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취직하니 떡을 침. 이세계에서 (262)화 (262/454)



〈 262화 〉71. 때가 되면 가는 거지 뭐.(2)

“엄청 좋았나 보네.”

“…저야 감사할 따름이죠.”




에기아헤가 돌아간 뒤, 이에 대한 주제로 몇 마디 환담을 주고받은 에드릭과 브리앙르.

“그보다 왕녀님한테는  가?”
“어차피 오는 길에 지나치실 테니, 그때 합류하죠.”



괜히 지금 갔다가 본의 아니게 방해라도 됐다간 그건 그것대로 곤란하니.


그 뒤론 어쩔 수 없이 형태가 변경된 무역 구성, 마시장이며 그거 외에도 여러모로 구성을 다시금 살필 필요가 있어  문제를 논의하는데 시간이 소모됐다.

카일론이 주도한다 했을  초원 부족 쪽에선  까놓고 전부 이러쿵 저러쿵 할 수 없었지만, 이쪽이 주가 되니, 조금 더 영역을 확대하고, 넓힐 필요성을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이에 대해 브리앙르가 대족장과 논의한 내용을 에드릭에게 이야기했으며, 그걸 전해 들은 에드릭은, 근방 정보와 본사 직원들끼리 공유한 네트워크 정보를 토대로 추측했는데….




“소금까지 확보할 생각인가 본데요.”
“소금?”

암염 지대까지 넘보는 게 아닐까 싶었다.
소금은 물과 더불어 살아가는데 있어 필수며, 의외로 농경 문화에 입각한 정주민보다 유목민들 쪽에서 훨씬 더 간절한 형편이었다.

“구성을 보면 이건 단순 초원 부족 문제가 아니에요. 훨씬 더 영역을 넓힐 것처럼 여겨지는데, 이걸 메리트로 여타 부족을  끌어들여 복속시키고, 나중엔 반쯤 국가 형태로, 말 그대로 대부족을 형성해 이권을 토대로 또 다른 이권을 쟁취하려는, 그런 목적인 거 같아요.”



어쨌든 먹고 사는  해결되고, 군자금, 군수물품, 비축분을 공고히 쌓아둘  있다면 오고 가는 곳 말고 조금   곳으로 이동이 가능해질 거며, 그 와중에 사막 쪽 암염을 확보할  있는 소금 광산이나, 관련 호수를 찾게 된다면?


아마 이에 대한 비전이 있고, 실제로도 그걸로 이익을 챙기는 부족이 있지 않을까 추측해본다.

이러한 사실이 퍼지면 아마 유목 부족 말고도 이쪽에서까지 눈독을 들일 테지만….


‘지대가 척박하니 쉽진 않겠지.’


고원 지대며 사막 지대는 어찌 됐든 척박함의 극치로 사람 살기 참 까다로운 장소였다.
그 와중에 지상 낙원과도 같은 공간이 없는  아니지만….

따로 무역로가 없으며, 독점한 이가 없기에 개척하면 전부 다 누릴  같지만 실상은 강탈이나 안 당하면 다행이지.

그 덕에 가능성이 풍부해도, 손 놓고 내버려 두는  일반적이다.
오히려 서로  가지게 방해나  하면 다행이지.


어차피 내가 못 가진다 치면, 부수거나 망가뜨리는 쪽이 낫다고 보는  사람인데, 비단 인간, 사람만 그러할까.


그리고 이를 통해 획득한 정보가 하나 더.




‘카일론의 정보 수집 능력이 상당하단 건데….’



이러니까 이번 사태와 같은, 일방적인 기만적 행태가 가능했는지도.
거기다 융통성도 뛰어나고.

바트리온과의 불가침 조약은, 바트리온의 일방적 불가침 조약이 아니었다.

뒤이어 카일론 또한 바트리온에 대한 5년, 불가침 조약을 수락함으로서 쌍방에 불가침 조약이 형성된 건데, 일방적 체결로 굴욕을 맛볼 걸 바트리온의 현 국왕이  무마 시켰다는 식으로… 상황은 어쨌든 일단락됐다.


이로 인해 대주교 측 귀족들은 더더욱 지지도며 영향력을 잃었으며, 왕당파며 새로 온 소브릴 정교회 측 주교에 대한 영향력을 날이 갈수록 높아져만 갔다.

기존 종교가 굳건이 판  깔아놔서 새로이 판을 깔려면 이게 도통 쉬운 일이 아님에도, 그게 허용되는 건 정교회나 교단이나 교리의 근본은 같은 이유도 있겠지만, 그만큼 교단 측에서 해먹은 게 많다는 의미일 거다.

애초에 소브릴 정교회 자체가 그런 걸 지탄하고 까대는 포지션으로부터 출발한 거기도 하니.


즉, 소브릴 교단을 까는데 최적화된 이들이 소브릴 정교회 측 인사들이라 이거다.


정치적으로든, 종교적으로든 카운터 펀치를 여럿 얻어맞은 기존 대주교 입장에선, 부아가 치미는 걸로 모자라 울화통이 터져 아마 한동안 뒷골 잡고 몸조리나 하고 있지 않을까 싶을 지경.



‘그리고 이걸로….’

어쨌든 동북방의 카일론,  가운데 북부에 해당하는 브레나임 령에 대한 문제는 여러모로 정리가 된 듯 보였다.


본격적 겨울이 도래하기 일보 직전인 상황.
사실 겨울철에 병력을 준동해서 압박을 준 것도 어지간한 모험이기도 했다.

초원 부족 입장에선 그나마 여기가 따뜻한 형편이라 상관없다지만 기존 국가들 기준에선 상황이 조금만 더 장기화됐으면 피해며 군수품 소모가 극심했을 거다.


실제 바트리온의 대주교 측에선 버텨서 적들을 지연시켜 봄철에 역공해서 평야를 차지하고 브레나임을 토막 내자는 식의 그럴싸한 내용을 밀어붙였다고 한다.
…실제로 그리됐으면 카일론도 썩 좋지 않았을 텐데 말이지.

‘이것도 모험이잖아, 따지고 보면?’



패왕녀께서 친히 오신 이유가 괜한  아니라는 거다.
어쨌든.

그런 식으로 이틀 정도 지난 직후, 대족장과 작별을 고한 패왕녀가 당당하게 본국으로 귀환의 여정에 올랐다.

그 와중에 에드릭은 브리앙르와 에기아헤와 작별을 고하곤, 에기아헤에겐 특히 브리앙르를 잘 부탁한다는 식으로 신중을 기하기까지 했다.


그리곤 선물 받은 말을 타고 달려 패왕녀와 그녀가 이끄는 흑성 기사단의 일부와 합류.

20명 정도 되는 기사단 인원과 패물궤를 잔뜩 실은 수레를 여럿 이끄는 인부며 마부들과 함께, 총 100명이 넘는 인원이 질서정연하게 일정 속도로 이동하니, 찾는 건 크게 어렵지 않았다.


“그래, 이번에 여러 차례 선전했다고 전해 들었다.”


패왕녀는 여전히 전신 무장, 피부 한  안 비치는 차림새로 위풍당당하게 자신의 칠흑색 애마에 앉아 말을 타고 인근까지 다가온 에드릭을 향해 치하인지, 흔한 덕담인지 모를 인사말을 건냈다.


“…그저 운이 좋았을 따름이지요.”



그 운이 악운인지, 행운인지는 전혀 별개의 문제지만.


에드릭은 어쨌든, 이번 일로 카일론 왕가에 나름 반감 비슷한 감정을 품게 된 터라, 제아무리 능숙히 감추려 한들, 그런 쪽에 특화된 이들로선 그 찰나의 불쾌감, 부정적 태도를 발견하지 못 하는 게 이상한 일일 거다.

어쩌면 딱  정도 선에서 의도적으로 노출한 건지도.




“폐하께서 하는 방식은 항상 그러하시지. 자기 주관대로, 판단에 맞춰 누구 사정 헤아릴  없이 밀어붙이시니까.”
“…….”
“그래도 그분 자신은 누군가를 희생하고, 헌신을 강요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시는 듯 하나, 그건 아니지.”

애초에 희생이며 헌신 없는 대가란 게 세상에 어디 있겠나.
무언가를 얻고자 하면 그에 준하는 대가가 필요하다.

노력이며 헌신, 그걸로 모자라 몸을 내던지는 희생은, 그러한 대가를 충족하는… 일종의 제물과도 같은 바.




“이곳엔 없다고 하나, 폐하께 그런 불온한 표현을 쓰셔도 괜찮으신 건지요?”
“난 면전에서도 의견이 안 맞으면 욕한다. 불필요한 걱정말도록.”

그러고 보니 패왕녀가 철왕 앞에서 검을 뽑아들고 따져댔다는 일화는 제법 유명하지.

패도를 지양하는 왕녀란 의미의 패왕녀도 그렇지만, 패륜을 저지를지도 모른다는… 그런 위기삼  경계를 바탕으로 패왕녀라 부르는 이들도 귀족 사이에선 제법 되는 것도 같았다.

그나마 패륜왕녀라 안 부른 게 다행.
…불렀다면 패왕녀가 여태 보인 행보로 비추어볼 때, 좋구나 하며 반역이다 모욕죄다 하고 가문을 풍비박산 내버린 다음, 가문이 꿍쳐둔 자금  회수하고, 식솔들은 가려서 노예로 삼는 등의… 파격적 행보를 보이지 않았을까?

애초에 철왕이 밀어줘서 패왕녀라 불리게 된 게 아니다.

그녀는 스스로, 전쟁이며 전투, 온갖 문제를 해결하고 패도를 표방하여 몸소 표출함으로써, 그러한 이명을 얻은 셈이니….

뭐 그건 그렇다 치고.

가는 길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다만.
초원에서 다시 카일론 쪽으로 접어들자, 루넨브리스가 합류한 게 그나마 특이사항이라면 특이사항.

이번엔 인간으로 변하지도 않고, 늑대인 상태 그대로 합류해 애완동물처럼 곁을 따랐는데, 왕녀님께선 별다른 말이 없이 없었다.


…흔히 귀여운 동물 보며  모에? 아무튼 그런 걸 보게 되나 살짝 기대한 감이 있긴 했으나….



‘거디가다….’



팀장님은 아무래도 같이 오가는 게 아닌지, 보이지도 않으시고.
있다 쳐도 죄다 전신 무장에 투구까지 눌러쓴 상태라, 말만 안 하면 알아보기도 어려울 터였다.


…어쩌면 재미 삼아 모르는   광경을 지켜보고 있는  아닐까, 괜스레 걱정되는   말인지.

사실상 복귀 기간은 진작 어긋나 있었지만, 왕녀 따라 복귀하는 터라  문제는 그럭저럭 무마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 외에도….


“왕도를 나름 확장하는 중이다.”

왕도에 도착하자 이전보다 훨씬 분주한 건 그렇다 쳐도, 멀리서 볼 때도 눈에 포착될 만큼의 규모.

성벽 밖에 다시금 임시로 쌓은 높다란 나무 울타리가 광범위하게 설치된 걸 보며, 에드릭은 직감했다.


‘결국 확장하려는 모양이군.’




그리고 저 중엔 에드릭이 제안한 것도 수용할 만한 규모를 상정해서 저러고 있을 터.

계획 및 구상을 설명할 당시, 구체적 자료로서 어느 정도 영토가 필요하며, 지반 상태는 어떻고, 어느 정도 기간이 걸릴 거다 하며 플러스 마이너스 기간에 그로 인해 필요한 자금과 인력에 대한 문제까지.

자금은 에드릭이 태반을 대고 거기서 다시금 투자를 유치시켜 완공해나간다 치고, 그 외에 사람을 불러 모으고 확보하는  카일론 쪽이, 건설 관계자며 핵심 인력, 업자며 기술자들은 에드릭의 인맥을 통해 들여온다 치고.

…이런 대공사는 보통 논의만 해도 수개월에서 길게는 년 단위가 걸리는 건데, 뭔 벌써부터….



‘그게 아니어도 확장이 필요하긴 했었겠지.’

여전히 이종족이며, 타 국가의 불합리하고 불공평한 통치 체제, 방식에 반발을 품은 이들이 기회를 엿보고자 카일론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실정이었다.


인구수가 곧 국력인 고대며 중세 시대이기에, 단일 민족, 종족만을 받아들이고자 하는 국가에 비해 카일론은 이런 면에선 압도적 우위를 지니고 있지만, 그만큼 내부 갈등은  국가가 비비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형편이었다.

거기다 지배계층의 반수가 넘는 비율이 인간이니 오죽하겠나.
이조차도 철왕이 균등하고 공평하게 실적, 성과로 요직을 정했기에 그런 거지,  국왕 이전엔 인간 귀족 비율이 80%에 육박했다 한다.

“이번엔 또 어떤 시험을 받게 될지 궁금하군요.”



어쨌든 어깨를 나란히 하고 왕도의 대로를 따라 왕성으로 향하는 중 심심풀이 삼아 입을 떼자.


“그건 국왕 폐하께서 알아서 하시겠지.”
“…왕녀 전하의 남편 되는 이를 뽑는 건데, 그렇게 무심하게 반응하셔도 되시는 건지요?”
“아바마마인 자가 누리는 왕이 될지, 헌신하는 왕이 될지 결정하라 했을 때, 본인은  모두를 지향하겠다 자처했다. 그러자 부군 감은 당신 본인이 마련할 테니 이에 관해선 개입하지 말라 하셨지.”
“……그러다 마음에 안 드시면요?”
“불운한 사고는 예고 없이 찾아드는 법 아니겠나.”



……아무렇지 않게 그리 말하는데, 너무 태연해서 순간 잘못 들었나 싶었다.



“어차피 가실  머지 않으셨는데, 딸내미로서 도리며 충의를 보여야지. 그래야 훗날 왕으로서 무도하고 무례한 것들, 개념 없는 녀석들에게 이 문제로 걸리적거리는 일이 없을 거 아니겠나.”
“…….”




맞는 말이긴 한데, 너무 실리적으로 말씀하시니 괜스레… 좀 뭐랄까….

“그냥 하는 소리니 너무 괘념치 말도록.”
“여부가 있겠는지요.”

알현실은 아니지만, 국왕의 병상과 집무실을 겸하는 곳까지 인도돼 왕녀가 간략하게 보고하는 걸 뒤편에서 듣기까진 좋았는데….



“그래, 듣자 하니 이번 사건도 그러하고, 그 이전서부터 여러 가지로 도움이 많이 되었다고, 내 백작에게 손수 전해 들었다.”

속내가 어쨌든 이런 식으로 대면하니 그저 호호 웃어대는 시골 할아버지 같은 인상이다.


“그저 소신껏 분발했을 뿐입니다.”
“훌륭하군.”

무난한 공치사까지.
그리고.

“그래서, 저 녀석과 맺어주면 자넨 뭘 할 텐가?”
“……?”

갑자기 직구일세?

한 1초, 2초 정도 동요했지만 표정엔 드러나지 않았나 보다.
호흡의 강도가 살짝 어긋난 정도지만… 부자연스럽진 않았다.




“궁에 처박혀서 유유자적하며 살렵니다.”
“……?”
“…….”

국왕의 표정이 순간 ‘이게 뭔 개소리인가?’ 하고 헷갈리는 방향으로 변질됐다.



“정확하게는 해야 할 일 하면서 그러겠다는 겁니다. 무작정 놀고먹겠다는 건 아니고….”
“허허! 그런 말을 태연히 늘어놓는 걸 보아하니 이건 이것대로 색다르군.”

뭔가 그럴싸한 포부며 다짐 등을 듣고 싶었던 걸까. 아님 그런 걸 여태 들어왔다던가, 그런 식으로 예측을 했다던가?

다른 후보들이 뭐라 주절댔는지는 솔직히 알 바도 아니고….



“저는 정치에도 관심이 없고, 야심 야욕 뭣도 관심 없습니다. 세월을 무난히,  보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합니다.”
“여태 이뤄온 것들이 있는데, 아직 아쉬운 바는 없나? 그대, 경의 나이며  시기에 그와 같은 업적이며, 위업을 달성한 이는 좀처럼 없네. 역사에 이름을 드높이고, 자기만의 세를 꾸려… 대륙을 주름 잡고 싶다는 생각은 없는 건가?”
“그건 하고 싶은 이들 하라 하십시오. 귀찮게 그 짓을 왜 하는지 전 아직도 이해가 안 갑니다.”
“흐음….”

이건 이것대로 뜻밖이었을까.
아님 단순 위장으로 생각하는 걸지도?

“전 야심이며 야욕의 노예로 충실하게 인생 내던지다 썩어서 모래로 되돌아갈 생각은 없습니다.”
“무수히 많은 영웅들이 그 말을 들으면 탄식하거나 분통을 터트릴 터인데….”
“한 사람을 죽이면 살인자고, 천명 만명을 죽이면 영웅이라는데, 그런 영웅이라면 전 일단 필요도 없고, 관심도 없습니다.”
“…….”



이 말은 조금 자극이 됐나 보다.
허허 웃어 보이던 왕의 눈빛에 이채가 서렸다.


“맞는 말이다. 쓸데없는 짓이지.”
“…….”

무소불위의 권한과 권력을 지녔다고 정평이  카일론의 철왕께서, 자신의 업적이며 위업을 부정하는 소리를 하신 건데,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지?




“생명을 지닌 것들 모두가 허망한 것들을 쫓기 마련. 그렇게 살아가도록 하늘이 점지했기에 그 굴레를 벗어던지지 못하는 걸 테지. 남들보다 더 가지고자 하고,  높이 오르고자 하며, 더 나아가고자 하는 것서부터… 다양하게. 짐승의 삶이라도 다를까. 다르지 않지. 단순히 규모가 크고 작냐의 문제일 뿐.”
“…….”



무슨 소리를 하고 싶은 걸까?



“대부분의 인간을 답을 찾지 못하지. 왜 태어나서, 왜 시험당하고, 고통받으며, 끝이 뻔한 결말인 줄 알면서도, 죽음을 향해 양보 없이 삶을 불태워야 하는지. 대부분은 이에 대한 문답을 나누기보다는, 느끼는 것에 치중하고, 행하며, 이를 뒤쫓기만 바쁘지. 평생 먹잇감이 꼬리를 흔드는  쫓는 게 인간의 우둔함, 아둔함이다. 그래서 그걸 붙잡으면, 배를 채우니 잠시는 만족하나, 결국 배는 다시 허기지고, 또 쫓고 또 쫓고…  비루먹은 흐름의 연쇄를 깨부숴야 비로소 뭐가 뭔지를 헤아리지.  깨부수더라도 여기가 트여 있다면, 힌트는 얻을 수 있을 것이고.”



그러면서 철왕은 자신의 검지로 머리를 툭툭 건드렸다.
이윽고.



“부군 후보로 불러드린 것들의 공통점이 뭔 줄 아나?”
“…제가 어찌.”
“가벼이 말해보게. 별거 아니니까.”

그렇게 말해봤자….



“대부분 추천, 내부 인사며 저명한 이, 이름이 높인 이들의….”
“그건 지극히 형식적인 명목이지. 솔직히 자네도 숲의 현자가 누군지 모르지 않나?”


심지어.

“그런 놈은 나도 몰라.”
“예?”
“숲에 있은 현자, 숲이 뭔 추상적 표현도 아니고,  숲이  숲인지 저 숲인지  숲인지  알 게 뭐냐?”
“아니… 그래도 유명하고… 고명하신 분이라고….”
“확인해봤나?”



당연하지만 확인해봤다.

이름이 드높기로 유명하고, 무엇보다 카일론 내에서 숲의 현자란 인물은 왕마저 조언을 구한다고 들었는데?

엘프와 인간의 혼혈, 카일론 왕국 내에서 상당한 발언권이 있는, 유명한 현자라고….




“그건 이 몸이 암행할 때 써먹었던 다른 이명 중 하나다.”
“……예?”
“귀만 좀 길게 하니 다들 속아 넘어가더군. 그래, 유명하고 고명해?  적 있나? 직접 본 놈을 만나보긴 했고?”
“그건….”
“왕성에까지 와서 날 알현해? 알현했지. 지금도 하고 있고. 신료들이 보았다? 봤지. 누가 봤는지 자기들도 모를 테지만, 이 몸이 봤다 했고, 소문도 그리 퍼졌는데 그것들이 어찌 알리? 왕성에 오고 가는 귀족 나부랭이들이 어디 한두 놈이더냐?  놈하고 같이만 있었어도 거짓은 아닐 터. 무엇보다 이 몸의 입에서 나온 말을 거짓으로 치부하고 이를 직접적으로 지적하며 따질 녀석이 있기나 한 줄 아나?”
“…….”



이건 대체….

“확실히 말해두지. 부군 후보 중, 현재 남은 이들의 반수는 이 몸이 선별해서 여기까지 오게 만든 이들이다. 그리고 그건, 자네… 경도 마찬가지고.”
“…어째서 절 불러들이신 건지,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아까 전 질문으로 돌아가는군. 부군 후보로 불러드린 자네들의 공통점. 아직도 분간이  가나?”


아니, 갑자기 이런 식으로 급전개로 돌리면, 제가 뭘 어찌 압니까? 동양권의 중세에 봤던 과거 시험도 이 정도로 막장은 아니었는데….


그러기에 국왕의 입에서, 그 정답이 튀어나왔을 때, 에드릭은 소스라치게 놀라 순간 반응을 하지 못 했다.


내용인즉.

“이곳 출신이 아닌, 다른 세계 출신들을 불러 모은 거다.”
“……예?”




다른 세계… 출신?

잠깐만요?
지금 제가 들은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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