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취직하니 떡을 침. 이세계에서 (243)화 (243/454)



〈 243화 〉64. 예상, 계획은 늘 빗나가기 마련.(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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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릭은 생각했다.

변경백이 막대한 권한, 영향력을 지녔다 하더라도 부군 후보를 대놓고 자기 쪽으로 끌어당기기엔 무리가 있을 거다.

그렇다면 두 가지 추측이 떠오르는데, 첫째는 부군 후보에서 탈락, 즉 제외되면 된다.

이러면 자기 측으로 끌어당기려 해도 전혀 하자가 없을 거고.
오히려 선심 쓰기도 좋다.

문제는 이런 식으로 진행하려면 여간 복잡한  아니고, 무엇보다 상대, 에드릭 자신이 단순하지 않은 한 어지간한 술책을 부리면 금세 눈치채고도 남는다는 것.




‘고민이 안 될 수가 없네.’



 번째 추측.
애초부터 국왕이 의도적으로  관계를 밀어주는 경우를 들 수 있을지도.

카일론은 왕권이 강력한 국가이기에 어설프게 왕의 권한, 위엄에 도전하면 귀족이고 나발이고 없이 가문이 초토화되는 수가 있다.

비록 변경의 수호를 맡은 이라 하여도 이 점엔 예외가 있을  없는 법.
적어도 표면상으로는 말이다.

아무리 왕권이 강해도 사병을 지닌 귀족은 그가 살아온 세계 기준으로 늘 왕권을 위협하는 문제 거리로 작용했다.


그렇다고 중앙집권을 통한 중앙군 위주의 군을 꾸리자니 이것 이것대로 골치가 이만저만 문제되는  아니다.

애초에 그 돈은  어디서 충당하고?
군이라는 건 전시가 아니라면 무조건적인 필요악이다.
그걸 유지하는 비용 자체가 국가 예산을 파탄 낼 수준이니 오죽하겠나.


초창기 고대 로마군도 규모가 적을 땐 부족 단위에서 왕이 이를 부리고, 농경기엔 농사를 짓는 등의… 그리스와 에트루리아 쪽의 방식을 적극 벤치마킹하기에 이른다.

이후 공화정엔 시민을 징병하는 형태였는데, 중세 때 마냥 무장을 병사들 개인이 챙겨야 했기에 우리가 흔히 아는 통일된 로마군의 그 동일한 형태와는 다른 면모를 보이던 시기기도 했다.

당나라 때도 대규모 군을 유지하기 그러니 부병제를 통해 평상시에 농사를, 전시엔 병사로 부렸는데 이때도 무장은 그들 스스로 구비해야 했기에 이로 인해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단다.


단순히 농사짓다 병사로 부려지라 하면 누가 거기에 순순히 따르겠는가?
그래서 당나라는 여기에 토지제도를 섞어 적용해 그들이 명령을 따라야 하는 이유를 온전히 형성시켰다.

최초 균전제는 북위를 세운 선비족이라는데, 그들의 계구수전제(計口授田制)는 수·당나라 당시에도 고스란히 이어진다.


어려울 거 없이 결론만 늘어놓으면, 국가가 15세 이상 남녀에게 땅을 빌려주고, 70세에 반납하는 식의 토지제도인데, 토지의 사유화를 통제하는 제도로 여기엔 국가를 운영하는 왕으로서 여러 이점이 담겨 있다.


그리고 당은 여기서 이전보다 더 완화한 조칙을 적용, 그들로 하여금 이를 반기게끔 유도했다.


심지어 일부는 상속도 가능하게 하고, 나머지는 이전 조칙대로 반환하는 식의 융통성까지 발휘하며 말이다.


단순히 빌린 땅에 농사를 짓는 게 아니었다.
그러니 백성들 입장에서도 병사로  명분이 생기는데, 사실 전시만 아니라면야 농사만 지으며 할  하니 큰 문제가 아닐지도? 라는 희망이 없진 않았을 거다.

물론 사방을 적으로 만든 당에서 그런 평화주의적 흐름을 기대한다는 건 말이  됐지만.

애초에 귀족이며 호족이 거대한 농토며 토지를 보유해 이를 소작농, 농노를 부려대는데, 어이없게도 땅 주인이자 귀족, 호족들은 세금을 내는  아닌 주제, 농사 뭣 빠지게 지은 농민들에게 자체적으로 이를 부담 시켜버리고, 거기서 비롯되는 수익은 또 덩달아 가져가는, 현대적 개념으로 적폐질 그 자체 아니겠나.

고대에 귀족, 호족의 권리 중 하나는 세금 안 내도 되는 거기도 했었다.
그리고 이걸 부활하거나 성립시키려는 왕 등은 매번 극심한 반대로 골머리를 앓는 정도가 아니라 왕권이 흔들리는 지경까지 이르렀으니.
물론 왕권이 강할 당시엔 버젓이 진행하나, 약해지기 무섭게 완화하거나 없애는 등도 그렇고.


결국 소작농이며 백성, 농민의 경우 농사만 지으면 입에 풀칠만 해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게 되니, 이로 인한 불만은 폭증하게 되는 거고, 이런 억압과 억제, 압제며 불합리가 쌓이고 쌓이다 분출구가 생기면 민란, 봉기로까지 이어지는 거다.
이런 예도 있다.


유럽의 중세에 관해 농민, 소작농, 백성들에 대한 기록은 얼마  되는데, 이유는 그들은 글자를 모르기에 기록할 여력이 없기도 했고, 라틴어를 포함해 문자며 글을 아는 족속들은, 굳이… 그들의 삶을 기록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 이들이기에 이에 대한 기록은 일부 밖에 남아 있지 않은 실정이다.


물론 그렇다고 그들의 삶이 정말 피폐하고 어쨌냐 하면, 이는 전반적인 게 아니라 지역의 문제와 환경적 요인이 컸고, 국가며 지배자가 누구냐에 따라 이에 대한 문제는 완화되거나 더욱 극심해지곤 했다.

그리고 그 일부 기록을 보면, 웃기게도 그 지역은 귀족과 백성 간의 신분 갈등보단 농민과 돈 많은 부농의 갈등이 더욱 극심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조선도 그렇고 중국도 그렇지만 신분제가 천부인권처럼 대두 돼 그들의 무소불위 권한을 내렸다고 자부하는 그런 상황이 아니면, 그런 식으로 부를 불리는 이들이 생겨나는데, 이러한 재산을 비롯한 자본 사유화는 그들로 하여금 영향력을 행사할 여지를 만드는 바.

그로 인한 부정부폐, 비리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늘 나라를 망가뜨리는데 일조했다.
그러기에 조선에서 사농공상 해서 상을 천시하는 건데, 이득만을 쫓는 상행은… 유교 기준에선 바람직하지 못한 요소기 때문.

그런데도 나라 꼴 그리 돌아간 거 보면, 이걸 막연히 통제하고 막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건 명확했다.

‘카일론은 중앙군 규모가 무시 못  수준이다.’

그럼 그 돈, 유지 비용을 비롯해 추후 있을 전쟁에 사용할 군자금은 대체 어디서 나는가?

세금이란 게 적게 거둬도 천문학적이지만, 막상 쓰기 시작하면 국가 기준에서 돈이란 건 한순간에 수십여 명이 일평생 쓰고 남을 금액을 단숨에 퍼붓는 경우가 일반적인 만큼!


‘절대 쉽지가 않은데….’



물론 우리 세계의 공기업 마냥 국왕 직속 상단이며 이익 단체 등이 여기에도 없는  아니다.


특히 카일론에서 생산되는 소금 등은 예로부터 국가가 관리해 유통,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소금은 그렇다 쳐도 용병업으로 버는 돈, 거기서 비롯되는 세금도 그렇다고 치자.
하지만… 이걸로 감당이 가능하겠는가?

에드릭이 제안했던 마시장을 비롯한 새로운 무역로 개설은 카일론 왕국과 백작령 모두의 배를 불려 줄 사업이기도 했다. 주변국과의 분쟁을 완화하고 갈등을 해소하는 건 덤이라 치고.

백작령 내에서도 가신을 비롯한 하위 영주들은 여럿 되고, 거기서 다시 그들의 가신으로 일개 마을의 군주이자 주인, 촌장으로까지 군림하는 이들까지 합치면  규모는 적지 않은 수인데, 전시에 그들이 전부 모인다면? 자체적으로 전쟁을 벌일 수준으로까지 확대된다.

그러나 이들은 중앙군도, 직업 군인도 뭣도 아니다.
영주는 왕을 대행해 땅을 빌려주고, 이를 관리해 이득을 얻으며 세금을 영주 자신이 감당한다.

그리고  대가로 농경기 때 백성들은 농사를 짓고 작업하되 전시에 징집 및 소집돼 병사로 부려지는데, 영주는 바로 이런 병사들의 총지휘관 역을 담당하게 된다.
카일론이란 국가는 결국 영토 내의 모든 것이 왕의 소유물이란 개념.
그리고 모든 백성은 그런 왕의 소유물, 은혜를 빌려 누리고 있다는 식인데….

이건 중국의 천자가 세상천지는  것이다! 하고 외치며 정녕 그렇게 생각하며 행동하려 했던 것과 일치하는데… 이게 굉장히 밸런스가 애매하단 말이지.

‘조금만 어긋나면 다들 들고 일어서도 이상하지 않아.’


그런데도 유지가 된다.
단순히 사상, 신념, 충의… 이런 걸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아님 이번 세대만 특이하게 이득보단 충의를, 이상을, 신념을 쫓는다던가?


그럴 리가.

‘보장을 해주는 거다.’




부의 대물림.
권력의 대물림.
그 외에도….


‘중앙군은 필요하지. 수틀리면 다 갈아엎어야 하니.’

그게 곧 권력 유지의 핵심이기도 하고.
그리고 인재를 왕도 쪽으로 끌어당기기 위해서라도 출세길을 열어두는 건 당연한 거고.

말 그대로 왕권이 어긋나면 전국 시대 열리기  좋은 환경이라 이건데….



‘영토가 아주 작은 것도 아니고.’




애초에 구 제국과 맞짱 뜨던 나라다.
그리고 현재는, 여러 나라들이 연합을 이뤄도 단신으로 맞설 극소수의 단일 국가 중 하나고.



‘뭐, 그건 그렇다 치고.’

부인하긴 했지만 에드릭은 결과적으로 변경백이 자신을 파스티나와 맺어주고자 하는 거라 결론 지었다.

그리고 이러한 가정을 통해 다시금 백작령의 사정과 카일론에 대해 재검토에 들어갔다.


그래서 얻은 결론.
왕이 패왕녀와 자신을 맺어주는 것보다, 이쪽에 뿌리내리게 해서, 적극적 활동으로 자신의 재능과 영향력을 뽐내길 바라는 건지도 모른다는, 그런 결론에 도달했다.

‘상인이 왕성에 처박혀 아녀자처럼 멍 때리고 있으면 돈이 안 되잖아?’



물론 가만히 앉아 있어도 알아서 고객들이 찾아오게 하는 방식이 더욱 거금을 벌어들이기 좋지만… 국왕에게 그런 근현대에 와서야 그나마 학문적 개념으로 정착된 비즈니스 이론, 개념을 이해해달라 촉구하는 건, 말이 안 되고.

“재미있네.”
“뭉멍?”


의자에 앉아 바닥에 반쯤 엉덩이를 걸치고 앉은 루넨브리스의 사자 갈기보다  수북한 머리털을 형식적으로 빗으로 쓸어대던 에드릭은, 대충 사색을 끝마쳤다.
음, 이거 좋네. 생각 정리할 때 이 녀석 머리나 빗겨줘야지.


“그런데 왜 자꾸 뭉멍 거리는 건데?”
“수인족 이야기를 듣기로 이렇게 해주면 인간이 좋아한다고 들었다뭉멍.”
“…….”




얼굴 한번 보고 싶네. 어처구니없는 것 같으니.
멍멍이나 냥냥은 그렇다 쳐도 뭉멍은 뭐냐? 멍뭉? 이건 어감이 안 좋으니 패스.



“…….”




그래도 듣다 보면 뭔가 귀에 착 달라붙는 요소는 있단 말이지.
미친  같지만 실제로 그랬다.


“어쨌든.”


본사에서 따로 지령이 떨어지지 않은 한, 에드릭은  수를 쓴다 한들 자의적으로 누군가와 결혼해 어딘가에 정착해선 안 된다는, 최초 주의 사항을 굳건히 지켜낼 계획이다.


자, 그렇다 쳤을 때….




‘백작님이 엄한 평가를 내려 수틀리게 하면 탈락 시킬 명분만 주는 거고.’



그렇다고 개판 치자니 그건 그것대로 걱정이고.

‘그냥  몰라라 해?’

생각해보니 구태여 패왕녀의 부군 되려고 내가 노력할 필요가 있긴 하고?




“끄응….”



어쩌면 좋을까.
선배나 팀장님한테  차례 물어보는 것도 좋을지도.


“어렵다 어려워.”
“뭉멍?”
“…….”


그래도 저 소리 들으니 조금은 힐링이 되는 것 같기도?
절세 미녀가 강아지 마냥 발로 자기 목덜미를 긁적이는 것만 아니라면 참….
아니, 그래서 좋은 건가?

“뭔가 생각은 많이 했는데 해결된  없네.”



음, 이럴 땐 아무 생각  하고 퍼 자면, 수면 중 뇌가 세척됨과 동시에 무언가 좋은 건수를 무의식 가운데 물어댈지도 모를 일이니….



‘퍼 잘까?’


기회가 항상 눈앞에 들이밀어지는 건 아니지.
해가 뜰 때와 저물 때가 있듯, 기회라는  언제 어디에서 모습을 드러낼지 모르니, 항상 눈을 부릅 뜨고….

“일단 퍼 자기나 하고….”



그래도 당장 훈련소에 처박힐 명분은 날려버렸으니, 조금  주변을 살피고, 때를 기다리며 판단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어쨌든 계획은 진행 시킬 예정이니.’



하지 말라면  해야지! 암, 그렇고말고!
…뭐 그래 봤자 카일론에서 내쫓기거나 부군 후보에서 탈락하는 거밖에  되겠나.
오히려  됐지!
아예  기회에 에라힘이나 가서 간만에 로메리스하고 회포 푸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어차피 사업체 형성 자체야 문제는 없으니.
거부하면 뭐다?
카일론을 제외한 다른 이들끼리 사업 벌이고, 이거 훼방 놓으려 하면 연합 구성해 박살 내버리면 그만 아닌가?



‘거기다 더욱 못 건드리게 다른 곳도 엮고….’



부군일 때나 눈치 보는 거지, 아닐 때도 눈치 볼 필요가 있을까.
어디 뜻대로 해보셔. 그러려니 하고 그냥저냥 봐주니 누굴 개호구로 보나….

하여간 왜 이놈에 세상은 늘 계획이며 예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지….
……그래서 재미있다곤 하나, 그걸 즐길 여력이 되야 재미있는 거지.

에휴.


왜 평범하게, 꿀 빨며 지내질 못하게 하느냔 말이다!
개꿀 빨며 놀고 싶다!


“아….”


그러네. 나, 생각해보니 지금 업무 중이었지.
너무 잘 놀다 보니 잊고 있었다.
지금 여기에 있는 에드릭은, 공무로 어쨌든 이세계에서 꿀 빨고 있었다는 걸.


“…….”

크흠! 너무 엇나가지 않게 주의해야지.
게임조차도 힘겨운 구간, 재미있는 구간이 있지 않나.

“뭉멍?”
“…….”

아무 말도 안 했다 인마.
귀여운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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