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취직하니 떡을 침. 이세계에서 (252)화 (252/454)



〈 252화 〉68. 정치질, 처세술… 취향 아니면 정말 피곤하지.

초원 엘프들의 방문 목적, 그 결과가 어찌 결론이 지어졌는지에 대해 아는 이들은 손꼽을 정도였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백작의 충성심 깊은 가신들에게조차 이를 함구했는데….

그렇기에 브레나임 변경백의 불만족스러운 표정은, 일의 진행 방식이 자신의 그것과 맞지 않다는 걸 명백하게 입증하고 있었다.



“기어코 일을 진행 시키겠다 이 말이로군.”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기도 하니 말이죠.”



에드릭 자신이 부군이 되든 안 되든, 이쪽이 어느 쪽이 됐든 간에 유용하기 때문인 점도 있지만….

‘카일론 내부에서도 모두가 전쟁을 하겠답시고 상황을 부추기는 이들만 있는 건 아니니까.’



그들 기준에선 혹시나 생겨날 피해며 추후 생겨날 전선 확대, 확장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에도 이보다 좋은 건수는 없을 거다.


전쟁도 따지고 보면 이익에 따라 발생하는 인재(人災)에 해당하기에, 이익이 꾸준히, 장기적으로 보장된 환경을 조성하고, 어느 한쪽이 이를 일방적으로 누리지 못하게 만드는  물론, 혹여 그런 사태가 발생하면 모두에게 원한을 살 수밖에 없는 구도를 형성하면, 알아서 균형을 유지하기 마련.


이후론 경제며 무역 전쟁, 더 확대된들 무역 전쟁 정도에 그칠 거고, 그 이상 넘어가면… 전쟁을 일으키기도 용이하겠지.

이건 다른 의미로, 카일론이 개전이며 선전포고하고 달려들 여지를 막아서기에 적대국 기준에서도 구미가 제법 당기는 흐름이기도  거다.


타국들 입장에선 카일론이 작심하고 전쟁을 불사르면, 주변국과 동맹을 맺어 대항하지 않으면 상대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카일론의 저력은 만만치 않았기에.



“폐하께서 이를 용인하시지 않으실 터인데….”
“선택권은 물론 백작 각하의 몫입니다.”
“자네, 판을  깔아놓고 그런 소리를 하는 건가?”
“아시겠지만 저는 각하를 도와 왕실로 하여금 긍정적 평가를 받으려는 것일 뿐, 결단코 전 해를 끼치고자 이러한 일을 추진하고 있는 게 아닙니다.  점을 분명히 숙고해주셨으면 합니다.”
“자네 멋대로 단정 지어선 곤란한데 말이지.”


백작의 날카로운 안광이 번뜩이자, 에드릭은 애써 미소 지으며 불안정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지 않도록 잠시 침묵을 유지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들이 무엇을 원하고, 어떠한 것이 이득인지 알지 못하곤 하죠.”
“뜬구름 잡는 소리로군.”
“이익에 민감한 건 첫째가 상인이고, 둘째가 정치를 관장하는 크고 작은 대소신료들이며, 셋째가 종교에 몸담은 분들이실 테지요.”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가?”
“여기서 권력을 논하면 정치가 우선순위에 오르고, 대의명분, 천명, 신의 뜻을 언급해대기 시작하면 종교가 우선순위로 자리매김합니다.”
“자네는 날 가르치려 드는 건가?”



변경백의 위협 어린 목소리에도 에드릭은 태연했다.




“카일론이 혹여 제국의 위상을 떨친다 치면, 백작 각하께선 백작 위, 그 자리만으로 만족하시려는 참이신지요?”
“…….”

갑자기 스케일을 높이자 흥미랄까, 호기심이 생겼나 보다.

두괄식, 결론을 앞선에 놓아 충격을 주는 방식이 있다면, 미괄식 마냥 막판에 결론을 놓기 전 설명으로 결론에 이해를 확장 시키는 표현법이 있다.

그러나 결론에 이르기까지 인내심이 부족하다면?
중도에 결론을 늘어놓으면 그만.
이걸 일종에 중괄식 표현이라 하는데, 사실 병괄식이라 해도 무방은  거다.
하는 말들 전체가, 결론  결과를 보조하고, 가리키고 있는 거니.

“패왕녀 전하의 왕위가 온전히 이어진 다음, 필시 카일론은 전쟁을 치르겠죠. 이에 대해선 이의가 없을 걸로 생각됩니다.”
“…….”



그러기에 전선을 확대해선 곤란했다.

왜 에드릭을 하필 이쪽, 변경 쪽으로 보냈을까?
다른 이들이어도 상관은 없었을 거다.


심지어 부군 후보 중엔 엘피나 공국 쪽 인물도 있었다.
공국과 손잡고 바트리온을 밀어내고 평야를 차지한다면, 그 상태로 최소 5년 이상만 버틴다면 천혜의 곡창 지대를 손에 넣어 군사 강국의 토대를 다질 수도 있을 테고.

문제가 된다면  일대를 누비는 유목 부족들인데… 충분히 거래를 하든 계약을 맺든… 뭣하면 조공까진 아니더라도 그에 준하는 외교적 사례를 통해 합세시키거나, 개입 자체를 금하게 하는 방법도 있을 테고.


하지만.
…이건 이것대로 변수가 꽤 심각했다.

애초에 바트리온은 선제 공세보단 철저히 수성의 입장이기에, 먼저 치는 건 어지간해선 카일론일 수밖에.

문제는 카일론의 경우, 굳이 바트리온과 척을 질 필요가 없다는 거다.
진짜로 쳐야 될 대상은 구 제국의 후예를 자처하며 카일론을 대놓고 적대하는 머저리 나라가 여전히 시비를 걸어오고 있는 판에, 굳이?


에드릭은 거기서 왕실이 바라는 자신의 역할, 그리고 변경백이 추구할 법한 역할과… 자기 자신이 취하고자 하는 스탠스를 대략적으로 추측하고 분석하는 시간을 근래에 가져봤다.

물론 선배며 스마트폰을 통해 조언 및 관련 정보를 추리고 되살피는 걸 잊지 않았고.


그래서 대략적으로 얻은 결론  하나는.



‘완충 작용을 위해 날 이용할 속셈이다 이건데….’

기대에 미흡하면 변경백에게 넘겨 아예 그쪽에 자리 잡아 알아서 그 일대를 잘 꾸리는 살림꾼으로 만들고….

‘그 이상의 그릇이라면, 알아서 이쪽을 잘 구슬려 국가적 이익으로까지 도모시킬 테니, 그때는 다시 복귀시켜도 무난은 할 것이고….’



애초에 에드릭을 포함해 부군 후보들이 각지에 파견된다 한들 그들은 손님, 객일 수밖에 없었다.


주도권을 잡고, 주류가 돼서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해 확실하게 상황을 주도한다?
이건 이것대로 문제다.


패왕녀가 추구하는 파트너 스타일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국가적 이익으로 판단해야지.’



호감, 흥미, 잠재성?
…글쎄다.

이때, 변경백의 실웃음이 슬그머니 터져나왔다.



“자네가 상인으로서 어떤 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왔는지, 조금은  거 같군.”
“…….”
“양보보단 더한 이득을 안겨줘 제안을 수락하고, 타협하게 하고… 받아들이게 만드는 식이겠군.”
“이득이 없으면 제안을 받아들일 의미며 이유도 없으니 말이죠.”
“대신 스스로에 대한 확신, 판단, 결정에 대해선 양보가 없군.”
“…….”


언제나 양보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아니다.
변경백은 그걸 정확하게 읽어냈다.



“양보하게 되면 한도 끝도 없이 밀린다는 걸 본능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건가? 이건 전사들의 검투와도 비슷한 면모가 있군. 하나를 양보하고, 타협하고, 물러서면… 더한 대가가 돌아온다는 걸. 그러기에 양보보단 이득을 포기하더라도 더한 이득을 넘기지만, 결과적으로  큰 이득으로 돌아오게 만든다… 일종에 자신에게 돌아오는 이득을 일부 포기하고, 포기하다 못해 본전조차 못 찾는다 하더라도, 결국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길을 택하는 거로군. 그래, 이번 결정을 위해 자네가 잃은 것은 뭔가? 적지는 않을 터인데… 개척 군주로서 모아둔  제법 많았나 보군?”
“투자라는  상인에게 떼려야  수 없는 요소니 말이죠.”
“카일론의 2인자 자리가 그리도 탐이 났던가? 내 딸아이의 옆자리를 꿰차는 것도 아쉬울 건 없을 터인데….”
“…….”



여기서 굳이 파스티나에게 들은 개인 소견, 소감을 밝히면서 이러쿵저러쿵 변명할 필요는 없을 터다.

싫다 좋다, 이런 걸 논하는 거 자체가 여기서부턴 저렴해지고, 구질구질해질 테니.
예 아니오.

결론지어진 답변에 답하면 결국 모 아니면 도, 흑백으로만 구분 짓기 딱 좋기에, 이 경우엔 침묵이 답이다.

무언의 긍정이든, 묵비권이든… 이건 어차피 상대가 받아들이기 나름이고, 공식적으론 언제든 부인하거나  몰라라, 발뺌하기도 좋으니.

책임 소재는 참 중요하다.

그러니 말을 하든 의견을 제시하든 할 때, 뭐뭐 한 거 같아요. 뭐뭐 인  같아요. 무엇무엇이지 않을까요? 저도 혹은 나도 그렇게 생각해!

…이런 식의 불분명, 확실하게 단정 짓지 않는 말을 구사하는 이유도, 책임 소재를 흩어놓아 결정적일 때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목적성이 다분한 표현인데, 다른 의미론 주장을 너무 강하게 피력하지 않기 위한 일종에 처세법에 해당한다 보면 된다.

단정 지어 버리고, 분명하게 말하는 것만으로 문제가 되는 일들이 어디 한둘인가.

그러나 자리가 높아지고, 가진 게 많아지고, 명성이 드높아지면… 책임이 무거워질수록 이러한 태도는 마이너스로 작용하곤 한다.

그러니 적절하게 써먹어야 한다는 사실.
그래야 무게가 생기고, 말에 힘이 생겨나며, 행동에 위엄이 뻗어난다.

진짜로 누굴 죽일 수 있는 이, 죽여봤던 이가 죽인다고 선포하며 칼을 뽑아  때 와, 생전 누구도 죽여본 적 없이 말만 앞서는 거짓부렁이의 요란한 위협.

…어느 쪽이 위협적이고, 의미심장하게 들릴지는, 설명이 필요 없을 터.


평상시엔 아부며 겸허한 표현을 입에 달고 살지만, 에드릭은 결론 내고 필요할 때는 태연하고 무심한 표정으로, 혹은 웃는 얼굴로 아무렇지 않게 묵직한 내용을 들이밀곤 한다.

바로 지금처럼.



“탐나고 그런 건 없습니다. 제가 추구하는 건, 오래오래  먹고 잘 사는 거니까요.”
“…그런 거 치고는 벌이는 일들이 심상치 않지 않나? 정녕 그게 목적이라면 애초에 이곳까지 발을 들이지 않더라도, 자네는 이미 누릴 걸  누릴 수 있을 터인데… 설마 왕녀 전하께 한눈에 반했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할 건 또 아닐 테고.”



애초에 얼굴도 잘 드러내지 않는 그녀를 외부인이 볼 수나 있을지도 의문인데.
거기서 에드릭은 뜬끔 없는 소리를 내뱉었다.



“돈이며 자본은 많을수록 좋다고 합니다.”
“…….”
“위에서 잠깐 언급했든, 권력자도, 종교며 여타 목적을 비롯해 높으신 분들 모두가 추구하는 것도 결국, 돈이니까요. 세상일은 돈으로 굴러가고, 결과적으로 이익에 의거해 탐욕을, 인정을, 자비를 베풀기까지 하니까요.”
“그래서? 무엇이 목적이란 말인가?”
“그러나 가진 게 많다는 건, 탐내는 이들과 적을 늘린다는 말과 진배없죠. 내가 많이 가지게 된다는 것은, 누군가가 가질 몫을 먼저 낚아채거나, 빼앗거나 하는 거니까요. 이건 예외가 없다고 봅니다.”
“그건 타당하군.”
“그러니 이익은 혼자 독점하는 게 아니라, 뿌려서 모두가 누릴 수 있게, 그래서 정작 빼앗고자 한다면, 소수가 아닌 다수와 맞부딪히게 만든다면, 제가 이룬 기반에 대한 안전 또한 자연적으로 확보가 될 수 있다 이 말이지요.”
“…그러니까, 자네는 자신의 안정을 위해 카일론을 선택했다 이 말인가? 그 대신 자신의 존재를 품으면 그만한 이득을 짊어질  있음을 구태여 주장하고, 피력하면서까지?”
“반은 정답입니다.”



아니, 솔직히 본사가 시켜서 그런 거지만, 그걸 어떻게 대놓고 말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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