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취직하니 떡을 침. 이세계에서 (260)화 (260/454)



〈 260화 〉70. 정말로 무서운 건 언제나...(3)

처음 불타는 성채를 보았을  속이 철렁거리긴 했었다.
녹초가 되듯 달리고 또 달려 당도했을 때, 그 꼴이 났으니 얼마나….

그래도…….


이런 식의 끝마무리는 여전히 속이 좀 쓰리고, 갑갑하고, 답답한 면이 조금 있었지만….


안대를 푼 상태로 뭔가 쾌활하게 웃고 있는 파스티나, 아니 다시 브리앙르 라며 자신을 부르라 말하는 그녀와 재회하니, 에드릭은 그러려니 싶었다.

죽거나 살해당했거나, 음모로 희생당했다면… 에드릭은 부군 경선이고 나발이고, 본사가 뭐라 뭐라 한다 해도… 팀장님께 곧장 보고 올리곤 죄다 정리하고 이곳을 뜨려고도 마음먹기도 했었으니.

진저리가 난다.
정치질이며… 이런 위험천만한 복마전, 솔직히 꿀 빨러  에드릭 입장에선 도저히… 상종하고 싶지 않은 세상이었다.

나는 야심이나 야망, 그다지 없어요.
단지….
개꿀 빨며 즐기고, 놀고… 그러면서 누리고 싶을 뿐이지.


그래서 명예며 영예, 허영심, 체면 같은 거며 권력 등을 단호히 포기할  있었던 거고.


…그래, 그런 건 바라지도 않는다.
정말로 바라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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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 들었냐?”




자신의 천막에 눌러앉아 활을 정비하고 화살을 만들고 있던 초원 부족의 유능한 재목, 에기아헤는 입구에 들어서기 무섭게 실실거리는 동료의 음흉한 눈초리에 슬쩍 눈살을 찌푸렸다.



“뭔 소문?”
“에드릭이 찾아왔다는데.”


기다란 엘프 특유의 귀가 눈에 띄게 쫑긋거렸다.

“그 녀석 좆 맛을  뒤론 예전보다 더 다른 사내놈들 인근은 얼씬도 안 하던데, 역시 그거냐?”
“…뭘 역시 그건데?”
“그 새끼 거가 제일 맛있었지?”



말하는 꼴하고는….



“천박한 소리 좀 어떻게 할 수 없냐?”
“왜? 무식해서 꼽냐? 안쓰러워?”



…하여간.
저러니 능력이 있어도 뭘 못 맡기는 거지.


무력적인 면에서야 걸출한 것들이 오죽 많을까.
문제는… 힘만 장사며 활 솜씨며 정령술이 뛰어나다고 중한 일을 맡는 건 전혀 별개의 문제.


언제나 침착, 인내, 절제를 중시하는 초원 문화에서조차도 이것들은 혈기를 주체 못 해 난동을 부리곤 한다.

기질이 그만큼 드세니까, 그래도 척박한 환경에서도 유쾌하게 웃어대며 사는 거겠지만….

근데도 그게 자신들의 자랑거리니 뭐니 하며 합리화하는 꼴이라니… 이러니 야만인이다, 엘프 근본은 어디다 버려두고 미개해졌냐, 귀쟁이 새끼가 이젠 그린 스킨들보다 천박해졌다니 뭐니 이딴 개소리를 난쟁이들에게나 들어대면 기분이 좋을까? 심지어 털가죽쟁이 새끼들한테조차 경시당하는  도저히….



“무슨 일로 여기까지 방문한 거지? 분명 카일론 중앙으로 돌아간다고 저번에 들었던 거 같은데….”
“그쪽 왕녀님하고 같이 간다고 하던데.”
“그런가.”




대족장은 의외로 일국의 왕녀에 대해 우호적 자세를 취했다.
그녀가 데리고 온 무리들도 비범하긴 마찬가지였지만, 아무래도 왕녀란 존재가 예상 이상으로 더 대단한 인물로 판단됐었던 모양이다.

자신들과 달리 머리부터 발끝까지 쇳덩이로 무장해 둔탁해 보일 법도 했으나, 막상 보면 호리호리하면서고 검게 물든 철제 갑옷은 이상하리만치 위협적인 기운을 풍겼는데….



“다브헤나가 없는 지금, 우리가 무작정 그를 찾아갈 순 없는 노릇이지.”
“오, 찾아갈 생각은 있었나 봐?”



…당연한 소리를.


애초에 에드릭과 합방… 교접한 이래 그녀는 다른 사내들에 대한 관심을 완전히 꺼버렸다.


혹시나 싶어 사내 여럿을 살펴봤지만 에드릭의 그 물건처럼 굳건하고 듬직한 건… 여태껏 본적이 없다.

심지어 대족장이 부려대는 몸종들, 성노예들조차도 그 정도로 물건이 실한 녀석은 아직까지 본 적이 없었고. 나름 여러 부족 내에서도 가장 듬직한 녀석들로만 손꼽았음에도, 에드릭에 비하면….

때문에 당시 사절단은 약속이라도 한 듯 에드릭에 대해 함구했다.
소문이 잘못 전달됐다간, 대족장이 눈에 불을 켜고 그를 소유하려 든다면, 다신 에드릭을 맛볼 수가….



“크흠! 그래도 간만이니 인사 차원에서 얼굴을 볼 순 있겠지.”
“그러다 겸사겸사… 그렇고?”
“…바랄 걸 바라거라. 이곳에서 그런 식으로 사태가 흐르면, 무슨 일이 발생할지는 잘 알잖나?”
“차라리 소문 부랴부랴 퍼트려서, 아예 여기에 잡아 두는 건? 이런 기회가 흔치 않은데….”
“사내 하나 때문에 대사를 그르칠 속셈인가?”


역사라는 것에 문외한 그녀였지만, 인간들이 그런 식으로 미녀에 혹해 타국의 아내를 납치해 애까지 낳게 해서 전쟁이 발발해  나라 모두 몰락했다는 옛이야기는 여러모로 유명한 예로서 음유시인이며 이야기꾼들을 통해 전해지곤 했다.

초원 부족은 노상이든 강도 및 약탈 짓은 하더라도, 부족으로 찾아든 이에겐 생각 이상으로 극진한 대접을 보여주곤 하는데, 외부의 지혜며 지식은, 그런 식으로밖에 얻을 수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노예며 잡아 온 놈들을 통해서도 들을 수 있으나, 아무래도 입장이 입장이다 보니… 이때 접하는 지식이며 지혜는 괄시하고,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 잘나 놈들이  우리에게 잡혀 그 꼬락서니가 됐을까?


힘을 중시하는 그들에게 있어, 지혜고 나발이고 붙들려 노예가 됐다면, 그가 지닌 지식이며 지혜는 전혀 의미가 없음을 의미하니… 괄시당하고 무시당할 수밖에.

하지만 야만적이라 부르짖는 이들이야말로, 대등하다 인정되는 이에 대한 예우와 존중은 여타 문명에 비해 확실한 형편이었다.


대족장이 카일론의 왕녀를 우대하는 것도 그런 의미로 보면 납득이 간다.
나름 기대를 품고 자신의 원형 천막을 나선 에기아헤.

하지만.


“…이미 침 발라둔 녀석이 있나 본데.”

그녀들의 귀에 포착된… 질펀하게 즐겨대는 소리가 여실히 청각에 꽂혀 들었다.
마치 과녁에 화살이 꽂히듯 말이다.


‘누구지?’

즐기고 자시고야 자기들 마음이라 쳐도, 오전서부터 이러면 눈치를 한 바가지 먹을 텐데….


실제로 주변을 배회하거나 인근에 자리한 동지들도 소리가 워낙 노골적이라 하던 일을 멈추고 죄다 쫑긋 귀를 기울여대고 있었다.

거디가다….

“이 목소리는….”
“인간 아냐? 그거 얼마 전에 온 녀석?”



에기아헤는 파스티나를 사절로 갔을 당시 접했기에, 비록 안대를 걷어내고 한쪽 눈마저 멀쩡해졌다곤 하나, 그녀를 아예 못 알아보진 않았다.


사절 이외에도 협약 때에도 대표단에 선발돼 대족장을 따라 나섰을 때도 물론 봤었고 말이다.


사실상 에드릭의 대행이자 이번에 생겨날 무역 시장을 담당하는 담당자라 들었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부족에 합류해 그들 부족의 소속이 돼서 부족의 이름으로 무역 시장을 개설한다는 소리를 들었을 땐, 이게 뭔가 싶었다.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부족 전체가 두 나라의 국경 인근에 자리 잡아 나름 무력 시위에 가까운 압박을 밀어 넣은 것도 그렇고….


아직까진 부족 내에서도 전사에 해당하며 대족장을 비롯한 유력 용사들처럼 작전  대계를 엿보거나 참관할 자격이 안 되기에 다는 모르지만….




‘모종의 계약이 있었을 거다.’


이번 카일론의 왕녀가 친히 자신의 기사단을 이끌고 바트리온을 압박한 것과, 굳이 여기까지 와서 친분을 과시하는 행사를 보이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일 거고.


 그건 그렇다고 치는데….

특정 천막에 가까워질수록 소리는 더욱 노골적으로 변해, 이쯤 되니 주변에 있는 동지들도 더욱 노골적으로 화색을 띄며 소리만으로 그 상황을 여실히 떠올리며 상상의 나래를, 머릿속으로 그 광경들을 그려 넣는데 집중하는 모습들이었다.

의외로 이것들, 노골적으로 즐기는 것도 좋아하나 이렇게 은근하게 관음하는 것도 제법 즐기는 면이 있었다.

성욕이 왕성한 만큼 사내하고도 즐기고, 같은 여성 동지들끼리도 이해를 동반해 즐기는가 하면, 몇몇은 자존심 때문에라도 은근히 혼자 즐기기도 하는데, 다들 귀가 워낙 좋다 보니 초원 엘프 부족의 천막들은 인간 유목 부족의 형태보다 제법 천막 간의 거리가 배는 떨어져 있곤 했다.


그래서 보통 이들이 무리며 야영지를 꾸리면 꽤 넓은 구역을 차지하게 되며, 주둔지를 꾸리면 군의 특성에 의거해 영역을 단단하게 하고자 거리를 확 좁히나, 이 덕분에 온갖 불편한 소리를 접하게 되니 이건 이것대로… 불편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이번의 경우는 야영지 목적이 강해 제법 거리가 떨어졌고, 아마 그래서 또 이렇게 노골적으로 오전서부터 즐겨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제 저녁서부터 저랬다는데?”



지나가다가 눈에 띄는 녀석에게 묻자 눈이 벌개진 녀석이 피로감과 흥분이 반반 뒤섞인 몰골로 그런 사정을 일러줬는데….


“정력이 참 대단해. 우리하고 할 때도 며칠 쉬지 않고 해댔는데… 그런데 인간 중에 그걸 감당할 녀석이 있다고?”

들려오는 소음(?)만 해도 분명 한 사람하고 즐겨대는  분명했기에, 이견에 여지가 없었다.

혹여  같이 즐기다 혼절해서 다 쓰러지고 혼자만 남았다?


접근할수록 주변 소음에 민감해진 만큼, 한탕 벌어지는 장소 인근에 얌전한 숨소리가 일체 들리거나 포착되지 않은 시점에… 그놈에 억측은 의미를 상실한 지 오래인데….

에기아헤는 그런 의미에서 할  하는 여자였다.


소리의 진원지에 접근하기 무섭게, 천막 앞에서 에흠하고 크게 헛기침을 해 인기척을 한 차례 표출하기까지.

…그러나 안에선 여전히 자기들끼리 즐겨대는 통에 그 소리를 못 들었나 보다.


인간이니까 이해는 한다. 엘프들처럼 소리에 민감하지 않고 둔해 빠져서 당연한 것조차  듣고 어리바리 떠는 녀석들이니….

그래서 다시, 이번엔 소리를 조금  키워 잔기침을 터트렸다.


하지만.




“…….”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거냐?


거기다 조롱하듯 인간 여성의 신음과 살과 살이 맞닿아 착착, 척척하고 뭔가가 맞닿으며 마찰해대는 소리가 더욱 커지자, 슬슬 인내심이 바닥나기 시작했다.


물론 괜스레 아랫배, 하복부가 저리고 두 다리가 안절부절못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생리 현상이라 치고.

괜스레 소변, 소피를 해결하고픈 기분이 강하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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