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취직하니 떡을 침. 이세계에서 (261)화 (261/454)



〈 261화 〉71. 때가 되면 가는 거지 뭐.

브리앙르하고는 굳이 말하자면 조합이 좋다고 할까.


알리샤와 에우리에가 이곳 세계에 와서 가장 먼저 관계를 맺어 친분을 다졌다면, 브리앙르하고는 가장 오래, 제법 오랫동안 끈끈한 관계를 맺어온 터라 다른 의미로 친분이 두터움을 넘어 끈끈했다.


그러다 보니 막상 관계를 맺는다 쳐도 서로 지나침이 없고, 과하지도 않지만, 모자란 바도 없이….

“일전에도 느꼈지만… 체력이 장난 아니네요?”
“몸으로 먹고 사는 마당에, 그게 부족하면 어쩌자고?”

침대라 하기 애매한, 그래도 천이며 가죽 등을 푸짐하게 깔아둬 폭신한 잠자리 위에서 끌어안고 은은하게 그 분위기를 즐기는 둘은, 이미 사전에 밤낮 개념없이 질펀하게 즐기고 선잠자듯 눈을 붙였다 약속이라도  듯 눈을 깬 참이었다.


당연 기상때 으레 작용하는 아침 발기 덕에 브리앙르가 손으로 에드릭의 물건을 마치 전투기 조종간을 붙잡듯 이리저리 휘둘러댔는데, 이게 묘하게  즐겁단 말이지….



“너무 커졌어 이거.”
“그만큼 다양한 이들을 만족시킬 수 있게 됐죠.”
“크기까지 조절하는 거 보면, 이젠 종마가 아니라 그냥… 그거 뭐더라?”
“뭔데요?”
“기억 안 나네. 그러려니 해.”



에드릭의 팔에 누운 채 같이 천막으로 가려진 천장을 바라보며 그러고 있는데, 서로의 체향이 짙게 뱄음에도 여전히, 그 향취가 마음에 들어 재차 몸을 가깝게 맞대는 둘이었다.


오밤중에 자꾸 에드릭 자신의 겨드랑이 쪽에 얼굴을 파묻어 오는 그녀 덕에 선잠 잤다가 깨기를 수차례.

거기서 에드릭도 그녀의 머리며 이마에 코를 묻고 그 향을 깊게 들이마셔댐으로서 그녀를 깨워댔는데, 그러다 다시 분위기가 달궈져 옆으로 누운 채로 서로의 몸을 마치 뱀처럼 끌어안고 위아래가 아니라 좌우로 박아대며 은은하게 즐겨대다, 사정감이 치밀면 다시 질펀하게 위아래, 혹은 아예 그녀의 몸을 들쳐 매곤, 속된 말로 들어서 박는다는 말의 속어인 ‘들박’을 해대기까지 했는데, 참 신기한 건 한번에 미친 듯이 불타오르지 않으나, 은은한 주제 꺼질 기색이 없이 마구 타올라 정말로 뱀의 교접, 교배의 느낌을 간만에 제대로 실감했다.

애초에 뱀녀들하고 안 즐긴 것도 아닌지라 그 느낌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던 에드릭이었는데, 사람  사람으로 그 정도로 엉기고도 치열함과는 별개로, 기분 좋고 여유롭게 엉기며 즐길 수 있다는 게 한편으론 새로웠다. 아주 마음에 든달까.


굳이 상대를 만족시키려 하지 않아도, 이미 자신과 몸을 맞댄 시점에 즐거워하며 기꺼워하고, 만족스러워하니… 이게 또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그제야 한때, 잠깐이나마 결혼까지 생각했을 정도로, 그녀와 숨 쉴 틈도 없이 즐기던 때가 다시금 떠올랐다.

‘그러니까….’

이건 뭐  때마다 그때 그 기분이 떠오르니… 보통 자주 하면 질린다 뭐  하는데, 역시나 호감이며 친근감이 생각 이상으로 확고하니, 그런 기분이 일절 느껴지지가 않았다.
오히려 하면 할수록 좋아지고, 더욱 사랑스러워진달까?

이건 그, 알리샤 누님하고 에우리에 누님하고 했을 때도 제법 느꼈던 건데… 아, 테티아나하고도 그렇고.


파라메라 대륙에서도  있지만… 그쯤 되니 당장 눈앞의 그녀에게 실례인 거 같아 조금  그녀에게 집중했다.


은은하게 즐기는 터라 치열함은 적고, 그만큼 기분 좋은 게 마치 술에 적당히 취했을 때 느끼는 호쾌함, 즐거움이 수배는 증폭된 거 같은 체험인데, 뭔가 체력을 소모한다는 느낌보단 반대로 힐링을 받으며 피로가 풀려나가는 기분? 이게  신기했다.

‘보통은 체력을 소모하는 작업인데 말이지.’


체력을 밑천 삼아 쾌락을 짜내는 게 이쪽 일이고, 그래서 오래 즐기면 몸 망치고 어쩌고….


그거 뭐냐, 중국 쪽에 소녀경이라던가, 인도? 카마수트라? 맞나?
아무튼 교접 오래 하되 사정  하고 더욱 깊숙이 즐기면 오히려 몸이 건강해진다던가, 카마 어쩌구는 그로 인해 깨달음, 열반에 도달한다는 식의… 어처구니없는 이론이 있다곤 하는데, 솔직히 잘은 모르겠지만 약간? 깨알만큼은  것도 같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지만 아무튼 그런 걸 아주 미약하게나마 간접적으로 체험하고 있었다.

‘음, 섹스를 많이 하다 보니 이런 유쾌한 체험도 하게 되네.’



그만큼 브리앙르와의 영적 교감이 꽤 깊다는, 뭐 그런 쪽으로 해석하면 되려나?
그래서인지 잠들지 않아도 즐기면서도 잠깐씩 잠들고, 그러다 또 하고….
익숙하면서도 색다른, 실로 기묘한 체험이었다.

음, 위치며 환경이 바뀌어서 기분 전환이 제대로 돼서 그런 건가? 신기하군.

무엇보다 서로 누운 채로 어느 한쪽이 오르는 방식이 아닌, 위아래가 아니라 좌우로 서로 얼굴을 맞대고, 키스하며 허리를 놀리며 약간 어설프지만 즐거운 기분으로 흔쾌히, 지속적으로 즐길 수 있는 이 상황이 퍽 마음에 든 에드릭이었다.


거기다 기분이 흥하니, 사정감을 굳이 억제할 것도 없어 벌써 그녀와 하룻밤 동안 하는 와중에 4번이나 쏟아냈는데도, 어째 질리질 않았다.

‘이건 뭐 술을 마신 것도 아닌데… 취하는 기분이 드네.’




스스로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조차, 이쯤 되면 헷갈리기 시작했다.
약에 취한 것도 아닌데 뭐가 이리 횡설수설이람.

자기 자신한테 그런 구차한 변명을 굳이 속으로 해대며, 에드릭은 다시금 그녀의 오른쪽 다리, 아래에 깔린 그 다리를 자신의 양다리로 감싸곤, 나무를 타오르듯 바짝 그녀의 몸에 전신을 밀착시켰다.

그러다 보니 그의 팔에 머리를 누이고 있던 브리앙르도 덩달아 그를 마주하는 형국이 됐다.

최초에 이런 식으로 마주할  에드릭의 신체도 그렇고 나이도 훨씬 어렸기에 마치 애가 안긴 형국이었지만, 지금은 반대로 그녀가 에드릭에게 안긴 형국이 됐다.


굳건한 가슴에 얼굴을 파묻은 브리앙르는, 어이없게도 그의 가슴이며 온몸에서 흐르는 산림이며 숲, 마치 맑고 투명하되 넓은 호수에서 날 법한 청명하면서도 그리운 향이 풍기는 터라, 무심코 거기에 얼굴을 깊숙이 파묻고, 숨을 후욱 들이마시고, 내쉬길 반복했다.

근데 생각해보니 이거, 너무 변태 같지 않나?

‘알 게 뭐야.’


브리앙르는 예나 지금이나 꽤 뻔뻔했다.


그리고 그런 무신경하고도 독한 면이 있으니 이런 혹독한 세상에서도 여자의 몸으로 알아서  살아왔던 걸 테지만.

변경백, 백작가의 핏줄이면 뭐하나. 그래 봤자 가문의 녹이나 먹으며 언젠가 정략 도구로나 쓰이는… 개떡 같은 인생인데.

결국 자신의 인생을 택한 대신 근본을 잃었지만… 애초에 그걸 필요로 한 적도 없었다.

방구석이나 안에 틀어박혀 흘러가는대로만 산다?
…그러려고 내가 태어난 줄 아나?

세상은 넓고, 가볼 곳은 많다.
애초에 용병만 아니었다면 그녀는 모험이며 여행을 즐겼을 거다.


그리고….


여기를 기점으로 이제, 지도 상에 증명되지 않은 세계로, 그녀는 나가고자 하는 포부를 품게 됐다.

자금 문제가 해결되니 남은 건 같이 동행하며 탐험할 동료를 구하는 일.
거기에 에드릭이 따라온다면 정말 더할 나위가 없겠지만….

‘아니다. 그건 아니지.’

그러다간 임신해서 모험보단 육아에 먼저 힘쓰는 사태가 발생할 지도.
……그건 껏대로 좋으려나?




‘아악! 이 나쁜  같으니라고.’

괜히 심통이 난 브리앙르가 에드릭의 허벅지를 꼬집었다.


“아, 왜,  그러세요?”
“그냥 미워서.”
“…….”



진짜로 미운 건 아니고, 그녀의 내적 갈등을 유발하게 만든 대가라고, 에드릭은 대강 해석했다.

음, 아프긴 한데, 이런 집착? 애교? 의외로 나쁘지 않을…지가 아니라 환영할지도?
…아주 제대로 미쳤나 봅니다. 허허….

아, 망할. 또 꼴리네.


은은하게 즐기곤 하나, 다시금 불이 붙기 시작한 에드릭이 앞서 그녀의 위로 올라타 다시금 자신의 분신을 활짝 열린 그녀의 은밀한 입구, 구멍 속을 향해 쑤욱 밀어넣기 시작했다.



“흐음! 여전히… 만족을 모르는구나?”
“…저만 그런가요?”

그녀가 짓궂으면서도, 예쁜 웃음을 입과 눈에 내걸며 흥겹게 호응해왔다.

“아니~! 나도!”

예쁘다. 이렇게 예쁘고 귀여울 수가 있을까.


에드릭은 더욱 불타올라 적극적으로, 더욱 힘써 방아질을 이어갔다.
이미 애액이 넘치다 못해 줄줄이 흐르다 보니, 애액과 무게감 서린 살가죽,  속에 깃든 질량이 맞닿고 접하고 마찰하며 자아내는 떡 짓는 소리, 떡이 찰지게 쳐지는 소리가 힘차게 울려 퍼지니, 에드릭의 신음과 적극적인 몸짓, 그리고 브리앙르의 교성과 교태 서린 호응이 흥겹게 이어져 둘은 더욱 즐겁게, 서로를 탐하고 집어 삼키는데 집중했다.


그저  순간이 좋았다.
즐겁고, 재미있고, 흥겹고….
이러한 개념조차, 모조리 시원스레 머릿속에서 증발하고, 씻겨져 나갈 정도로.

그러기에 둘은 알 수 없었다.
천막 밖에서 제법  인기척을 내던 초원 엘프 둘의 존재를.


…의도한  아니라, 정말로 서로에게 집중한 덕에 깨닫기 못한 탓.
그리고 초원 엘프 둘은, 청각을 바짝 기울인 끝에 저들의 움직임에 위화감이나 눈치를 챈 듯한, 보는 듯한 기색이 일절 포착되지 않음을 깨닫곤… 더욱 조바심과 질투심 비슷한 기분을 느끼고야 말았다.


‘부러워 죽겠네!’




에기아헤는 특히, 입술을 씹고 눈시울을 붉힐 정도로, 너무 억울했다.

‘존나 좋겠다! 망할 인간!’


에드릭의 그 맛있고 탐스런 거근을… 고작 자신들도 얼마 못 버텼는데 그 대단한  인간이 홀로 독점하다니! 으으으읏!


그로부터 몇  뒤.


 봐도 질펀하게 한 뒤인지 천막 내부는 특유의 냄새로 가득했다.
옷을 대강 걸친 에드릭이 먼저 알아보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에기아헤 님! 어찌 여기까지 몸소 찾아오셨는지요?”
“아, 그… 왔다는 소식을 들어 지나가는 길이….”



그래도 에드릭이 미소를 머금은 얼굴로 자신을 직시하며 말을 걸자, 속에서 치밀던 울분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순풍과도 같은 얼굴로 애써 눈도 못 마주친  얼굴을 붉히는 그녀.

“…….”



옆에 있던 동지가 ‘이건 뭐 하는 새끼지? 안으로 들어가기 전만 해도 한판 뒤집어 엎을 표정이더니….’ 하는 눈으로 유심히 그녈 지켜보고 있었지만, 에기아헤는 그딴 거,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아, 그렇군요. 잘 오셨습니다. 그런데 혹시… 식사는 하셨는지요?”
“식사?”




이건 그러니까, 같이 아침 먹자는 거지?


“다, 당연히 아직….”


거기서 눈치 없게 한마디 거들려는 동지가 있었으니.

“야, 아까 전에….”


푸욱!

에기아헤는 이런 면에선 누구보다도 재빨랐다.
먹이를 덮치는 날샌 짐승처럼, 동지의 옆구리에 단호히 주먹을 찔러 넣자, 그녀의 상체가 반으로 접히고야 만다.




“끅!”
“아, 저런! 며칠서부터 분주히 이곳저곳 오가고 그러더니 갑자기 상태가  좋아졌나 보군!”



그걸 또 자연스럽게 부축하듯 와락 껴안아 쓰러지는 걸 막아서기까지.

평소엔 연기라는 걸 못하는 에기아헤였으나 이상하게도 지금만큼은  흐르듯 연기가 흘러나왔다.

이후 에기아헤는 아무렇지 않게 천막 밖에서 바람 좀 쐬며 숨 돌리라며 그녀를 바깥에다 앉혀놓았다.

…심지어 천막 입구에  걸치게끔.


그리곤 식사를 권한 에드릭과 함께 어쨌든… 며칠 전서부터 부족에 합류한 인간, 이렇게 셋이서 가벼이 식사자리를 이어가게 됐다.

크게 오간 건 없었지만, 그냥 그 자리에 참석한 것 자체로 당장 에기아헤는 만족하기로 했다.

이런 일은 본래 하루 이틀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인내와 끈기.


어쨌든 자신은 젊으며(…?) 에드릭도 젊은 만큼 시간은 넉넉하게 있다고 생각했다.
거기다 다브헤나도 크게 자신을 견제하기는커녕, 원한다면 열심히 해보라 격려까지 해줬다.


중요한 건 에드릭이 카일론 왕국에 확실히 자리매김하느냐, 아니냐가 관건.
…그렇게 되면 순서가 뒤죽박죽된다거나, 기회가 없어질 수도 있겠지만….


‘삶이란 모르는 거지.’


카일론이 파탄  다음, 그가 자신들에게 의지해올지 어찌 알리?
세월이 넉넉한 탓일까.
비록 초원 부족 특유의 과격함, 무도함은 있었지만… 그렇다고 장수하는 종족 특유의 느긋함만은, 도무지 어쩔 수가 없었다.

다브헤나, 다프넬도 그걸 알기에 굳이 훼방이며 견제를 하지 않은 탓도 있었는데….
…다프넬 본인도 마찬가지라 그런 걸테지만.

 뒤로도 대놓고 호감을 표하며 이것저것 사정을 봐준다는 양 그런 태도를 고수하자, 에드릭은 연신 감사하다, 고맙다며 그 반응에 대한 화답을 알차게 내주었다.
돌아가는 에기아헤의 표정은 드물게 밝아졌고, 이를 본 동지는 썩은 들소 같은 눈과 표정으로 그녀의 주책맞음을 조롱했다.


때늦은 춘풍이 에기아헤의 가슴 속을 훈훈하게 달궈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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