 없다 쳐도… 이번 이탈만 제외하면 크게 모난 짓을 한 것도 아니고.
그리고 이탈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에드릭 스스로 책임을 지겠다 사전에 밝혀뒀기에 이에 대해 십인대장 파르솔에게 민폐며 책임이 전적으로 돌아갈 일도 없을 거고.
…아예 없을 거라 기대는 안 하지만, 그들도 늑대들이 주변을 포위해 말을 걸어온 것, 초대에 대해 논한 걸 에드릭과 함께 들었기에 이에 대한 걸 사실대로 보고한다 치면….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아주 예외적인 상황이다.
그래도… 어쩌겠나. 이미 벌어졌고, 그럴 걸 각오했는데.
그래도 얻은 게 아예 없진 않았다.
손바닥 위에 생겨난 수분이 이윽고 한데 뭉쳐 눈처럼 새하얗게 변화를 맞이한다.
‘물을 다루는 거하고 눈이며 빙결, 얼음을 만드는 건 별개의 영역이니.’
할 수 없는 건 아니지만 단순히 물을 다룰 때, 소환할 때하고는 들어가는 수고스러움이 차원을 달리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받은 가호? 아무튼 특성은 꽤 요긴하게 쓰일 여지가 다분했다.
‘그 다음은….’
결국 훈련소, 병영 건물에서 영주성으로 돌아온 에드릭은 있었던 내용을 일부 은닉한 걸 제외하면 표면적으로 짐작하고도 남을 내용들을 그럭저럭 정리해 보고했다.
“…….”
그리고 뭐라 한바탕 쏘아 댈 거라 예상한 것과 달리, 내 옆에 엉덩이가 바닥에 붙을락 말락, 네발로 앉아 강아지처럼 다리로 목덜미를 긁어대는 루넨브리스를 보며, 그는 의미심장을 시선을 에드릭과 그녀를 향해 번갈아 보내오고 있었는데….
‘이러다 잘못 엮이는 거 아냐?’
거기다 객관적으로 봐도 루넨브리스는 예쁘고 아름다운 소녀였기에… 괜스레 다른 의미로 잘못 엮이게 되는 날엔….
“알겠다. 자세한 건 내일 다시 논하도록 하지. 물러가도록 하라.”
철저하게 고압적인 포지션을 유지하기로 작정한 그는 특유의 묵직한 시선을 거둔 채 축객령을 내렸다.
“흐음.”
“이건 이것대로 놀랍구나.”
그리고 브리앙르, 아니 파스티나는 에드릭이 데려온 루넨브리스를 신기한 듯 살피다 식사나 같이 하자며 자리를 마련했다.
그리고.
“우걱우걱!”
…루넨브리스는 마치 뱃속에 굶어 죽은 거지를 몇이나 품은 양 엄청 먹어대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니 여기까지 오면서 배를 그럭저럭 채우기만 했지, 작정하고 배부를 정도로 뭘 먹은 기억이 없었다.
얼음 성에 초대됐을 때도, 인사만 하고 곧장 나왔으니 말이다.
“시작부터 글러 먹었구나.”
파스티나가 묘하게 즐거운 기색으로 예측 경로에서 벗어난 에드릭의 돌발 행동 쪽을 눈치 삼아 지적하자.
“순순히 따르는 게 목적이었다면, 그도 그렇네요.”
“하면?”
“제가 여기 온 목적, 보내진 목적을 생각하면 길들이기, 밑바닥 체험이 주된 목적은 아닌 걸로 보이거든요.”
애초에 신대륙에 파견된 초창기에도 밑바닥이었고, 아르세이유에 당도했던 당시에도 밑바닥이었던 건 매한가지 아니겠나.
달라진 건 아무것도.
세간의 시선, 평가가 추가됐다 해서 이쪽 본질이 바뀌었냐 하면… 그건 아니지.
다만 성장하고, 발전하고 있다는 자각은 있지만, 그런 건 언제든 무너질 수 있는 사상누각 같은 거 아니겠나.
뒷배가 있기에 이러한 게 지탱되는 거지, 그게 사라진다면?
“그럼 우리 똑똑이는 과연 어떤 해결책을 내어 우리 영주님의 호의를 사려 하는지, 한 번 들어나 보실까?”
“바트리온 왕국하고 갈등이 생겨나는 이유… 비록 맞댄 구간이 협소하다곤 하나 엘피나 공국하고도 사이가 안 좋은 이유가 뭐라 생각하시는지요?”
“물을 필요가 있을까.”
평야며 초원 지대의 주도권 쟁탈 문제도 있지만… 다들 지도 상에는 중립 지대로 명명된 곳들을 죄다 자기들 영토로 표시하고 표기하고, 기록해둔 실정이었다.
이 문제는 두고두고 문제 됐으며, 자국 영토 내에 침입 및 얼씬거리지 않는 건 조약으로 걸고넘어질 수 있지만, 나머진 여전히 분쟁 거리로 불타오르고 있는 실정이기도 했단다.
거기다 문제는 초원 부족, 유목 부족의 존재 때문에 이게 다른 의미로 문제인데, 이들 모두가 유목 부족이 한데 뭉쳐 왕국이며 연맹체를 형성하는 걸 죄다 꺼려하는 이들이었다.
그 결과 알게 모르게 각 나라 별로 특정 유목 부족 간의 교우를 다졌고, 이는 다시금 서로의 갈등을 격화시키는 요소로 작용했다.
거기다 특정 유목 부족이 강세를 보이면 결국 각 나라에도 영향이 생기기에, 이 밸런스 맞추기가 여간 껄끄럽다는 점이며, 무엇보다 초원 엘프가 대두하면 이 시점엔 다들 입 싹 닫고 폭풍우가 지나가길 고대하는 뱃사람 마냥 다들 주의에 주의를 거듭하게 되는데… 설혹 초원 엘프와 한탕 벌인다 쳐도, 그 공백을 치고 들어올 상대국이 있기에 결과적으로 맞붙든 갈등을 발생시키는 자체가 뭐가 됐든 손해라 이 말씀.
그리고 모두가 그런 손해를 상대가 입길 원하며, 그리 유도하려 엄청 신경전을 쏟아대는데, 이게 오죽 피곤한 일이 아닐 수 없단다.
“유목 부족들은 예로부터 정주민처럼 정착해서 농경 사회를 구축한 게 아니기에, 가축 및 수렵을 바탕으로 한 생활 유지가 관건 아닙니까? 문제는 이게 한해 농사의 흉년이 들고 말고는 논하는 것보다 훨씬 사정이 안 좋다는 거죠.”
흉년이 들면 적어도 영주 된 이는 나라에 요청해서 지원이라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유목민들은 국가에 속한 것도 아니고 부족 단위이기에 결국 여유가 없으면 뭐라도 시도하고, 그게 결국 약탈 및 침탈로 이어지는 건데….
“확인해보니 그들은 말을 기르고 조련하는데 탁월함은 물론, 수를 부풀리는 노하우도 탁월하다 하더군요.”
“그거야 당연하지. 애초에 그들은 1인이 움직일 때 말을 두셋은 여분으로까지 끌고 다니니까.”
익숙한 이들은 말 위에서 자고 볼일까지 보며 쉬지 않고 이동하기까지 한단다.
거기다 사냥이며 척박한 환경에서 끊임없이 시달리며 움직이는 덕에 신체 능력도 탁월한 건 덤이고.
“무역이나 경제를 활성함에 있어, 국가 경쟁의 초석이자 기본이 되는 게 뭐라 생각하십니까?”
“…글쎄. 한 두가지가 아니지 않나? 말하는 투로 보아 짐작이 안 가는 건 아니지만….”
보나마나 말이라고 생각하겠지.
반은 맞았다.
“아르세이유에서 물류가 어찌 굴러가는지는 오래 지켜보셨지요?”
“그렇지.”
파스티나는 여전히… 엄청난 분량을 먹어치우다 목이 걸리기 직전에 놓인 루넨브리스를 힐끔 보다 답했다.
“우마(牛馬)뿐만 아니라 당나귀에… 그래, 몇몇 이종족들까지 스스로 수레를 끌고 마차를 끌고 그랬지.”
“공통점이 뭔 줄 아시겠습니까?”
“운송 능력이 보장되고 확보됐다는 것?”
“당나귀, 우마, 이종족들을 포함해 사람들 모두가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도구가 뭡니까?”
“마차? 수레 아닌가? 음…?”
거기서 뭔가 이상함을 느낀 파스티나가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에드릭은 다 식은 스프를 마저 입안에 옮기며 파스티나의 두뇌 회전에 착오가 없도록 인내하며 그녀가 스스로 해답을 찾기를 기다렸다.
이윽고.
“…수레로군. 말은 결국 수레, 짐을 끌고 다니기 위한 수단이자 도구다?”
“예, 정확하십니다.”
약간 아쉬운 점은 있지만, 답에 근접한 것도 사실.
“상인들이 먼 곳에서 마차를 끌고 원산지에서 구입한 비용에 수배, 많게는 수십 배 이상의 이윤을 챙길 수 있는 원인이 뭐겠습니까?”
“흐음….”
“그러나 개인상이 옮길 수 있는 한도는 정해져 있지요. 그것의 규모를 늘리면? 그렇다 하더라도 한계는 있습니다. 물론 그 한계가 그들로 하여금 일확천금을 보장해주는 거지만….”
“그 개인이 언제, 어느 때 우릴 위해, 우리가 원하는 제품과 물건을 제공할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이지.”
“맞습니다. 혹여 제공하고자 한다 쳐도, 그가 그 물건을 가져와 우리가 있는 곳까지 오는데도 한참이 걸릴 테죠.”
“…분쟁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이런 이야기를 했다는 건, 에드릭 넌 네 특유의 장점인 상재를 발휘해 이 갈등을 해소하고자 한다 이 말이더냐?”
“땅따먹기에 관심 높은 것들이 아니라면, 대부분은 안정적 수입, 여건, 환경만 갖춰지면 굳이… 공명심이며 야심이 없는 한 전쟁이며 분쟁을 일으키려 발버둥을 치진 않을 테니까요.”
현대 경제 이론을 바탕으로 전쟁을 억제하는 방식 중 하나도 이것.
거기에 문화 및 콘텐츠를 추가해 시간을 소비할 여력을 굳혀버리면… 전쟁 및 분쟁에 대한 격화를 일부 늦출 수 있는 점도 결코 간과할 순 없을 거다.
물론 영주며 나랏님이 작정하고 판을 깨버린다면 할 말은 없지만.
초원 부족이 없었다면 저 광대한 평야는 누군가가 손에 넣기를 고대하는 천혜의 밥줄이리라.
그러나 그쪽을 차지한 이가 그 힘을 바탕으로 식량을 대폭 늘리면, 그 모든 건 단순히 백성을 먹여 살리는 게 아니라 자금으로도, 군자금으로 쓰여도 적절하며, 군량으로도 쓰일 수 있는 건 덤.
애초에 그걸 전부 실현하고도 남을 만한 땅이 저곳 평야가 아니겠나.
그리고 결국, 내가 못 가진다면 최소 저놈도 가져선 안 되기에… 두고두고 신경전이 발생하고 있는 거기도 했고.
그리고 그 고래 싸움 중간에 껴있는… 새우보다는 여건이 괜찮은 엘피나 공국의 경우는 한쪽에 힘이 편향되면 자기들만 곤란해지기에 균형을 맞추기 위해 시시각각 서로가 손잡지도 못하게, 견제만 하도록 상황을 부추기는 거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