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취직하니 떡을 침. 이세계에서 (250)화 (250/454)



〈 250화 〉67. 도무지 만족을 모르는 괴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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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주제에….”
“특별한 종이 아니면 해대는 것도 시원치 않은 것들이….”
“그 인간이 그럼 특별한 종이라는 거야?”
“하등품은 아니겠지.”


엘프들이 먹거리를 꾸역꾸역 입안으로 옮기며 의견을 교류했다.



“시도 때도 없이 발정기에 돌입해 욕구를 분출하는  인간이란 종이 대륙을 제패한 원인 중 하나라고 하니까.”
“퍼런 피부 잡것들도 만만찮은데?”
“걔들은 싸지르기만 하고 관리를 못 하잖아.”

여럿을 싸지르면 뭐하나. 태반은 중도에 죽어 나자빠지는데.
그러다 보니 살아남은 녀석들이 이기적이고, 독하고, 뛰어난  어쩔 도리가 없긴 하나….



“강함이란 단순히 힘이며 덩치가 전부는 아니니까.”




예컨대 조화로움의 부재.
그래서 퍼런 피부 잡것들, 그린 스킨들의 경우는 간혹가다 등장하는 걸출한 우두머리, 대가리의 탄생이 종의 흥망을 좌우하기까지 한다.


반대로 그게 아니면, 저들의 삶은 언제나 거기서 거기.
예컨대 대대로 전해지는 전통이니, 가르침 같은 게 없고, 그냥 사는데 만 충실하다 보니, 시일이 흘러도 발전이란 게 없다.


“그 병폐를 해결한답시고 인간 사회 본받고자 한 것들이. 멍청해서 그런 머저리 짓을 자처한 줄 아냐?”


인간 노예로 지냈던 그린 스킨 일부는 선천적인 것 외에도 후천적 결실을 통해 대기만성할 수 있단 사실을 깨달았다.


그렇게 말하는 인간들이야말로, 선천적 기질만 칭송해대는 경향이 있었지만….
그래서 아주 오래전엔 만나면 싸워만 댔던 것들이 이젠 화합까진 아니어도 교류 및 교역을 하는 지경에 이르렀는데….



“그들이 지닌 종교라는  그들을 통제하는 힘이라 하더군.”
“근데 종교쟁이들이 말도  되는 헛소리들을 주렁주렁 늘어놓잖아?”
“우리처럼 율법에만 어긋나지 않는다면 전부 허용하고 그런 것도 아니고.”
“힘 있는 자와 없는 자가 같은 조건으로 평등해진다? 이건 말이 안 되지.”

적자생존, 약육강식의 논리가 팽배한 그들로선 평등, 자비, 자유와 같은 허무맹랑한 소리는 그저… 공허한 메아리조차 되지 못했다.

유목 부족은 유목민 특유의, 널리 퍼져 나간 토착 종교가 자리하고 있는데, 일반적인 종교적 규율, 율법대로 살면 이들로선 굶어 죽거나 부족이 망하기 딱 좋기에 결국 유목민족의 정체성을 포기하던가, 종교를 포기하던가 해야만 했다.

그래서 일부, 인간을 포함해 여러 종족을 포괄하는 종교에 몸을 맡긴 이들은 유목 생활을 포기하기까지 했는데….

욕심을 지닌 온갖 종교쟁이들이 개종이니 가르침을 내린다는 명목으로 진입했다가 창대에 목이 걸린 게 괜한 이야기가 아니다.



“우린 수명이라도 많으니 망정이지….”
“대신 나태하지.”


인간 기준으론 한없이 나태하다.
엘프들 기준에선 그게 준수한 거지만.




“그런 머리 아픈 이야기는 됐고… 그래서 언제  할  있다는 거야?”
“몰라.  새끼 와야 하던가 말던가 하지.”
“우리가 가면?”
“…소란 피워서 뭐하게? 나중에 이거 꼬투리 잡혀서 우리 때문에 협상? 그거 결렬됐다 하면 너 돌아가서 뭐라 변명할 거야?”
“…그게 우리 탓이야?”
“우린 아니어도 저쪽에서 우리 탓이라고 난리 치면, 납득이 가게 설명을 해야할  아냐. 너 그거 잘 설명할 자신 있어?”
“내가 그걸 어떻게 아는데?!”
“…그러니까 얌전히 처박혀 있으라고. 저것들도 생각이 있다면 알아서 하겠지. 간단한 이야기니까, 잘 들어. 저쪽이 먼저 우리 뺨을 때렸다고 쳐. 그럼 넌 어떻게 할 거야?”
“그걸 왜 맞아? 때리려는 시점에 죽여버려야지.”
“…말이 그렇다는 거잖아.”
“뭔 말이 그래! 때리려는 시늉한 시점에 뼈를 드러내고 내장을 짓뭉개야지!”
“이 망할 년아! 말귀 못 알아 처먹는 게 자랑이다!”
“왜 지랄인데?! 맞는 말이잖아?!”



……하.


에기아헤는 먹던 내용물이 명치 부근에 턱 걸리는 듯한 답답함을 느꼈다.
그래도 머리가  돌아가는 녀석이 있었나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저 무식한 년….’



온 사람 중 한 년이라도 이상한 짓하면 연대 책임을 감당하게 되고, 무엇보다 책임자인 자신이 가장 먼저 질책을 떠나 책임을 지고 죄의 대가를 짊어지게 될 텐데, 정말로, 혹여나  미친년이 나가서 괴상한 짓이라도 벌려 저쪽에서 깽판 칠 명분이라도 줬다간….



“닥치고 술이나 처 마셔. 여기 아니면 이걸 얼마나 마셔보겠어?”
“또 마시고 훅 가면 누구 좋으라고? 그러다 녀석 오면 너희들끼리 신나게 박아대게? 누군 퍼질러져 있을 때?”

말하는 꼴하고는….

“누가  가래?  버티는 자신을 탓해야지!”
“말이 나와서 그런데….”

보통 불을 피워놓고, 그곳을 둥글게 둘러앉아 식사를 때우는 게 일반적인 그들에게 있어 먹으며 대화를 나누는 건 흔한 일이긴 하다.


먹는 시간도 휴식의 일환이지만, 살다 보면 그런 시간조차 아쉬워  순간에도 뭔가 가치 있는 일을 하려 바둥대는 이들이 어디 한 둘인가.

휴식이 아니라 배를 채운다는 개념인데, 차라리 말이나 양,  외에 가축들이 차라리 낫다 여기는 이들이  둘이 아니었다.


적어도 그것들은 잘 먹고 건강하게만 크면 되니.
나중에 도축이 되든 다른 식으로 이용당하든 뭐가 됐든 그건 알게 뭔가.

원래 남에 떡만  보이는 법이다.
이때 안에서 밖을 살피며 은밀히 망을 보던 이가 호들갑을 떨며 식탁에 자리한 엘프들을 향해 접근했다.




“야! 온다!”
“뭐가?”
“잘 생긴 애 온다고!”
“진짜?”
“벌써?”



고작 하루 지났는데?


보통 자신들한테 쥐어 짜이면 하루가 아니며 며칠은 족히 휴식, 정양(靜養)해야 했는데 하루 지나자마자 멀쩡히 온단 사실에 그녀들이 묘한 표정을 지었다.

“대단한 놈인데.”
“…그보다  새끼 우리하고 할 때 몇  쌌냐?”
“10번도  싸는데?”
“우리가 며칠 붙들고 있었더라?”
“…헷갈리는데.”


떡 친 기간은 솔직히 헷갈린다. 그냥 시간만 나고 여유만 나면 쳐댔는데 그걸 일일이 누가 세겠나.

“방심 못 하겠는데?”
“후우! 저번엔 몰라서 그랬다 쳐도, 이번은 확실하게….”



당장에라도 두 눈이 타오를 것처럼 의욕을 불사르는 동료들을 보며, 에기아헤는 속으로 절레절레 고개를 내저었다.

‘별걸 가지고….’

 쌔고 능력 있으면 그게 좋은 거지, 뭘 거기서 굳이 이겨 먹으려 들까.
순수하게 즐기는 목적성이 강한 에기아헤로서는, 에드릭의 재방문이 그저 순수하게 기쁠 따름이었다.
저번은 그래도  즐겼으니, 이번은 조금 더 침착하게 즐겨볼 속셈이기도 했고.


‘얘들도 작정한 거 같으니 저번하곤 많이 다를 텐데….’



이쪽 일은 뭐가 됐든 사내가 지는 싸움이다.
체력적 문제를 비롯해서, 사내는 정수를 짜내지만, 여인은 받는 입장이기에 체력적 문제만 해결되면 아쉬울 게 없는 입장이기도 했고.
그러기에 살짝 걱정이 되기도 했다.


…물론 그 모든 게 괜한 걱정이란 걸, 에기아헤는  시간이 지난 다음, 자연스레 알게 됐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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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약에 힘이 대단한 이유는, 어중간한 이들한테도 효용이 터무니없음에도, 에드릭과 같은 사기적 존재에겐 그보다 더한 시너지를 불사르게 해준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 이럴  없어! 아앗! 안 돼! 얼마나 했다고?! 아아아―앗!”



조수를 흩뿌리며 바르르 전신을 떠는 여엘프가 그대로 혼절했다.
에드릭 기준에선 고작 6번 정도 보내버린 거뿐인데, 이전과 달리 이런 식으로 가버린 게 조금 뜻밖이기도 했다.


‘음, 너무 과했나?’




묘약 효과에 정령술을 적당히 혼미해 혈류를 원활하게 하고, 더불어 혈관도 살짝 확장 시키는 거 외에도 감각을 조금  예민하게 해준 정도였는데, 효과가 너무 좋았다.

덕분에 지켜보던 여엘프들의 표정이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일그러지고, 기대감으로 젖어 들지를 않나… 일부는 당장에라도 표정만으로 쌀 거처럼 입술을 포함해 턱관절마저 바르르 떨며 다음 타자가 되기를 희망해대는 모습을 보니… 흐음… 뭐랄까.



“다음 분은….”

당연 신청자가 폭주했고, 에드릭은 소란이 완화될 때까지 편안히 기다리다 알아서들 의견을 수렴해 순번을 정한 그녀들을 보곤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들로서는 에드릭이 우선 한 사람을 확실하게 보낸 다음에야 다른 이를 맞이하겠다는 발언에 내심 황당하다는 반응들이었는데, 한 사람을 제대로 보내 리타이어 시켜버리니, 그제야 조금 믿는 눈치였다.

거기다 당한 여엘프를 향해 마치 표정과 몸짓으로 ‘저 녀석을 우리 중에도 최약체였지.’ ‘암! 그렇고 말고!’ 라는 여유를 가장하고 있던 터라, 첫 번째 손님(?)이 불명예를 안게 되는 만행을 저지를 순 없었기에, 2번째 타자로 오신 분도 비슷한 시간대에 제대로 보내드렸다.


“몰라! 이런  모른 다고오오오! 꺄아아앗!”

작정하고 버틴 탓에 약간 더 버텼지만 그래봤자 1, 2분 차이.
남들에겐 별거 아닌 차이였지만, 아마 본인은 천국과 지옥을 몇 번은 더 오고 갔을 그런 시간대였기에, 먼저 감당한 여엘프보다 표정이 훨씬 더 헤픈 모습으로 혼절하고야 말았는데….

이쯤 되자 다들 진지해지기 시작했다.




‘어, 뭐지?’
‘뭐야? 어떻게  거야?’
‘저번하고 별 차이 없어 보이는데?’



불가사의한 현상으로까지 보일지도.
애초에 그걸 노리고 재방문 했다지만….

‘음, 이런 게 필요하긴 한데….’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는 건 어쨌든 중요한 요소기도 했고.
나중에야 조금 더 친절하게 해준다 쳐도….

‘이번은 그냥  딱 감고….’


죄다 보내버려줘야지, 별수 있을까.
애초에 그녀들한테도 이게 엄청 민폐라거나, 죄를 범하고 그런 건 아니니.

오히려 보내버려서 혼절까지  정도로 강렬한 경험을 만끽 시켜준다는 건, 결코 흔한 경우가 아니기도 했고.


특히나 그녀들 정도라면 더욱이나.

“자, 다음 분.”

어쨌든 3번째 타자쯤 되자 다들 진지하게, 이제 누가 이기나 한 번 해보자는 분위기가 팽배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걸 지켜보던 에기아헤는….


‘어이가 없네.’



에드릭도 그렇고, 저거에 호승심을 느끼며 달려드는 자신의 동료들도 그렇고.
도무지, 정상적인 존재가 없구나 하고, 속으로 다시금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은 에기아헤였다.


“꺄앗! 아앗! 박자마자?! 야! 이거 사기야! 사기라고오옷!”



그리고 3번째 타자는, 박기 무섭게 난리다.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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