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취직하니 떡을 침. 이세계에서 (240)화 (240/454)



〈 240화 〉63. 여우나 늑대나 다 같은 갯과(2)

“곡창 지대로 써먹을 요소만 서로 타협해 포기하기만 하면, 거길 교역의 장으로 만들어서… 유목 부족의 허기와 편의마저 채워준다면… 이건 나쁘지 않은 흐름이 될 거 같아서 말이죠.”

말은 좋다.
이론도 좋고.


그러나.

“…그게 말이 쉽지. 설혹 그럴  있다 쳐도 이를 진행하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닐 텐데.”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상론이 항상 무너지는 이유는, 이상과 달리 현실은 그리 수월하지 못하기 때문 아니겠나.


그리고 여기서, 에드릭은 아이디어를 다시금 제공했다.



“투자처를 이곳 주변 국가로부터 떨어진  국의 상인들과 자국의 상인들, 그 외에 국가에서 일부 개입하는 방향으로 상황을 이끌면 나쁘진 않을 겁니다. 무역로를 만들겠다는 거창한 포부는 아니어도, 기간제 대형 시장을 만드는  정도는 나쁘지 않겠죠. 특히 유목 부족들로 하여금 마시장을 열게 해서… 짐말로 쓸 종을 판매하게 해서 그들의 주머니를 불려 줄 수 있다면, 그들도 자본의 맛을 보아 더욱 뱃살이 늘어날 테고 말이죠.”

이익과 안정.
그로 인한 시너지.



“마시장….”
“의도적으로 짐말에 익숙한 종을 교배하게 해서 기르게끔 유도하는 게 중요합니다. 전마(戰馬)를 키우면 이를 구매해가는 이들의 전력 상승을 꾀한다는 오해가 불거질 수도 있고, 혹여 판매한다 쳐도 주변국에선 구매하지 못하게…까진 힘드니 수를 줄인다던가, 아예 주변 국가로부터 떨어진 국가 한정으로 구매 가능하도록 조건을 열어두면, 이건 다른 의미로 얻는 바가 생길 테죠.”
“먼 나라에 전마를 팔아치워 우린 배를 불리고, 저들은 군사력 증강을 비롯해 긴장감을 형성한다거나….”
“이건 다른 의미로 국가 경쟁력으로 영향력 행사가 가능한 요소기도 할 겁니다. 먼 나라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여건이 될 테지요.”




여기가 아니어도 말이야 어디서든 구할 수 있다지만, 대량의 말, 그것도 전마로서 부릴 탁월한 녀석들을 수배한다는 건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다.

국가적으로도 이를 형성하고 갖추고자 노력하려면 단순히 돈을 쏟아붓는 것만으론 한계가 있다.

애초에 여긴 말을 대대적으로 방목하고 키워도 무방한 광대한 평야가 깔려있기까지 하며, 그거 관리하겠답시고 좁은 공간에 말 가둘 필요조차 없으며, 관리비 자체가 거의 들지 않는다는 게 퍽 중요했다.


말의 수가 늘어나면 그것들이 처리하는 풀떼기를 포함해 온갖 관리 비용도 격을 달리하니 말이다.


거기다 군마, 전마로 사용하려면 나름 훈련도 필요한데, 이걸 사전에 어느 정도 조율해준다면?

‘가격을 후려치기도 좋고.’


다른 의미로 같은 말이어도 배는  비싸게 팔아 치울 수도 있다는 거다.
나중엔 아예 이쪽 출신 말이 브랜드화가 돼서, 가치가 팍팍 상승하는 여건도 마련할 수 있을 거고.


알그리타 대륙에는 명마로 불리는 종이 5종이 있고, 대부분은 전마, 군마는 그것들이 활용된다.
거기에 하나 더 늘린다고 뭐 아쉬울 게 있을까.

물론 중장기병이냐 경기병이냐에 따라 또 다르고 추구하는 방식도 다르니 이러한 점을 다시금 체계화시켜 차별화를 두는 것도 경쟁력을 늘리는데 보탬이  터였다.

그리고 이건, 아이디어만 가지고 있다 해서 실행하고 계획할 수 있는 그런 문제가 아니었다.

이쪽에 박식하고, 혜안이 깊고, 무엇보다 실무를 담당하고 모든 걸 조율 가능한 인재의 중요성, 그 외에도….




“상인답게 교묘한 술책을 또 발휘하는구나. 왕도에서 거대 목욕탕을 짓는다는 식으로 영향 및 지배력을 행사하려 들더니, 여기선 이쪽으로 같은 방식으로 술수를 부리는 거더냐?”
“저 말고 가능한 이가 있다면야 넘겨줘도 무방은 하고요.”


사실 그러던 말던 상관은 없었다.
어차피 자신이 못 해도 대체할 인력은 넘쳐나니.


만약 이러한 작전… 아니, 계획이 실행에 옮겨지면 에드릭의 영향력은 이곳에서 떼려야  수 없는 존재로 급부상하게 될 거다.


…아니라 쳐도 어떤 식으로든 스스로가 아이디어를 냈다고 소문을 부풀려 화악 퍼트릴 수도 있을 거고, 이를 거절하면 거절한 대로 언론 플레이로 슥삭슥삭 해서… 여기가 아니라 반대편에서 이를 추진하게 만들 수도, 아예 유목 부족들을 합심하게 만들어 두 국가를 압박하게 만드는 명목으로 부리고자 엘피나 공국이 주가 돼서 끌어당기게 만들 수도 있을 거고.


실리와 이해득실이 정점에 이르면, 어딜 가든 구미가 당기게 되는 건데, 맛좋은 고기며 입안에서 살살 녹는 초콜릿, 사탕, 케이크 같은 건… 누가 먹든 맛있다는 팩트 만큼은 어쩔 도리가 없는 거다.


이성도 이성이지만 결국 본능과 감성, 욕망을 이겨낼  없는 거고… 이성을 짓누르고 뒤집어엎을 정도로 매력적인 제안은, 모두의 눈과 귀를 멀게 하는 바.

‘그리고 이건 자연적으로 물류 활성화까지 이어질 테니….’

단순히 말을 팔고 말고로 끝날 문제가 아니었다.



‘고대적부터 수레는 국가 경쟁력의 일환이었다고 했던가?’



웃기는 이야기지만 조선 시대 때 보다 삼국 시대 당시에 수레며 말의 활용이 더욱 두드러졌단다.

물론 조선도 건국 초만 해도 기마를 다루는 범위가 극단적일 정도로 과도하긴 했는데, 이는 이리저리 치였다 한들, 나름 군사 강국으로의 입지를 공고히 다졌던 고려 때문이라 봐도 무방했다.


그리고 이런 이미지가 남아 조선은 여전히 동아시아 군사 강국이란 이미지가 두드러졌는데, 그래서 임진왜란 당시 왜적에 의해 한양이 단숨에 집어 삼켜진 걸 명나라 쪽에서도 뭔 개소리냐며 처음엔 긴가민가했다고  정도로, 어처구니없게 받아들였다는 모양이다.

거기다 명이 온 뒤에도 조선의 열악함에 치를 떤 이유 중 하나가 도로 정비가 아예 안 된 점을 들 수 있을 거다.

화폐, 돈을 가져왔는데도 돈을 써먹을 장소도 제대로 마련 안  있음은 물론, 심지어 상업을 천시한 문화 덕에  문제가 제대로 해결도 안 됐는데, 그게 그렇다 쳐도 물류 운송 자체가 극악했던지라, 결국 빡 친 나머지 현지 약탈까지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를 보며 일부는 명나라 애들이 깡패여서 구원 온 게 아니라 우릴 못 살게 착취하고 괴롭혔다며 명을 까댔는데, 명은 자국 내에서 결사반대에도 불과하고 만력제의 억지성 주장에 나라가 파탄에 이르기까지 마구 퍼준 케이스라 이건 조선 내에서도 욕하는 놈들이 역으로 욕 퍼먹기 일쑤였고, 후대에도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광해군마저 그 명분으로 찍혀 내려갔는데 오죽할까.
물론 주워들은 정보며 지식이 완전 팩트인지 편향된 정보인지는 따로 검증하진 않았지만….


‘정황이 대략 맞는 거 같긴 하니.’

고려 후기를 포함해 조선은 유교에 의해 유교 탈레반 흐름이 가속화되며 사농공상(士農工商)이라 해서, 상업을 최하, 최저로 분류했다.


현대 시대, 경제의 흐름이 이와 정반대인  보면 씁쓸하기 이를 데 없는 결과이기도 했다.

물론 전국 시대라 일컬어지는 혼란기에 상행이란 항상 위험 부담을 안고 가는 행위였는데, 이곳 세계는 그런 면에서 일촉즉발이라 봐도 무방하긴 했다.


구 제국을 계승한다는 여러 국가들과 다시금 기회를 노리는 여타 강성한 국가들의 줄다리기, 눈치 보기가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는 현황.

그러나 그건 윗 대가리들 문제이지 언제나 백성들은 당장 먹고사는 게 중요했고, 먹고 살 만해지고서야 명예니 영예를 따지는 거지….

‘용병의 나라로 불린다는 건, 달리 말하면 자국 내에서 이런 걸 해결하는 게 원활하지 않다는 의미 아니겠나.’


가만히 눌러앉아도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다면  굳이 외부로 나가겠나.
모험심? 탐구심? 출세욕?
틀린 이야기는 아니라지만….




“이는 백작령뿐 아니라 주변 영지와의 교류와 활성화에도 영향을 줄 겁니다.”
“…그렇게 되면 영주님의 영향력도 덩달아 치솟겠구나.”
“군사력은 그렇다 쳐도, 이익을 짊어진 이의 눈에 나는 건 여러모로 아쉽죠. 많이. 그것도 엄청.”



귀족은 돈이 아무리 많아도 부족한 족속들이다.

그렇다고 세금을 팍 올리자니 불만이 쏟아지고, 이를 강제며 공포로 억압하면 그건 그것대로 좋지 못한 흐름으로 이어질 테고.


농사를 짓는다 쳐도 세율이 높으면 의욕이 최저치로 떨어져 수확량이 대폭 줄어들기까지 한다.

그래도 많이 안 지으면 배를 굶으니 뼈를 깎는 심경으로 어찌 노력은 하는데, 희망이 안 보이니 의욕이 나겠나?


그리고 그런 식으로 하면 당연 귀족 입장에선 거둬들이는 게 적으니 또 닦달하고 그러다 최소치를 규정해서 강제 노역 못지않게 굴려버리면, 어느 순간 버티다 버티다 쌓이고 쌓인 문제가 터져 민란이며 폭동으로까지 이어지는 거고.


카일론은 거기다 병영 국가는 아니지만 군사 강국이며 용병의 나라라는 이미지답게 단순 농사꾼이더라도 무기를 달리 잡으며 그 자체로 위협적인 전력으로 거듭난다.

…이러다 보니 여타 국가처럼 노예며 평민 다루듯 그들을 몰아붙일 수도 없는 노릇.


거기다 중앙 집권을 추구하는 카일론 기준에선 귀족의 호응 못지않게 중요한 게 백성의 지지와 호응이었기에, 카일론은 평민이거나 유명 용병들이 신흥 귀족으로 부정부폐와 혼란을 정리 못  이들을 쳐내고 새로운 핏줄이 나라에 충성하는 일이 비교적 드물지 않은 경우였다.


이 문제는 조금만 균형이 어긋나면 귀족 진형의 대대적 이반을 야기 할 문제지만,  국왕은 이를 절묘하게 조율해 양쪽의 고삐를 단단히 틀어쥐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래, 자세한 건 내일 마저… 영주님과 함께 심도 깊게 논의해보도록 하자구나.”



그러고는  식사를 끝마쳤는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혀로 입술을 훔치는 루넨브리스를 보던 파스티나는.


“그래서, 오늘은 어쩔 셈이지?”
“…말씀하신 의도를 모르겠습니다만.”
“후! 둔한 척 말고.”


에드릭은 빙그레 미소 지었다.

“저야 물론, 혼자서 지내다 보면 적적하고 그러지 않겠습니까? 그래도 루넨브리스하고 같이 있다 보면 조금은 심심함이 해소될지도….”
“에드릭 귀여우니 같이 잠들기 좋다뭉멍.”
“뭉…멍?”


파스티나가 못 들을 소리를 들은  눈을 휘둥그레 떴다.


“…아직 이쪽 말이 익숙하지 않다고 합니다.”

그리고 에드릭은, 뭔가 구차하게 느껴지는 변명으로 이상 취향을 강요한… 못돼먹은 악덕 주인(?)을 보는 듯한 파스티나의 시선에, 자기도 모르게 식은땀을 흘리고야 말았다.



“그러고 보니… 신대륙에 있던 당시 네가 거인이고 뱀이고 말이고 새고 도마뱀이고 돼지고 짐승이고 할 거 없이 전부… 했다는 소문이 있던데.”
“…잘못 전해진 소문입니다.”

에드릭은 당당하게 부정했다.
그들은 다른 종족일 뿐, 결단코 짐승이 아니었기에… 에드릭은 떳떳하게 주장할  있었다.

“절~대로, 잘못 전해 들은 소문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제가 짐승하고 하겠습니까?”
“…그러겠지?”

암요. 생김새가 그랬다 뿐! 그녀들은 결코! 짐승이 아니랍니다.



“…….”


 오해의 소지가 있을 법 했지만, 말도 통하고 말이지.
이종족과의 관계야 아르세이유에서도  흔하지 않았던가? 새삼스러울 것도….


“그러면 저 여아하고도 엄한 짓하고 그러진 않겠지?”
“…다, 당연한  아닙니까?”



그러자.


“에드릭? 나하고 좋은 거 안 할 거야?”
“…….”
“…….”

의심의 눈초리가 두드러진다.
아니, 저기… 좋은   일이 아닐 수도 있는데 왜 그러세요?
심지어 이미 손댄 건 아니겠지? 하는 의혹의 시선이 따갑고 싸늘하게 가슴팍을 찔러오는데….




“배, 배는 다 채웠는데… 지금 와서 뭘 또?”
“털 안 빗어줄꺼냐뭉멍?”
“……아하.”



다행히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배도 간질여 줘야지.”
“…….”


건전하다면 건전한데, 조금만 핀트가 어긋나면 이보다 음란한(?) 표현이 또 있을까.




아녀자의 배를… 그러니까… 손으로… 간질여…?
아무리 그래도 이걸로 오해하진 않겠지?


그나저나 나는 왜 파스티나 누님의 눈치를 봐야만 하는 걸까?
여전히 따가운 시선에 에드릭은 진땀을 쏟으며 빙그레 미소 지었다.

그저 웃지요.
…다만 필사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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