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취직하니 떡을 침. 이세계에서 (256)화 (256/454)



〈 256화 〉69. 변수가 아예 없을 순 없지?(2)

‘왕도에서?’


그쪽에서, 그러니까 팀장님이 직접 온다는 건, 패왕녀 직속, 직할 기사단이 출정한다는 거 아닌가?

소수긴 하나 하나하나가 일당백이라 치면, 사실상 수천 단위의 병력이 준동한다 봐도 크게 어긋남은 없을 터.

거기다 선발대 역까지 감행한다 치면, 여기까지 당도하는데는 며칠도 채 안 걸릴 거다.

단순 마물이 깽판 좀 부린다고 직접 온다? 이건 이것대로 말이 안 되지.




‘지원을 보내더라도 왕녀 자신이 직접 오는 건 말이  된다.’


위엄 문제? 체면치레?
아니지, 그건 절대 아니야.




‘거기다….’

대규모도 아니고 소수가 그런 식으로 지원 오는 거 자체가, 변경백을 무시하는 처사로 내비칠 수도 있는 거고.

애초에 적국이 준동해 선전포고 날리고 공격해오는 게 아닌 이상, 본국에서 나서는 거 자체가… 수지타산에도  맞을뿐더러….

‘뭐지?’

뭔가 놓친 게 있는 거 같은데.
아니, 간과한 사실이라던가….


그리고 10분도 채 안 지났는데, 선배로 하여금 메시지가 전달됐다.



[야, 너 있는 쪽 적국? 바트리온 국경 쪽도 경계 태세 들어갔다는데?]
[정말요?]
[추측성이긴 한데, 그쪽 사람 말로는 카일론 쪽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서 이유는  모르겠는데 경계하고 있다더라. 관계자 정보는 아니라 명확하진 않지만, 대충 그렇다고 보면  거다.]

“…….”



산맥 쪽에 마물이 준동해서, 혹시나 문제 터질지 몰라 경계 태세를 갖췄다면야 이해는 되는데….



‘그 정도로 민감하게 대응하고 자시고 할 문제인가?’

핵심층들끼리 얼굴을 마주한 채 무역 관련 협정을 맺은 게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뒤이어 선배가 추가 정황을 알려줬다.




[초원 부족 가운데 네  무역 관련 사업이 마음에  드는 것들이 대대적으로 그쪽 책임자며 관계자를 수소문했다는 소식이 있다던데, 그에 대해서 들은 건 있냐?]
[아니요, 아직까지는 딱히.]
[어차피 카일론 내부에나 있을 테니, 평야로 나갈  없을 거 아냐? 그러면 크게 문제가 될 건 없을 거라 보는데… 뭐 걸리는  따로 있냐?]
에드릭은 잠시 고심했다.
[…제 대리 겸 책임자로 맡겨놓은 사람이 있습니다.]
[만약 너와 따로 협상  청탁을 하려 했다던가, 아님 널 암살하려 했다 쳤을 때… 네가 없다면 결국 노릴  그 책임자뿐이겠구나.]



암살…이라.
차라리 청탁  비중이 높지 않을까?
여기에 얽힌 국가만 3개, 여러 부족이 엮인 연합 부족만 하나다.
그런데 그 중 하나에도 속하지 못하는 것들이 책임자 하나 목을 딴다고 이 상황이 무마될 거라… 그리 진지하게 믿는 건….

‘아니지.’

정치적으로 이 상황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 이들이 있다 치면….

예를 들어 정적이 그러한 성과를 올려 큰 공을 세우는 게 못마땅하거나, 위협으로 느낄 이가 있다면… 일부와 작당해서 상황을 파투낼 여지를 아예 무시할 순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마시장을 포함해 여타 무역로가 열리는 게 못마땅한 이들, 또 손해인 이들.


상인도 상인이지만 아무래도 부를 독점하고 권리를 독점하는 귀족들 입장에서 이건 대단히… 번거로운 일이 아닐  없을 터다.

사실 크게 보면 이쪽이 장기적으로 훨씬 이득이지만, 과연 그것들이 그런  판단한 대가리가 있을지 의문이고, 눈앞만 보면 당장은 손해인 게 맞을 수… 아니, 틀림없기도 하니, 그럴 바엔….


‘여기서 이쪽 계통에서 손을 쓰는 인재가 있다 치면, 우리가 한창 우리 일에 집중하는 사이, 자기들끼리 야합을 맺거나 다른 의미로 의견을 총합했을 수도 있을 거고.’


차라리 어느 한쪽 세력에서 자체적으로 그런 거면 편하지만, 여러 곳이 엮였다면… 이건 대단히 골치가 아파질 수 있었다.




‘협약까지 맺어 이건 국가적 위신, 체면으로까지 번진 상황. 거기다 광대한 이익이 얽혀 있다. 온전히 이어져도 큰일이지만, 파투가 나는 것도  이상으로 큰 문제로 번질 건데….’




…아니, 잠깐.
단순히 협약을 깬다거나 일을 망가뜨리는 거, 일종에 파투내는  문제가 아니라면?

‘그보다 더 큰 흐름으로 상황을 확대시키려 한다?’




비약인가? 단순 망상인가?
정보가 부족하니 판단 기준이 명확하게 잡히질 않는다.


무엇보다….

‘이대로면 파스티나에게 불똥이 거하게  수도 있을 거 같은데.’



왕도로 향하는 와중이고, 여기서  지체하면 제시간에 도착하기 힘들어질 수도 있다.


“…….”



 그대로 괜한 불안일 수도.
애초에 자기 집 앞마당에서 파스티나가 암살을 당한다? 이건 이것대로 앞뒤가 안 맞는데, 이건 변경백을 포함해 카일론 입장에선 말도 안 되는….




“…….”

여기서 문득, 굉장히 불길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러니까…….


애초부터 카일론 측에서 이 사태를 폭파 시켜 이걸 명분 삼아 평야를 집어 삼킬 야욕을 품었다면?


“망할….”

에드릭은 두리번거리다 한숨을 푸욱 내쉬곤.




“아니길 바래야지.”



그게 아니고선….

마부에게 말 하나를 데려간다 말하곤, 다음 경로에 있을 여관 쪽에 머물며 대기하라 일러뒀다.

그리고 에드릭은, 곧장 그 말 하나를 탑승해 왔던 길을 그대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예측이 틀렸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아니, 에드릭의 괜한 노파심, 기우는 틀린 게 대부분이긴 하지만….

그는 늘 그렇듯 돌다리 자체도 불안해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런 불안 덕에 의외로 당했으면  아플 법한 문제들로부터, 늘 위기며 고난을 모면하기도 했었고.

추진력이 약하다고 무능력한  아니다.
세상은 때때로, 거북이처럼 웅크리고 있는 이에게 두려움을 품기도 하니….


그들은 무리수를 던지거나, 틈을 보여 자신이 무너지고, 패배하고, 당할 여지를 일절 내비치지 않기에.

거기서 이제, 정확하게 때를 기다려 가장 최적의 시기에, 칼을 뽑아 돌진할 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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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밤은 한적하기 그지없다.

말을 전력으로 달릴 수도 없는 게, 주변이 어둡다 못해 달빛과 별빛만으로 어찌 길을 터야 하는데, 이게 사람은 그렇다 쳐도 달리는 말의 입장에선 여간 불안정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짐승의 야성, 감각이 인간의 그것을 상회 하기에 알아서 잘 뛸  있다 쳐도, 고삐를 쥔 게 인간이다 보니 이를 잘못 다루다가 말이 엎어지기라도 하다간 쌍으로 문제가 터져나갈 수 있는 노릇.

마차가 야밤에도 나아갈 수 있는 건 마차 주변에 랜턴을 포함해 등을 여럿 달아두기 때문인데….

‘달이라도 밝으면 말이라도  하지.’


심지어 구름이 낀 걸로 모자라 비라도 내릴 듯 쿠쿵 대는 소리가 머리 위며 먼 곳에서 들려오는데, 언제 물방울이 떨어질지 모를 정도로 위태한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시야라도 탁 트이고 길이라도 잘 펼쳐졌다면  길만 따르면 그만인데, 그것도 아니고….

결국 달리는 속도를 늦출 밖에 없었는데, 이런 식으로 가다간 종일 가도 해가 뜨기 전 도착하긴 글렀겠다 싶었다.



‘지금이라도 돌아가?’



괜한 걱정, 노파심….
단순 기우일 여지도 다분했다.

하지만 만약이란 건 어지간하면 일어나지 않으나, 일어날 시엔 한순간에 모든 것을 앗아간다.
그런 불안감을 끌어안고 어쨌든 나아가는데, 슬슬 빗물이 주적주적 떨어지기 시작했다.
당연 시야가 더욱 혼탁해지는 건 어쩔 도리가 없었는데….


‘랜턴이라도 하나 들고 올  그랬나?’



마차엔 앞뒤 좌우로 4개의 랜턴에 불을 피워 걸어두곤 했는데, 앞쪽에는 무려 2개로 하나는 걸어두고, 하나는 마치 낚싯대와 같이 길쭉한 곳에 걸어둬서 마부의 눈을 밝히는 용도까지 겸해 입맛에 맞게 위치를 조정할  있는 형태였다.


먼 여행에 비싸기 그지없는 마법등을 매달고 오고 가는 건 수지타산에도 안 맞으니….

‘이런 것도 경험 문제인가.’

그렇다고 한참 내달려  마당에 다시 돌아가서 랜턴만 가지고 되돌아온다?
아니, 지금이라도 늦기 전에 돌아가?


그러나 이미 한참 달려 30분을 넘게 쏘아온 상태인데 돌아가서 다시 간다 치면….
온갖 생각이 잡다하게 머릿속을 헝클어놨다.

생각해보니 책상물림의 문제란 항상 이런 사소한 것들에게서 비롯되지.
책상에 눌러앉아 이것저것 논하고 따지고 방책을 구축할 땐 마치 뭔가 있어 보이지만, 정작 가장  문제는 그런 것들이 아니라 대단히 사소한 것들.

예컨대 사람 만날 때 무슨 수단으로 연락을 취하고 어디서 접선할지, 그게 안 된다면 당장 어딜 가야 그를 만날 수 있을지, 모르는 걸 물으면 그만인데 낯가림이 심해 차마 묻지를 못한다던가, 사소한 물건 하나 사겠다고 잠시 나왔는데 정작 그게 어디서 파는지를 모른다거나.


차 타고 가는 것까진 상정했는데 목적지에 주차장이 없어 공용이나 주변에 제대로 된 주차장을 따로 못 찾아서 한참 헤맨다거나, 약도며 지도로 다 파악해뒀는데도 정작 현실상으론 찾질 못한다던가.


이론이 완벽하다고 항상 현실 결과가 완벽한 건 아니다.
하물며…  이론이며 수단, 방법조차 잘못됐다면?

그때였다.
타닥타닥!

말굽 소리 사이로 위화감 넘치는 소리가 섞여들었다.



“응?”



말이 한 차례 요동치자  달래서 소란 피우는 건 어찌 무마시켰지만….

“루넨?”


새하얀 늑대가, 이 어둠 속에서도 선명하게 그 희미하나 마치 반딧불처럼 하얀빛을 뿜어대더니.

이쪽을 잠시 지켜보다 갑작스레 앞으로 몸을 내달리기 시작했다.




‘설마….’



에드릭은 즉각 그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루넨브리스는 늑대 형상으로 돌아가 마차 안에서나 마차 지붕 위에 눌러앉아 있던 터라… 내심 신경 쓰지 못하고 있었다.
떠날 때는 마음이 다급해 미처 생각지도 못하고 있었는데….

이 적막과 어둠, 불안 불안하게 떨어지는 여우비 못지않게 어설픈 빗줄기를 꿰뚫어가며, 에드릭은 루넨브리스의 새하얀 형체를 마치 맹인의 등불 마냥, 주의 깊게 추적하며 한참을 나아갔다.


그러자 당연하다는  몸을 고정한 채로 빠르게 나아가다 보니 전신이 불편한 것 못지않게 말의 숨소리가 불안정하게 변해갔는데….

중간에 잠깐씩 쉬었다지만, 마차를 타고 이동한 것도 종일.
 뒤 다시 전력에 가깝게, 고작 한 사람이라 쳐도 시야가 불안정한 상황에 이 정도 속도로 달리니, 확실히 체력적 한계가 여실히 느껴지는 듯 보였다.

무엇보다 마차 끄는 말의 종류는 마차 용도며 목적에 따라 바뀌는데, 이번 말의 경우는 느지막한 속도로 쉼없이 장거리 이동에 적합한 녀석이기에 이런 식으로 빠르게 달리는데는 아무래도 한계가 확연했다.




‘할 수 없지.’

슬슬인가 싶었는데, 거기서 다시 30분을 넘게 질주하자 마을  곳이 눈에 띄었다.
에드릭은 그쪽 여관에 들러 말을 맡기곤 그대로 자리를 떴다.


‘길을 빙 도는 게 오히려 시간 소모가 더 크니.’


그래도 체력적 문제를 배제하면 사실 그게 맞긴 하지만….


“할 수 있지?”



루넨브리스가 고개를 갸웃거려 댔지만, 마치 의중을 어찌 파악하기라도  건지, 탁 트인 길이 아닌 산맥 부근으로 날다람쥐처럼 뛰어가기 시작했다.




“후우!”




맨몸으로 이곳저곳 누비는  익숙하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하는 건….


정령술을 통해 신체 기능을 향상, 심박동이며 혈액 순환 등을 개선하는 건 덤이라 치고.

호흡이 자연스레 빠르고 깊어졌지만, 지금의 에드릭의 신체라면 이 정도는 충분히 버텨줄 터였다.

바닥을 박차며 루넨브리스를 따라 적막과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숲길로, 이어 몇십 분도   돼 숲길은 산기로 뒤바뀌고….

이쯤 되자 아주 본격적으로 호우가 쏟아지듯 빗줄기가 굵어지다 못해  수가 과하리만치 불어나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길은 금세 질척해졌고, 조금이라도  딛는 장소가 지연되면 마치 진창에 빠지듯 발이 신발 부츠째로 푸욱 잠겼는데….



‘하이고.’

내가 왜 이런 고생을 사서 하는 거지?
순간 어이가 없었지만… 목적을 망각하진 않았다.
몸이 힘들면 제아무리 잘난 놈이건, 고결하고 숭고한 목적을 지녔다고 자부하는 이들조차 금세 딴생각이 들기 마련.

그런 걸 이겨내고, 견뎌내야 목적한 바를 이룰  있다지만….




‘힘드네.’



긴장한 채 밤을 샌 상태로 마차에 탑승해 조금 불편하더라도 눈을 붙였으니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이렇게 달리지도 못했을지도.

정령체로 인해 체력이 과거 적보다 배는 불어났다지만, 현실 중노동에 의한 피로도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문제다.


그렇다고 에드릭이 그쪽 일에 능숙하고 익숙한 것도 아니고.
파라메라 대륙에서 그럭저럭 노동에 익숙해졌다지만 그 기간은 그리 길지도 않았었다.

무엇보다… 장거리 질주며 산을 타고 새하얀 늑대 뒤만 따라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곳에서 안 널브러지거나 나무에 부딪히지 않고 나아가는 것만 해도 어디겠냐만.
덕분에 가치에 얼굴이 쓸리고 손이 할퀴어진 건 별다른 문제가 아닐 정도였다.

나무가 너무 집요하게 붙어 있고, 낮은 나무들의 가지며 몇몇 풀 쪼가리들이 생각 이상으로 크게 부풀어 앞길을 막기까지, 이런 게 다 어디서 튀어나온 건지 신기한 기분을 느끼기 앞서, 현재로선 그저 불편하고, 답답할 따름이었다.


‘체력이 과하니 너무 과신했어.’



3시간쯤 지났을까? 그도 안 됐나? 어쩌면 1시간도 안 지났을지도?
시간 감각이 완전히 사라질 때쯤 되니, 머릿속에 잡념이 곰팡이처럼 솟아나고,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이 정도는 금세 주파할  있을 줄 알았는데.’


솔직한 심경으로 범인들의 신체 능력, 움직임에 비하면 기가 막힐 정도로 빠른 건 사실.

사실상 땅을 뛰다 못해 나뭇가지를 타고 날아다닐 정도니, 다람쥐와 경주하라 해도 현재로선 에드릭 쪽이 훨씬 빠르고 민첩한 건 확실했다.

거기다 수 시간  쉬지 않고 처지는  없이 비슷한 속도로 움직이고 있으니, 지구력 하나만 놓고 봐도 짐승의 그것과는 비교가   지경.


그러나 사람은 욕망하기에, 현재에 적응해버리면, 그것이 목표를 이루는데 있어 턱없이 부족하다는 걸 실감하면, 그 시점부터 자신에 대한 불만, 불안이 마구 샘솟기 시작한다.

무엇보다 여기엔 지도도 따로 없고, 위치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척도며 뭐도 없기에, 그냥 내달리고, 나무 사이를 박차며 뛰는 것만으론….




‘목적 없이 이렇게 움직일 수 있었을 땐, 엄청 짜릿했지.’

마치 자유인이 된 것만 같았으니까.
날아다니는 비행기, 새 못지않게 내달리며 뛸 수 있다는 건, 인간으로서 더할 나위 없는 만족감을 불어 넣어주었다.

하지만.



‘…….’




생각하는 것조차 슬슬 불편해진다.
이건 뭐 군대 행군하는 것도 아니고.
아니, 그것보단 낫나?


그건 체력 단련이니 군사 활동에 대한 적응이니 뭐니 해서, 군대라는 무력 단체 기준으론 필수며 필요한 수행이라 쳐도, 개인으로 보면 완전한 부조리함이니.
하지만 지금은 개인으로서도 분명한 목적이 있었다.


‘이렇게 지친 상태면 도착해서 혹여  터지면, 대응이나 제대로 될까?’




오만 생각이 좋지 않은 방향으로 머릿속을 뒤덮는다.
원래 몸이 불편하고, 처지가 곤란하면 긍정보단 부정이 급속도로 의식을 잠식하기 마련이니.


그걸 머리로, 이성으로 뻔히 알고 있음에도, 에드릭은 이런 불안을 도무지, 제대로 제어를 할 수가 없었다.

이건 마치… 뭐랄까.

그래, 군대로 치면 비 몰아치는 폭우 속에서 부조리하게 훈련받으면서 언제야 끝날까, 언제야 끝날까 하고 속으로 욕을 주절주절 대며 구령 소리 내고, 움직이고….

아, 그래. 그것보단 낫네.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러네. 그것보단 나으니까….


‘어차피 멈춰서 널브러질 게 아니라면….’



가야지. 갈 수 있을 때까지.
가 아니라, 반드시 도달할 때까지 가서, 확실하게 일처리를 하고….

‘그 다음 쉬든 쓰러지든….’

열심히 하는  좋다.
그러나 정작 중요할 때, 열심히만 하고, 아무런 결과며 만족스러운 결말에 도달하지 못한다면….
그 노력, 그보다 비참할  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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